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살브라이언에게맡겨진한사람의여름
모호함으로가득한삶의순간들과작지만결정적인사랑의행위들을그려낸,
따뜻하고도복합적이며눈부신소설.『아이리시타임스』
브라이언은이혼한아버지와카라반에서산다.시설보수공사로형뤼시엔이집에돌아온여름,브라이언은갑작스럽게형의보호자가된다.아버지는자리를비우기일쑤이고,결국뤼시엔을돌보는일은브라이언에게맡겨진다.형이무엇을원하는지조차알지못하는브라이언은어떻게씻겨야하는지,어디가아픈지,무엇이위험한지하나하나몸으로배워가며몸짓과소리로전해지는형만의언어를조금씩읽어간다.
그러나『여름을건너』는어린동생이장애가있는형을돌보는모습을감동적인희생담으로만들지않는다.브라이언의헌신뒤에는아이에게결코맡겨져서는안되었던책임이있으며,사랑과돌봄의순간들곁에는피로와짜증,수치심과욕망,두려움과죄책감이함께존재한다.브라이언은형을사랑하면서도벗어나고싶어하고,보호하려하면서도때로는상처입힌다.이모순된감정들을있는그대로허용하는데이소설의힘이있다.
사랑하고,기대고,욕망하며-서로에게가닿는서툰마음들
기능을상실한가족의한계를날카롭게그려내는동시에,
공감이세상을더나은곳으로만드는힘임을보여준다.『가디언』
작가는저마다의결핍을안고살아가는인물들이서로에게다가가고어긋나는순간들을세심하게바라본다.세입자에밀은다른어른들과조금다른존재다.그역시자기삶의무게에짓눌린인물이지만,브라이언을동정하거나어린애처럼취급하지도,모든일을감당해야할어른처럼대하지도않는다.에밀이브라이언에게해주는일은작지만분명하다.그저그의이야기를들어주고곁에머물러준다.
시설에서만난열아홉살셀마와브라이언사이에는호기심과욕망,외로움과오해가뒤섞인복잡한감정이흐른다.두사람의관계는독자에게불편함을불러일으킬수도있다.그러나소설은지적장애가있는셀마를보호받아야할무성적인존재로만그리지않으면서도그의취약성을외면하지않는다.브라이언역시낯선충동을어떻게이해하고어디에서멈춰야하는지배우지못한미숙한소년이다.셀마를피해자로만보면그의주체적인욕망을지우게되고,욕망의주체로만보면그의취약성을지우게되는아슬아슬한틈에서소설은섣불리답을내리지않는다.
뤼시엔역시누군가의희생을돋보이게하는‘장애인형’에머물지않는다.욕구와기쁨,불편함과두려움을지닌한사람이며,브라이언과관계를맺고그를변화시키는존재다.『여름을건너』는뤼시엔을돌보고,에밀에게기대고,셀마에게끌리는브라이언의움직임을따라가며서로를완전히이해할수없는사람들이관계를맺는여러방식과그위태로운경계를바라본다.
간결하고절제된문장으로포착한삶의얼굴들
결함투성이인물들누구도쉽게재단하지않는너그러운시선,그리고누추함과
파국의문턱에놓인가난한삶을끝내인간의얼굴로그려내는아름다운문체가돋보인다.
_2021년인터내셔널부커상심사위원단
야프로번은인물들의삶을설명하기보다보여준다.브라이언의시선에바짝붙어있는서술은그가알고보고느낄수있는만큼만세계를드러낸다.그래서독자는때로브라이언보다먼저상황의위험을알아차리면서도그가어떤선택을할지지켜볼수밖에없다.이러한제한된시점은독자를소년의외롭고폐쇄된세계속으로끌어들인다.
동시에『여름을건너』에는뜻밖의유머와생기가있다.거칠고엉뚱하며때로는우스운인물들의대화는비극으로만기울수있는이야기에살아있는사람들의온도를불어넣는다.로번은몇번의몸짓과짧은대화만으로인물을선명하게세워내며,아름다움과불편함,다정함과잔혹함이한장면안에공존하게한다.
그눈부시고도아픈여름을건너
세상은이들을버렸지만,이들은완전히버려진채로만남지는않는다.
누군가의손이서툴게다가오고,누군가의몸이그손을기억한다.[……]
어쩌면그구원이란거창한빛이나기적이아니라,이토록철저히실패한세계안에서도
누군가의맨몸을덮어주려는덥고무거운‘여름의털가죽’을발견하는일인지도모른다.
-「옮긴이의말」에서
원제“Zomervacht”는네덜란드어로직역하면‘여름의털가죽’을뜻한다.털가죽은몸을감싸고보호하지만여름에는무겁고답답하기도하다.작품속돌봄역시누군가를감싸고지키는사랑인동시에너무무거운짐이될수있다.
『여름을건너』는브라이언과뤼시엔이함께통과하는한철의시간을담았다.브라이언은형을돌보며그를새롭게알아가는동시에자신의마음과한계를마주한다.그렇게여름은브라이언이형을,그리고자기자신을이전과는다르게알아가는시간이된다.
소설이끝내향하는곳은사람과사람사이의연결이다.말이통하지않아도서로의몸짓을읽고,이해하기어려운존재에게조금더가까이가려는마음.그눈부시고도아픈여름끝에남는것은,가장척박한삶의자리에서도끝내서로에게닿으려하는사람들의모습이다.
