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관한’믿음에서
예수가가졌던것과같은‘예수의믿음’으로
이책은“과연교회안에구원이있을까?”라는질문으로시작한다.불과몇십년전까지만해도대부분의기독교인이‘교회밖에는구원이없다’고믿었던것을생각하면파격적질문이아닐수없다.출간이후많은기독교인들에게공격받았지만,지은이는사실어느누구보다예수를사랑하는기독교인이다.그러나평생을동서고금의종교와철학을연구해온비교종교학자로서,그는문자주의와율법주의에얽매여있는한국기독교의경직되고근본주의적인행태를가차없이비판한다.
저자는성경을하늘에서‘뚝떨어진’책으로여겨,그어구하나하나를신의음성으로떠받드는유아적종교관에매여살아서는안된다고말한다.한마디로성경의본뜻을제대로알고,‘예수에관한’상업주의교회의가르침을믿을것이아니라예수가가졌던것과같은‘예수의믿음’을따르자는이야기다.
최근신학계의동향은,앞에서도약간언급했지만‘예수님에대한믿음(faithaboutJesus)’보다는‘예수님의믿음(faithofJesus)’을더욱중요하게생각한다.예수님에대해역사적으로이루어진이런저런교리나이론을무조건믿기보다는예수님의믿음,예수님이가지고계셨던믿음,예수님이지니고계셨던마음을알고우리도그런믿음,그런마음을갖는것이더중요하다고보는것이다.예수님을신앙의대상으로삼고숭배하기전에그의신앙이어떠했던가를살피는것이더욱중요하다는뜻이다.(본문222쪽)
이를위해서는예수가어떤가치관을가지고어떤행동을했는지‘역사적예수’를살펴보는일이중요하다.그런데이과정에서많은기독교인이문자주의의함정에빠지곤한다.문자주의란성경의내용을‘문자그대로’받아들이려는태도인데,저자는올바른기독교인이라면다른무엇보다이문자주의를타파해야한다고주장한다.
여호수아가해를보고“태양아너는기브온위에머무르라”(수10:12)라고하자해가정말로잠시그운행을중단했다고하는데,이것을역사적,과학적사실로받아들이는것이성경을믿는다는것인가?
성경을믿는다는것.그것은성경이야말로우리의‘궁극적변화’를위한수단이될수있다는사실을받아들이는것이다.마음을열고우리속에있는무한한잠재력을일깨우는것,우리의의식구조와가치관이바뀌어우리의삶이더욱풍요롭고자유스럽게되는데성경이절대적힘을가졌음을믿는것,이것이성경을믿는다는것의기본의미가아닌가.(본문83쪽)
저자는성경이역사적,과학적정보를제공하는것을일차목적으로삼은책이아님을강조한다.그안에는현대지성을가진사람이라면도저히받아들일수없는이야기가수도없이나오기때문이다.그보다는성경이우리에게어떤의미와깨달음을주려는것인지파악하고,여러비유와상징속에담긴깊은뜻을이해하는것이더욱중요하다.
기존의고정관념을뒤엎는
새로운관점의성경해석
저자는개정판서문에서“이른바골수파근본주의교단에속하는사람이라도,개인적으로는자기교회의가르침을100퍼센트다옳은것이라수긍하지않는경우가의외로많았다”라고말한다.독실한기독교인조차교회에서설교를들으며속으로는납득하기어려웠던점들을저자는해박한신학지식으로명쾌하게풀어준다.
예를들어,하와는아담의갈빗대로만들었기때문에여자는남자의종속물이라는식의해석에대해서는다음과같이원전을근거로들어반박한다.
아담의갈빗대에서하와를만들었다는이야기도이런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갈빗대’라고번역된히브리어원문은‘첼라(tsela)’라는단어다.그런데이말을반드시‘갈빗대’라번역할필요는없다.기원전3세기에나온그리스어70인역에서,이이야기에나오는아담의‘첼라’에한해서만은그것을‘갈빗대’로번역했기때문에그후계속‘갈빗대’로이해되어왔을뿐,그단어자체는그냥‘한쪽(side)’이라는뜻이었다.「출애굽기」26장20절에보면“성막다른쪽”이라는말이나오는데,이‘다른쪽’의원문이바로‘첼라’다.첼라를다른한쪽이라든가다른한편으로번역한다면,아담의갈비뼈를꺼내서하와를만든것이아니라아담의‘한쪽’을잘라하와를만든것이된다.
그뿐아니라신을남성으로여기며‘하나님아버지’라부르는전통에대해서도이의를제기한다.결론부터말하자면신은남성이면서동시에여성도되고,또남성·여성임과동시에이둘을다넘어서서둘다아닌분이기도하다.논리적으로생각해서,신을절대자로생각한다면그는어쩔수없이남녀성을구유(具有)하고있어야하기때문이다.또한성경에나오는신이반드시남성으로만묘사되어있지않기도하다.
