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루도서관 (윤후명 시집)

모루도서관 (윤후명 시집)

$12.00
Description
“별들이 새가 되는 마을에서
새를 타고 나는 비로소 시를 꿈꾼다”
모든 별들의 음악소리를 횡단하며
삶의 근원을 탐구해온 한국문학의 철학자이자 예술가
시인, 소설가, 화가 윤후명의 마지막 시집
저자

윤후명

시인윤후명은1946년강원도강릉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철학과를졸업했다.1967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시「빙하의새」가,1979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산역」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명궁』『홀로등불을상처위에켜다』『쇠물닭의책』『강릉별빛』『비단길편지』『강릉길,어디인가』,시전집『새는산과바다를이끌고』,소설집『돈황의사랑』『부활하는새』『원숭이는없다』『여우사냥』『가장멀리있는나』『새의말을듣다』『꽃의말을듣다』『모든별들은음악소리를낸다』,장편소설『약속없는세대』『별까지우리가』『협궤열차』『이별의노래』『오늘은내일의젊은날』『삼국유사읽는호텔』등과산문집『곰취처럼살고싶다』『꽃』『나에게꽃을다오시간이흘린눈물을다오』,소설-시화선집『사랑의마음,등불하나』,문학그림집『지심도사랑을품다』,화서집『윤후명그리고쓰다』등이있으며2017년윤후명소설전집(전12권)이완간되었다.녹원문학상,소설문학작품상,한국일보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불교문학상,김동리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3·1문화상예술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차례

시인의말

어머니의정화수1|새와별과시의마을에살다|우둥불을찾아서|2024년폭설|버림받은사람|조팝나무|강릉읍사무소앞길|두둥실두리둥실|윤동주문학관|차마고도의나귀|나귀의길|폭설에꽃망울부풀었구나|반고흐의별하늘|메아리|풀밭길|굽쇠의날들|2024,목월운(木月韻)|월인화랑|지심도의팔색조|이상(李箱)과구보(仇甫)|광활한우주속으로간박정만시인|가막살나무|‘한국돈황(敦煌)실크로드학회’로가다|버팀목|짚풀의시절|미하일이살아온길|순정공과수로부인|외할아버지의가르침|엉겅퀴와새|소쩍새울음소리|자멸파(自滅派)의밤길|모루도서관|작은도서관의역사|창포다리를건너서1|창포다리를건너서2|귤의시간|동리선생님모습|그리운벌레들|오징어배를탄랭보|파꽃피는고개|히말라야의소금물|동춘서커스|마지막언덕길|등대|강릉길,어디인가|경포바닷가|혜초(慧超)를찾아서|강릉처서기(處暑記)|서역가는길|하라르커피를기다리며|고마운친구들|그림자마을에서|남대천둑방|시베리아민들레꽃꿀|이식쿨호|나의5·18|근댓국을끓인다기에|큰새의풍경|파미르고원을넘다|압록강은흐른다|오디를줍다|정든땅언덕위|석류꽃시집을쓰다|그리운조선|팔순(八旬)에이르렀다|팔순자화상|가창오리깃털|설피(雪皮)를신다|호박(琥珀)빛일출|남대천둑방길|강릉비단길|직박구리|지심도를바라보다|강원도풋마늘|괭이갈매기,자맥질하다|흰꼬리수리,자맥질하다|어머니의정화수2|어느모롱이|강원대설주의보|『논어』읽기|수미산(須彌山)의톱슈르소리|미얀마지진|구포의수리부엉이|북성극장부근|동해남부선열차|구관조(九官鳥)의‘안녕’|우수(雨水)를지나며|두렁허리에대하여|『동방견문록』읽기|외뿔고래의꽃4|시는어디에

해설
정화수사발로돌아가는길·허희

출판사 서평

첫시집으로지난십년을마감하면서,나는내가왜시를쓰는것인지모를상황에이른것을슬퍼한다.다만고백하건대,시를시작할무렵의나는고독함으로짓눌려있었으나지금의나는무서움으로짓눌려있다.사물에의무서움.
큰비상(飛翔)을스스로기다려본다.
─윤후명,「자서(自序)」,『명궁』,1977.

