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문학사 3: 사랑

동시대 문학사 3: 사랑

$16.80
Description
불연속적이고 다층적인 한국문학사를 횡단하는
문학과지성사 〈동시대 문학사〉 시리즈
『나』 『젠더』 『사랑』 『폭력』, 1차분 4종 동시 출간!
2025년 12월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문학과지성사가 문학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궤적을 새롭게 읽어나갈 비평 앤솔러지 〈동시대 문학사〉 시리즈의 출간 소식을 알린다. 1970년 계간 『문학과지성』 창간을 모태로 출범한 문학과지성사는 1975년 12월 12일 출판사 창립 이후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발하는 서적과 참다운 삶의 형상을 그리는 문학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 50년간의 행보가 그러했듯, 문학적 상상력과 비평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을 심화할 사유와 한국문학을 풍요롭게 할 문학인들을 발견하고 조력하는 데 앞으로도 꾸준히 힘쓸 것이다.
문학과지성사가 새롭게 기획한 〈동시대 문학사〉는 시리즈는 일제강점기, 군사 정권과 국가폭력, 민주화, 페미니즘 등 역사적‧사회문화적 격변, 그 속에서 싹을 틔우고 성장하며 목소리를 형성해온 문학적 자아에 이르기까지 지난 백 년의 한국 근현대문학을 다양한 관점으로 포섭하고자 한다. 특히 1910년부터 2020년까지의 한국문학사를 시대순 개괄이라는 틀에 박힌 방식으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테마별로 조망하면서 시대마다 논쟁을 촉발했던 질문들을 제시한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지난 10년간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어온 ‘나’ ‘젠더’ ‘사랑’ ‘폭력’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필두로 삼은 이 시리즈의 1차분은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문학평론가 우찬제, 조연정, 강동호, 김형중을 포함해 현시점 한국문학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열아홉 명이 지난 1년간 각 키워드에 맞는 주제와 질문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다. 1차분으로 묶인 스무 편의 글은 근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에 화두를 던져온 작가들을 호명하는 과정에서 문학작품이 시대와 어떻게 호흡하고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묻는 폭넓고 독창적인 탐색을 시도하는 한편, 각 필자의 개성적인 독법과 문체를 보여주며 ‘문학비평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
시리즈의 표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선은 각 권을 잇는 연결선으로서, 권마다 다른 제목의 글자꼴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키워드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동시대의 문학사를 끊임없이 직조해나가고 있음을 표현한다. 키워드별로 표지와 본문을 아우르는 대표 색상을 선정해 묵직한 상징성을 담되 부드러운 질감과 깊이를 살려 감각적으로 구현해냈다. 작가와 독자, 나아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삶에 대한 성찰을 궁극의 목표로 삼은 이 시리즈는 첨예한 시선으로 비평적 도전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세번째 권인 『동시대 문학사 3—사랑』은 19세기 말 개화기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질서 속에서 문학에 축적되어온 ‘사랑’을 통시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의 다섯 필자는 근대적 ‘사랑’이 그 탄생을 알린 이래 식민지 모더니즘 문학을 가로지르는 장치로서, 해방과 전쟁 등 격변기에 이루어진 담론 형성의 한 축으로서, 혁명 이후 새로운 인식론적 도구로서 기능한 지점을 비롯하여 비규범적 성적 주체들에 의한 사유의 형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온 ‘사랑’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탐구한다. 이 책은 당대의 풍경을 드러내는 동시에 역사적 상상력으로 움직이는 ‘사랑’이 사회 내에서 어떻게 순환하고 충돌하며 재발명되어왔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인류를 가장 매료시킨 보편적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진실의 언어’가 시대와 감응하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문학의 미래를 도모하는 독자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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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문학은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축적해왔다. 근대 이후 문학의 역사를 기술하려는 노력은 ‘문학사의 불가능성’이라는 명제를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 한다. 한국문학의 집적물과 제도적 양상에 역사적 인과성을 부여하는 총체적 문학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거대한 동일성으로서의 보편적인 진보 이념으로는 개별 텍스트들이 생성하는 비동일적이고 비균질적인 사건들을 탐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사는 하나의 일관된 사건이 아니며 여러 층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장소들’이다. 문학사는 단일한 이념과 역사적 필연성의 무게를 덜어내고 각각의 시간들을 내포하며 역동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다층적인 문학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이제, 문학사를 횡단하고 분절하면서 작은 계보학의 문학사를 재구축하려 한다. 이 작은 복수의 문학사는 지배적인 역사와는 다른 층위에서 불연속적으로 움직이는 문학사의 동인과 변이의 지점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현대문학사’ 대신 ‘동시대 문학사’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라는 시간적 구획은 중세와 근대를 넘어선 선조적인 시간대를 의미하지만 ‘동시대’는 과거적인 것이 잔존하는 채로 ‘현대적인 것’이 발생하는 비균질한 시간대를 의미한다. ‘동시대’ 안에서는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교차하고 경쟁하며 뒤섞인다. 그곳에서 우리는 ‘현재가 개입된 과거’와 ‘과거가 잔존하는 현재’라는 시간의 혼융을 만나게 되며, ‘동시대’라는 이름 아래 비동시성을 사유할 수 있다. 동일성으로서의 현재와 기원으로서의 과거, 그리고 미래라는 발전의 형상에 의지하지 않고 현시대 속의 틈과 불확실성을 고찰할 수 있다. 그것은 과거적 준거에도 의지하지 않고 미래의 약속에도 속박되지 않는 문학사의 잠재성을 찾아내는 작업이 된다. 이제 문학사적 실천은 ‘현대’ 혹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 속에서의 다층적인 동시대성을 성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어떤 기원도 특권화하지 않는 문학사적 실천은 도래할 문학사의 잠재성이다. 이러한 문학사적 수행은 문학사를 ‘열린 시제’로 쓸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이런 새로운 문학사 기획이 문학과지성사 창립 50주년을 맞아 시작된 것에 대해 작은 긍지를 가지며, 그 긍지를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동시대 문학사〉 기획위원 일동
저자