전체적으로볼때성경은신을남성으로묘사하고있는것이사실이다.그러나좀더자세히살펴보면,아무리남성중심의가부장사회에서신을남성으로보는것이당연시되었다하더라도,신을남성으로만볼수없었던고충이여기저기충분히드러나있음을발견할수있다.
우선히브리어성경에나오는신의이름에서그흔적을찾을수있다.신의이름들중에히브리어성경에2,500번가량나올정도로중요한‘엘로힘’이라는이름은어원적으로따져보면,‘엘’이라는남성신과‘엘로아’라는여성신의이름을합한복합명사에다가복수를나타내는말‘임’을붙여서된것이다.다시말하면,엘로힘은남성신들과여성신들을총체적으로대표한이름으로서그속에남성적인요소와여성적인요소를함께포함하고있다.
그러면서그동안신을남성으로생각하고,신의남성적요소만강조함으로써생기는불균형과불합리함을지적한다.많은기독교인이성경을근거로한성차별의논리에서벗어나지못하는데대한통렬한논박이기도하다.
다원주의시대,
우리에게필요한종교관은무엇인가?
기독교역사상예수를바라보는여러관점이있어왔다.예수님을하나님의‘지혜’의현현으로보는것,‘말씀’으로보는것,인간의죄를대신해희생한‘희생양’으로보는것,사망을이기는‘승리자’로보는것등이다.저자는이가운데어떤것이좋고,어떤것이나쁘다를따질필요가없다고말한다.어떤예수상(像)이든당시의심리적필요와사회적환경에따라의미있는것으로받아들여진관점들이기때문이다.
1997년캐나다최대개신교교단인연합교회의총회장으로선출된빌핍스목사의인터뷰가파장을일으킨적이있다.
기자:목사님은예수님이부활하셨다고믿으십니까?
핍스:저는예수님이사람들의마음속에살아계신다고믿습니다.예수님은그부활경험의순간이후부터그러하셨습니다.
기자:그렇지만그가돌아가셔서죽은상태로3일간계시다가다시살아나서땅을밟고다니셨다는것은?
핍스:아니요.저는그것을과학적사실로믿지는않습니다.저는그런일들이실제로일어났었는지아닌지알지못합니다.(본문213쪽)
근본주의가득세하는한국의기독교인에게는다소충격적인얘기일수있으나,당시연합교회는이문제에대해필핍스목사의입장을전적으로옹호했다.핍스의말은신학자사이에서는상식처럼받아들여지고있음에도아직까지보수주의진영의신학자나많은목사와평신도들은이런생각에놀라워한다.그러나현대의우리는현대사회에요구되는새로운기독론을받아들일필요가있다.다른문화와교류가없던시절‘우리만’구원해주시는종교관에서벗어나화합과평화를위한다원주의적태도를받아들여야한다는것이다.
이렇게어느한시대에형성된기독론은그역사적맥락을떠나서는제대로이해될수없고,또그시대의맥락과관계없이살아가고있는우리에게반드시의미있는것으로받아들여질이유가없다.따라서우리도이시대의구체적인역사맥락에서우리의삶과정황에의미있는방법으로예수를다시이해하고해석할수있을뿐아니라,우리의믿음이우리의실존적삶과직결되도록하기위해서는그렇게해야만한다.(본문262쪽)
저자는이렇게새로운의미로기독교와예수를해석할때‘지금,여기’를살아가는우리에게진정한깨달음을주는종교적체험을할수있다고말한다.
새로운시대,새로운신학에관한최신글을수록하고
다양한참고문헌소개
이책에는초판에없는글이세편실려있다.<탈종교화시대에종교는우리에게무엇인가?>,<역사적으로‘재맥락화’된예수>,<또다른예수-「도마복음」의예수>가그것이다.
그중가장중요한것이부록1로실린<탈종교화시대에종교는우리에게무엇인가?>인데,여기에서는최근그입지가점점좁아지는종교의현실을분석하고,지성의시대에인류의화합을위해종교가나아가야할바를제시한다.
<역사적으로‘재맥락화’된예수>는바트D.어만교수의저서『예수는어떻게신이되었나?』에관해쓴글로,역사적존재였던예수가어떤과정을거쳐신의존재로격상되었는지에대한어만교수의논의를소개하고있다.예수의신성을의심치않는많은한국기독교인들에게는충격적으로받아들여질수있을지모르지만,예수는시대를통해언제나재맥락화되어왔고,또앞으로도그러할것이라는통찰이빛나는글이다.
마지막은“원자폭탄에버금가는신학적폭발력”을가진문헌이라평가받았던「도마복음」을소개하는글<또다른예수>다.1945년이집트나그함마디에서발견된114개의예수어록인「도마복음」을통해드러나는예수의또다른모습과그의미를설명한다.기적을실행하기보다‘깨달음’에방점을찍고말씀하시는예수를만날수있다.
이세편의글외에도,다양한참고문헌과최신연구를소개함으로써,신학을보다깊이있게공부하고자하는독자에게도움이될수있도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