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것들 (바르샤바 게토의 아카이브로 떠난 여행 | 양장본 Hardcover)

흩어진 것들 (바르샤바 게토의 아카이브로 떠난 여행 |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처음엔 그저 잔해만을 보게 될 것이다. […]
그런데 이 무수한 파편들로부터 무언가 탄생할 수 있다.
하나의 욕망이 새롭게 싹트기만 한다면,
하나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만 한다면,
하나의 신호가 미래의 세상을 향해 던져지기만 한다면,
하나의 글쓰기가 이어지기만 한다면.”

2026년 3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한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반복되는 역사적 비극은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프랑스의 미술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신작 『흩어진 것들: 바르샤바 게토의 아카이브로 떠난 여행』은 이 질문을 깊이 파고든다. 이 책에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바르샤바 게토에 고립된 채 살아가고 죽어간 이름 모를 유대인들의 무수한 흔적이 담겨 있다. 역사학자 에마누엘 린겔블룸은 “생존의 불가능성을 잔존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 바르샤바 게토에서 이름 모를 이들의 편지와 쪽지, 일기부터 신문, 배급표, 사탕 포장지까지, 대수롭지 않고 평범한 온갖 것들을 수집해 땅속에 묻는다. 양철 상자들과 대형 우유통에 담겨 파묻혔던 그 자료들은, 바르샤바 게토 봉기가 일어난 후 폐허가 된 그곳에서 기적적으로 발굴된다. 그렇게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가까스로 붙잡아놓은 기록들, 그렇지 않았다면 산산이 부서져 사라지고 말았을 조각난 역사의 증거들”이 바로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린겔블룸 아카이브’이다.
디디-위베르만은 2018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연구소에 소장된 린겔블룸 아카이브를 사흘간 방문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실존적 절박성 속에서 이루어진 이 아카이빙 작업의 결단과 행적, 의미를 추적하고, 그 안에 흩어져 있는 한탄의 목소리들을 그러모아 생생히 전달한다. 희망과 절망, 분노와 연민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피억압자들의 분열적이고 증후적인 목소리를 전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나치의 억압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로서 기억의 긴급함과 절박함을, 그 강렬한 욕구를 경험하게 한다.
저자

조르주디디-위베르만

프랑스의철학자이자미술사학자로서철학,정신분석학,인류학,미술사,사진,영화,무용등다양한학제를가로지르며이미지-몽타주의사유이론을전개하는작업을해왔다.현재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강의하고있다.1982년살페트리에르정신병원에서촬영된히스테리환자들의임상사진을연구한『히스테리의발명』(1982)을필두로60권이넘는책을펴냈다.주요저작으로『프라안젤리코:비유사성과형상화』(1990),『이미지앞에서』(1990),『우리가보는것,우리를응시하는것』(1992),『시간앞에서』(2000),『잔존하는이미지』(2002),『반딧불의잔존』(2009),『민중들의이미지:노출된민중들,형상화하는민중들』(2012),『대벌레:출현에관한에세이』(2013),『가스냄새를감지하다』(2014)등이있다.파리퐁피두센터에서<자국>(1997),마드리드레이나소피아미술관에서<아틀라스>(2010),파리국립미술관죄드폼에서<봉기>(2016~17)등의전시를기획했다.2006년훔볼트상,2015년아도르노상,2020년아비바르부르크상,2021년발터벤야민상,2022년메디시스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눈물의종이들/흩어진심리적자리들
빛바랜종이들/흩어진기억의조각들
욕망의종이들/흩어진기회들
벽에갇힌종이들/흩어진파괴의잔해들
파묻힌종이들/흩어진지하실과은닉처들
부패한종이들/흩어진셀룰로오스입자들
물에잠긴종이들/흩어진편지들
이별의종이들/흩어진이유들
경고의종이들/흩어진시도들
하찮은종이들/흩어진방법들
사탕종이들/흩어진비극적길들
사진종이들/흩어진시선의양상들
접촉의종이들/흩어진도덕적관점들
얼굴의종이들/흩어진감정의물결들
갈등의종이들/흩어진정치적균열들
신성한종이들/흩어진전통의비의들
씨앗의종이들/흩어진탄생들

