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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면접때입은정장,흰색셔츠,중요한날꺼내입는드레스,브래지어,아무도없을때집에서입는늘어진니트...한사람의옷장을들여다보면그사람이살아온삶이보인다.더군다나그사람이《보그》의간판이자영국잡지계의전설적인편집장이라면그옷장은단순히한개인의역사에서나아가,옷이어떻게시대의모습을담는지보여주는중요한주제가된다.
『옷의말들』의저자알렉산드라슐먼은《보그》출간이래가장오랜기간편집장을지냈다.흔히패션잡지의편집장이라고했을때떠올리는인물이영화〈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의실제모델이자미국《보그》의편집장인애나윈터라면,슐먼은그기대를깨는인물이다.깡마르지않은평범한외모와눈에띄지않는패션의그가처음편집장이되었을때《보그》와어울리지않는다는평가를받았다.그러나그가이끄는《보그》는여성들에게요구되던편협한아름다움에의문을제기하며,다가가기쉽고현실적인패션지라는조금은다른길을걷는다.그결과20만부라는발행부수를기록하며,영국잡지계에서없어서는안될인물로자리를잡는다.
그렇게한패션지의전설적인시대를이끌었던그가이책에서화려함이면의솔직한삶과옷에대한철학을풀어놓는다.그의날카롭고유머러스한글은모두의방한구석에있는옷장이어떻게우리가사는세계와이어져있는지를보여준다.여성과일과삶,살면서얻는다양한정체성,몸,변화하는사회,개인적실패...삶의중요한순간마다우리는어떤옷을입고있었던가?그때마다옷은우리에게힘을주기도했고,때로는사회적족쇄가되기도했다.
저자는옷에대한이야기를하는것같지만,막상들여다보면이책은우리가살아가는방식에대한이야기다.어떻게삶의중요한순간을통과하고실패를흘려보내야하는지,결정이필요한순간에결단을내려야하는지.그를통해이책은옷이다른무엇보다도삶에대한태도와연결되어있으며,우리가선택하고입어온옷으로어떤이야기를할수있을지독자들에게묻는다.
한개인의역사와시대의흐름을보여주는,
옷이라는인생의조각들
옷장안에무엇이있는지를통해그사람에대해얼마나많은추론을할수있을까?저자는이책에서이질문에답하는동시에독자들에게도질문을던진다.우리가입는옷은원하든원치않든지금겪고있는삶의단면을보여준다.임부복이나미용실가운처럼정확하게어떤역할을하는옷이그러하고,좋은날입었던옷을옷장속에서볼때면그날의기억이떠오르는것도마찬가지다.아이를돌볼때는가장편한옷에운동화를신고뛰어다녀야하고,권위있어보이고싶은날은가장좋은재킷을꺼내입는다.
가장오랜시간편집장을지낸사람으로서옷에담겨있는시대의흐름을살펴보는재미도있다.2차세계대전이후전시의궁핍했던생활에서벗어나패션에서도옷감을아낌없이쓰며자본주의의질서가나타났던것,그리고시간이지나현대에들어서환경보호라는가치가패션에스며들기까지사회변화의흐름과옷의상관관계를엿볼수있다.또한처음에는남성들이착용하며남성성을드러내는아이템이었던타이츠가지금여성들의전유물이되기까지의과정도흥미진진하다.
당신은어떤삶을살고있나요?
유일무이한옷그리고삶에대한이야기
이책은유능한직장인이자,잡지사편집장,엄마,연인,자매,딸이라는다양한얼굴을가진한사람의인생을연대순으로나열하기보다는이곳에서저곳으로,한중요한시기에서또다른중요한시기로팔짝팔짝뛰어다닌다.살다보면어린시절입고싶었던옷과지금입는옷이다르다는사실을받아들여야할때가온다.또한모든옷을스스로선택하는것같지만,살면서원치않음에도입어야하는옷이있다.옷은우리가맡게되는역할과복잡하게연결되어있기때문이다.왜이옷을샀을까?입고어떤기분이들었던가?왜어떤옷은계속사게되는걸까?어떤것은남겨두고어떤옷은버리지못하는이유는무엇일까?옷은우리에게그모든것을떠올리게하고질문하게한다.
저자는옷을입는방식뒤에숨겨진한사람의삶을들여다보며,독자로하여금스스로의삶과역할을돌아보게한다.그리고책을읽는독자에게당신의옷장에는어떤옷이있는지묻는다.당신의옷장에는어떤옷이있나요?당신은지금어떤삶을살고있나요?저자의말처럼‘모든사람의옷이그렇듯이이들은내게유일무이하다.’삶이모두에게유일무이한것처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