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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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페미니즘 그리고 종교
페미니즘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요하고도 꾸준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대중은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대 사회에서의 여성 인권에 관한 진단으로 이어졌다. 역동적인 대한민국은 이 논제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토론하고 싸우고 떠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명료하게 인식하거나 정확히 언어화하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뿌리 깊은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루하루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이제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집단마다 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종교계는 유독 더뎌 보인다. 신을 남성화하고 목사나 사제를 신의 대리자로 여기면서 더욱 견고해진 남성중심 체계 때문에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을 유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그러나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젠더 감수성을 기르고 성평등을 실현하는 일이 더욱 절실한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곳에도 여성이 있다.
가톨릭교회를 예로 들자면 여성 신자는 미사 시간에 미사포를 써야 한다. 남성의 머리는 하느님을 상징하지만, 여성의 머리는 남성의 머리를 상징하기 때문에 가려야 한다는 이유로 성서에 제시된 전통이다. 그뿐만 아니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신학을 공부하는 데에도 제약을 받으며, 성직자가 될 수도 없다. 알려져 있듯 낙태뿐 아니라 인공피임마저도 원칙적으로는 허용하지 않는다. 2018년 이 시점에도 여전히 그렇다는 점이 비종교인들에게는 다소 놀랍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여성들은 달라지고 있다. 오로지 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만으로 교회 안에서 언제까지나 감내하기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갖은 노력 끝에 결국 교회를 등지고 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많은 여성이 신앙 안에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유를 찾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순과 갈등으로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종교가 인간에게 주는 위안과 평화가 분명히 있는데, 반드시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종교와 페미니즘, 공존할 수는 없는 걸까?

저자

이동옥

지은이:이동옥
이화여대교육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여성학과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이화여대한국여성연구원연구교수를거쳐,이화여대,가톨릭대,서울시립대,동덕여대,홍익대,동국대,광운대,명지대,연세대,성신여대등에서여성학관련강의를했다.현재홍익대교양교육원에서초빙교수로여성학과목(여성학,성과사회,철학과여성)을담당하고있다.

저서로『탈/근대아시아와여성:공간을만들다』(공저),『나이듦과죽음에관한여성학적성찰』,『왜노인보살핌을두려워하는가』가있고,논문으로는「여성환자의안락사에관한연구」,「한국의노인성담론에관한여성주의적고찰」,「한국의장애인돌봄제도와모성담론에관한연구」,「여성의노부모보살핌경험에관한연구」등이있다.  

목차

여는글|하느님은여성이다

?1장.당신은누구의하느님입니까
종교는성차별적제도인가
주님은페미니스트?성차별주의자?
성모마리아,어머니의전형
착한여자라는환상
당신은누구의하느님입니까
낳지않을권리를허하라
독신과종교
종교계미투운동과가톨릭내의성폭력
마리아막달레나와여성리더십

?2장.사랑은혐오보다강하다
여성혐오사회에서여성으로산다는것
사랑이라는이름의폭력
왜성희롱을이야기해야하는가
성소수자차별과이성애권력
성에대한침묵
디지털성폭력과여성의고통

?3장.평등하지않은사랑,희생의굴레
왜우리는사랑에목매는가
결혼에대처하는우리의자세
마이스위트홈?
나의자궁은나의것
위로의유혹을견디고거짓믿음에맞서라
남자들은왜여자를가르치려할까
예쁘면다괜찮은가요

?4장.희생했지만존중받지못하는
아버지의이름으로?
희생했지만존중받지못하는
나이듦을거부하는사회
죽음이축제가되기위해
여성,여행을떠나자

?5장.돌봄의재발견
돌봄의비호혜성
재난속에서희망을발견하다
행복을여는두가지열쇠,관계와배려
좋은아버지란어떤사람인가
요리하는남성과느림의삶
대한민국에서장애여성으로살기
동물에대한감수성과돌봄의실천

