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의 주름 (우찬제 비평집)

숭고의 주름 (우찬제 비평집)

$26.00
Description
“지구의 비명과 인간의 고통이 새긴 ‘재난적 숭고’의 비평적 기록”

나스카 지상화에서 한강의 소설까지, 문학·미술·생태를 가로지르는 횡단의 미학
기후 위기 시대, 비평이 다시 쓰는 숭고의 언어
소천이헌구비평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 우찬제의 일곱번째 비평집
저자

우찬제

서강대학교경제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석사학위와박사학위를받았다.1987년『중앙일보』신춘문예를통해비평활동을시작했다.비평집『욕망의시학』『타자의목소리』『고독학공생』『프로테우스의탈주』『애도의심연』,문학연구서『텍스트의수사학』『불안의수사학』『나무의수사학』『『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의카오스모스수사학』『생태학적상상력과녹색수사학』등이있다.소천이헌구비평문학상,김환태평론문학상,팔봉비평문학상,대산문학상,대한민국예술원상을수상했다.현재서강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차례

책머리에
나스카의숭고한주름들,그횡단미학의풍경

1부횡단의상상력
횡단의상상력과상상력의횡단
말라가는희망의물방울,마르지않는고통의샘
고통의심연을비추는노근리북극성
부재하는현존,현존하는부재,그5월의횡단

2부숭고의주름
숭고의주름―횡단미학비평
11시59분의허세,혹은희망?―숭고의주름·2
물의눈으로듣는바람의노래―숭고의주름·3
별거아닌별거
‘질풍로또’시대의교환은유

3부횡단하는소리풍경
‘시·시·비·비’를넘어서―정현종의『어디선가눈물은발원하여』
‘무적’의심연으로내려가는바람의노래―최하림의『우리들을위하여』다시읽기
강원도파우스트―김주연의『강원도의눈』
정겨운유목민,혹은낙타의소리풍경―이재무의『정다운무관심』
‘사람사막’에서비를비는시혼―이승하
사람-풍경의고현학―곽효환의『소리없이울다간사람』
함께횡단하는아트라베시아모의서정―한경옥의『바람은홀로걷지않는다』

4부디아스포라횡단
분단상황의초극을위한‘문화형’문학의발명─최인훈
내생각대로살수있을까?―홍성원의『주말여행』다시읽기
연처럼,새처럼―김원일의소설시대와분단문학의매트릭스
권력의바깥,상상의비상―이승우의『미궁에대한추측』
해운대의상상력,혹은영도의글쓰기―함정임의『사랑을사랑하는것』
고통의법열(法悅)과깊은주문(呪文)―한강

출판사 서평

숭고의동시대성을위해나는‘숭고의주름’이라는관점을주목했다.나스카의지상화의그숭고한주름들을가로지르며고대나스카인들의정동과욕망을가늠해보던경험을바탕으로,동시대의문학예술에대한횡단미학비평을수행하고자했다.사막의표면에서로다른형상들이중첩되며하나의거대한지상화를이룬것처럼,동시대의문학과미술,음악과영화및철학과예술의담론들도그렇다.연결될것같지않은이미지들이예기치않은횡단과접속을통해감각을재배치하고정동의흐름을바꾸어놓는다.나스카처럼수많은주름이얽힌복합지평속에서우리의감각또한새롭게조율된다.
(「책머리에—나스카의숭고한주름들,그횡단미학의풍경」,pp.6~7)

비평이세계의고통을읽는방식,‘숭고의주름’

문학평론가우찬제가전작『애도의심연』이후치열하게고민해온‘횡단미학’의사유를집대성한일곱번째비평집『숭고의주름』(문학과지성사)이출간되었다.문학의경계너머를끊임없이탐색해온저자는,이번책에서기후위기라는전지구적재난과역사적트라우마,그리고디아스포라의고통이인간내면에새긴‘부정적주름’들을예민하게포착한다.저자는칸트적인초월적숭고를넘어,인간이초래한엄청난파국앞에서무력감과윤리적책임이뒤얽히며발생하는‘재난적숭고’를동시대비평의전면에내세운다.
저자는이번비평집을통해비평이단순히작품을설명하는도구가아니라,무너져가는지구와상처입은존재들의신음을제몸에새기는치열한‘고통의받아쓰기’여야한다고말한다.고통이야말로사유의시작이라고했던레비나스,예술을‘고통의언어’라불렀던아도르노의사유를경유하며,가장고통스러운순간을정면으로응시하는것이야말로치유의길임을몸소증명해보인다.비평은텍스트라는섬안에갇혀선안된다고,미술과음악,생태와역사,영화와철학을종횡무진가로지르며『숭고의주름』은말한다.

