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 이응

이응 이응

$18.00
저자

김멜라

저자:김멜라
2014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적어도두번』『제꿈꾸세요』,장편소설『없는층의하이쎈스』,경장편소설『환희의책』,산문집『멜라지는마음』이있다.문지문학상,이효석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이호철통일로문학상특별상을수상했다.

목차

-지하철은왜샛별인가
좀비손금
젖은눈과무적의배꼽
드그다읏따읏따
아무래짜
물먹은편지
메께라께라

해설|변신하는마음·이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는별과별처럼멀어질테지만
사람은외떨어진점만은아니라는걸”
존재를잇는막강한사랑의힘에대하여

소설집의문을여는「지하철은왜샛별인가」는익숙한지하철풍경에보이지않는존재들을겹쳐놓는다.“인간이다른인간에게품은분노를먹고자”라는‘저퀴’와“옴을던지며지하세계의질서를바로잡”(p.14)는‘잡귀’가바로이들이다.장애인이동권시위가벌어질때면저퀴가객실을뒤덮는데,열차가멈춘까닭이‘한층더독해진인간의살기’때문임을알지못하는승객들은눈앞의시위대를비난한다.잡귀‘시오’와‘초구’는객실을삼켜가는저퀴들과몰염치한인간들에맞서함께서울지하철4호선을수호한다.퀴어문학의최전선에서,경계를꿰뚫기에더욱더강직한사랑의힘을보여주었던작가김멜라답게,시오와초구의사랑은남녀를연상시키는‘손[手]님’과‘발[足]님’이아닌‘발님’과‘발님’의그것이기에오히려지하철을지키고샛별로향할수있는위력을갖는다.

김멜라에게사랑이란각자의육체와마음안에꽁꽁갇힌듯보이는우리가서로에게닿을수있다는가능성이다.이때사랑은연인사이의감정에만머물지않고우정과연민,동경과욕망,타인의고통을알아보는감각까지아우른다.「좀비손금」속‘나’는기업의몰락후세상을경계하며머리맡에칼을둔채지내면서도,한순간마음을나누었던아르바이트생‘휘경’의문자한통에그를구하러맨몸으로빗길을뒹군다.「아무래짜」의‘천우’와‘신조’역시타인의아픔을대신겪을수없는‘1인용’몸의한계속에서,응급환자들그리고친구배송이의고통을온몸으로받아들이는경험에이른다.

“마음도빛처럼어딘가로늘향해갔다.
음악이나바람처럼도통멈출줄모르고언제나흐르고있었다”
마음,그오색찬란한물질의범람

감정은고여있는웅덩이가아니라흐르는물결에가깝다.이때김멜라는빛처럼번져가고,음악과바람처럼멈추지않으며,때로는냄새와온도를머금은채타인에게닿는마음의율동을물질적으로구현한다.「드그다읏따읏따」속작곡가‘양홍’은메가히트곡「찰나찰나」의저작권을옛동료‘찬나’의딸‘이정’에게물려주기위해그의삶을뒤쫓는다.그러나이정에게접근할수록양홍이마주하게되는것은자신이오래도록붙들고있던과거와놓아주었기에더욱아름다웠던찬나의삶이다.“살면서자신이토하고배설한악절들이지옥의폐수처럼범람”(p.164)할때,양홍은그들이음악한소절처럼아름다웠던찰나,그찰나의기억을떠올린다.
「젖은눈과무적의배꼽」은마음에적극적으로물성을부여하는김멜라의전략이집약된작품이다.화자‘크리스마스’는여자가여자에게쏘는마음을배꼽에서나오는빛으로감지한다.욕망을닮아단순히반짝이지만은않는빛,때로는악취를풍기거나축축한빛이다.다종다양한빛의창살속에서외로이지내오던크리스마스에게‘두루미’의케첩빛이찾아온다.그빛은“안구를날카롭게”찌르지만아프지않고“오히려이상한황홀감이가득차찢긴동공에서수천개의비전이알처럼쏟아“(p.117)지게하는,그야말로사랑의형상을띤다.

