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클래식'은 엄밀히 따져서는 고전주의 3대 거장(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시대에 형성된 음악을 말하는데, 넓게 봐서는 고전주의 음악 뿐 아니라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포함하여 그 이전부터 있어 온 종교음악과 세속음악을 통틀어 말하기도 한다. 고음악은 이처럼 클래식을 넓은 범주로 볼 때의 초기 단계, 즉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말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고음악을 그냥 클래식의 일부라고 여겨온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곡 중의 하나로 알려진 비발디의 '사계'는 원칙적인 분류로는 고음악에 속한다.
실제로 고음악은 클래식의 뿌리에 비견된다.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이 바로크 시대의 음악이 갖는 대위법적인 악곡형식을 근대적인 화성법으로 대치하면서 점차로 고음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그런데 최근 다시 고음악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고 있다. 왜일까? 지은이는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기존 음악에 만연한 매너리즘이다. 소위 메이저 라벨이라 불리는 세계적 음반회사들이 새로운 연주자 발굴보다는 안정적인 음반 판매를 위해 옛 대가들의 연주 음반을 컴필레이션 방식으로 재발매하는 식으로 매너리즘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 음악의 선율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새로운 악곡기법을 통해 기괴한 독창성을 추구하는 현대음악이 청중을 소외시키는 상황을 꼽았다. 그리고 셋째로는 사회적, 정신적으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잃어버린 존엄성을 찾기 위해 신을 재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든다. 지은이는 특히 이 잃어버린 자아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고음악이 최근에 유행하게 된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말한다.
우리 나라에도 최근 존 엘리어트 가디너, 안너 빌스마, 지기스발트 쿠이켄, 조르디 사발 등 고음악계의 거장들과 오펠리 가이야르, 셀린느 프리쉬 같은 젊고 유망한 고음악 연주자들이 속속 내한하여 연주회를 열고 있고, 고음악의 매력을 발견하고 보다 깊이 있게 고음악을 이해하고자 하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고음악의 르네상스를 맞아 고음악에 대해 그 이론적 배경과 내용을 알려주고자 마련하였다. 고음악의 정의에서부터 탄생 배경, 종류, 내용, 특징, 악기, 작곡가 등을 소개하고 좋은 음반을 추천하여 누구든지 쉽게 고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
비엘, 팀파논, 비올라 다 감바, 쳄발로, 류트 등 옛 시대의 악기로 재현하는 고음악의 원전연주를 듣다보면 원초적 순수성을 지닌 고음악의 선율이 음의 형식적 화음관계에서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기존의 클래식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영혼의 안정감을 얻을 수 있으며, 순수하고 여유 있는 정신세계를 느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