장르와경계를가로지르는‘횡단’의파노라마

『숭고의주름』은총4부로구성된다.
1부「횡단의상상력」에서는페루나스카지상화의거대기호에서부터사유를출발시킨다.수천년전대지에새겨진그주름들이단순한경계가아니라“서로다른차원이접촉하는사건의표면”임을통찰하며,그힘을동시대예술과문학으로이어나간다.국립현대미술관‘올해의작가상2023’에서고대석관의시선을현대관람자의시선과맞세운갈라포라스-김,100여년전멕시코유카탄반도의한인디아스포라서사를백년초이주설화와겹쳐읽은정연두의「백년여행기」,그리고이중스파이라는분열된존재를통해식민과탈식민,가해와피해의이항대립을해체한비엣타인응우옌의『동조자』까지.고통의심연을횡단해야만비로소열리는상상력의지평을추적한다.나아가김승희,장수진,주민현의시편을경유하며신자유주의의건조한현실속에서‘말라가는희망’을진단하고,한국전쟁의노근리학살과광주의5월로이어지는고통의역사를따라간다.시대의폭력과역사적참상을회피하지않고응시하는일,저자는그서늘한‘고통의향유’야말로예술이도달할수있는가장고귀한지점이라고말한다.
2부「숭고의주름」은인류세의기후재난을다룬예술작품들을횡단하며동시대적숭고의의미를새롭게정의한다.롱기누스와칸트로부터이어져온숭고의전통을비판적으로계승하면서도,‘숭고의주름’이라는관점으로인간이초래한생태위기속에서발생하는무력감과윤리적책임을찬찬히들여다본다.특히파국직전의시간인‘11시59분’을살아가는우리가어떻게희망의문장을길어올릴수있는지묻는다.동시에물의눈으로바람의노래를듣는생태적감수성이어떻게새로운시적언어가될수있는지를탐문한다.
3부「횡단하는소리풍경」에서는동시대한국시를‘소리풍경’이라는독창적프리즘으로읽어낸다.시를‘공기중에날려버리’기를꿈꾼정현종의시세계를두고,만물과시선의네트워크를이루며“무한바깥”을향해비상하는시인의몽상이어떻게시적깨달음으로이어지는지를보여준다.광주바깥에서광주의5월을경험한최하림의시에서는“심연으로내려가는바람의노래”를,이재무의시에서는‘정겨운유목민’의‘낙타의소리풍경’을읽어내며각각의시인이도달한서정의깊이를짚는다.이승하의‘사람사막’에서비를비는시혼,곽효환의사람과풍경을기록하는시선,그리고한경옥의시집을‘아트라베시아모의서정’으로풀어내는독해까지.저자는시인들이저마다의방식으로횡단하며도달한‘소리풍경’을되살려낸다.
4부「디아스포라횡단」에서는한국문학이분단과역사,권력과상상의문제를어떻게넘어섰는지를해부한다.분단상황을초극하기위해‘문화형문학’을발명한최인훈의성취를재조명하며,이념과체제의벽을문학적상상력으로돌파하는일의의미를되새긴다.홍성원의『주말여행』에서는“내생각대로살수있을까”라는근원적인질문을던지고,김원일의소설에서는연처럼새처럼분단의매트릭스를가로지르는이야기의힘을발견한다.이승우의『미궁에대한추측』을통해서는권력의바깥에서가능한상상의비상을,함정임의소설에서는해운대와영도라는장소성이품은글쓰기의힘을탐구한다.그리고그끝에서노벨문학상수상작가한강의문학세계를향한깊고도뜨거운헌사를건넨다.

한강의‘고통의법열’과‘깊은주문’

저자는노벨문학상을수상한한강의문학세계를“고통의법열(法悅)과깊은주문(呪文)”으로정의한다.2024년10월10일저녁,남도여수의병원에서한강작가의노벨문학상수상소식을접했을때한강의첫소설집이바로『여수의사랑』이었음을떠올리고,그공교로운인연에깊이놀란다.“텅빈항아리되어”역사의고통을온몸으로울리게한한강문학의비밀을비평의언어로풀어낸다.

세계의고통을껴안는가장뜨겁고도서늘한기록

저자에게비평이란타자의고통에공명하고,그상처를제몸으로앓으며새로운사유의주름을열어나가는과정이다.나스카의주름이수천년을지나여전히접히고펼쳐지듯,저자는동시대의문학예술앞에서여전히끊임없이새로운비평의주름을만들어나가고있다.『숭고의주름』은넘쳐나는가벼운감상들사이에서,비평이어떻게세계의고통을껴안고새로운윤리적도약을이뤄낼수있는지를보여주는가장뜨겁고도서늘한기록이다.
평론가우찬제에게독자란이시대를함께읽고서로의고통을나누는동료들이다.세계의균열을기꺼이제몸의주름으로받아내는『숭고의주름』의문장들은,절망의시대를견디며새로운숭고를탐색하는이들에게묵직하고도다정한언어로남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