심연에파고들기보다마음을물질화하여그것이변형되길희망하는김멜라의전략은유용할뿐아니라정당해보인다.[......]마음이외부를향해열려있는유동적인몸그자체임을인정할때,세계는내면에투영된그림자에불과한것으로축소되지않고대신놀랍도록풍요롭고신비로운가능성의장으로변모한다.마음을주체와객체,육체와정신같은이분법으로부터빼낸다면,우리는더큰자유와환희를얻을수있다.
-이소해설,「변신하는마음」에서

“돌아간세리도비처럼다시올수있을까.
구름은어떻게비가되어내리는걸까”
끝내돌아오는목소리,그치지않는편지

마음이흐르기시작하면세계를나누던분계선이번진다.사랑과욕망,인간과비인간,삶과죽음처럼철저히구분되어온것들의경계를지울수있을까?제15회젊은작가상대상을받은작품이자이번소설집의표제작인「이응이응」은그질문을가장선명하게밀어붙인다.소설의배경은성적쾌감을주는기계인‘이응’이전국적으로상용화된근미래.‘나’는할머니와강아지‘보리차차’의죽음이후‘잃어버린화살’을찾기위해,성적욕망없이포옹을나누는모임위옹에참석한다.그러나“누군가를힘껏끌어안아도이열린창문은닫을수없”(p.265)다는애달픈배움끝에“잃어버린화살은모두내안에있었”(p.273)음을깨닫는다.죽음은삶속에존재하고,상실의여진은끊임없이우리안에서되풀이된다.이를받아들이는것은곧창문이열린채로두는일이다.열린창문으로는사무치게차가운비와눈이들이치지만,삶의양분이되는햇빛과새소리도흘러들것이다.김멜라의소설은기쁨과슬픔,삶과죽음처럼대립항으로여겨졌던개념이서로를품은채흐르고있음을포착한다.나아가욕망과사랑을,인간과기계를,주체와객체를구분하는시선에도물음표를던지게한다.

「이응이응」이제기한질문은경계없는세상에대한상상이극단까지도달한「물먹은편지」로이어진다.철도칼도존재하지않던고대공동체,동굴벽에암각화를새기며살아가는‘검저리’는갑작스러운공격으로목숨을잃는다.이들의세계에서좋은죽음,‘잘죽는꿈’이란늑대에게잡아먹혀다시금자연의일부가되는일이다.그러나검저리의죽은몸은그꿈을이루지못하고강물에떠내려간다.눈코입,살과뼈가물에쓸려사라지는와중에“마음에고인이야기도흘러나”와남겨진사람들에게“그치지않는편지를”(p.297)쓴다.몸과마음그리고삶과세계가인간의글자,즉‘빛나는끈’으로엮여하나로거듭난다.

마지막작품「메께라께라」는그치지않는마음의흐름을순환과연결의세계로이끈다.첫상실의경험을극복하는청명한마음을건네는이소설은일본미에현에사는‘소낭’의목소리로전해진다.키우던고양이‘세리’가죽고엄마가동생을가지자,집을떠나제주도오름위옴팡진곳에사는할아버지‘꾸모’를찾아간소낭.꾸모의오름에서‘미소’와‘안나여사’를만나함께시간을보내며소낭은꼬리따기노래처럼이어지는생명과세상의법칙을배운다.“사라진것같아도눈을감고다섯을세면보이지않던존재들이돌아온다.바닷물은구름이되고구름은빗방울로떨어져다시바다로흐르듯이”(p.366)보이지않는곳에서이어지는것들이있다.그렇게김멜라소설집의마지막페이지를덮는순간우리는예감하게된다.이모든이야기는반드시되돌아와,어느호젓한밤우리의창문을두드리리라고.

가장낮은자리에서가장높은벽을허물다
사랑으로경계를흐리고세계를교란하는
김멜라식포스트휴머니즘

첫책을내며“신에게엎드려기도드린다”(작가의말,『적어도두번』,자음과모음,2014)고읊조렸던작가는자신의이름이호명되던매순간“씨앗의얼굴을하고낮게엎드”(제11회문지문학상수상소감)려결의를다졌다.어느덧한국문학에‘김멜라’라는이름석자를알린지금조차들뜬기색없이“첫소설집을펴내던그때처럼”“엎드려기도하”(작가의말)는작가가나지막이웅크린자리에,그어느곳보다진한울림이퍼져나간다.동그란이응처럼이어지는그동심원이우리의마음에가만히닿는다.

이윽고‘마음의빗장’이풀려갇혀있던감정이폭우처럼쏟아질때김멜라는우산을집어던지고달리기를,움츠렸던몸을열어빗속에서춤추기를주문한다.그발끝에서번지는것은구시대의경계를흩뜨리는파문이자동시대의존재들을잇는해방의물결이다.해설을쓴문학평론가이소의표현대로,“창조적인투쟁은항상양방향으로진행되니,한편으로는분할과배제의선을흐트러뜨려야하고다른한편으로는수확을기대하지않는씨앗을뿌려야한다.그러므로퀴어한김멜라의소설은지배자들의역사에서오랫동안신성시된경계석위에다채로운꽃과나무를심고생명을가꾼다”.