황종연,황호덕,권보드래,강동호,오혜진

저자:황종연
1992년『세계의문학』과『작가세계』를통해비평활동을시작했다.비평집『비루한것의카니발』『탕아를위한비평』『명작이후의명작』등이있다.현재동국대학교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저자:황호덕
1999년『문학사상』에문학평론을,2001년『KIN0』에영화평론을발표하며비평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근대네이션과그표상들』『프랑켄마르크스』『벌레와제국』등이있다.현재성균관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저자:권보드래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지은책으로『한국근대소설의기원』『연애의시대』『1910년대,풍문의시대를읽다』『신소설,언어와정치』『3월1일의밤』등이있다.현재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저자:강동호
2009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비평활동을시작했다.비평집『지나간시간들의광장』등이있다.현재인하대학교한국어문학과부교수로재직중이다.

저자:오혜진
문학평론가.비평집『지극히문학적인취향』등이있다.현재대학에서문학비평및문화이론을강의하고있다.

목차

〈동시대문학사〉시리즈를펴내며

기획의말
강동호불가능한사랑의역사

황종연연애의탄생─조중환에서염상섭까지
황호덕사랑의심화와확대─식민지시기모더니즘문학에서사유된사랑과자기실험
권보드래방황의권리,고통의미학─해방후1960년대까지이성애의문학적양상
강동호종언이후의사랑─1990년대이후의문학과사랑
오혜진퀴어친밀성과‘낭만적사랑’에대한소문들─문학(사)의규범과1990~2020년대비규범적친밀성서사의도전

출판사 서평

한국근현대문학은백년이넘는역사를축적해왔다.근대이후문학의역사를기술하려는노력은‘문학사의불가능성’이라는명제를피할수없이마주해야한다.한국문학의집적물과제도적양상에역사적인과성을부여하는총체적문학사는더이상유효하지않다.거대한동일성으로서의보편적인진보이념으로는개별텍스트들이생성하는비동일적이고비균질적인사건들을탐구할수없기때문이다.한국문학사는하나의일관된사건이아니며여러층위에서발생하는사건들의‘장소들’이다.문학사는단일한이념과역사적필연성의무게를덜어내고각각의시간들을내포하며역동성을드러낼수있어야한다.이다층적인문학사를재구성하기위해이제,문학사를횡단하고분절하면서작은계보학의문학사를재구축하려한다.이작은복수의문학사는지배적인역사와는다른층위에서불연속적으로움직이는문학사의동인과변이의지점들을보여줄수있을것이다.

‘현대문학사’대신‘동시대문학사’라는개념을도입하는이유는무엇일까?‘현대’라는시간적구획은중세와근대를넘어선선조적인시간대를의미하지만‘동시대’는과거적인것이잔존하는채로‘현대적인것’이발생하는비균질한시간대를의미한다.‘동시대’안에서는과거와미래의시간이교차하고경쟁하며뒤섞인다.그곳에서우리는‘현재가개입된과거’와‘과거가잔존하는현재’라는시간의혼융을만나게되며,‘동시대’라는이름아래비동시성을사유할수있다.동일성으로서의현재와기원으로서의과거,그리고미래라는발전의형상에의지하지않고현시대속의틈과불확실성을고찰할수있다.그것은과거적준거에도의지하지않고미래의약속에도속박되지않는문학사의잠재성을찾아내는작업이된다.이제문학사적실천은‘현대’혹은‘현재’라고부르는시간속에서의다층적인동시대성을성찰하는자리가될것이다.어떤기원도특권화하지않는문학사적실천은도래할문학사의잠재성이다.이러한문학사적수행은문학사를‘열린시제’로쓸수있도록한다.우리는이런새로운문학사기획이문학과지성사창립50주년을맞아시작된것에대해작은긍지를가지며,그긍지를독자여러분과나누고자한다.

