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진짜 직업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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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철학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다!”
스피노자에서 한나 아렌트까지, 철학자들의 먹고사는 이야기
“철학자시라고요?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먹고살아요?
흔히 ‘철학자’라고 하면, 그 자체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골똘히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말이다. 철학자는 매일 정해진 시간,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기 바쁜 노동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기껏 해야 대학교에서 철학 수업을 하는 교수 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과연 그럴까? 철학자들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했을까?
철학 교사이자 박사인 저자 나심 엘 카블리는 철학자들의 화려한 업적 뒤에 숨겨진 직업인으로서 면모를 탐구했다.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은 고대 로마 시대에 살았던 세네카에서 현대의 시몬 베유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사상, 학파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철학자 40명이 가졌던 ‘진짜 직업’을 다룬다.
그들의 직업은 크게 철학자의 속성과 연결되는 일, 무관해 보이는 일, 그리고 이것까지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일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된다. 섬세함과 논리력을 요하는 해부학자나 수학자, 변호사 같은 직업에서 신체의 훈련을 통해 정신력을 높이는 프로 사이클 선수, 오토바이 정비사, 렌즈 그라인더, 그리고 시대와 현실적 한계에 맞서 보다 자유롭게 사상을 다진 위조화폐 제작자, 은행 강도, 노예 같은 직업까지. 저자는 다양한 직업이 어떤 방식으로 철학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결과적으로 철학자들에게 직업이란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을 넘어 그들의 삶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나심엘카블리

저자:나심엘카블리
철학교사이자박사다.2023년도여름프랑스공영라디오채널〈프랑스문화FranceCulture〉에서‘철학자들의진짜직업Levraimetierdesphilosophes’시리즈를진행했다.저서로는『단절LaRupture』과『평범한경험L'Harmattan』등이있다.

역자:이나래
이화여대통번역대학원한불번역과를졸업하고전문번역사로일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로비스트그들은우리를어떻게세뇌하는가』와『쓰레기제로라이프』가있다.

목차


추천사5
시작하며13

바뤼흐스피노자,렌즈세공사20
한나아렌트,기자26
디오게네스,위조화폐제작자33
이브퀴세,배우이자코미디언40
블레즈파스칼,대중교통사업가47
루키우스안나이우스세네카,황제의친구53
매튜크로포드,정비공60
에밀리뒤샤틀레,물리학자68
미셸드몽테뉴,시장75
도미니크메다,고위공무원82
플루타르코스,아폴론신전의신관88
드니디드로,미술자문관94
자크엘리제르클뤼,지리학자100
앙리베르그송,외교관106
기욤마르탱,프로사이클선수112
가스통바슐라르,우체국직원118
고트프리트빌헬름라이프니츠,도서관사서124
아녜스게로,싱어송라이터130
코르넬리우스카스토리아디스,OECD경제학자137
장자크루소,악보필사가143
장멜리에,신을믿지않는사제149
샤를루이드몽테스키외,판사155
아서단토,미술평론가161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황제168
마리르자르드구르네,편집자이자여성운동가174
토머스홉스,군주의안내자180
클로드아드리앵엘베시우스,조세청부업185
마르쿠스툴리우스키케로,변호사191
바르바라카생,정신질환을겪는청소년을위한교육전문가197
쇠렌키르케고르,자산가203
베르나르스티글레르,은행강도209
에픽테토스,노예214
클로드레비스트로스와디나드레퓌스,인류학자220
엘리자베트폰데어팔츠,수도원장226
프리드리히니체,문헌학자232
하워드베커,재즈피아니스트238
히파티아,천문학자244
데이비드흄,역사학자250
르네데카르트,해부학자255
시몬베유,노동운동가261

마치며267
철학자연대순목록270

출판사 서평

사업가,고위공무원,코미디언,아폴로신전의신관···.
사회적관습,시선,그리고직관에반할지언정
직업을통해자신의사상을다진철학자들

많은사람이살면서그들을둘러싼사회관습과구조에영향을받는다.그안에서근거없이만들어진편견에기대생각한다거나‘선한’것과그렇지않은것을만든다.이에따라사회에서암묵적으로합의된미덕이생겨나고,어떤대상이나속성에대한가치평가가이뤄진다.그런점에서‘철학자’는직관적으로미덕을좇고,미덕에부합하는그야말로‘이성’적인존재로여겨진다.가령속세를지양하고,지적이고정적인활동만을하며,명예로울것으로평가된다.그리고이는그들의직업을유추하는과정에서도자유로울수없다.

