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이문재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이문재 시집)

$12.00
Description
“내가 오래 품어온 꿈과
당신이 새로 받아 든 꿈”
지구의 정수리에 시를 심는 가만한 혁명
세상의 맨 앞으로, 미래를 마중하러 나아가기
세계와의 관계를 재감각하는 이문재 일곱번째 시집

1982년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40여 년간 생태적 상상력을 구축하고 관계의 윤리를 숙고해온 이문재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29번으로 출간되었다. 전작 『혼자의 넓이』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관계의 재발견과 생태 보전을 위한 문명 전환을 화두로 삼은 시 92편을 총 4부에 나눠 묶었다. 꽃 한 송이와 모래 한 알 앞에서도 숭고해지고, 양치를 하다 문득 칫솔에게 느낀 고마움을 전 우주로 확장하는 시인의 상상력과 포용력이 곳곳에 스며든 시집은 세계와 맺는 관계의 윤리를 섬세하게 탐문하는 시인 고유의 궤적을 보여준다. 시집의 제목인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는 전 지구를 무대로 활동한 일본의 생태주의 시인 나나오 사카키의 말에서 빌려온 것으로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나희덕 시인은 이 제목을 마트료시카 인형에 비유하며 “인형 속의 인형 속의 인형처럼, 이문재의 시에 반복되는 단어나 문장은 서로를 품거나 낳으며 사유의 어떤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하나의 문장이나 한 편의 시 속에서 같은 단어를 다시 호출할 때마다 그 의미나 층위가 조금씩 달라진다”(─발문, 「생각을 생각하는 시, 꿈을 꾸게 하는 꿈」)고 밝힌 바 있다. 동일성으로의 회귀가 아닌, “앞과 뒤 위아래도 뒤집어”(「내 새 이름」)가며 증식하는 이 꿈의 시뮬라크르가 우리로 하여금 다시 꿈꾸게 한다.
저자

이문재

시인이문재는1982년동인지『시운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산책시편』『마음의오지』『제국호텔』『지금여기가맨앞』『혼자의넓이』등이있다.김달진문학상,소월시문학상,지훈문학상,노작문학상,정지용문학상등을수상했다.『시사저널』기자,『문학동네』편집위원,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교수등을역임했다.현재『녹색평론』편집자문위원,'60+기후행동'운영위원,'오대산지구시민작가포럼'대표를맡으면서'나를위한글쓰기'촉진활동을펼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소년이소년을벗어놓은곳
눈동자|너도봄날|소년|새봄|아침|밤이부족하다2|초승달|고통이말해주지않는고통|김포|잘가라,내실수|묘비명|실족사|엄마전화기|죽은자의전화번호|전화하지않고사랑할래요|직사광선|12시방향|남고비사막|대초원|피부바깥으로|밤이켜졌다|밤의사막

2부이제야꽃을드는데
밤이부족하다|꽃이져도너를잊은적없다|바람개비2|피부밖으로|이제야꽃을든다|무엇이더부족한가|이별고개|혼자의혼자|혼자혼잣말|안단테,안단테|보통사람을위한팡파르|가출|선물|세상에참평화있어라|우리집에왜왔니|죽은자의날|지상의하느님|하늘나라|활발한생활|연립주택

3부총구에꽃을꽂지말라
바람개비|울지않으면죽어야한다|근황|전환설계|다시땅끝|죄와벌|하늘이내게물었다|내새이름|모두를위한것은모두가|몬스사케르|천상의메아리|어싱|다시지구생각|천지간천지인|최소량의원칙|식물의말|이것은칫솔이아니다|총구에꽃을꽂지말라|하늘이들어오신다|밤의각오|미안하다

4부여행자를위한기도
눈동자2|첫눈|아침의기도|만추|후숙과일|낮달맞이꽃|새벽기도|메아리|딸이딸을낳았다|당신의그림자안에서|동백섬|목백일홍|묵호|꽃|백모란|병원이라니|부부|민간인|칠만삼천삼백예순다섯|경전철|포장이사|손톱하고눈싸움|커피를꿀꺽|하늘끝까지|먼동|피안감각|여행자의기도|하늘|화살기도

