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장석주의 시 읽기)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장석주의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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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석주 시인이 건져올린 129편의 찬란한 한 줄의 시어.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는 시인 장석주가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코너와 문화예술위원회의 ‘시배달’ 코너에 게재한 시 중 129편을 꼽아 묶은 책이다. ‘찰나의 문장’을 잡아두고 깊이 사유하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이 책은 행과 연으로 엮인 시에서도 단 한 줄의 날카로운 구절만을 남겨 마치 하이쿠 같은 울림을 준다.

책은 ‘있다’, ‘산다’, ‘죽는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크게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존재의 경이로움에 대해 찬탄하는 ‘있다’는 이병일 시인의 「풀과 생각」을 통해 무성한 푸른 종족의 기세등등한 생명력에 문득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두 번째 장 ‘산다’에서는 생의 굴곡을 통과하며 구석구석 안 아픈 데 없는 존재의 심연을 고요히 들여다본다.

세 번째 장 '죽는다'는 생명 순환 고리가 겹치는 사슬, 즉 ‘먹이사슬’에 대해 “비루하면서도 성스럽다”라고 표현하며 ‘반복 없는 일회성 생’에서 ‘죽음이 부화’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계절처럼 순환하는 생의 주기를 찬찬히 짚어나간 지은이가 마지막으로 배치한 장 '그럼에도, 사랑한다'는 “사랑은 존재의 본성이자 열락”이라며 “이기적인 동시에 가장 이타적인” 사랑을 하다 제 영혼에 흠집을 남긴 사람을 보듬는다.
투박한 말의 돌덩어리를 시인의 날마다 벼른 날카로운 정으로 쪼개고 다듬어 낸 것이 ‘시’다. 시를 더듬어 읽다 보면 마음의 온도를 올리고 내리는 문장들이 만져진다. 장석주 시인의 뽑아낸 찬란한 ‘불행’의 문구들은 존재, 삶, 죽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인생사의 뼈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저자

장석주

저자장석주는시인,독서광,인문학저술가.
1955년충남논산에서태어났다.서울에서청소년기를보내며시립도서관과국립도서관에서독학으로시와철학을공부했다.서재와정원이있다면다른도락은없어도좋다고생각한다.
책과도서관을,햇빛과의자를,대숲과바람을,고전음악을,침묵과고요를사랑한다.
스무살때《월간문학》신인상으로등단한뒤1979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하고,같은해동아일보신춘문예에문학평론이입선하며평론을겸업한다.
스물다섯살때출판편집자로첫발을디딘뒤열다섯해동안출판편집자로살았다.
1993년출판사를접고여러매체에글을쓰고대학교세군데에서강의를하며방송진행자로활동했다.
2000년여름,서울살림을정리하고경기도안성으로내려가‘수졸재’를짓고열두해동안살았다.지금은서울과안성을오가며살고있다.
시집『몽해항로』,『오랫동안』,『일요일과나쁜날씨』등을포함해서『풍경의탄생』,『이상과모던뽀이들』,『나는문학이다』,『마흔의서재』,『새벽예찬』,『일상의인문학』,『동물원과유토피아』,『철학자의사물들』,『불면의등불이너를인도한다』,『글쓰기는스타일이다』,『일요일의인문학』등을썼다.

목차

머리말

있다
저녁으로/송승언(1986~)
비/이달균(1957~)
새/프랑시스퐁주(1899~1988)
조용한숲속에/프랑시스잠(1868~1938)
뼈가있는자화상/이장욱(1968~)
긍휼/성동혁(1985~)
내가장미라고불렀던것은/전동균(1962~)
벗는다는것/이채민(1957~)
식탁/이성복(1952~)
나의길이/신해욱(1974~)
범종속에는누이가살고있다/김정임(1953~)
중국인맹인안마사/심재휘(1963~)
풀과생각/이병일(1981~)
나무와그림자/김남조(1927~)
노독/이문재(1959~)
열매맺지못하는오렌지나무의노래/페데리코가르시아로르카(1898~1936)
지평선/김혜순(1955~)
바람부는저녁-안토니를위하여/하일지(1955~)
오체투지/이수익(1942~)
석류/조운(1900~1956?)
깊고고요하다/최승자(1952~)
되돌아오다/조승래(1958~)
뒤편/천양희(1942~)
확고한움직임/우영창(1955~)
티셔츠에목을넣을때생각한다/유희경(1980~)
춤/이진명(1955~)
사마귀/반칠환(1964~)
산에서잠들다/안이삭(1961~)
편도나무에게/니코스카잔차키스(1883~1957)
나는알고있다/외젠기유빅(1907~1997)
식생/황인찬(1988~)