?6장.호주제에서히잡까지
유교문화에서여성으로산다는것
태국불교와여성배제
무슬림여성의성통제
무슬림여성에드리운장막,히잡
여성들의축제,모든이의축제

닫는글|말할수없는고통에귀기울이기
참고문헌및《공동선》게재호

출판사 서평

가까이하기엔너무먼,
페미니즘그리고종교


페미니즘은한때의유행이아니라우리사회의주요하고도꾸준한이슈로자리잡았다.강남역살인사건을계기로대중은‘여성혐오’라는개념을인지하기시작했고이는현대사회에서의여성인권에관한진단으로이어졌다.역동적인대한민국은이논제를기꺼이받아들였다.사람들은각자의관점에서다양한방식으로고민하고토론하고싸우고떠들었다.그동안우리가명료하게인식하거나정확히언어화하지는못했지만분명히존재했던뿌리깊은문제들이곳곳에서터져나왔다.하루하루분위기가빠르게변하고있음을모두가느끼고있다.이제그이전으로는돌아갈수없게되었다.
집단마다이변화를받아들이는방식이나속도에는차이가있지만종교계는유독더뎌보인다.신을남성화하고목사나사제를신의대리자로여기면서더욱견고해진남성중심체계때문에급변하는사회의흐름을유동적으로받아들이기에는지나치게폐쇄적이다.그러나거의불가능해보이기때문에역설적으로젠더감수성을기르고성평등을실현하는일이더욱절실한곳이라고도할수있다.그곳에도여성이있다.
가톨릭교회를예로들자면여성신자는미사시간에미사포를써야한다.남성의머리는하느님을상징하지만,여성의머리는남성의머리를상징하기때문에가려야한다는이유로성서에제시된전통이다.그뿐만아니라단지여성이라는이유로신학을공부하는데에도제약을받으며,성직자가될수도없다.알려져있듯낙태뿐아니라인공피임마저도원칙적으로는허용하지않는다.2018년이시점에도여전히그렇다는점이비종교인들에게는다소놀랍고당혹스럽기도하다.
하지만분명히여성들은달라지고있다.오로지신에대한사랑과믿음만으로교회안에서언제까지나감내하기만을강요할수는없다.갖은노력끝에결국교회를등지고마는이들도적지않다.많은여성이신앙안에서자존감을회복하고자유를찾기도하지만동시에모순과갈등으로혼란을겪는다.하지만종교가인간에게주는위안과평화가분명히있는데,반드시둘중하나만을선택해야하는걸까?종교와페미니즘,공존할수는없는걸까?

도망가지않고
지금여기에서이야기하다


저자역시신앙인이자페미니스트로서종종복잡한상황에직면하곤했다.저마다의종교에서독실한신앙이있으면서도,제도종교안에서여성이라는이유로억압받으며고통을겪던페미니스트들은이러지도저러지도못한채어정쩡하게종교안에머물기도하고,분투하다가결국종교를떠나기도한다.이러한모습들을지켜보며누구보다도안타까웠던저자는오랜고민을꺼내많은사람들과공유하기로했다.

나는묵주반지를끼고다니는페미니스트로서복잡한상황에직면하곤했다.가톨릭신자이기때문에페미니스트의진정성을의심받기도했고,진보적이지못한사람으로평가되기도했다.몇몇페미니스트친구들은종교와페미니즘사이에서자신도고민하고있다고나에게알려주었다.그들은저마다의종교에서독실한신앙을가지고있으면서여성으로서억압과혼란,갈등을느끼는듯했다.하지만대부분페미니스트공동체에서종교이야기를하지는못했다.(본문5쪽)

저자는우선여성으로서진정한자아를회복하고평화를찾기위한과정으로서『묵주반지를낀페미니스트』를집필했다.또한이책은종교가있으면서여성성이나모성이라는허위의식속에서진정한자아와대면하지못하는여성들을위한이야기이기도하다.남성중심의사회와문화,상징들은여전히힘이세다.침묵하며희생을감내하는여성들이아직도많다.그렇지만저자는이여성들도용기를낸다면자유와해방을누릴수있다는희망을포기하지않는다.종교를떠나기보다는먼저종교안에서문제를진단하고바로잡고자한다.또한종교계가스스로성찰하기를촉구한다.그것이바로종교와페미니즘의공존을모색하는첫걸음이다.

용기가당신을자유케하리라
평화가여성과함께하리라


상처받은여성을위로하고치유해야하는종교는오히려남성중심의교리와전통에얽매여여성에게는묵묵히고통을감내하라는메시지만을전해왔다.폭력을겪고분노하는여성에게마저끊임없이기도하며남성이변화하기를기다리라고권한다.이러한가르침은결국피해자의고통을가중시키고가해자에게힘을실어주는결과를낳는다.생명존중사상을기반으로하는가톨릭교리는피임,낙태,출산등의문제에서여성인권과충돌하기도한다.강간이나원치않는임신을통한출산은여성에게는죽음과같은고통을의미하지만,그고통은오로지여성의몫이고남성은이책임에서자유롭다.비단가톨릭만의문제는아니다.명예살인,투석형,히잡등이슬람문화권에서의심각한여성차별은널리알려져있음에도여전히개선되지않고오늘날까지지속된다.
이책에서는가톨릭뿐아니라개신교,유교,이슬람교,불교등여러종교가거론된다.역사적으로지역이나시기에따라지배문화를형성한종교는달랐지만성평등이제대로실현된적이없는것은마찬가지다.남성중심제도와사회문화에오염되지않은종교가없었던것이다.그러므로저자는어느종교가얼마나성차별적인가를논하기보다는모든종교에서의성차별을인식하고시정해나가야한다고주장하며여성주의관점에서종교내성차별과성폭력문제를뼈아프게지적한다.이에더해결혼과이혼의의미,사랑과희생의관계,데이트폭력과은폐되는성희롱,성소수자차별,노인여성과장애여성의문제,여성들의여행과축제,외모중심주의사회등가족,성,노동,소수자문제에대해서도여성주의적으로진단하고비판하며새로운해석을제시한다.『묵주반지를낀페미니스트』는종교안에서순종만을미덕으로여기며외로운시간을보내온여성들에게다른길을보여준다.이책이그들에게용기를불어넣어주기를기대한다.“평화가여성과함께.”

아무도눈길을주지않는여성의고통,말할수없는고통에귀기울여야한다고생각한다.그것이진정으로나자신을찾는길이고구원과해방의길이라고믿기때문이다.이책을통해우리안의마리아막달레나와하와를발견하기바라며……(본문3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