〈동시대문학사〉기획위원일동

존재의본성을증명하는영원한보편적가치
가능성과불가능성을실험하며문학적상상력으로조명하는‘사랑’의역사

황종연의「연애의탄생―조중환에서염상섭까지」는개화기부터1920년대에이르는근대초기국면에서,한국근대문학의형성과근대적사랑의탄생이어떻게긴밀하게결합되어있었는지를동아시아지식망의구조속에서폭넓게추적한다.그에따르면‘연애의탄생’으로정식화될수있는관계의새로운트렌드는,근대이행기지식인들이개인의자유와자아실현을탐구하는과정에서작동한번역·종교·사상·예술의국제적네트워크와밀접하게맞물려있었다.‘연애소설이먼저고연애가다음이다’라는그의핵심명제는,연애가본래존재했던자연적관계가아니라문학적장치와감정교육의수행적효과를통해구성된근대적감정형식임을분명히짚는다.이른바문학은‘연애란무엇인가,문명한사랑이란무엇인가’를학습하게하는감정교육의장이자,근대적개인을훈육하는새로운테크놀로지의무대였던셈이다.조중환의『쌍옥루』를비롯해이광수,김동인,염상섭에이르는연애·혁명서사의계보를따라가며,이글은사랑이어떻게한국근대문학의중심테마이자윤리적형식으로자리잡았는지를설득력있게보여준다.아울러그는연애담론을둘러싼욕망의구성방식,계몽주의적정념의이중성,근대적가족모델의재편등이각각의서사에서어떤방식으로서사적긴장을발생시키는지를면밀하게분석함으로써,‘연애의탄생’이근대한국문학의형식적·정치적문제와직결된사유의장이었음을역설한다.근대성과식민성이교차하는역사적조건속에서한국근대문학의사랑담론이직면했던긴장과균열을면밀히드러내는이글은,사랑의문학사를사유하기위한하나의계보적출발점으로읽힐수있을것이다.

황호덕의「사랑의심화와확대―식민지시기모더니즘문학에서사유된사랑과자기실험」은1930년대식민지모더니즘문학을가로지르며,사랑이근대성·식민성·현대성의복합적긴장을드러내는핵심장치로작동했음을설득력있게보여주는글이다.황호덕은이시기사랑이단순한서사적테마를넘어,억압적현실과재현의위기속에서새로운형식실험을촉발하는문화적장치이자,식민지근대의감각적균열을가시화하는중요한지표였다고진단한다.그의분석가운데특히주목되는부분은,사랑을둘러싼상상력의급진적전환이다.하강·체액·배설·폐허등의이미지가‘사랑’의이름으로전면화될때,문명·순정·숭고의언어로포장된근대적사랑의환상은해체되고,모더니즘의감수성과문체는이전과는전혀다른낯선실험의장으로이동한다.황호덕은이러한변화를세개의형식적계보로정교하게구성한다.정지용·이태준에게서사랑은산수적관조와자기지방화를매개로한아나크로닉한감수성으로,이선희·박태원에게서는도시산책자와여성산책자의시선이포착한식민지일상의표면으로,이상·최명익에게서는폐병·성병·체액·폐허의이미지가드러내는절대적타자성과파국적미학으로구체화된다.황호덕은이를단순한결핍이나미완의징후로보지않고,근대화의미완성자체가식민성을재생산하는역설적구조였음을지적하며,식민지모더니즘의사랑을하나의“비판적완전성”으로재위치시킨다.그런점에서이글은사랑의문학사가직면해야할역사적특수성뿐아니라,모더니즘의역사를새롭게탐색할수있는중요한문제틀을제시하는전환점으로읽힐수있을것이다.