산다
3월로건너가는길목에서/박목월(1916~1978)
검은빗속에서/우대식(1965~)
렌트/조동범(1970~)
울음의영혼/이기철(1943~)
서성이는것들/장대송(1962~)
토우/권혁재(1965~)
손거울/박용래(1925~1980)
유령림/김안(1977~)
가을벌레/홍성란(1958~)
여름별자리/이준관(1949~)
가차없이아름답다/김주대(1965~)
술빵냄새의시간/김은주(1980~)
활/강정(1971~)
어느소나무의말씀/정호승(1950~)
겨울금파리에가야겠네/이경교(1958~)
반성/류근(1966~)
일곱번째사람/아틸라요제프(1905~1937)
한양호일(漢陽好日)/서정주(1915~2000)
가을근시/김명인(1946~)
한여름,토바고/데릭월컷(1930~)
분홍색은아프다/박정남(1951~)
시간의눈/파울첼란(1920~1970)
희망에게/유영금(1957~)

죽는다
늙어가는법/송하선(1938~)
산그늘/이상국(1946~)
구멍가게-중독자를위로함/이영광(1965~)
쉰/윤제림(1960~)
슬하/유홍준(1962~)
세상의모든비탈/황인숙(1959~)
옛날옛적우리고향마을에처음전기가들어올무렵,/송찬호(1959~)
시간/김승희(1952~)
뺄셈/김광규(1941~)
마을뒤쪽을에돌다/김선태(1960~)
주먹만한구멍한개/이영옥(1960~)
삼방/백석(1912~1995)
환상의빛/강성은(1973~)
갈현동470-1번지세인주택앞/이승희(1965~)
호시절/심보선(1970~)
안다미로듣는비는/오태환(1960~)
아지랑이/조오현(1932~)
기침의현상학/권혁웅(1967~)
남대문상회/윤희상(1961~)
은발/허영자(1938~)
견딜수없네/정현종(1939~)
봄비/김소월(1902~1934)
사냥꾼의노래/문정희(1947~)
사막/유재영(1948~)
죽음이여발뻗어라/송재학(1955~)
옷에대하여-자회상을보며/김종해(1941~)
탑/김수복(1953~)
물드무/최금녀(1939~)
약해지지마/시바타도요(1911~2013)
사루비아/신현정(1948~2009)
으름이풍년/정끝별(1964~)
삼우무렵/김사인(1956~)
유리창/장인수(1968~)
상가(喪家)에모인구두들/유홍준(1962~)

그럼에도,사랑한다
숲에관한기억/나희덕(1966~)
비가는소리/유안진(1941~)
다정함의세계/김행숙(1970~)
지평선/막스자코브(1876~1944)
청송사과/이규리(1955~)
칠월/허연(1966~)
손등/고영민(1968~)
저녁/엄원태(1955~)
예언자/황인찬(1988~)
수면위에빛들이미끄러진다/채호기(1957~)
술노래/윌리엄버틀러예이츠(1865~1939)
지금은비가/조은(1960~)
붙박이창/이현호(1983~)
당신의날씨/김근(1973~)
전갈/류인서(1960~)
당신이라는모든매미/이규리(1955~)
비/최영철(1956~)
복숭아/강기원(1957~)
이별의일/심보선(1970~)
바람의말/마종기(1939~)
그리움/고은(1933~)

