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음 : 삶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쓴 것들

각본 없음 : 삶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쓴 것들

$18.50
Description
“우리는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 전부는 아니다.”
가끔 삶이 나도 모르게 쓰인 한 편의 드라마 같을 때가 있다. 때로 드라마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프러제트〉 〈철의 여인〉 〈더 스플릿〉 〈셰임〉 등의 화제작을 집필하고 에미상을 수상한 극작가 아비 모건의 사랑과 상실에 관한 에세이다.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던 배우자, 제이콥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아비 모건에 관한 기억만 잃은 채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억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몸도 마음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제이콥. 아비 모건은 그가 제대로 살 수 있다는 희망에 차오르다가도, 때로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약도 없이 그 옆을 지킨다. 그런 아비 모건을 보면서도 제이콥은 “당신은 아비가 아니야”라고 선언하며 그녀를 무너뜨렸다. 이런 날들 속에서 아비 모건은 자기 연민에 빠져 있기보다 처한 상황들을 매순간 날카롭게 탐구하면서 특유의 강인함과 인내력으로 지나왔다. 그렇게 보낸 3년이라는 시간의 기록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아비 모건은 직업적으로 늘 끝이 분명한 이야기를 좇으며 살아왔지만, 자기 자신의 ‘인생’이라는 작품에서만큼은 주어진 각본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온 각본을 통해 끝까지 살아남은 주인공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당연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래서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들을 돌아볼 수 있다. 나아가 삶의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찾을 수 있다.
하나 감당하기도 힘든 불행한 일들이 연이어 찾아올 때면 ‘왜 하필 나일까’ 싶은 마음에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파도가 다가올 때 그 위로 몸을 실어 해안까지 닿아야 한다는 아비 모건의 말마따나 인생의 여러 재난들이 우리를 덮치려 할 때, 그 속으로 휩쓸리는 대신 위로 올라서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를 대해야 한다. 어떤 일은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저자

아비모건

저자:아비모건(AbiMorgan)

영국의유명극작가이자시나리오작가이다.〈서프러제트〉〈철의여인〉〈셰임〉등의영화대표작은물론〈더스플릿〉〈섹스트레픽〉〈디아워〉와같은영국의유명TV프로그램을작업했고,2013년제65회에미상에서각본상을받았다.그의작품은공통적으로어려운상황에서도굴하지않는,주체적이고단단한태도의주인공들을통해희망적인삶의메세지를전한다.이러한태도는『각본없음』에서도잘드러난다.남편제이콥이하루아침에쓰러져그를기억하지못하는비극속에서도아비모건은끝내무너지지않음으로써자신의삶과사랑하는사람을지키기위해최선을다한다.이과정에서자기연민이나동정에취하기보다처한현실을명확히하며앞으로나아가는법을찾는다.나아가잃은것만큼이나얻을수있었던것들에감사하며삶의진정한가치를깨닫는다.아비모건은인생이라는영화속에서주어진각본이아닌스스로만들어온각본을통해끝까지살아남은주인공이다.



역자:이유림

대학에서영어통번역을전공했다.글밥아카데미출판번역과정수료후바른번역에소속되어있으며,쉽고편하게읽을수있는문장을쓰기위해고민하며번역하는사람으로살고있다.옮긴책으로『자연처럼살아간다』,『숨을,쉬다』,『걷는존재』등이있다.

목차

이책에쏟아진찬사들8
각본없음13

감사의말366

출판사 서평

이이야기는불쌍한회고록이아닌
사랑에관한것이다

소설『데미안』에는“사람은자신의세계를넓혀준사람을잊지못한다”라는문장이나온다.누구나한명쯤은그런존재가있을것이다.혼자서는막연히두려워시도조차하지못한일들을‘함께’라는이름으로선뜻도전하게만들어준사람.“세상에는이렇게멋진풍경과맛있는음식과재미있는일들이많아“라고자주말해준사람.아비모건에게제이콥이그랬다.그녀에게제이콥은믿어의심치않는삶의목적이자이유였다.제이콥이한순간에모든걸다잃고,자기자신만기억하지못하는상황속에서끝까지그를지키려했던건이러한기억덕분이었다.누군가는그녀를두고“어쩌자고그런선택을했어?”혹은“감당이되겠어?”라고말하며도무지이해안되는표정을지을수있다.하지만아비모건은그녀앞의재난이,서로를두고“우리는행운아야”라고말하던그들이사랑했기에필연적으로겪어야만했던일임을누구보다잘알았다.이러한맥락에서그녀가지나온선택들은너무나당연하면서도명확한것이었다.아비모건의세계를넓혀준제이콥,그리고어떻게든그세계를지키려했던아비모건.우리는이책을통해우리시대에퇴색되어가는사랑의본질과가치를다시금생각해볼수있다.

책속에서

병원에서는또다시제이콥의혈액표본을검사했지만,감염징후는발견하지못했고지금의료진들은항NMDA수용체뇌염증상으로종종발생하는종양을의심하고있었다.그사실에우리는매우기뻐하며제이콥의증상이암이기를바랐다.암에걸렸다는사실에안도하는,대체우리는어떤세상에살고있는것일까?
---p.64

“제이콥은진짜춤을춰요.저를가까이끌어당겼다가,한바퀴돌게하고,편안하게풀어준다음,저를웃게해줘요.훌륭한사람이에요.멋진사람.아름다운사람.영리한사람이죠.훌륭한아빠,훌륭한파트너,훌륭한형,훌륭한아들,훌륭한친구예요.”
---p.143

나는함께달리던가장가까운친구의손을놓았다.그를앞서서달려나갔다.뒤도돌아보지않고결승선을통과했다.그모든시간에제이콥은끊임없이나를응원하며지원해주었다.그리고그것은지금껏나를쫓아왔다.여전히나를쫓아온다.제이콥이쓴그목록.내가제이콥의핸드폰에서찾은그목록.제이콥이내게분노하는일들을적은그목록이.
---p.193

늘,항상,나는불안해하며살았다.제이콥은그런나를늘안심시키고,웃게하고,용기를불어넣었다.나는매번그런제이콥에게고마웠다.절벽에서,집라인에서.다이빙대밑깊은물속으로밀어넣어준것에대하여.
---p.213

나는계단에걸터앉은채로귀에익은그대화,우리의과거에서당신의꿈으로이어진그대화에기도하듯말없이대답한다.우리가함께했던또다른삶,익숙한그삶의녹음테이프를듣는것처럼.제이콥이집으로돌아온처음몇주,병원에가는차안에서제이콥은내옆에앉아눈을감은채헤엄치듯손을움직이며허공을움켜쥔다.그리고자신의첫번째무대를축하하는상상속친구들,관객들과악수한다.
---p.237

“너를알아주는사람을만나.”아이들에게이렇게말해주고싶다.그무엇보다바라는것이있다면,뭐가됐든아이들이사랑과우정을나눌수있는존재를만나는것이다.남자든,여자든,물고기든.그리고바로이점에서나는제이콥과내가떼려야뗄수없는관계라는사실을알게되었다.우리가서로에게한맹세는우리의아이들,그모든순간,모든이야기,서로를향한헌신에얽혀있고,종종의심이생길때도있었지만,변함없이단단했다.
---p.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