공중의 복화술 (문학은 어디서 시작할까? | 양장본 Hardcover)

공중의 복화술 (문학은 어디서 시작할까? |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내 여성적이고 시적인 욕망이 모국어의 공백들 속에서 이행할 때,
비로소 내 한 편의 시가 펼쳐진다.”
“나의 시는 ‘시하고’ 있다고. 나는 시로서 ‘당신하고’ 있다고.”
김혜순 읽기를 위한 가장 정밀한 저술
김혜순 시 세계를 온전히 감각하는 가장 긴밀한 동행
김혜순 시학의 핵심을 이루는 열아홉 가지 키워드로 문학의 시작점을 묻다


“김혜순의 연설(「Tongueless Mother Tongue」)은 현대문학이 낳은 가장 위대한 시학 텍스트 중 하나에 속한다. 이는 고트프리트 벤의 1951년 뷔히너상 수상 연설 「시의 문제들Probleme der Lyrik」, 그리고 파울 첼란의 1960년 같은 상 수상 연설 「자오선Der Meridian」과 함께 거명되고 읽혀야 마땅하다.” _베아테 트뢰거(평론가), 《데어 프라이타크》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2019),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2024), 독일 국제문학상(2025)을 잇달아 수상하며 말 그대로 세계인이 함께 읽는 이 시대 가장 뜨겁고 급진적인 언어 미학을 구축해온 김혜순 시인이 자신만의 언어와 감각이 발생되고 다시 발명되는 시작(詩作)의 내밀한 과정을 핵심 주제별로 구성한 『공중의 복화술- 문학은 어디서 시작할까?』(2026)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2002)과 『여성, 시하다』(2017), 산문집 『여자짐승아시아하기』(2019)에 이어 시와 글쓰기에 관한 글들을 모은 네번째 책으로, 2020년 가을부터 2년 남짓 문예지 『악스트Axt』에 연재한 산문 13편과 2022년에서 2025년 사이 국내외 강연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한 산문들 가운데 6편을 추려 묶었다.
저자

김혜순

1979년『문학과지성』겨울호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또다른별에서』(1981),『아버지가세운허수아비』(1985),『어느별의지옥』(1988),『우리들의음화』(1990),『나의우파니샤드,서울』(1994),『불쌍한사랑기계』(1997),『달력공장공장장님보세요』(2000),『한잔의붉은거울』(2004),『당신의첫』(2008),『슬픔치약거울크림』(2011),『피어라돼지』(2016),『죽음의자서전』(2016),『날개환상통』(2019),『지구가죽으면달은누굴돌지?』(2022),『싱크로나이즈드바다아네모네』(2025),시산문집『않아는이렇게말했다』(2016),산문집『여자짐승아시아하기』(2019),시론집『여성이글을쓴다는것은』(2002),『여성,시하다』(2017),인터뷰집『김혜순의말』(2023),합본시집『김혜순죽음트릴로지』(2025)등을펴냈다.1989년부터2021년2월까지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에재직하며수많은시인·작가를배출했다.현재서울예술대학교문예학부명예교수이다.
김수영문학상(1997),소월시문학상(2000),현대시작품상(2000),미당문학상(2006),대산문학상(2008),이형기문학상(2019),대한민국문화예술상(2019),캐나다그리핀시문학상(2019),스웨덴시카다상(2021),삼성호암상예술상(2022),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2024,시부문),독일국제문학상(2025)등을수상했고,영국왕립문학협회국제작가(2022),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AAAS)회원(2025)으로선정됐다.주요시집이영어,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일본어,스웨덴어,폴란드어,덴마크어등으로번역되어세계곳곳에서읽히고있다.

목차

서문005

(복화술)공중의복화술013
(목소리)TonguelessMotherTongue027
(슬픔)슬픔의형국에서049
(침묵)상실의환유065
(불안)불안의것077
(죽음)죽음의엄마091
(다시쓰기)무한한포옹111
(딸꾹질)딸꾹질전문가들125
(반복)반복의영웅,반복의거지141
(미장아빔)무한의미장아빔157
(방언)옹알이는메아리171
(동물)반인반수한다는것185
(고백)고백할수없는고백199
(고통)고통의메뉴217
(덩어리)퀸콩의미묘235
(사이)희251
(시간)빛속에서빗속으로283
(사막)꿈의정오295
(받아쓰기)받아쓰다317

