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산문의 멋 : 연암 박지원이 감추어둔 보석 같은 생각과 만나다

연암 산문의 멋 : 연암 박지원이 감추어둔 보석 같은 생각과 만나다

$17.00
Description
고전 지성사의 빛나는 별, 조선 최고의 작가 박지원
연암 사상의 정수를 산문으로 만나다

북학에 대한 열망부터 진리를 구하는 방법론까지
‘연암 전문가’ 박수밀 교수의 연암 산문 깊이 읽기
연암 박지원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실학자이자 「양반전」, 「허생전」, 『열하일기』의 작가라는 점과 위엄 있는 초상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연암을 뛰어난 작가로만 평가한다면 그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제대로 살폈다 할 수 없다. 노론 명문가인 반남 박씨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위선적인 양반들과 사회 모순을 지속적으로 비판하였으며 바뀌지 않는 사회 현실에 상처 입고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연암은 북학을 통한 이용후생(利用厚生)으로 민중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했으며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정철조, 이서구 등 18세기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모인 백탑 공동체를 주도하여 전 분야에 걸친 학문 연구의 장을 마련하였다. 백탑 공동체의 사상은 실학 전반과 북학파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연암은 비유법에 뛰어났으며 자신의 사상과 성찰을 산문이라는 형식에 담는 데 탁월한 시대의 지성이었다. 이렇듯 연암은 조선 시대 최고의 작가이자 고전 지성사에서 중요도로 선두를 다투는 인물이다. 『연암 산문의 멋』은 그러한 연암의 세계를 그의 산문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제시한다.
「연암 박지원의 문예 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열하일기 첫걸음』을 썼으며 『연암 산문집』을 번역하고 다수의 연암 관련 강의로 독자들을 만나온 ‘연암 전문가’ 한양대학교 박수밀 교수는 『연암 산문의 멋』을 통해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엮어 펴냈다. 연암의 사상과 삶의 태도가 잘 드러난 12편의 글을 가려 뽑고 새롭게 번역한 뒤 깊이 있는 해설로 연암 산문이 왜 현대에도 읽을 가치가 있는 고전인가를 밝힌다.
책의 서문과 발문, 산문, 논(論), 묘비명 등 연암이 남긴 다양한 글에서 중용, 확증편향 지양, 낮은 자세로 임하기, 배움의 덕을 통해 편협한 사고에 갇히는 것을 늘 경계했던 삶의 지향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연암의 마음가짐, 지식인으로서 어떻게 살 것이며 어디서 진리를 구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은 현대인에게 자신과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연암의 독창적이며 유려한 비유, 상대방의 고정관념을 인정한 뒤 자신의 주장을 이어가는 설득의 묘, 에피소드로 글을 시작하는 작법 등 문장과 산문 구조에 대한 꼼꼼한 해설을 통해 연암 산문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저자

박수밀

작은생명에대한따뜻한시선을바탕으로고전의지혜를담백하면서맑은언어로풀어내는고전학자.옛사람들의글에나타난심미적이고실천적인문제의식을지금여기의현장에서창조적으로재해석하는작업을꾸준히해왔다.미시적관찰과거시적조망의균형감각을놓치지않으면서문학과미학,철학,역사를아우르는시좌를갖추려고노력한다.

실학의인문정신과글쓰기,고전의생태정신,동아시아교류사를공부하고있으며특히연암박지원의문학과사상을오랫동안탐구해오고있다.그결실로『연암박지원의글짓는법』,『열하일기첫걸음』을저술했으며고전을매개로지금여기와소통하려는노력으로『박수밀의알기쉬운한자인문학』,『옛공부벌레들의좌우명』,『고전필사』,『리더의말공부』,『오우아』,『탐독가들』,『청춘보다푸르게,삶보다짙게』등을썼다.글쓰기에대한관심을바탕으로『18세기지식인의생각과글쓰기전략』,『과학기술글쓰기』(공저)를저술했으며,옮긴책으로는『글로만나는옛생각.고전산문』,『정유각집』(공역),『연암산문집』등이있다.현재한양대학교연구교수로재직하며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목차

서문

1모든경계에는꽃이핀다_낭환집서문
2까마귀는검지않다_능양시집서문(菱洋詩集序)
3참된배움의길_북학의서문(北學議序)
4지금이곳,조선을노래하다_영처고서문
5비슷한것은참되지않다_녹천관집서문(綠天館集序)
6눈과귀를믿지말고명심(冥心)하라_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7진실은관계에따라달라진다_상기(象記)
8도로눈을감아라_환희기후지
9열녀이데올로기의음모_열녀함양박씨전(烈女咸陽朴氏傳)
10의리를다시묻다_백이론(伯夷論)상(上)
11친구는제2의나다_회성원집발문(繪聲園集跋)
12새벽달은누님의눈썹같았네_백자증정부인박씨묘지명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진리를향한구도의자세
경전에대한추종과모방을거부했던경계인연암은말한다
‘감각에의지하지말고명심(冥心)하라.’

