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겨울 2025

소설 보다: 겨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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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겨울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겨울 2025』가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8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겨울 2025』에는 2025년 겨울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박민경의 「별개의 문제」, 서장원의 「뱀이 있는 곳」, 하가람의 「5월은 창가의 호랑이」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5회 문지문학상 후보에 포함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소, 이희우, 조연정, 홍성희)의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선정한 작품들의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도서는 1년 동안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저자

박민경,서장원,하가람

저자:박민경
2022년세계일보신춘문예에「살아있는당신의밤」으로등단후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서장원
2020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당신이모르는이야기』가있다.

저자:하가람
2022년『세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별개의문제박민경
인터뷰박민경×조연정

뱀이있는곳서장원
인터뷰서장원×이소

5월은창가의호랑이하가람
인터뷰하가람×소유정

출판사 서평

겨울,이계절의소설

굵은눈발이하염없이떨어져도처의어둠을하얗게지우는겨울이다.쓸쓸한풍경을지나부지런히눈을밟고쓸고뛰어다니는사람들.그움직임의열기에녹아드러나는곳곳에바닥이있다.미끄러지지않기위해애쓰는동안,앞서길을짚어간타인의발자국이문득시야에들어오기도한다.인적이끊어진곳에서그려보는미래가,기억에자리한누군가의과거에대한반향이라면영혼은어떤선택을하는가.『소설보다:겨울2025』는열병처럼끓는세편의소설을소개한다.삶은끊임없이비극을낳지만살아있으므로희망은끊어지지않고,기도는계속된다.희디흰눈을밟고제몫의어둠을새기며한걸음씩미래로나아가는인물들의이야기가오랜울림을전한다.

박민경,「별개의문제」
“세상에완전히무해한진심이란없다”

2022년『세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박민경을「별개의문제」로처음‘이계절의소설’에서만난다.「살아있는당신의밤」으로데뷔당시“유려한문장,세밀한묘사,문명과원시의조화,기억과현재를오가는구성,환상으로매듭지은결말등다채로운미덕을갖”(심사위원김화영·전경린·서하진)추었다는평을받은작가는대중의관심을한몸에받으며활발한활동을이어나가고있다.

성향이정반대인‘병주’와결혼한‘나’는“적과의공동생활이라는사회실험에자처한피실험자의마음으로신혼집에입주”한다.생활이하나로합쳐지면서‘나’는다니던디자인스튜디오를그만두고프리랜서로전향하는한편,병주는배달전문피자가게를창업한다.‘나’에비해세속적인병주는욕망과포부도강하다.결혼후프리선언을했을때군말없이응원해준병주에게얼마간빚진마음이있는‘나’는차마사업을말리지못하고,병주가친척에게빌린자금으로문을연가게는썩괜찮은시작을알린다.그림책삽화작업에한창이던‘나’도매장에나가일을거들정도로바빠진것도잠시,배달앱을통해가게에낮은별점을주는이들이하나둘등장한다.이에노심초사하던병주는리뷰를참고해더욱사업에열을올린다.‘오리지널리티’를위해직접소스를개발하고,손편지를쓰고,‘나’의도움으로피자박스에귀여운그림을그려넣기까지한다.그러는사이임신한‘나’는뱃속의아이에게‘별’이라는태명을붙여주고,그림책막바지작업에들어서트리꼭대기에달린아름다운‘별’을그리는데난항을겪는다.‘맛없으면짖는개’라는닉네임으로꾸준히별점테러를하던이에게지극정성으로매달리던어느날,병주는직접그를찾아가기로마음먹는다.돌아올시간이한참지나불길함이스치던찰나,‘나’에게걸려온전화한통.병주의목소리는두려울만큼낯설다.‘나’는병주가있는곳으로,‘맛없으면짖는개’의주소지를향해폭우를헤치고운전대를잡는다.