여기,문학으로부터인생의진리를탐구하고비로소자유를얻은한사람이있다.시인,소설가,화가그리고예술가.한국문단의거목윤후명의유고시집『모루도서관』이작가타계1주기를맞아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첫시집『명궁』(문학과지성사,1977)이후약반세기만에시인의마지막시집이같은출판사에서나오게된것이다.이번시집에실린시편들은모두미발표작으로고인의제자이자소설가정태언이정리해묶었기에더각별하다.특유의몽환적이고감각적인문체로한국문학의독보적인작가로자리매김한윤후명은둔황과로울란등실크로드를배경으로인간삶의고독과사랑을그린소설집『돈황의사랑』(문학과지성사,1983)외에도다양한작품에서몽골,러시아,유럽등지에이르기까지자아탐구를위해끝없이어딘가로떠나야만하는인물들을그려왔다.
그의소설이세계각지를떠돌며자신을찾아헤매는이산의정서를담아냈다면,그의시는오랫동안그리워한고향으로돌아오는귀환의정서를담고있다.전생애를걸쳐떠돌던인물이지친몸을이끌고돌아오는곳,윤후명에게그러한장소는꿈에서도잊히지않는고향‘강릉’이다.이번시집의제목“모루도서관”은강릉에위치한도서관으로,작가의문학세계관을이루는근간이자원류라칭할수있다.한국전쟁당시학교에들어가지못한채여덟살에고향땅을떠나야했던작가가고희에이르러돌아와명예관장으로수년을지낸특별한장소이다.언제어디서나고향을향한애정을숨기지않았던그의문학적종착지가마지막시집으로현현한것이다.첫시집을묶을당시시를쓰는일의고독함과사물에관한무서움을말하면서도끝끝내문학으로서비상(飛翔)하기를염원한사람.평생을문학과한몸이되어호흡하며살아온작가윤후명의마지막시집『모루도서관』은세상의외로운이들에게,어디로나아가야할지모르는청춘에게시인이선사하는열린장소이자처소가되어줄것이다.

떠남과귀환이한몸이되는길,멀리갈수록자기자신의기원과더가까워지는길.시인은현전과부재를갈라놓지않는다.두장면이한생애에서서로를마주보게만든다.시집의모든길,모든새,모든고향,모든세계,모든죽음을애도하는팔순의자화상은뿌리로돌아가려는마음이어째서사라질수없는지를고백하는동시에돌아갈수없는장소의빈자리가어떻게더생생한기억을촉발하는지를증명해낸다.
─허희해설,「정화수사발로돌아가는길」에서

“지독한저세월이이토록아름다웠다니요
흩뿌린조팝이이토록아름다웠다니요”

저세상의어머니는아직강릉에계신다
이모들도외삼촌들도
그어디에오간다
이웃집소꿉동무도그귀머거리할머니도
모두골목길을지키고있다
전쟁때문에모든게옛적에멈춰있는것일까
아니다
어린나도부지런히어디론가오간다
그리하여어머니의마을을떠돈다
어머니는새벽마다
뒤란정화수속대관령에기도하며
나를바라본다
그래서나는강릉을떠난적이없다
─「어머니의정화수1」부분

시인은첫시집을펴낼당시“현실에뿌리를내리지못하고먼곳으로떠돌궁리에만사로잡혔던오랜세월동안나는그굶주림에서벗어나려고몸부림치면서한편으로는그굶주림이해소될까봐두려웠던것같다”(『명궁』뒤표지시인의글)라고말한바있다.삶의절망속에서도사라지지않는깊은허기,지워질수없는문학의원형.윤후명에게그런대상은바로‘어머니’이다.시에서어머니는영원히소멸하지않는존재로저세상의끝에서도화자를위해애달픈기도를이어가는고결한존재이다.“이제78세까지의지난날을펼치며/추사대신어머니의치마꼬리를잡고있는”(「창포다리를건너서1」)시의화자는“남대천에나가물결속에서어머니를”(「오디를줍다─강릉비단길2」)바라보며단한순간도어머니를떠난적이없었음을깨닫는다.이렇듯시집에는물리적으로시인의곁을떠난이들에대한추억과그리움이가득하다.끝끝내고마움을전하지못한육군중위였던새아버지와첫남편을잃고담배장사로근근이생활을이어나가는어머니그리고시인이학창시절부터흠모해온박목월,서정주와같은청록파시인들(「2024,목월운(木月韻)」「월인화랑」)까지.그외에도시인은부암동자하문고개를지날때면시인윤동주를,“안국동에서경복궁을거쳐영추문을”지날때면“‘날개를’달고일본으로”갔을이상과“‘천변(川邊)’을거쳐북쪽으로가버”(「이상(李箱)과구보(仇甫)」)린구보를떠올리며자신의문학세계를정립해나간다.자신보다먼저떠난극단학전의대표이자가수김민기와소설가박태순을향한그리움을말할때는짧은생애의덧없음과지난날의찬란함이동시에느껴진다.이렇듯윤후명의시속에서존재와부재,저승과이승은나뉘지않고함께호흡하며시인의곁을맴돈다.시인의다정한시선을좇다보면깊은절망에서건져올린희망이오직문학이었음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