감사의말
옮긴이해제바르샤바게토의살아있는기억을위한글쓰기

출판사 서평

“가능한많이수집하라!”
바르샤바게토에서수집된시,쪽지,이야기,그리고증언들…
그처량한종잇장들에서비롯된17편의몽타주적에세이

에마누엘린겔블룸은1944년체포되어총살되기직전까지,쉼없이수집하고기록을남겼다.게토의사망률추이를매일관찰해집계하고,굶어죽은시체가나뒹구는게토내끔찍한상황을묘사하고,가스실로향하는열차에서황급히던진쪽지들부터그런절망적상황에서도존재했던거리의재담과농담까지그종류나위계를가리지않고닥치는대로수집함으로써게토의생활상을놀랍도록정확하게기록한다.그렇게만들어지고땅에매립되어살아남은아카이브는동일성의원리에의해구축된나치의거대한아카이브에맞서는‘흩어진것들’의아카이브였다.린겔블룸을비롯해그와뜻을같이한지하조직오이네그샤베스활동가들의작업은구호(상호부조)와고발(역사)이라는두가지확고한생각으로지탱되었다.“단하나의사실도빠뜨리지말고모든것을기록해야합니다.그리고때가오면—그때는반드시올것입니다—세상은학살자들이저지른짓을알게될것입니다.슬픔에잠긴사람들이이시대에대해쓴것이그들의가장중요한자료가될것입니다.”그들대부분은살해당하고말았으나이들의염원대로오늘날까지도읽을수있는증거들은남았다.이는모든글쓰기행위에내재한힘이자글쓰기라는하찮은활동에대한강력하면서도가슴아픈찬사로간주할수있을것이다.

“우리의아이들은이모든역사를어떻게바라보고,읽고,느끼게될까?”
기억을위한실천으로서린겔블룸아카이브읽기

『흩어진것들』은디디-위베르만이아카이브방문시촬영한불분명하고희미한사진이미지17장과그와관련한17편의파편적글쓰기로구성되어있다.저자는이아카이브를유대민족의억압과해방이라는서사의단일한축을따라읽기를거부하고,파편적인낱낱의자료조각들을비선형적으로병치하면서,예측할수없는방향으로복잡하게굴절되며흩어지는고유의글쓰기를선보인다.저자는거듭해서새롭게읽어내고다시쓰는작업을통해아카이브의이질성,차이,틈을발견해냄으로써해방의가능성을,미래와공동체를향한구체적인실천의문을열어젖히고자한다.특히시선바깥으로밀려나거나폐기되어사라질운명에처했던것들을,연약하고취약한상태그대로불러내는데,바로그불완전성,손상,부서짐이야말로게토에서의비극적역사와오이네그샤베스그룹이겪었을위험천만하고위태로웠던현실의진실을말해준다.
저자는어릴적눈물흘리던자신의얼굴을거울에서본순간새로운인식의차원이열린경험과수용소에끌려갔던친족의빛바랜서류들을살펴보게된개인적일화로부터이야기를시작한다.이처럼이글이취하고있는1인칭화자시점의에세이형식은개인사적일화와역사적기억을연결시키는장치에그치지않는다.그것은모든역사를이루고있는무수한개인들의외침을드러내고자하는시도,즉에세이essai라는단어자체에포함된본질적의미그대로‘시도하기’로서의글쓰기로나아간다.

“아카이브에서는그저시간을들여야한다.잊지않기위한시간을.
역사적시간에대한우리의사유를끊임없이구축하고재구축할시간을.”

『흩어진것들』은불가능한결핍의언어로,그럼에도불구하고쓰고야말겠다는고통스러운다짐으로쓰인글이다.저자는공적기록에서배제된기록들,강한빛에의해가려진삶의기록들,수탈되거나파괴되어늘흩어지고있는기록들에주목한다.“그런데이제우리는,글자가거의지워진이종잇조각들로,이흩어진말들로무엇을해야할것인가?그것들을불변의보물로간직할것이아니라,현재와미래를위한씨앗으로삼아야할것이다.”디디-위베르만에따르면,흩어짐은씨뿌리는행위를연상시킨다.그리고그흩어진것들은고립속에서죽음에내몰리는모든민중들을위해,미래의생존을위해싹틔워야할씨앗이다.그렇다면,오늘날비극이반복되고있는이세계를마주하며우리는무엇을기억하고,또어떤태도를취해야할까?대문자역사에쓰이지않는약자들의흩어진목소리를드러내는작업,“소수자들의소수문학”을펼쳐내고자한이책을반전의메시지로읽어볼수도있을것이다.역설적이게도바르샤바게토를봉쇄했던벽은현재이스라엘에의해고립된가자지구의벽과너무나도흡사하기때문이다.비단가자지구뿐아니라세계여러곳이경제제재및봉쇄조치로보이지않는벽에갇혀있는실정이다.디디-위베르만은지난해『르몽드』에기고한칼럼에서네타냐후총리의가자지구완전점령정책은근본적으로파멸적행태라호소하며,바르샤바게토를떠올린다.인간이만들어낸가장어두운역사의한장면을다루며,기억의중요성을강조하는이책이누군가에게는영감과정동을,다른누군가에게는실천과저항을꽃피우는씨앗이될수있기를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