발문
생각을생각하는시,꿈을꾸게하는꿈·나희덕

출판사 서평

존재에가닿기위한간절한시도
피부밖으로나아가는관계의감각학

거울속의거울

마주보는거울은떼어놓기

눈동자는다른눈동자와마주보게하기

눈동자안에다른눈동자빛나게하기

반짝이는눈동자에게

꿈을꾸게하는꿈말해주기

시를쓰게하는시서로읽어주기
─「너도봄날」전문


상대방의눈동자를바라보고,말을건네고,귀기울여듣는일.이문재의시는이러한감각적행위를통해타자와관계를맺는다.간절하리만큼관계지향적인태도는오늘날만연한소통의단절을안타까워하는시인의마음에서비롯되었다.“눈동자를바라본적이/언제였는지생각나지않는다//다른눈동자가내눈동자를/오래도록바라본적이언제였는지”(「눈동자2」)라는고백은“전화한통안하거나/문자하나확인하지않”(「혼자의혼자―농담2」)을만큼각박해진현실을되돌아보게한다.
시집의1부와4부에는시인의자전적기억과더불어삶의시간속에서만난존재들과의관계가담겨있다.“죽은엄마전화기를어찌하지못”한채로“엄마한테문자를보”(「엄마전화기」)내곤하는시의화자는자신에게이름을지어준아버지와“음식은끝맛이라시던외할머니”(「백모란」)“월남에서돌아온말없던막내삼촌”(「커피를꿀꺽」)“통영바닷가에사는시인”(「전화하지않고사랑할래요」)등삶을함께해온얼굴들을조용히호출한다.타자와물리적으로닿을수없는상황속에서도시인은연결의가능성을포기하지않는다.“그래서한밤중에도달을바라보며//반대편에떠있는태양을생각하는거야”(「직사광선」),“보름달보이지?/그래,보여!//그렇구나,우리눈빛이/지금저달에서만나는거로구나”(「밤이켜졌다」)에서처럼만남은거리를넘어감각의공명으로확장된다.
나아가시인은타자에가닿기위한보다근원적인경로로서‘피부’를호출한다.“내생각이피부밖으로나가/다른몸안으로들어가본적이/과연몇번이나있었는지”(「피부바깥으로」),“내가나의밖으로나가야/당신을만날수있을텐데”(「피부밖으로」)라는사유에서이문재의시적태도는나와세계가동일한감각의조직위에놓여있다는지각의현상학을여실히수행해낸다.

우주가함께한다는광활한연대감,
세계와다시맺는생태적윤리

우리안과밖에천지자연
천지자연안에우리우리들
모든것은서로연결되어있느니
─「모두를위한것은모두가」부분


이문재의시에서만남의대상은인간에한정되지않는다.“사람만은아니겠지요동식물을비롯해/땅과하늘별과달은물론도구와기계에이르기까지”(「최소량의원칙―『문학사상』지령600호에부쳐」),“인간과비인간존재모두형제자매입니다”(「이것은칫솔이아니다」)라는선언은세계전체를관계의대상으로바라보는시인의인식을분명히보여준다.시집의2부와3부에서는이러한대사회적메시지들이보다적극적으로개진된다.‘하늘’‘땅’‘아침’‘밤’‘대초원’‘사막’‘꽃’‘뿌리’등자연에대한호명은등단작에서도이미명징하게드러났던화두다.“우리살던옛집지붕에는/우리가울면서이름붙여준울음우는/별로가득하고/땅에묻어주고싶었던하늘/우리살던옛집지붕근처까지/올라온나무들은바람이불면/무거워진나뭇잎을흔들며기뻐하고/우리들이보는앞에서그해의나이테를/아주둥글게그렸었다”(「우리살던옛집지붕」).
삶과자연을하나의감각으로받아들이던젊은시인은이제시단의어른이되어다음세대의삶을염려하며“물려받은것보다조금이라도좋게해서/물려주는것이진정예술이고정치”(「근황」)임을되새기고,“물려받은것을그대로물려주진못할지언정/물려받은것보다더나쁘게해서물려주는/이런사회,이런시대,이러한문명”(「죄와벌」)을깊이반성한다.시인은생태계보전을위한시니어단체‘60+기후행동’의공동대표로활동해왔으며,발문을쓴나희덕시인과함께‘오대산지구시민작가포럼’을꾸려지구평화를위한실천을모색해왔다.“순결하고건강하고웅숭깊은/생명의품을우리가이렇게더럽혀놓아서/미안하고미안하고또미안하다”(「미안하다」)고고백하며책임의언어를놓지않는시인의윤리의식이시집전반에흐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