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 과학

다민족 과학

$13.00
Description
“다민족 과학은 어떻게
구별의 과학이라는 굴레를 벗고
포용의 과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과학기술학자 현재환(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이 한국에서 ‘다민족 과학’이 출현한 과정과 관련 쟁점들을 정리하고 비판적으로 고찰한 연구서 『다민족 과학』이 출간되었다. 국내 필자들의 인문 에세이를 소개하는 문학과지성사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의 네번째 책이다. 이 책은 우선 2000년대 들어 한국 정부가 ‘다문화 사회’ 도래를 주장하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학이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에 주목한다. ‘다문화’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유전학은 DNA 분석을 통해 단일민족 신화를 반박했고, 같은 시기에 이주민 집단의 건강을 관리, 지원하기 위한 생의학 연구도 본격화되었다. 저자는 이처럼 ‘다문화 사회 만들기’와 관련한 과학적 지식과 자료를 생산하고 미디어를 통해 권위를 부여하는 활동을 통틀어 ‘다민족 과학’이라고 명명한다. 이어 과학기술학(STS)의 관점에서 한국의 다민족 과학이 전개되어온 양상을 폭넓게 살펴본다. 특히 다민족 과학이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한국인과 비한국인 사이의 생물학적, 문화적 경계를 오히려 공고히 해온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나아가 과학이 가치중립적인 판단자가 아니라 정부의 통치 전략과 상업적 이해관계, 사회적 가치, 정치적 요구와 긴밀히 연루된 사회적 활동임을 상기시키며, 미래의 다문화 과학이 진정으로 포용적인 과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과학의 목적과 실천,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윤리적, 정치적 과제다.
저자

현재환

한양대학교에서역사학,철학,과학기술학을공부하고서울대학교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과정(현과학학과)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이후UCLA사회와유전연구소방문연구생,도쿄이과대학공학부및막스플랑크과학사연구소박사후연구원을거쳐부산대학교교양교육원교수를지냈다.현재는한양대학교철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공저로『마스크파노라마』『과학과가치』『우리안의우생학』『OrderingtheHuman』『TheOrderofPeople』등이,옮긴책으로『유전의문화사』와『유전상담의역사』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인종과학에서다민족과학으로?
1장과학연구와미끄러지는용어들
2장아시아인유전체주식회사
3장포스트민족주의과학의굴레
4장국가주의적다민족과학
5장새로운인종과학
나가며:구별의과학과포용의과학

후기
출전

출판사 서평

인종,민족,다문화,그리고다민족과학

인간게놈프로젝트를통해인간DNA가99.9퍼센트동일하다는사실이밝혀지면서,‘인종’은생물학적실체가아니라사람들을위계적으로분류하기위해고안된사회정치적구성물이라는이해가확산되었다.이에따라국제과학계에서는생물학적인종을가리키는‘race’라는용어대신‘유전적유사성geneticsimilarity’이나‘지리적조상geographicancestry’같은용어사용이권고되고있다.그러나한국에서는여전히인종과민족,종족등의용어가편의적으로혼용되고특히민족개념이생물학적범주처럼사용되면서인종적차이가실재하는것처럼오인되는경우가발생하고있다.『다민족과학』의저자현재환은이러한문제를지적하며,단지‘인종’이라는단어를배척하는것만으로는불충분하며집단을나누고그차이를생물학적으로고정하려는시도자체를경계해야한다고주장한다.한편,다문화정책에기초한시민권관리와DNA검사의경우에도‘순수한국인’을중심에두고주변부존재들을끊임없이분류하고관리하는새로운통치기술로기능했다는게저자의설명이다.북한이탈주민,조선족,결혼이민자,그리고그자녀들은각기다른이유로한국인과생물학적으로다른존재로간주되어왔다는것이다.
현대의다민족과학은피부색과골상을바탕으로인종간우열을매기던과학적인종주의와는분명다르지만이책이보여주듯그경계가흐릿해지는경우가빈번하다.과학적선의에서시작된연구가차별의근거를제공하는인종과학으로미끄러질수있는비탈길위에서있는셈이다.저자는과학자들이무심코열어둔인식론적틈새가실험실이나학술지에머무르지않고사회로흘러나와악용될수있다고경고한다.특히온라인커뮤니티에서인종주의적시민과학이출현하는과정을추적하며더욱사려깊고책임감있는과학이필요하다고역설한다.

한국의‘다민족과학’에대한짧지만밀도높은성찰

이책은과학기술학의관점에서2000년대이후한국에서과학과보건정책,다문화주의가어떻게상호작용하며얽혀왔는지심도있게탐구한다.우선1장「과학연구와미끄러지는용어들」에서는체계적문헌고찰을통해1945년부터2022년까지유전학적데이터를다루는논문과보고서를전수조사해인간집단을어떤용어로명명하고분류하고있는지분석한다.‘민족’과‘인종’개념이혼용되고있다는조사결과를통해저자는다민족과학이식민지시기인종과학과완전히결별한것이아니라그유산가운데만들어지고있음을확인한다.2장「아시아인유전체주식회사」에서는한국의유전체연구대상이‘한국인’에서‘아시아인’으로확장된과정을검토한다.‘아시아인건강을위한과학연구’라는슬로건은일견포용적제스처로보이지만,그실제배경에는시장개척을위한생명공학기업들의상업화전략과‘생명추출주의’가놓여있었음을밝힌다.
3장「포스트민족주의과학의굴레」에서는2000년대‘다문화주의’의부상과민족주의적역사분쟁이라는두충돌하는요구사이에서유전적역사라는포스트민족주의과학이어떤역할을수행했는지살펴본다.유전학자들은북방계와남방계이중기원설을통해단일민족신화를비판하면서도,다른한편으로는중국동북공정에맞서‘유전적동질성’을증명하라는요구에부응해야했다.이장에서는이딜레마가어떻게유전학을민족주의의굴레에가두었는지분석한다.4장「국가주의적다민족과학」에서는유전자검사,범죄수사,생의학및법의학연구등이생명정치적통치의도구로활용되는과정을상세히살핀다.5장「새로운인종과학」에서는다민족과학에서생산된지식들이온라인커뮤니티와같은대중적장에서어떻게순환하며‘새로운인종과학’의재료가되었는지사례연구를통해확인한다.
저자는다민족과학이이와같은새로운인종과학을막는방파제가되어야한다고제안한다.이를위해과학연구자들은정부뿐아니라인문사회연구자와일반시민,나아가이주민들의목소리를폭넓게경청해야하며당사자중심의과학을실현하기위한노력이필요하다고강조한다.

과학은누구를위해,무엇을위해복무해야하는가
이주민에대한연구에서이주민과함께하는연구로

과학은결코진공상태에서수행되지않으며,항상그것을수행하는사람과사회문화적맥락의영향을받는다.따라서다민족과학이진정한포용의과학으로거듭나기위해서는인식론적전환이필수적이다.이주민을자원이나데이터,객체로만다루는인식에서벗어나,이들이주요수혜자이자지식생산의동등한참여자라는이해를바탕으로이들이필요로하는과학연구가수행될수있도록해야한다.이러한문제의식속에서이제다민족과학은새로운질문을던져야한다.이주민과어떻게더불어살아갈것인가?이주민에게도정의로운과학을어떻게만들것인가?과학은한국인과이주민에대한구별없는상호돌봄의세계를구축하는데어떻게기여할수있는가?그답을찾아가는과정속에서다민족과학은절차적포용주의를넘어비로소진정한포용의과학으로나아갈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