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 너머의 아름다움 (미술로 보는 한국의 소박미)

기교 너머의 아름다움 (미술로 보는 한국의 소박미)

$20.00
Description
문명사적으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한 시대,
우리의 전통 미의식인 ‘소박’의 미학에서
우리가 헤쳐나갈 새로운 길을 만난다!
우리 건축, 공예, 문인화, 현대 미술에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과 소박미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이 책은 한국인의 미의식을 조명하는 기획으로 ‘소박’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팽배하고 돈을 절대시하는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소박’이라는 주제는 왠지 사회적 요구와 동떨어져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화려한 물질문명에 취해 정신없이 달려온 인간 문명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각종 환경오염과 기상재해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사실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라고 할 수 있다. 열대우림의 파괴로 서식처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가까워지면서 박쥐 같은 야생동물을 숙주로 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처럼 오늘날 인류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운동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문화는 애초에 자연의 위협과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되었고, 특히 인간 중심적인 서양의 문화는 자연을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고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성의 시대로 불리는 근대에는 자연을 이용하여 인간을 위한 물질문명을 발달시켰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이기주의가 종국에는 자연의 분노와 역습을 불러왔고,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것이 오늘날 미학으로서의 ‘소박’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이유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박하다”라는 말은 사치스럽거나 과하지 않고 검소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학적으로 ‘소박’의 의미는 그보다 훨씬 심오한 자연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의 결정적 과오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이를 보완하고 극복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한다.
인간을 중시한 서양의 전통과 달리 동양은 전통적으로 자연을 중시하고, 자연에서 인간의 이상적인 모델을 찾았다. 특히 노장사상에서는 인위성을 배제한 ‘무위자연’의 경지를 인간이 따라야 할 최고의 도덕적 이상으로 삼았다. 『신약성경』의 핵심이 한마디로 ‘사랑’이라면, 『도덕경』의 핵심은 ‘소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위적인 기교와 화려한 장식에 익숙한 인간에게 자연은 미숙하고 졸렬해 보이지만, 그 스스로 완전하기에 노자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했다. 노장사상은 비록 중국에서 체계화되었지만, 정작 중국의 예술 문화는 소박하지 않다.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여 고도의 인위적 기교가 느껴지는가 하면, 때로는 육중하고 거대한 규모에서 숭고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려한 색채와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장식을 좋아하는 일본의 예술 문화도 ‘소박’과 거리가 먼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한국은 동아시아 삼국 중에서 가장 소박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한 한국인의 지혜가 담겨 있다. 만약에 ‘소박의 미학’으로 미술사를 조명한다면, 한국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소박의 미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숭고의 미학으로 한국 미술을 본다면 매우 초라하고 기교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야나기 무네요시가 한국 미술을 “무기교의 기교”라고 표현했듯이, 소박의 미학으로 한국 미술을 본다면 자연을 중시하는 절제되고 심오한 미의식에 경탄하게 될 것이다. 예술작품은 어떠한 미학적 안경으로 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전혀 달라진다. 이 책을 통해 자연 친화적인 소박의 미학을 알게 된다면, 한국 예술이 분명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

최광진

홍익대학교에서예술학을전공하고동대학원에서「현대미술비평에있어서자율성과재현의문제」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2년부터호암미술관(현삼성미술관리움)큐레이터로활동하면서〈한국의미,그현대적변용전〉,〈천경자전〉,〈청전이상범전〉,〈소정변관식전〉등을기획하였고,현재홍익대학교초빙교수로출강하고있다.2004년부터이미지(理美知)연구소를열어기호학,생태학,포스트모더니즘,비교미학,비교신화학,창작론등을통해인문학과예술을접목하는강좌를진행했고,현재는유튜브〈최광진의미학방송〉을운영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천경자평전』,『한국의미학』,『미술로보는한국의미의식1-신명』,『미술로보는한국의미의식2-해학』,『현대미술의전략』,『미학적인간으로살아가기』등이있다.

목차

책을내며
서장│‘소박’이란무엇인가

1장자연과어우러진건축의소박미
풍수지리│건축의절반을차지하는‘터’의미학
정원│자연의구릉과풍광을품은쉼터
한옥│자연과소통하는생활공간
석탑│불교의정신성을추구한추상조각

2장자연을담은공예의소박미
고려청자│무한한우주를상징하는청색모노크롬
분청사기│천진하고자유분방한표현주의적감성
조선백자│자연의근원으로환원한백색모노크롬
막사발│일본에서신격화된조선의사발
목가구│방에서살아숨쉬는미니멀가구

3장자연을탐한문인화의소박미
사군자│‘매난국죽’에서배우는군자의덕성
화훼영모화│동식물에서찾은선비의이상
산수화│자연의기운과공명된마음의울림
서예│글씨로구현한추사체의추상정신

4장추상화된현대미술로계승된소박미
김환기│회화로구현된백자달항아리의멋
김종영│자연의원형을찾아가는‘불각’의미
윤광조│무심으로자연을빚은현대도예
이우환│관계를통해무한을여는‘여백’의미학
맺음말│현대사회의문제들을해결할종합백신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시대를넘어통용될수있는‘소박’이라는미의식의정수를읽는다
이책에서는이러한한국특유의소박미의특징을규명하기위해서장에서는‘소박’의미학적개념을정의하고,서양의자연주의와다른‘한국적자연주의’라고불릴만한특징들을고찰했다.그리고‘소박’의미의식이한국인의의식주문화에어떻게반영되었는지를살폈다.특히과거흰옷을즐겨입었던한국인의의상문화,담백함을추구한음식문화에서한국인특유의자연관과소박의미의식을읽어냈다.
1장에서는명당을통해자연과인간의이상적인어울림을추구한풍수지리에서부터정원,한옥,석탑에이르기까지자연과더불어소박한삶을영위하고자했던한국의건축문화를다루었다.서양모던건축의영향으로지금은이러한전통이많이사라졌지만,한국의전통건축에서는다른민족과확연히구분되는한국특유의자연친화적인소박미를느낄수있다.
2장은소소한일상생활에서자연과교류하고자연의숨결을느끼고자했던공예문화를다루었다.특히고려청자에서분청사기,조선백자로이어지는한국의도자기는실용성을취하면서도자연과교류하고타협하며자연을최대한담아내려는의지가담겨있다.이러한한국도자기에서현대미술의추상정신을읽어내고,고려청자와청색모노크롬,분청사기와표현주의,조선백자와백색모노크롬의관련을미학적으로살펴본다.그리고조선선비들의문화와철학이담긴목가구에서는서양의미니멀리즘정신과견줄만한절제된소박미를읽어냈다.
3장에서는조선선비들의문인화를다루었다.시ㆍ서ㆍ화를연마한조선의문인들은장식과기교를멀리하고시각너머에서작용하는자연의생동하는기운을느끼고그생명력을표현하고자했다.군자의덕성을담고자한사군자화,동식물에서도덕적이상을꿈꾼화훼영모화(花卉翎毛畵),자연과교류하고기운생동하는힘을표현한산수화,그리고서예를통해추상정신을구현한추사체를통해자연을탐한문인들의소박미를살펴보았다.
4장에서는이러한한국특유의소박미가현대미술에어떻게계승되고있는지를장르별로살펴보았다.백자달항아리의미학을회화로계승한김환기,추사김정희의서예정신을추상조각으로계승한김종영,자유분방한분청사기의전통을표현주의도예로부활시킨윤광조,문인화의여백개념을설치미술로구현한이우환의작품을통해한국특유의소박미가현대미술에서도여전히생생히살아있음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