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되돌아보는 한 성인의 삶
십자가의 성 요한이 발견한 삶의 궁극적 진리
하느님의 사랑을 평생 탐구하며 그 신비를 증언한 교회 학자, 십자가의 성 요한이 생의 마지막에 발견한 진리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며 평생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길을 걸었다. 그에게 신앙은 고통을 피하거나 없애는 일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놓지 않는 여정이었다.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그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겪었고, 자신이 걸어온 길과 하느님의 뜻을 끊임없이 되물었다.
그의 삶은 성취와 결과로 자신의 삶을 판단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건넨다.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했는지가 삶의 참된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회 개혁을 위해 분투하는 동안 반대 세력의 모진 박해와 모욕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 고난마저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계기로 받아들였다. 그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하느님을 향한 지극한 사랑에서 나왔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 완성된 사랑, 모든 것을 빼앗긴 어두운 밤에도 그가 끝내 놓지 않은 것은 사랑이었다.
이 책은 신앙의 침체를 겪고 있는 사람, 상실과 실패로 마음이 지친 사람,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 싶은 사람에게 십자가의 성 요한의 삶을 통해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성인의 인간적인 고뇌와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에서도 영혼은 사랑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에서 성인은 ‘단서는 사랑, 원인은 사랑, 궁극의 목적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소설 속 성인이 생의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결국 사랑, 오직 사랑인 듯하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책 속에서
제 삶은 더 낫지도, 그렇다고 더 못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단지 달랐을 것입니다. 당신께서 마련하신 길을 저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 p.24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니 사랑에 항복하는 것이 좋다’, ‘달콤한 불꽃에 휩싸인 마음은 언제나 비밀스런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는 글귀들을 읽었습니다.
--- p.34
사랑, 그것은 궁극의 진리이며 여정의 끝입니다. 그보다 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진리는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실제입니다. 그전까지는 제가 그것을 그저 예감하기만 했다면, 성 안드레아 신학원에서 보낸 밤들과 아가를 통해서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녔네.”라고 아가에 쓰여 있지요. 거기에 제 소명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제 미래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훗날 제가 글로써 전할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 p.49
저는 더 이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제 자신에게는 무관심했지만, 어떤 무한한 힘, 당신을 향한 제 사랑의 결실이 제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 p.125~126
저희는 사랑을 통해서만 당신의 마음에 들고, 당신께서는 저희가 한 일의 훌륭함보다 그 일을 실행할 때 품는 사랑을 더 중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p.154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단서는 사랑, 원인은 사랑, 궁극의 목적은 사랑. 우리의 존재는 사랑의 결실입니다. 자연과 우주가 그러하듯 말입니다. 사실상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 p.159
〈영혼의 노래Cantique spirituel〉 (1577~1590년)
이 시는 십자가의 요한이 톨레도의 완화 가르멜 수도원에 감금되었던 시기에 쓰였다. 초고본의 시는 31개 연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후에 9개 연이 덧붙여졌다. 구약 성경 아가의 형식에서 영감을 얻은 십자가의 요한은 이 시에서 사랑의 변주를 펼치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영혼이 ‘영적 혼인이라는 완벽한 상태’를 향해 진보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예수의 안나 수녀의 요청으로 1584년 그라나다에서 이 시의 해설서가 작성되었다.
〈사랑의 산 불꽃La Vive Flamme d’amour〉 (1585~1591년)
4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십자가의 요한이 그라나다에 머물던 1585~1586년에 페냘로사의 안나 부인의 요청으로 쓰였다. 최종본은 1591년, 십자가의 요한이 선종하기 몇 주 전에 안달루시아의 라페뉴엘라 수도원에서 완성되었다. 시의 본문을 보면, 스스로 타면서도 닿는 것을 파괴하지는 않는 살아 있는 불꽃으로 상징되는 사랑의 관계 안에서 하느님(신랑)은 영혼(신부) 안에 가득 퍼져 나가고, 역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이 상태에서 영혼은 가장 높은 영적 고양의 단계에 이른다. 그리고 하느님은 그 영혼 안에 살아 계신다. 이 시에 대해서도 해설서가 작성되었다.
--- 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