권보드래의「방황의권리,고통의미학―해방후1960년대까지이성애의문학적양상」은해방과전쟁,냉전과개발독재로이어지는격변의시기속에서사랑담론이어떻게형성되었는지를정밀하게조명하는글이다.그는이시기사랑이전후의“무법선(無法善)”상황에서새롭게구축해야했던윤리의문제이자,냉전체제가요구한국민·가족규범과맞물려작동한권력의장이었음을강조한다.권보드래의분석이특히의미심장한것은,사랑의윤리가남성평론가와남성작가들이구축한공론장에서만작동했다는통념을비틀고,여성주체의삶과여성작가들의서사가구성한또다른‘사랑의현실’을전면에세운다는점이다.전쟁미망인·재가녀·여대생등은전후의도덕과생존,욕망과억압이교차하는구체적삶의조건속에서,공론장이이상화한사랑의형식과는전혀다른관계의구조를획득하며살아가고있었다.요컨대‘연애공론장’이구축한사랑의이데올로기가혼란한시대를훈육·통치하려는가부장적장치였다면,실제여성들의삶과글쓰기는그규범적언어의위계를끊임없이비켜가거나교란하며새로운윤리를형성하고있었던셈이다.강신재와박경리의소설을비롯해1960년대여대생들의글쓰기는,국가·가족이부과한이데올로기를내면화하면서도그언어를미세하게비틀고갱신하려는여성청년들의감각을포착하며,사랑의윤리를다시쓰는중요한실험의장이된다.이처럼권보드래는사랑이주제에서멀어졌다고여겨졌던1950~60년대를오히려사랑의윤리가여성주체와여성작가들에의해재조정되던시기로새롭게자리매김한다.사랑을국가·가족이부과한도덕규범이자동시에그모순을드러내는감정의장으로재해석하는그의논의를통해,우리는이후도래할여성문학의또다른계보학적기원을확인할수있을것이다.

강동호의「종언이후의사랑―1990년대이후의문학과사랑」은1990년대를‘혁명의종언이후’라는역사적시간위에서재조망하며,이시기문학에나타난사랑을시대를관통하는감정구조이자새로운역사인식의형식으로해석한다.그는에른스트블로흐의‘비동시성의동시성’과피터게이의‘내부자가된외부자’개념을참조하여,1980년대운동의언어와1990년대개인·내면·일상이단절이아니라회색의시간대속에서공존하고있었음을설득력있게제시한다.이러한회색의영역에서사랑은‘혁명이후’에야비로소말해질수있는것으로등장하며,정치적언어의소멸과혁명담론의실패이후시대를감각하는주체의새로운감정형식으로자리잡는다.이글은1990년대의사랑을지나간시간을향한상실과애도의감수성,그리고당대를해석하려는자기지시적서사가교차하는역사적장치로재독해한다.혁명의언어가더이상현재를설명하지못하는순간,사랑은과거의몰락과현재의불안,자기정당화의욕망이중첩되는지점에서형성되는감정구조이자인식론적도구가된다.기형도의신화,후일담서사,신경숙과한강의글쓰기를가로지르며강동호는1990년대를사랑의귀환이아니라실패한혁명이후를살아가는주체들의불안·죄책감·상실·애도가교차하는복합적시간으로재배치한다.그점에서이글은1990년대문학을이해하는새로운시각을제공할뿐아니라,사랑이라는감정이역사성의외부에놓여있지않다는사실을탐구하려는시도로도읽힐수있다.

오혜진의「퀴어친밀성과‘낭만적사랑’에대한소문들―문학(사)의규범과1990~2020년대비규범적친밀성서사의도전」은1990년대팬픽·야오이문화에서2020년대퀴어소설에이르기까지,비규범적성적주체들이실천해온친밀성서사의형식과그글쓰기의양상을입체적으로추적하는글이다.에세이적글쓰기와독서문화사의시선을동시에취하는이글에서오혜진은,1990년대이후‘강제적이성애’에기반한낭만적사랑의이데올로기가은폐해온비규범적글쓰기현장을복원하며,그동안한국근현대문학사에서주변으로밀려나있던또다른문학사의층위를본격적으로재구성한다.이를위해이글은성석제와신경숙같은정전적텍스트에서동성간욕망이어떻게일회적일탈로처리되며망각의서사속에서봉합되는지를면밀히분석한다.동시에이글은정이현·유성원·김비·김봉곤·김멜라등의작품을일별하며,비규범적섹슈얼리티를도착적욕망으로낙인찍는현대적친밀성의이데올로기와충돌하는장면들,나아가신자유주의적주체형성이요구하는자기계발적자아기획과불화하는글쓰기의순간들을예리하게포착한다.결국이성애규범적플롯이전제하고있는질서의허구성이노출되는지점들을통해,오혜진은비규범적친밀성서사와퀴어로맨스가어떻게새롭게사유될수있는지를보여주는하나의결정적문제틀을제시한다.이는사랑을둘러싼기존의문학적규범성을근본에서부터재검토하게할뿐아니라,한국문학사내부에잠재되어왔던또다른섹슈얼리티의지도와친밀성의형식을본격적으로조명하는데중요한이론적실마리를제공할것이다.

기획의말,「불가능한사랑의역사」
기획위원강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