「양반전」,「허생전」,「호질」등널리알려진연암의작품을떠올리면그는사회비판적요소가강한글을쓴작가로보인다.「마장전」,「예덕선생전」,「민옹전」에서도사회적약자를내세워사회적모순을우회해비판한다.그러나연암의탁월함은비판의근거가되는진리를구하려는태도에있다.『연암산문의멋』에서는사회고발성향의바탕이되며연암사상의근간이라고도할수있는구도의자세를집중적으로조명한다.

저자는「낭환집서」의이가옷과몸중어디서생기는지에대한논쟁,말똥구리와용은서로의말똥과여의주를부러워하지않는다는비유에서진리의양면성,상대성을읽어낸다.이는중용의덕을떠올리게하며,양편사이에서생각하는경계인의시각을가져야진실을발견할수있다는통찰이다.

「능양시집서」에서연암은까마귀가실은검은색만띠고있지않다는비유를통해경전의문체(한가지색)로만글을쓰라강요하는현실을꼬집는다.저자는주변사물을관찰하여얻은진실을현실의모순에적용하려는태도야말로진리에이르는길이며하찮아보이는것에서새로움을발견해내는것은연암의창조자적안목이라칭찬한다.

「일야구도하기」도눈과귀로느낀것이전부가아니라는진리를전해주는수작이다.연암은하룻밤사이에여러번강을건너며느낀두려움을통해감각기관이만드는편견과선입견을지적한다.저자는연암이강조한‘명심冥心’,즉감각기관의모순을경계하고공정하고순수하게보는마음이야말로참됨에이르는길이라말한다.

「상기」는코끼리의상아가먹이를먹는데도움이되지않는다는이야기를통해조물주가모든것을의도하여만든것은아니며자연에는목적의식이없음을강조한다.저자는신,하늘,이理에의지하여합리적이고이성적인판단을배제한유학자들을떠올리며변화하는세계를하나의질서로만규정하려는태도는옳지않다고전한다.

연암은자신의여러산문을통해진실은상대적이며양면적이라명심을행하면서사물들간의관계에집중할때발견할수있다고한다.확증편향을지양하는것,“경계인의시좌”를가지는것이핵심인것이다.저자가해석해낸연암의‘구도’는오늘날가짜뉴스와혐오적정서,편협한사고에둘러싸인우리에게큰깨달음을준다.

박지원의세상을보는눈
투철한기록정신이만들어낸연암박지원의세계

책첫머리에실은이동원화백의〈연암박지원초상〉(2017)은우리가알던연암의모습과는사뭇다르다.풍채좋은모습과위엄있는낯빛은그대로지만세태를비관한지식인의그늘도엿보인다.연암의체념적정서는절친한지기였던이희천의죽음과관련이깊다.영조의정치공학적선택에의해목숨을잃은친구의모습을보며연암은과거를접고더욱우울감에빠져들었다.섬세한감수성으로문학,민중,친구,가족을소홀히하지않았던시대의지성은자신의감정을글로남기는데생을바쳤다.

「영처고서」에서연암은『시경』이당시민간의풍속을담은자료임을강조하면서『영처고』에담긴이덕무의시또한‘조선의노래’라며가치있게여긴다.이는북학에대한열망이전에실학의주체성을잘보여주는대목이다.나아가백성들에대한연암의애정어린시선을읽을수있다.「열녀함양박씨전」도맥을같이한다.평범한사람들의이야기를통해열녀를강요하는사회적분위기를비판하고여성에대한,당시로서는진일보한시각을보여주고있다.

「회성원집발」에서는“벗은반드시지금이세상에서구해야할것이분명하다”며친구사귐의어려움에대해탄식하였으며「백이론」에서는의리와상대방을존중하는태도에대한깊은고민을드러낸다.연암은큰누나를떠나보낸후「백자증정부인박씨묘비명」을남긴다.고인을형식에맞춰추모하던당대의글쓰기방식에서완전히벗어난작품으로누나를잃은개인적소회와누나와의추억을절절히담아낸수작이다.연암의사랑은형과누나에게지극했으나연암은가족을하나둘잃어갔다.

박지원의글을자세히보면당대유학자들의동의를구하거나그들의반발을약화시키려는모습을자주발견할수있다.연암의성정이드러나는부분으로연암의전략적글쓰기,화술,처세술등을알수있지만그것이전부는아니다.사회를비판했으되조선풍을강조하며고쳐쓰려했고유학자의위선을고발했으나그들을설득해포용하려는의지를내비친연암만의세계관인것이다.마침그는줄곧진실은상대적이고양면적이라고하지않았던가.자신의생각을주장함에있어서도어쩌면그러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