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마음 가진 채로 (김화진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김화진 소설집)

$17.00
Description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 시간을 잘 분배하여 관계를 맺기.
그리고 그런 자신을 좋아하기”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동안에도
내 앞에 있는 이에게 손을 내미는 유정한 마음으로
소설가 김화진의 두번째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용기가 없어 미처 이름 붙이지 않고 흘려보낸 순간들에게,
자기 자신이 되기를 늘상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잘하지 못해 지키지 못한 비밀들에게,
〔······〕
그러니까 한시도 그런 마음과 멀리 떨어져본 적 없는 우리 모두에게
김화진은 연약하고 무른 마음의 한때를 다정히 매만져준다.
─편혜영(소설가)

한 사람의 마음속 파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작가, 김화진의 두번째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때의 “텅 빈 마음”은 타인에게 자신을 내어주느라 소진되어버린 상태가 아닌, 미래의 또 다른 나를 위해 다시 한번 비움의 상태로 돌아가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랑과 우정을 과신하지 않으면서도 끝끝내 스스로를 저버리지 않는 굳센 마음, 몇 번이고 다시 상처받고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가뿐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김화진의 소설 속 인물들에게 마음의 자리를 살피는 일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제47회 오늘의작가상 수상 당시 “나와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욕망, 이를 위해 끝까지 쓰려는 태도야말로 ‘오늘의 작가’에게 필요한 용기이며 태도”라는 찬사와 함께 평단과 독자의 애정 어린 지지를 받은 그는 데뷔 이후 줄곧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과 곧 깨질 것만 같은 균열을 섬세하게 그려왔다. 김화진의 이전 작품 속 인물들이 마치 짝사랑을 하는 것처럼 혼자 마음을 애끓고 오매불망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른 이의 마음을 혼자 추측하고 속단하기보단 그때그때 마주하는 이의 손을 덥석 잡으며 “관계 연습”(p. 93)을 이어나간다. 그 시절의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과 순간을 과거의 모습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는 김화진식 위로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용기가 되어준다.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조차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보단 사는 것의 기쁨과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오랫동안 연락을 않고 지내던 이에게 말을 붙이거나 잘 모르는 이를 붙잡고 시시콜콜한 긴 수다를 늘어놓고 싶을 것이다.
저자

김화진

2021년『문화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주에대하여』,연작소설『공룡의이동경로』,장편소설『동경』『악마는열심히산다』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차례

낯선발자국
훔치는사람
다른사람
거짓말은하얗게
온도맞추기
시간과자리
딱따구리가우는숲

해설│둘아닌셋,셋아닌하나·소유정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생각하면마음이아파오는한시기를가졌다는것에는
이상한자부심이있었다”

흔히우정을한층더성숙하고진지한형태의사랑이라예찬하곤한다.상대를있는그대로존중하는태도야말로가장순수하고이상적인모습이라여기는것이다.하지만모든인간관계가그렇듯이우정역시마땅한방도가없고개인의노력보단주어진상황이나운에자신을내맡겨야하는순간이있다.대학교교양수업에서만난친구의특별함을동경하며그뒤를부지런히따르지만결국서서히멀어지거나(「낯선발자국」)자신이운영하는서점의글쓰기모임에서“한때나에게가장자주부끄러움을안겼던”(p.88)십대시절의친구와닮은이를만나는(「다른사람」)등과거의우정은관계가깨진이후에도조각으로남아현재까지도영향을미친다.친구의시간과마음을독점하지못해서,또래보다뒤처지는스스로를견디지못해서이렇듯과거의기억으로인해자기자신과불화하는이들에게우정은성숙보단미성숙,안정보단불안을야기하며새로운관계를쌓아가는데걸림돌이된다.남이쓰던연필을훔치거나일터인작은영화관에서팝콘을챙기는것만으로자기존재를확인해왔던이요역시우정에서의‘믿음’을도둑맞은이후로새로운미래를꿈꾸지못하게된(「낯선발자국」)인물이다.스스로를“훔치는사람”(p.45)이라말하는그녀에게남자친구우영은이요가훔친것들을가만히들어주고,아무도없는바닷가로가함께노을을훔치기도하는등그가혼자힘으로“뿌리가나는사람”(p.80)이될수있도록도와준다.지나간시간과사람으로부터졸업하지못한채부유하던인물들은낯선이가내민손을맞잡은이후조금씩달라진다.“생각하면마음이아파오는한시기”가나중에는반드시“이상한자부심”(p.36)이된다는사실만으로김화진의소설속인물들은“텅빈마음가진채로”낯선곳으로가는용기를얻는다.


“이것이내가모르는온도일까.세상과타인의온도.
내마음바깥의서로다른모든온도”

“내마음바깥의서로다른모든온도”(p.209)가낯설게느껴지기시작했을때,가장필요한것은스스로회복할수있는시간을충분히갖는것이다.각박한서울에서의생활을정리하고바닷가마을에서지난시간을되돌아보거나(「시간과자리」)10년동안다닌회사를그만두고그동안모른척해왔던마음과마주하는(「온도맞추기」)인물들은타인과함께일때감지하지못했던자신의불안을차근차근들여다본다.사람과장소를핑계삼아더는자기자신을속이고싶지않은것이다.반면,끝까지자신의진심을모른체하고자하는경우도있다.전세사기와남자친구와의갑작스러운이별에좌절하기도하고(「거짓말은하얗게」)애인의친한친구를향한마음을부정하기도하며(「딱따구리가우는숲」)눈앞에닥친상황을어떻게든외면하려는것이다.하지만이들역시결국중요한것은다른이를향한원망과애정이아닌“내마음”이었음을선선히인정하게된다.그마음은“애써까맣게칠해놓고중요한순간에는하얗게지워야하는”(p.158)것으로“말하고싶은것을말할수있고말하고싶은것을말하지않을수도있”(p.300)다.자신의손을잡고사랑한다고말하는이에게대답하지않고“잡은손이아닌다른한손을자신의가슴에얹어보”(p.301)는여자는처음부터자신의마음에의문을가지지않아도되었음을,그마음에대해가장잘알고있는것은애인도,애인의친구도아닌자기자신이었음을깨닫는다.

김화진의소설은다른이에대한마음을내보이기에열심인듯하면서도,가장끝에서는‘나’로연결되는알맞은마음하나를향한다.타인을생각하는마음이발화의방식으로가시화해야만확인되었다면,‘내마음’이라부르는것은뱉어내지않아도온몸으로감각할수있는것이다.타인을매개로혹은경유하여,마침내‘나’에게로이어지는부단한여정이이책안에있다.
─소유정해설,「둘아닌셋,셋아닌하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