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달

녹슨달

$18.40
SKU: 9788932322780
Tags: 녹슨달
저자

하지은

1984년생.서울시립대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를졸업했다.2008년장편소설『얼음나무숲』으로데뷔하며독자들에게작가의이름을명징하게각인시켰다.작가세계를관통하는예술적미학과몽환적인분위기를함축하고있는소설로단연손꼽히고있다.그밖에도장편소설『모래선혈』,『보이드씨의기묘한저택』,『녹슨달』,『오만한자들의황야』,『눈사자와여름』을출간하였으며,2010경계문학베스트컬렉션『꿈을걷다』에「나를위한노래」,글틴에「밤구름아래늑대새끼우짖는다」,네이버오늘의문학에「볼레니르에게집착하지마라」등의단편을발표했다.브릿G에최신작『언제나밤인세계』를공개,집필중이다.옛이야기단편선『야운하시곡(夜雲下豺哭)』에「야운하시곡(夜雲下豺哭)」을수록했다.

목차

어느화가의죽음
1.흙으로그리는화가
2.공방과모사가
3.하얀눈의기사
4.천재를죽이는방법
5.철문뒤의왕자
6.소녀의초상
7.아카데미그랑프리
8.찢어지는밤
9.괴로움이라는순례길
10.모든것이뒤바뀐겨울
11.붓을문토르소
12.두손없는기도
어느오후의대화

외전.그의얼굴은그녀의얼굴뒤에있다

출판사 서평

위대하지만평범하고,뛰어나지만불완전하기에
오해와이해,방황을거듭하는화가들의이야기!

하지은작가는2008년『얼음나무숲』을출간한후로탐미적인문장과매혹적인이야기로많은독자들을사로잡았다.이후『모래선혈』,『보이드씨의기묘한저택』등의작품으로아름다우면서도섬뜩한특유의환상문학세계를꾸준히선보여왔다.가장널리알려진대표작은음악이야기를담은『얼음나무숲』이지만,그림을소재로삼은『녹슨달』을하지은작가의작품중가장좋아하는작품으로꼽는팬들도많다.

르네상스시대유럽을연상시키는가상의도시를배경으로한이소설은저주와악마등환상적이고비현실적인요소가있는작가의다른작품들과다르게오로지인간의이야기를담았다.교황이거주하는이도시는종교의권위가무척강하며,예술또한종교의그늘에서벗어날수없다.도시중심부에지어지고있는대성당의천장화를누가그릴지가이도시의화가들의최대관심사이다.오만하고도자존심센화가들은이위대한임무를각자의이유로거절하거나금기된그림을그려종교에도전하려하며,자신이믿는바를붓끝에담고인간의이야기를해나간다.

『녹슨달』은주인공이자서술자인파도조르디를중심으로진행된다.하지만파도의주변인물들또한이야기가진행됨에따라각자의사연과숨겨진면을드러낸다.결코자신의그림은그리지않는레오나드,실력은좋지만파도를싫어하는시세로등공방의사람들은동료이자경쟁자로서파도에게큰영향을끼친다.한편파도는이미약혼자가있는귀족아가씨인사라사에게빠지고,그녀의약혼자인자비없는기사블레이젝,재능있는예술가들을후원하는왕세자비이데아등여러인물들과감정적,육체적으로복잡하게얽히게된다.이루어질수없는마음과틀어진관계들은파도의삶의방향과작품세계를바꿔간다.이소설속의인물들은모두평범하고불완전하기에서로엇갈리고오해하며방황을거듭한다.

이번개정판에수록된외전「그의얼굴은그녀의얼굴뒤에있다」는작중주요인물인시세로가주인공으로,본편에서언급되었던그의과거이야기를담았다.독자들은이외전을통해시세로가무엇을위해서계속공방에남아그림을그리는지를알게되고,그의또다른모습을만나게될것이다.

“나는파도조르디다.반드시세상에그이름을남긴다.”

