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멜 수녀들의 대화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

$13.00
Description
“그런데 지금은 내 죽음,
참으로 보잘것없는 죽음밖에 줄 수 없군요……”
프랑스 문학의 독보적 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남긴 최후의 작품이자
영적 유언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 출간!

프랑스대혁명에 이은 공포정치 종식 열흘 전에 일어난 비극적 실화를 바탕으로
격동하는 역사에 휘말린 인간의 죽음 앞 공포를 깊이 있게 탐구한 역작
깊은 영적 성찰로 죄와 은총, 악과 구원 등 초월적 문제를 탐구해온 ‘글 쓰는 그리스도인’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유작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정영란 옮김)가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작가 서거 이듬해(1949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프랑스대혁명에 이은 공포정치의 종식(1797년 7월 27일) 불과 열흘 전에 벌어진 비극적 사건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격동하는 역사의 흐름 속에 증폭된 인간의 불안과 공포라는 존재론적 문제를 희생적 죽음과 구원이라는 종교적 관점에서 응시하며 강렬한 문학적 언어로 형상화한 역작이다.
1794년 7월 17일, 국민공회 정부 공안위원회의 명으로 체포된 콩피에뉴의 가르멜 수도원 소속 열여섯 명의 수녀들은 한 명 한 명 차례로 단두대에서 사라진다. 한 작은 수도 공동체가 겪은 이 사건은, 독일 작가 게르트루트 폰 르포르의 『단두대의 최후 여인』(1931)이라는 서간체 역사소설로 앞서 형상화되었다. 베르나노스는 바로 르포르의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위한 시나리오 대사 집필을 위촉받아 대사 작가로서의 작업에 착수했으나 육필원고만 남긴 채 그만 타계한다. “작가의 가방 안에 그냥 들어” 있던 이 원고는 그의 죽음 이듬해인 1949년, 평생의 후원자였던 평론가 알베르 베갱의 손질을 거쳐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라는 연극 형식의 대본으로 출간된다. 인물들의 영혼을 통과한 고백의 언어들로 교직되어 작가 특유의 영적 탐구를 더없이 강한 밀도로 응집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 사후 그를 그리워하던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더하여 1952년 연극으로 먼저 큰 성공을 거둔 후 프랑시스 풀랑크의 오페라를 비롯해 영화 및 영상화, 무수한 연극무대로 끊임없이 변주되었다. 국내에도 1960년에 안응렬의 번역으로 소개된 바 있다.
1949년 베갱에 의해 처음 발표되고 장장 66년이 지난 2015년, 여섯 명의 공동연구진이 작가의 육필원고를 전면 검토해 새롭게 펴낸 개정판이 그 결실을 맺는다. 이번에 출간된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는 새 판본을 따른 것으로, 베르나노스 전공자인 옮긴이 정영란의 섬세한 번역과 프랑스 역사와 사회, 종교, 가톨릭 용어 등을 두루 아우르는 상세한 각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덧붙여 베갱이 예전에 덧달았던 의미 있는 첨부 내용까지 잊지 않고 환기해두고 있다.
저자

조르주베르나노스

프랑스파리에서태어나북부파드칼레의작은마을에서어린시절을보내고소르본대학에서문학과법학을전공했다.제1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자원참전해수차례부상을당했고,종전후보험회사에서일하면서틈틈이글을쓰던중1926년발표한첫장편소설『사탄의태양아래』가문단에돌풍을일으키며전업작가의길을걷게된다.1929년에는『기쁨』으로페미나상을받았다.1933년오토바이사고로중상을입어평생목발에의지한삶을살았으며,생활고로스페인의마요르카섬에서지내는동안(1934~1937)스페인내란을고스란히목격한다.1936년『어느시골신부의일기』로아카데미프랑세즈소설대상을수상한다.1938년부터최후의소설대작이될『윈씨』(1946)외에다른소설집필을접고정치및사회,문명비평에전념한다.브라질로이주한후제2차세계대전을맞아무수한‘투쟁의글’로레지스탕스운동에참여했으며,1945년샤를드골의부름을받고귀국했으나입각제의를뿌리치고독자적집필을계속한다.1947년튀니지에서생활하면서『가르멜수녀들의대화』를집필하고,1948년지병이악화되어파리로호송된후같은해7월5일파리근교의병원에서선종한다.