박민경의소설은‘별’이라는상징적소재를이용해,순수한진심과세상의적의사이에서좌절을맛보는인간의현실을날카롭게그려낸다.끝내지키고싶은소중한것이자인정받고싶은욕망그자체로서의‘별’은훔치고싶을만큼아름다운것이지만,진심이극에달하는순간차가운세상의시선에둘러싸여빛을잃는다.“이작품이실질적으로드러내는것은,자본주의체제하에서감정과노동이알고리즘의질서속에서서로를포섭하며재구성되는동시대현실의단면이다.작가는‘별점’이라는사소한지표를매개로,인간이얼마나치밀하게평가체계의내부로흡수되어있는지를삽화적으로,통렬하게드러낸다”(강동호문학평론가).

어쩐지진심은발현과동시에그자체로완성형이라고여겨지는경우가많지만,저는언제든다른형태로변할수있는진행형에가깝다고생각해요.심지어‘병주’의경우이제막생겨난,작고소중한진심이었잖아요.잘키워나갔다면이구역의피자왕정도는거뜬히만들어줄잠재력을가진진심이었을지도모르죠.하지만‘개’를만난뒤그진심은극단적인수단,곧폭력으로변질되고맙니다.그과정을통해말하고싶었던건진심이라고해서언제나선한방향으로만흘러가지는않는다는것과누구나그런방향전환의가능성을가지고있다는거였어요.
「인터뷰박민경×조연정」에서

서장원,「뱀이있는곳」
“어떡할수가……없지않을까?”

2020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후제25회이효석문학상우수작품상,제16회젊은작가상,제48회이상문학상을수상한서장원을2024년여름,2025년가을에이어세번째로‘이계절의소설’에서만난다.전작「히데오」에서세계와불화하지만사적이고밀착된관계를통해충격을소화하는존재의역사를탁월한균형감각으로그리며독자의마음을사로잡았던작가는,이번선정작「뱀이있는곳」에서사촌지간인두인물의짧지만독특한여정을통해운명의곤경을헤쳐나가는방식에대한깊이있는통찰을선보인다.

“어둡고주눅든성격”인정인과“한결같이친절”한하진은자란곳도형편도다를뿐더러대조적인기질을지녔으나수험생활을함께하며가까워진다.몇년후,직장선배를성추행으로신고한뒤도리어무고죄로고발당한하진은공판을앞두고본가가있는사천에내려가있다.“산것도죽은것도아닌것”을거두어태우고,굿을벌이면상황이나아진다는무당의점사에할아버지가담근뱀술을떠올린하진은정인에게연락해사정을털어놓는다.그길로정인은사천으로향한다.하진의부모가인수한펜션지하에보관된뱀술을모조리꺼내호숫가에파묻기로결정한둘은할아버지를잠시추억한다.업보라는것이있다면,미신적인행위로나마청산되는무엇이있다면조금이나마고통스러운현실이나아질수있을까?이름난로펌에서변호인을고용한‘김철현’을상대로막막한싸움을이어가야할하진이할수있는최선은고작“오래전에죽은뱀들의명복”을비는것이다.그러나안간힘으로구덩이를파고뱀을쏟아붓는순간어디선가나타난들짐승이죽은뱀한마리를물고간다.허망함에사로잡힌것도잠시,삶의불운을처치하고나아가고자하는의지가둘을이끈다.실패에그친작업을마저끝내고,하진과정인이봉분을사이에두고선채두손을꽉잡고기도를올리는마지막장면은애처로울만큼절박한한편기묘한의심을불러일으킨다.

서장원의소설은‘자신의것’을지키기위한개인의고투를그리면서물질/비물질적인‘유산’의양가적의미를독자에게상기시키며운명을옭아매는것의실체를차근차근더듬어나간다.중요한것은행위의실패가아니라행위의과정에서수반되는사고의전이이고,어쩌면그것은전과다른미래로나아가는출발선일지모른다.“불확실성의짐을지고불확실성의편에섬으로써만우리는확실성으로몰염치와아집,독선을정당화하는업보에서벗어날수있는것이아닐까.바로그런의미에서이소설은끝내불확실성의편에서있다”(이희우문학평론가).