수록작품발표지면331

출판사 서평

‘시학Poetics’이라명명된이책에서김혜순시인은“한시인이어떤‘사이’를통과해한편의시에이르는,그과정”(「희」)을진술한다.올해로시작(詩作)47년의삶을쓴그의시가과연어디서,어떻게,무엇을찾아도래하고여전히새로운창발을거듭할수있는지그글쓰기의원천과상상적경험의시적신체화에관해산문의구체성으로밝혀내고있다.산문의틀을취하고있으나“웅얼거리고중얼거리는비결정적인것들을언어로구축하려는욕구”(「불안의것」)의문체는숨길수없이시인고유의리듬,그것이기에축약을허락하지않는글마다비탄과격정,길항과확산을오가는열정적인목소리로가득하다.(여성)시에숨어든유령화자(“사라지고,버려지고,다치고,죽어서유랑하는다른유령들을부르는목소리,이목소리는언어이전인것./「TonguelessMotherTongue」),그발화의복수성을발견하고여성시의형식을규명하려는욕망이강렬하고도황홀한언어에‘들려’,“존재를부재에,부재를존재에투척하는시쓰기”(「죽음의엄마」)의방법론에대해설파하는시인의목소리는한없이우아하고또웅장하다.

특히2023년베를린시연설의키노트(기조연설)로,연설직후해외외신들이앞다투어“현대문학이낳은가장위대한시학텍스트가운데하나에속한다.‘고트프리트벤’과‘파울첼란’의기념비적연설문과어깨를나란히하는작품”이란찬사를보낸「TonguelessMotherTongue(혀없는모국어)」와2024년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시부문을수상한시집『날개환상통(PhantomPainWings)』에작가에세이로수록되어여러언어권에서읽히고있는산문「공중의복화술(BirdRider)」등김혜순시학의정점이라평가받는죽음3부작을관통하는주요시론이빠짐없이담겼다.이러한구성에힘입어몸의내밀함과죽음의무한한포옹,목소리와복화술,타자의윤리와동물성,반복과리듬,부재와상실의환유,불안과고통,고백적글쓰기와문학의정치성,정상성을되묻는몸짓으로의딸꾹질과침묵,시간과사이,받아쓰기와다시쓰기등김혜순시학의핵심을이루는키워드와표상들이선명하게각인된다.그간우리가읽어온김혜순시의내외부적맥락까지두루살필수있는이책이시집과시론의유기적결합을의식하며김혜순의시세계를깊고풍부하게감각하는다시없이좋은기회라하겠다.

이책에실린글들이쓰이고발표되는동안김혜순시인은인간의존재방식에새로운패러다임을요구하는팬데믹의위협속에서재난과봉쇄가무한반복되는나날을견뎌야했고,호스피스병동을오가던엄마의죽음을겪고삶에커다란구멍이뚫리는어둠의시간을거쳐야했다고술회한다.

나는알고있었다.기도할때터져나오는이목소리가여성성,부정성,미신성,기복성,반합리성으로규정받고있다는것.그러나내가들은이목소리는통역이불가능한것.언어가아닌것.어쩌면해방인것.신체적,감정적이완인것.한없이언어를열고나가는것.죽음직전의옹알이.재잘거림.언어의카타르시스.[…]엄마의기도가계속됨에따라우리의마지막은아주조금씩유예되었다.(「옹알이는메아리」)#방언

몸을지배하는극심한불안과신경증이겹친고통으로점철된이즈음의삶과사유가죽음3부작중한권인시집『지구가죽으면달은누굴돌지?』(2022)에고스란히담기게된정황이산문여러편에실렸다.자연스럽게“사물과의작별,세계와의작별을통해잔혹한죽음들과맞서는,선험적이면서아찔하고아득한죽음을구축하는것이아마도시일것”이라는,나와너의경계를허무는‘죽음의시학’이이시기에정립되었음을확인할수있다(「죽음의엄마」「사이」「꿈의정오」「받아쓰다」).그에앞서아버지의죽음이후쓰기시작한‘시하고’‘새하는’시집『날개환상통』(2019)의집필배경(「공중의복화술」「희」)과시집『슬픔치약거울크림』(2011)에수록된장시「맨홀인류」가완성되기까지,기성질서와폭압적시선에저항하고전복하려는내밀한몸의경험들(「딸꾹질전문가들」),산문집『여자짐승아시아하기』(2019)의연장선상에서“전지구로인간이라는고통이퍼져”나가는이때“내안에우글거리는,여자짐승으로의타자성”에대한첨예한인식과통찰또한다채롭게서술되고있다(「반인반수한다는것」「고통의메뉴」「퀸콩의미묘」「희」).