“예전모습은어디로가고나타난다른얼굴
나는아직도‘비단길’을가고있구나”

어느덧팔순(八旬)에이르렀다니
그리운모든것아직그대로인데
이게웬일이냐고새삼돌아본다
그리운구석구석모두그냥숨어있는데
뜻하지않은황무(荒蕪)의땅에
이르렀는가
뭘찾아다닌다고하였으나
무엇인지아득한나이
나에게왔다가간모든것
인생의페이지를더듬는다
더듬는다,더듬어지지도않는다
아름다움과그리움은머언무지개
그런데도어딘가로발길을옮기고있다
어쩌면황야의한티끌로향하고있는가
그럼에도어디론가걸어가야한다
머언무지개는어디있는가
나는어디에있는가
─「팔순(八旬)에이르렀다」전문

어느덧팔순에접어든시인의시선에걸린세상은여전히고달프고위태롭기만하다.하지만윤후명의시는과거의체험을시에고스란히옮기기보다시인이느낀감정을묘출해내는데몰두한다.문학평론가김종철은이러한윤후명의시가주로관계하는정서를두고“한(恨)의세계”라고명명하며그의시에는“공통된역사적경험과공통된문화적전승을토대로하여살고있는사람들사이에서이미논리적인이해나설명이전에함께나누고공명하는근원적인체험의현실성”(『명궁』해설,「캄캄한세계속에서의완강함」)이드러난다고말한바있다.이러한범세계적인시선은“미얀마에규모7.7의큰지진”이발생했다는보도를들으며“빗속에말을끌고가는학병의모습”(「미얀마지진」)을떠올리고재난과식민의기억을횡단하는시선과도이어진다.그뿐만아니라2024년12·29제주항공여객기참사를다룬시에서는“179명이목숨을잃은/큰비행기참사”가“오늘‘엔진에가창오리깃털’이전서구(傳書鳩)처럼/생명을전하고있다”(「가창오리깃털」)라고말하며공동체적슬픔을가시화하여정의하는게아닌,여전히점멸하고있는개인의슬픔으로치환해낸다.“인생의페이지를더듬는”산수에들어선이후에도“나는어디에있는가”하고되묻는그에게시쓰기란삶의고독과깊은절망으로점철된두려운일이었다.하지만자신이나아가는길이“황야의한티끌로향하고”있다할지라도“어디론가걸어가야한다”라고말하는시인은광주의끔찍한상황이서울로전해지던당시직장을그만두고글을쓰겠다고다짐했다.그를만류하는이에게“흉흉한시대일수록글한줄더쓰리라/진실이무엇인지글한줄더”(「나의5·18」)라고답하며글쓰기에대한의지를내비친다.이렇듯윤후명에게문학이란삶의진실과가까워지기위해끊임없이분투하는과정이다.철학Philosophy의어원이사랑하다는뜻의필로스philos와지혜를뜻하는소피아sophia가합쳐진고대그리스어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비롯된것처럼,윤후명의문학역시지혜를사랑하고진리에대한끊임없는탐구와도같았다.일평생삶의본질을탐구하며문학만이보여줄수있는삶의진리를추구해온작가,살아있는일의고독과절망속에서도오로지문학안에서비상하던그를우리는영원히기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