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기척으로흔들리는삶의지면위
휩쓸리는각각의궤적들
주이현의세계는‘예감’으로진동한다.재난의예감,죽음의예감,이별의예감그리고상실의예감.표제작이자첫번째작품인「녹지않는슈가크래프트와블루의도시」에서는재난의기척이“땅밑의소리”(p.81)로형상화되어나타난다.‘땅밑에서나는소리’는도시라면으레들릴법한소리임에도“매일더멀리,더끔찍한모습으로변태하며퍼져”(p.82)나가는소문에힘입어시민들을공포로,동시에기묘한흥분으로몰아간다.예견된재난의도래를불안해하는사람은한편으로는재난이닥치기만을기다리는사람과도닮은얼굴을한다.미래의재난을예고하는소리는이미참상을겪은듯한과거의기억을불어넣으며,그들의결말에최종적인사건을배치하고는정해진궤도에따라안정적으로비극을향해치닫기를바라게끔만드는것이다.소설에서실제로사고가벌어지는장면보다그전후로사고의기척과흔적을가늠하는장면이긴까닭은,우리삶전반이예감으로이루어져있으며그에잇따르는결과가실제로당도하는지는오히려중요치않음을말하기위해서이다.
이러한아이러니를또렷하게포착하는주이현의시선은비단재난에만국한되지않는다.“언젠가그럴”것같다가“수명이완전히끝장나버”(p.82)린현관등이나“빛도,열도,냉기도없이밤새고요히숨죽이고있을쇼케이스가등뒤에있”(p.23)음을알면서도녹게놔둘수밖에없던아이스크림처럼,관계의끝을인지하면서도그끝의끝까지차분히겪어내받아들일수밖에없는루와주안의시간들또한소설전반에생생히그려진다.자전적편지형식으로씌어진「보아」는이러한인간상이극도로치달아가는성장기이다.소설속‘나’는예감의세계안에스스로를가둔채불안의배면에서흘러내리는기대감을탐하며살아가는인물이다.‘나’는끊임없이‘나’의곁을맴도는‘너’,즉‘보아’를기다리고추적하는데생애를바친다.‘보아’를마주치고그를붙드는순간‘나’의인생이송두리째뒤흔들리기를두려워하면서,혹은기다려마지않으면서.
그러나예감은그것이내포한장면처럼세계를망가뜨리지않는다.돌이킬수없는것으로무참히다가오는그성질에반해,예감이실현된이후의세계는이전의세계와다를바없다.「몬몬캔디」는그러한세계의회복성내지는무심함을고스란히보여준다.고다와선요는만화책을훔치고급식을훔치다가종국에는길가의사마귀와키우던잉꼬를죽인다.그러나세계의손상은고사하고그들자신에게응당한처벌조차내려지지않는다.마치“아무일도없었던것”(p.243)처럼.고다와선요는죗값을치러야한다는마음으로비명소리가난무하는술집에들이닥치지만,월드컵에열광하는사람들이모여있을뿐이다.단어와단어가맞물리는끝말잇기의규칙과달리,반드시예감에응하는상황이,상황에응하는결말이잇따르지만은않는세계에서어린인물들은규칙의부재를경험하며비로소어른이된다.
이미소진된결말앞에서
예감이라는힘으로세계를앞지르는삶
중요한점은예감된것이예감된내용으로일어났는지일어나지않았는지가아니다.실현여부와무관하게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것같은기분이반복된다는점도아니다.예감에사로잡히기때문에어떤움직임이시작된다는사실,그로인해더많은것이이전과같은방식으로,나아가이전과다른방식으로반복되기도한다는사실,그가운데각자의굴레에사로잡혀있는삶들이헐겁고도단단하게얽혀마주서기도한다는사실이다.
─홍성희해설,「도넛이구르는문장」에서
예감의향방은세계에서인간으로,일방적으로흘러가는것일까.주이현의소설은도리어인간으로부터출발해또다시인간을그리고세계를밀고나가거나거스르기도하는예감이있음을이야기한다.「백야의문은얼어붙지않으며」의배경중하나인스키리조트에서는눈이무너지기전에다이너마이트로미리눈더미를터뜨린다.“감당가능한수준의눈사태를미리일으켜서,큰사고를방지”(p.349)하려는이작업은폭발사고로인한직원의사망으로이어진다.예감에대비하려는인간의행동이도리어그결과를촉진한것이다.연인들은아직도착하지않은상실의예감을먼저맛보고는이별을선언해버린다.근사한여행을마친체이는시나에게헤어짐을고하고,여름을함께보내자는한서의제안에백은“아무것도시작하지않는편이”(p.422)낫겠다고말한다.이어지는장면에서파라솔아래누운J위로무섭도록우박이쏟아지다어느샌가“아무일도없었던것처럼고요”(p.425)해진해변처럼,세계는어떤일이벌어지든그전의모습으로회귀하기마련이기에백의말은틀리지않다.그러나“한서는아무것도이해할수없”(p.423)다.그는“누워있다보니자연스레,그렇게되어버”리는미래에안착하지않고“주저없이자리에서일어”(p.387)나는사람이기때문이다.
「한밤의스키틀즈」는예감에추동되는인간들이그지향성으로부터탈피하는장면을또렷하게보여준다.미오가나무밑에멀거니선채아무일도벌어지지않는꿈을꾼해아는불현듯미오가죽었으리라생각한다.그길로미오를찾아간해아는꿈을통해예감한미오의죽음을실현하기위해그를무수한나무밑에세워본다.그과정에서해아와미오는“눈앞에있는”서로를“엄청나게꼼꼼히보게”(p.126)되고,“너무나많은이야기를나누”(p.133)게되며,종국에는추락하는홍시로부터해아가미오를구해낸다.예감으로촉발된움직임들이모여들어예감을거스르는방식으로이어지기도하는것이다.「녹지않는슈가크래프트와블루의도시」에서인물들이천사를향해빌었던소원에대한답가는,땅으로떨어져뭉개진감으로전해지는듯하다.이는예감을맛보고도그예감을모조리겪고,모든걸보았다고생각하면서도그결말까지나아가정해진장면을보거나정해지지않은이후를열어가는것이삶이라는,가냘픈전언과도같다.
세계의불확실성을체현하듯더듬거리며나아가는주이현의문장속에서,우리는해설을쓴문학평론가홍성희의말처럼“완전히닫혀버린것안에서도모든것이완전히닫혀있지는않음을예감하게된다”.그리고삶을이끄는힘의궤적과그에힘입어우리가남겨온족적이겹겹이덧그려진소설집의풍경을따라가다보면,그흔적위로포개지는새로운미래의장면을발견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