전염병은하나의질문에하나의대답이있는세계를우습게여겼다.바이러스는우리의재현체계를무너뜨렸다.그리고무엇보다우리가품은비밀을벌거벗은숫자로만들었다.전염병의세계에서나의바이러스감염과신경증이나를사막쪽으로더욱몰아갔다.어떤힘이든그힘의언어를해체하는곳.내고통과광기만이진짜인곳.사막에서고통과광기는힘껏날갯짓했고,독립된하나의에너지였다.죽음의연속성만이이고통과광기를길들일수있으리라생각했다.죽음만이리얼리즘이었다.(「꿈의정오」)#사막

익히알려진그날의사건,그러니까시인이출판사편집자로일했던1970년대말,긴급조치9호치하에서군부의검열과폭력으로인해씻을수없는고통과수치를안고“내가쓰기를허락하지않아쓸수없는것.그래서구멍인거기.비밀인”(「고백할수없는고백」)그사건을일곱편의시로남겼다가그중여섯편을시집『어느별의지옥』(1988;1997;2017)에수록한사정을밝히며(「TonguelessMotherTongue」),‘고백적글쓰기’는대신말하기가아닌‘다시쓰기’의과정을거치고나서야문학의가능성을타진할수있다고힘주어말한다.

스토리는누구에게나말할수있다.하지만전신에퍼진수치와고통의미묘함을말로표현하기란얼마나불가능한가.육체적고통의대신말하기는가능하기나한걸까?제3자의고백이라는것이가능하기나한걸까?[…]고백적진술은‘사건’이제공한에피소드에살을입히는것이아니라글을써나가는자신을위험의표징으로삼는것이다.고백은고백이라는언술방법의진실을믿는(척하는)사람의글쓰기방법이되기쉽다.그래서고백적진술은글쓰는자의정당성과상처를증명하려는도구가되기쉽다.그리하여펜을가진자,끝없이사건속에서다치고죽은자를위해대신말하고있다는자기위안에서거듭자신을돌려세워야한다.그렇지않으면그사건과독자를회유하게된다.그들의침묵을깨트려주고,그들의말을대신들려주고,그들을어루만지고있다고착각하게된다.자신이대신위로해준다는나르시시즘에복무하게된다.(「고백할수없는고백」)#고백

2021년30년넘게시창작강의를했던서울예대를퇴임한시인은자신의시집이번역되어소개되는세계여러나라의도시에서낭독과강연으로새로운낯선독자들의질문에여전히답하는중이다.시인은학생들과함께시를읽고토론하기위해(“묘사의숨은형식들,구조의시점들”로옮겨말한‘감각하기’를강조하며)각기다른,시에대한정의와시론을준비하면서비로소자신만의시학이싹트기시작했다고말한바있다.지금껏출간한15권의시집에서프랙털도형처럼끝없이변용,생성되며움직여온김혜순의시적언어는‘여성이글을쓴다는것은?’그리고‘여성이시를한다는것은?’하고시인스스로던진질문에대한다양한답변이라해도무방할것이다.이책의부제‘문학은어디서시작할까?’라는질문역시같은곳을향하고있는게아닐까.1979년작품활동을시작한이래시인이품고탐색해온이커다란화두는오랜시간강의실에서학생들과함께마주했던질문이기도할터다.여기『공중의복화술』에담긴,슬프고도담대하고,우아하면서도명쾌하게쓰인16편의산문들은그러한문학의시작점,문학의새로움이발생하는진원지를묻고답하는과정에서거둔우리시대소중한지적자산이자성취라하겠다.

이글들이문학적글쓰기를처음시작하는분들이읽으면좋겠다고막연히생각했다.긴목록을작성하고,하나하나써나가리라마음먹었다.내가학교수업에서목격한,글을시작하고싶으나‘영감이떠오르지않아요’라고말하던학생들에게,누구나글을쓸수있으며누구나자신안에싱싱한새로움이가득차있다는것을말해주고싶었다.문학의새로움이란곧글쓰는자신이라는말을.인간각자가경험하고,품고있는감정과생각,그모든것이신선한것이라고말해주고싶었다.영감이니재현이니그런단어를떠올리는것은자신의생각과감각하기를어떤고정관념에함몰시켜두었기때문이라고말해주고싶었다.―「서문」에서

“만일죽음에모국어가있다면,그것은산자들의세계에서는분명시로써울려퍼질것이다.우리인간은언제나모국어라는표현의한계에갇혀있지만,모든언어이전에는죽음의보편언어가있다.김혜순의시는이죽음의언어를한국어라는시어로번역한결과물이다.”―2025독일국제문학상심사평

“김혜순의시는놀랍도록독창적이고대담하게,전쟁과독재의여파,가부장제사회의억압,아버지의죽음과같은삶의고통,이를극복하는의식을대안적상상의세계로반영한다.”―2024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시부문선정의말

“김혜순은여성이몸에실재하는감정과정체성에충실하면서,다정함과격분이공존하는목소리로악몽과어둠을관통하는동시에새로운시적황홀을보여준다.”―2021스웨덴시카다상선정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