『철학자들의진짜직업』은이렇듯,우리가‘철학자는이럴것이다’라고만들어놓은통념과직관에반하는이야기를펼친다.대표적으로대중교통사업가,고위공무원,코미디언,해부학자,노예,아폴로신전의신관처럼물질적이거나,비이성적이거나도덕적으로옳지않은직업들의사례를통해철학자에대한우리의통념에균열을내고,한번도의심하지않았던질문을던진다.결과적으로철학자로서그들의사상과정체성을더면밀히들여다보게하는책이다.

책속에서

남성이든여성이든그들의다양한실제직업과철학자로서주장한사상사이에는어떤관계가있을까?철학자들에게직업이란단지생계수단에불과했을까?모두가자산가는아닐테고,결국먹고살아야하니어쩔수없었을까?아니면그들의철학과유사성,인과관계또는모순으로연결되어있을까?『철학자들의진짜직업』에는이와관련된모든사례가담겨있으며,이책을통해어떤부분에서철학이라고하는철학자들의‘지적노동(이표현을과감하게써봤다!)’과철학외적노동이서로부딪치고,자연스럽게뒤섞이는지조명하고자했다._16p

디오게네스가위조화폐를제작한행위는오히려그의윤리적진정성과도덕적위대함에서비롯되었다.이것이바로견유학파의역설이다.디오게네스는특히경제적가치의전복에분개하고반발했다.살아가는데필수적인밀과같은곡물은값이얼마되지않는반면,쓸모없고사치스러운것,예를들어보석은천문학적인가격에거래된다는사실에기막혀했다.그렇다고해서물론생필품의과도한인플레이션을지지하지는않았다.단지철학자로서경제의모순을세상에드러내려고했을뿐,그의접근방식은정치적이지않고철학적이었다._36p

크로포드는깨끗하게정돈된사무실을떠나정비소를열기로결심했다.오토바이나자동차를수리하면서현실과의관계를다시회복해나갔다.삶의다양한문제들에맞서고,온몸으로부딪혀문제를해결하는과정은고난을극복해나가는구체적인길이다.이러한점에서정비공이라는직업은현실을주체적인태도로충실히살아내기위한모든조건을충족한다.그의일상은고장나고,멈추고,망가진것들과끊임없이마주하는과정그자체이기때문이다._61p

육체와이성,두영역에서높은곳을향해오르는일이꼭몸과정신을분리하지는않는다.어찌보면,몸에도그나름의이성이있으며,이성은이사실을무시해서는안된다.기욤마르탱은육체를,특히운동선수의육체를아무생각없는기계처럼여기는철학적통념에강하게반대한다.그는자신의저서『사이클을탄소크라테스』에서운동에는단순한지능을넘어,서로다른두가지형태의지능이요구된다고주장한다._113p

키르케고르는단한번도일을한적이없으며,일반적으로인정받는직업을가진적도없다.경제적으로볼때재산으로만충분히생계를유지할수있는사람이었다.사람들은오랫동안그가돈에무관심하고재정관리에도신경쓰지않는다고믿고싶어했다.이러한인식은흔히키르케고르를이상화된철학자로보려는시각과도맞물려있다.그러나사실이아니다.키르케고르는자신의일기에서돈에관한문제를적지않게언급했고,여러문서에서확인됐듯이,재산을매우신중하게관리하고수익성좋은투자처를선택하며적절한시점에보유한증권을매각했다.그는그런부르주아의삶에아무런문제의식을느끼지않았다.별다른생각이없었다.그에게중요한것은오직기독교의진정한기능과회복을위한투쟁뿐이었다._204p

데카르트의생리학적분석과이론은무엇보다세심한관찰에기반한다.데카르트가암스테르담에머물던시절,칼베르스트라트근처에살았는데,네덜란드어로‘송아지거리’라는이름이말해주듯그곳에는당시정육점이많았다.덕분에그는동물의장기를가까이에서관찰할수있었다.『방법서설』에서심장의작동원리를설명하기에앞서,데카르트는독자들에게“폐가있는거대한동물의심장을눈앞에서해부해보라”고제안하기도한다._20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