책속으로
내기억속형은늘잠든모습이다.겨우눈을떴을때도형은창가라디에이터위에서흔들리던반짝이장식만멍하니보고있었다.[……]
현관을지날때마다늘불안해진다.너무오래찾아오지않았다고뤼시엔이화내지는않을까걱정되고,뭔가안좋은일이있었는데아무도우리에게알리지않은건아닐까싶어서겁이난다.하지만가장큰이유는,이곳이우리보다는엄마의구역에가깝기때문이다.
---p.13
엄마는다시는집으로돌아오지않을누군가를기다리며대부분의시간을보내는사람처럼보였다.전화기를붙들고끊임없이형이어떻게지내는지를물었다.나는뤼시엔을그리워하지않았던것같다.그냥집에없었을뿐이다.사라진건아니고,누군가가형의스위치를꺼버린것같았다.[……]
엄마는잠자리에들기전에도좀처럼뽀뽀를해주지않았다.뤼시엔이못받는걸나에게너무많이주고싶지않은눈치였다.
---p.129~130
엄마의한쪽눈은뤼시엔을,다른쪽눈은새로온사람들을향하고있었다.그사람들은형이좀다르다는걸바로눈치챘다.아이들은형을뚫어지게쳐다보고있었다.형을반은형제,반은공룡이라고상상하면사람들이형을어떻게보든좀덜부끄러웠다.오히려형이내형제인게멋지다고느껴졌다.
---p.136
“아마그랬을거야.거기서네가작은놈들이날아다니는걸보다가이렇게물었잖아.‘아빠,호박벌은요정들이입는털코트예요?’”
“내가정말그렇게말했어요?”
“그럼!네가딱요만했을때야.”아빠가자기허리께에서보이지않는내머리를쓰다듬는시늉을한다.“참기발했어!나중에호박벌털코트한번입어보고싶다.”그러고는두손가락으로내코를살짝잡아당긴다.
“아빠생일이언제예요?”내가묻는다.
“지금부터벌껍질을벗겨모으면내년생일엔소매하나쯤선물해줄수있겠네.”아빠가낄낄웃는다.
---p.180~181
“고마워!”에밀이소리친다.
내가들어본것중가장밝은목소리다.
“뭐가요?”
“슈퍼마켓에가려고.네가길을알려주니까,갑자기내가왜망설이고있는지모르겠더라.”농담하는걸까?그가정말마당밖으로나가는걸무서워했다는게아직도믿기지않는다.
---p.249~250
뤼시엔의양손에장난감자동차를하나씩쥐여주면,손목을잡고일으키기가더쉬워진다는걸알아냈다.형은침대옆에서서숨을헐떡이며이마를내이마에갖다댄다.형의눈동자깊숙한곳,그색깔속에서우주를본다.엄마가늘하던말이다.우리뤼시엔은못하는게많지만,눈속에는우주가담겨있다고.
---p.265
“내잘못이에요.더잘지켜봤어야했는데.”
“네가막을수있는일이아니었을거야.”
“왜요?”
“넌할만큼하고있어.네형같은사람은쉽게다치잖아.넌이미네형을감싸주는털가죽같은존재야.네가없었으면뤼시엔은벌써온몸이긁히고멍들었을거야.”
---p.332
『올리브키터리지』로퓰리처상을수상한소설가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는이소설에대해“어떤의미에서나를구원해주었다”라고말했다.어쩌면그구원이란거창한빛이나기적이아니라,이토록철저히실패한세계안에서도누군가의맨몸을덮어주려는덥고무거운‘여름의털가죽’을발견하는일인지도모른다.서로의곁에끝내머물지못했던사람들이그래도서로에게닿으려는장면들속에서,우리는뜻밖의위로를얻는다.척박한여름을맨몸으로통과해낸브라이언의작고단단한목소리가독자들에게도오래도록기억되는구원의감각으로남기를기대한다.
---「옮긴이의말」중에서
추천평
결함투성이인물들누구도쉽게재단하지않는너그러운시선,그리고누추함과파국의문턱에놓인가난한삶을끝내인간의얼굴로그려내는아름다운문체가돋보이는작품이다.
-2021년인터내셔널부커상심사위원단
결함투성이인물들누구도쉽게재단하지않는너그러운시선,그리고누추함과파국의문턱에놓인가난한삶을끝내인간의얼굴로그려내는아름다운문체가돋보이는작품이다.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퓰리처상수상자,『올리브키터리지』작가)
자칫폭발할수있는온갖민감한소재를놀라운섬세함과깊은이해로탁월하게다루고있다.
-힐러리맨틀(맨부커상,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수상작가)
로번은몇번의절제된붓질만으로도인물들을놀라울만큼생생하게그려낸다.인물사진을찍듯가까이다가간그의시선은친밀하고,때로는숨이막힐듯하다.
-뉴욕타임스
기능을상실한가족의한계를날카롭게그려내는동시에,공감이세상을더나은곳으로만드는힘임을보여준다.
-가디언
모호함으로가득한삶의순간들과작지만결정적인사랑의행위들을그려낸,따뜻하고도복합적이며눈부신소설.
-아이리시타임스
사랑은가장뜻밖의곳에서도피어날수있다.
-옵저버
비장애인화자의시선으로빈곤과장애를섬세하면서도결코감상에기대지않고그려낸작품.
-커커스리뷰
세대를거쳐이어지는뒤틀린가족의모습을그린비극.
-퍼블리셔스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