·작가의말

태어날때울지않고웃었다는신화속한사람을생각합니다.그아이는어떤소리와촉감에웃음을터뜨렸을까요.코로스며든공기가몸속을간지럽혔을까요?자신을환영하는목소리에기뻐했을까요?아니면산다는게얼마나터무니없고부조리한허구인지알고,마음의짐을풀듯웃음을쏟았을까요.

소설을쓰는동안슬플때마다환하게웃음짓는얼굴을떠올렸습니다.‘나는슬퍼도너는울지마’그렇게말하는미지의누군가를앞에두고허구의순간들을통과했습니다.저에게소설은현실의반대편이아니라삶으로나아가는길이었습니다.그길어디쯤에서세번째소설집을펴냅니다.

이소설집에실린글을쓰면서넓고도깊은사랑을받았습니다.그사랑은어디선가홀로글을쓰는작가의얼굴로,끊임없이원고를살피는출판인의눈빛으로,책을인쇄하거나진열대에놓아두는누군가의손길로저와함께했습니다.가만히소설속문장을따라가는독자의존재가저의길을밝혀주었습니다.돌이켜생각할수록책과글쓰기를둘러싼이세계에크나큰은혜를받았습니다.비록그마음을자주말하지않고,화려하게드러내지않는다해도이책을펼쳐보는‘한사람’과제가보이지않는끈으로이어져있음을압니다.그신비로운연결에휩싸여또한번마음에동심원을그립니다.


책속으로

“네가그랬지?좋은연기는보이지않는부분까지표현하는거라고.세수하는장면에선얼굴이랑목을닦고코까지팽푸는거라고.[……]우리여기남아서좋은연기를하자.너랑나랑,야옴-이랑.”
“이건영화가아냐.우린연기를하는게아니라고.”
“그럼더좋아.결말이정해져있지않은거잖아.”
---「지하철은왜샛별인가」중에서

나는엄마가되어엄마의환희를체험했다.나오기만하면혼꾸멍을내주겠다던의사의심정도느꼈다.
‘고얀녀석,잘했다,애썼어.’
의사는피에젖은손으로내몸을만졌다.아마도갓태어난나는내마음에머물지못하고이리저리다른이의마음으로옮겨다녔던것같다.태어난다는것은한사람의마음에갇히는일이니까,죽을고비에처하면잠시그마음에서풀려나기도한다.
---「좀비손금」중에서

실제로배꼽을씻지않아빛이더러워지는건아닌듯했다.배꼽빛은몸깊숙한곳의에너지였다.눈에보이지않는마음의물질이랄까.마음도빛처럼어딘가로늘향해갔다.음악이나바람처럼도통멈출줄모르고언제나흐르고있었다.빛이뻗어가듯마음도누군가에게뻗어가며때론굴절되고때론반사되었다.
---「젖은눈과무적의배꼽」중에서

살면서자신이토하고배설한악절들이지옥의폐수처럼범람해가담자이자방관자인양홍을징벌했다.별자리,음자리,우리가노래부르던그자리.무대에설때면찬나는문득양홍을돌아보았다.관객을등진채뒤에선친구와시선을마주쳤다.
‘알지?지금너도느끼지?’
음악이그들을드높이발사해주던찰나,아주찰나.
---「드그다읏따읏따」중에서

밤하늘을올려다보며가상의가로축과세로축을그려놓고’저별은최악의결말,저별은사서하는걱정‘그렇게막막한내면의질서를가늠해보는것처럼.못난자책이나비관은먼거리의폭발인것처럼.
“뇌과학적으로마음이란건없대.그냥정보처리기술이래.불안에서초점을돌리고머리를똑똑하게하면된대.”
---「아무래짜」중에서

풀과흙내음을맡으며개울물소리와함께이응을하면발가벗고빗속에서있는느낌이든다고했다.도시의폐쇄된공간에서하는이응과는자극의차원이달라서한번하고나면한동안이응생각이안날만큼에너지가충전된다고.
“당연하죠.좋은이응은이응생각을잊게해요.”
---「이응이응」중에서

“왜?팬티입는게나빠?”
나는땀과물로번들거리는할머니를보며물었다.사형집행이나판결이란말은어려웠지만팬티를두고이러쿵저러쿵떠드는게재밌었다.어렴풋하게그말에담긴뫼르소의기분을알것같기도했다.
“나쁘고안나쁘고를떠나서그게사람이란거야.그게이응이야.”
---「이응이응」중에서

“볼수는있지만만져선안돼.서로의몸에손을대선안돼.”
“왜안되는데?”
내가묻자너는고개를들고밤하늘을바라봤어.나도따라까만하늘을보았지.
“별을만질수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