출판사 서평

시인장석주가건져올린찬란한한줄의시어

정신이번쩍드는명징한문구
위선적‘힐링과잉’으로나약해진이들에게
사유을통한‘자발적고뇌’를권하다


베스트셀러저자이자문필가로더잘알려진‘시인’장석주가《중앙일보》‘시가있는아침’코너와문화예술위원회의‘시배달’코너에게재한시중129편을꼽아묶었다.저자는행과연으로엮인시에서도단한줄의날카로운구절만을남겨마치하이쿠같은울림을준다.
기존의시독법이전체를음미하는방식이었던것에반해,이방식은짜릿한전율을일으킨‘찰나의문장’을잡아두고깊이사유하는독특한구조다.그러나그리낯설지는않다.어느날문득마음을베듯가슴속으로파고든날선시의비수.그섬뜩한언어의칼날은대부분짧고강렬한한줄이기때문이다.사람들은단한줄의시어에매료되어전문을읽고행과연을외운다.태생부터짧고강렬한시가언중에게활용되는자연스러운용례다.
요즘출판계동향을다룬기사에는‘시의새로운도약’이항시언급된다.위로가필요한외로운현대인에게시가힐링의손길을건넨다는것이다.아름다운시어,따스한문구가SNS에게재되며화제를모으기도한다.그러나이책의저자는어설픈위로를경계한다.시는지금여기생생하게‘살아있음’을인지하는행위이며,산다는것은제생의무게를스스로짊어지는것이다.저자는시인이생을‘인내하고살아내며’자아낸거미줄에맺힌이슬을,찬란한불행이라칭한다.

시인의촉각(觸角)으로만져낸‘시의모서리’
투박한말[言]의돌덩어리를시인이날마다벼른날카로운정으로쪼개고다듬어낸것이시다.우리는시를읽으며잡음어를도려내고삶의선명한실체를직면한다.그래서우리는시를읽는다.시를더듬어읽다보면마음의온도를올리고내리는문장들이만져진다.어떤말들은손이서늘해지고,또어떤말들은눈시울을뜨겁게하며,어떤말들은문득발이시리다.시가우리에게처음들어오는곳은눈이지만,시를육화(肉化)하는것은마음의손끝이다.손으로만져모서리를더듬는촉감으로시의몸체를읽어내며,우리는전율하고앓아눕고때로는미소짓는다.
시인의예민한촉각은시를만지는것으로생(生)을복기한다.지은이가뽑아낸찬란한‘불행’의문구들은존재,삶,죽음,그리고사랑이라는,인생사의뼈대를고스란히드러낸다.

존재,삶,죽음,사랑…생의도드라진척추를더듬다

이책은〈있다〉,〈산다〉,〈죽는다〉,〈그럼에도,사랑한다〉네장으로구성되어있다.첫장인〈있다〉에서지은이는존재의경이로움에대해찬탄한다.프랑시스퐁주의「새」를읽고“이경이로운존재들,이사랑스럽고하염없는자들은어디에서왔는가?”라고묻고,이병일시인의「풀과생각」중“풀은생각없이푸르고생각없이자란다”라는문구에서무성한푸른종족의기세등등한생명력에문득두려움을느끼기도한다.
〈산다〉에서는생의굴곡을통과하며구석구석안아픈데없는존재의심연을고요히들여다본다.“희망이머리채를붙잡고흔들때”마다“번번이당하면서도그가느다란끈을놓지못”하는허망한삶이지만,“긴장으로심장은뻐근하고근육들은팽팽”한시기가인생의절정이니“현실의수압을견디며꿋꿋하고숭고하게”살것을권한다.
생의반환점을돌아선자에게‘죽음’은더이상타자의사건이아니다.세번째장〈죽는다〉에는‘반복없는일회성생’에서‘죽음이부화’하는과정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탄생이그렇듯죽음도생명순환의일부다.그리고생사가교차하는순간,죽음은더욱생생하고격렬하게드러난다.지은이는생명순환고리가겹치는사슬,즉‘먹이사슬’에대해“비루하면서도성스럽다”라고표현한다.생명약탈과생명부양이공존하는먹고먹힘.어쩌면죽음은삶의비료인지도모른다.
계절처럼순환하는생의주기를찬찬히짚어나간지은이가마지막으로배치한장은〈그럼에도,사랑한다〉이다.지은이는“사랑은존재의본성이자열락”이라며“이기적인동시에가장이타적인”사랑을하다제영혼에흠집을남긴사람을보듬는다.‘비나번개를안고몸으로모서리를삼키며’흠을키운사과는더달고맛있다.사랑이라는이름의흠은,치열하게사랑한사람만이가질수있는영광의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