목차

가르멜수녀들의대화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저는공포속에서났고공포속에서살았고
지금도그렇게살고있어요”

프랑스대혁명에이은공포정치의극한중에실제로단두대에서처형된콩피에뉴가르멜수녀들의실화를바탕으로한이작품의중심에는놀랍게도문학적가상인물인귀족출신의젊은여성‘블랑슈들라포르스’가있다.어머니의죽음과함께세상에태어난출생내력,그공포에서벗어나지못한채용기와힘을뜻하는가문의이름(‘들라포르스’)에값하지못한다는자책에늘시달려온그는극심한공포심을피해가르멜에들어간다.그러나혁명의소용돌이는봉쇄수도원가르멜에까지닥치고,순교를서원했던블랑슈는혁명당원들의방화와약탈속에서공포에질린나머지스스로발한순교서원을뒤로하고수녀원에서도망친다.본가저택에은신하며굴욕의나날을견디고있던블랑슈는동료들이비밀집회및반反자유서적소지등의이유로체포되어파리로호송되었다는소식을듣는다.사형선고당일,모두단두대에서처형되는광장.수녀들의처형이끝나가는시점에누군가군중을헤쳐나오며단두대를향해나아간다.바로블랑슈다.
최후의순간,저버린듯보이던순교서원을돌연자유롭고해맑게이루면서세상논리를초월한용기,영적생명력을증언하는블랑슈를통해베르나노스는종국적으로는죽음,더나아가죽음너머에서생명을구하는,존재의극변까지감행한인간의내적모험이고대하는한편의구원의드라마를펼쳐보이며인간삶의가치지향에대한성찰을독자들에게선사한다.


“저는그분들이죽는걸원하지않아요!
저도죽고싶지않아요!”

신학자발타자르가‘교회의사람’이라부르며비중있는연구서를내기도한‘그리스도인베르나노스’의신학과영성이밀도높게응축된『가르멜수녀들의대화』,그다성적대화들은대혁명기라는원경遠景,그러나바싹다가온그위협때문에더절절해진,그리스도의가난한죽음에서비롯하는가난의신비에대한작가의묵상이여러인물을통해대변된다.그리스도의‘가난의정점’이친히겪은십자가상의대속代贖의죽음이기에,대박해의시대를맞아그리스도의가난을끝내따르려는가르멜의딸들은이중의촉구를받으니,세상의평화를위해기도해오던수녀들은정작그평화로부터도‘가난’해져야하는목숨의이타적자헌自獻을사랑으로서원하게된다.바로이지점에서인간을참존재의어린이로회복시키는가난의정신이악과교만의정신을이겨내는놀라운초월적현실이드러나기시작하고,죽음의연대혹은신비,나아가‘성인들의통공’이라는비가시적세계가생생하게현현한다.일례로작중원장수녀와블랑슈,콩스탕스수녀의죽음을통한연대를주목해읽어볼일이다.그연대는실제가르멜의성녀들로승계되고있다는점도각주에서짚어두었다.
이처럼죽음,특히그누구도피할수없는죽음의공포와의미에대한다층적인긴묵상을제공하며전개되는이희귀한작품은단편적역사극이나순교극,종교교리의일방적번안에머무르지않고,특정종교의틀을넘어가치에대한성찰로보편독자들을이끈다.특히침묵의숭고미가압도하는마지막장면에서는부조리와비열,폭력과공포,그모든인간사를숭고한자헌의죽음으로넘어서는숨막히도록지순하고아름다운신비적전례극의인상을창출하면서,이각별한작품을현대적의미에서의기술적영화시나리오라기보다는깊이모를,말하자면신학적문학대화극으로수용음미하게한다.아울러,실제단두형으로순교한그들,오래‘교회의맏딸’로존중받아왔으나치욕적역사에휘말려들었던프랑스의수녀열여섯명은2024년프란치스코교황에의해모두성인품에올랐다는교회사적사실도그들의‘무장해제된,무장을해제하는’죽음을일찍이깊이헤아린이작품을읽는독자들에게감동의울림을더하고있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