이렇듯구체적인실상이없는,상속에서비롯되는부정적인것들은어쩌면죄책감이라는단어로묶을수있을지도모르겠습니다.정인은자신이상속받은것에죄책감을느끼지만뱀을묻고명복을빌어주는방식으로이를외면하려합니다.그리고실패합니다.아마도저는상속이주는혜택과죄책감이엮여있는상태에대해쓰고싶었던것같습니다.이상속의곤경,더나아가운명의곤경을어떻게타개할지에대해서는저역시답을찾고있다고생각합니다.
「인터뷰서장원×이소」에서

하가람,「5월은창가의호랑이」
“그들사이에서무언가시작되고있었다”

2023년『세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하가람을「5월은창가의호랑이」로2023년여름에이어두번째로‘이계절의소설’에서만난다.전작「재와그들의밤」에서잃어버린시간을애틋하게그리며내면의믿음을회복하는인물을섬세하게구현해냈던작가는이번선정작「5월은창가의호랑이」에서타인과의정서적교감을통해혹독하리만치뜨거운시절을앓으며성장하는청소년의이야기를생생하게옮겨깊은울림을전한다.

마리앙투아네트,존레넌,기형도……엄마인‘국화’가달력에적은유명인의기일을외며커가는‘호수’는열살여자아이다.이혼후곤궁해진집안형편으로온종일일을나가있는엄마를기다리며좁은단칸방에서홀로있는시간이많은호수는우연히이웃에사는‘준’을알게된다.“대학을졸업하고몇달전에고향으로돌아왔다”는그는호수와달리울산사투리를쓰지않고나긋나긋한말투를가진상냥한청년이다.호수는준이기르는고양이에게‘호랑이’라는이름을붙여준다.꿈이무엇이냐고묻는가하면자신의꿈을나직이털어놓기도하는준과고독을털어내면서호수는일상을채워나간다.어느날,서울에서준을찾아온‘소라’의등장으로평온했던둘만의세계는달라진다.준과소라가소파에몸을기댄채나란히연극대본을읽을때,차마끼어들수없었던침묵의밀도.그순간호수는준이알려준‘페이드인’의의미를떠올린다.연인의사랑이깊어지고거칠어질수록,호랑이와호수는조금씩그들의일상에서밀려난다.연기를그만두고고향에서서점을열고싶다는준의꿈또한소라의반대로조금씩허물어진다.“이팝나무가하얗게꽃을피”우던5월에호랑이는창밖으로뛰어오른다.유일한목격자였던호수는끔찍한비밀을간직한채준과서서히거리를둔다.늦은밤,오랜만에재회해호수와함께관람차를탄것을마지막으로준은영영동네를떠난다.이후에호수는크게앓아누워꿈과현실을구분하지못한채한참시간을흘려보내고의식을되찾는다.

하가람의소설은계절이드러내는선명한시간성을,한소녀의성장과절묘하게엮어낸다.마음을내주는일에서비롯되는세계의시작이선연하다.환희와슬픔이교차하는과정에서아이는자란다.너머의세계를꿈꾸는사이틈을비집고끼어드는사건앞에서속수무책인여린정신은이윽고깨어나독립된삶으로들어선다.“그곳에서시간은태평하게흐르지만은않는다.망연히상실되는것과끝끝내잃어지지않는것을온몸으로살아내는6월과호수와소라껍질속세계.그곳에서피어나는국화꽃의향기를하가람의소설은내내기억하게한다”(홍성희문학평론가).

두사람은서로에게일시적인구원이되었으리라생각합니다.특히호수에게준은반복해서떠올릴수밖에없는사람일거예요.아마도처음으로가장큰상처를준사람이자,그만큼함께하고싶었던사람이었을테니까요.무엇보다준은호수가몰랐던세계를열어준사람아닐까요.부모의이혼이후다시금‘우리’를가질수있게해주었던사람이고,‘우리’를지속하고싶다는욕망을느끼게해준존재이기도하고요.단정한말투와‘구원’같은낯선단어들,그리고어떤단어로도형용하기어려운복잡한감정들까지.모두준에게서배웠다고생각합니다.
「인터뷰하가람×소유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