무슨일이있어도그림을그려야하는사람들이있다.그런이들은창작의고통에괴로워하며붓질을멈추었다가도붓을놓지못하고자신의이야기를그림에담고자한다.하지은의『녹슨달』은화가가되지않기로결심했음에도그림을그리고싶은마음을놓지못해결국화가의길을걷게된천재화가의이야기다.

창작의고통으로괴로워하다자살한아버지를본어린파도는자신은절대화가가되지도,남들에게자신의그림을보여주지도않겠다고다짐한다.하지만그의재능을알아본사람들의권유와회유로결국라잔공방에도제로들어가눈이멀어가는노화가벡리의제자가된다.그곳에서파도는여러화가를만나그들의재능을질투하고동경하며화가로서성장해간다.결코이어질수없는가슴아픈사랑에빠졌다가그마음을감당하지못해침체기에빠지기도한다.이런고통스러운삶속에서파도는무엇을남길수있을까.

책속에서

언젠가나는아버지에게물었다.
“그렇게괴로운일을왜계속하시는거예요?”
“언젠가는이괴로움이끝날거라고믿기때문이지.”
“지금그만둬버리면,그러면끝나는거잖아요.”
아버지는텅빈화폭으로눈을돌려한동안거기에시선을고정했다.하지만정작비어있는건아버지인것처럼보였다.
“그건괴로움이끝나는게아니야.내가끝나는거지.”
---「어느화가의죽음」중에서

며칠뒤나는달빛아래에서홀로그림을그리고있었다.정원한구석나만의화폭에는특별히고르고고른흙이모여있었다.땅을파내려갈수록흙의색이조금씩짙어졌기에그것으로서로다른색과명암을표현했다.그날의주제는달빛이었다.중앙에는가장곱고연한흙을모아반듯하게달을그렸고,반짝이는작은모래알갱이들로은은한빛이퍼지는것처럼보이도록했다.달에서멀어질수록땅을깊이파서그림자를만들었더니마치정말로땅위에달이떠있는것같았다.
---「1.흙으로그리는화가」중에서

“아니,그반대입니다.두고보십시오.훌륭한화가는못될지언정유일한화가는될테니까요.누구와도같지않고그누구도그릴수없는그림을제가,그릴겁니다!”
스승님은의외라는듯나를보다가이가다빠진입으로커다란미소를지었다.그리고들끓는낮은웃음을한참이나웃었다.
“다늙은화가의가슴을이리도두드려깨우느냐.네가여태까지해온말중에가장마음에드는말이로다.그래,두고보마.어디나도세상도깜짝놀라게해보려무나.”
---「5.철문뒤의왕자」중에서

“그렇다면제대로이기적으로굴겠어.감히나를마음속에서지우지마.죽는날까지오직나만을사랑하고원하고그리워해.심지어내가다른사람을사랑해도,영원히내가너를사랑하지않는다해도변하지마.그것이억울하고분하고화가나도,그럼에도멈출수없는스스로를원망하면서끝까지나를사랑해.”
도망치고싶은동시에그강한손아귀에단단히붙들리고싶은욕망을느꼈다.차분한얼굴뒤에어떻게그토록강렬한소유욕을숨길수있을까.이상하게도그순간나는어느때보다도사라사에게매료되었다.
“그렇게하겠습니다,아가씨.”
---「8.찢어지는밤」중에서

“파도.왜괴로움을끝내야하지?”
안도하는것도잠시,나는처음으로그가내이름을불렀다는사실에경악했다.차마대답하지못하자그는놀랍게도달래듯이이야기했다.
“대답해봐.”
“그건……괴롭기때문이죠.”
“그괴로움자체가우리가하는일의의미라고는생각해보지않았어?”
---「9.괴로움이라는순례길」중에서

먼바다의꿈을꾸었다.해가뛰어노는이상한바다였다.별들은물고기처럼헤엄치다수면위로첨벙첨벙뛰어올랐고그때마다휘어진달이매처럼별을낚아챘다.별을그렇게많이먹어서보름달이되는거로군.자연스럽게그렇게생각했다.이곳이라면괜찮아.여기라면누구도찾아올수없어.아무도날해칠수없어.
---「11.붓을문토르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