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126 (양장)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126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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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26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 가운데 한 명인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시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헤친 작가다. 특히 연대기적 시간의 중단을 형상화하며 유한이나 영원으로 범주화되지 않는 새로운 향유의 시간을 보여 준 그의 시 세계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독자로부터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저자

에밀리디킨슨

19세기와20세기의문학적감수성을연결하는역할을한소설가.미국매사추세츠주의작은칼뱅주의마을애머스트에서태어나평생을보냈으며,평생결혼하지않다.평생살며1800편의시를남겼다.자신의시를직접출판하거나세상에거의공개하지않았지만소수의친구와가족,지인들에게보여주기를좋아했다.자연을사랑했으며동물,식물,계절의변화에서깊은영감을얻었다.말년에는은둔생활을했으며시작활동을했다.에밀리디킨슨의시는매우높은지성을표현하고있으며또한뛰어난유머감각도보여준다.운율이나문법에서파격성이있어서19세기에는인정받지못했으나,20세기에는형이상학적인시가유행하면서더불어높은평가를받았다.

40여편씩시를직접필사하고편집한손제본형태의파시클fascicle40권에보관했고더러는편지봉투를뜯어그안에적어두기도했다.주변의일상과자연을시에담아사랑,죽음,상실,영원함,아름다움,글쓰기와읽기의즐거움을노래한시인은당시청교도의엄숙함이나가부장적질서,물질주의생활양식에휘둘리지않고자신의리듬과형식속에서세상을바라보고사유했다.현재독자들에게가장사랑받는미국시인가운데한명이며,많은후배시인들과비평가는물론음악가와예술가들에게큰영감을주는페미니스트뮤즈이기도하다.

목차

에밀리디킨슨시선집

해설향유와탈주의시인
판본소개
에밀리디킨슨연보

출판사 서평

내면으로침잠하여지상의환희로나아간시인
에밀리디킨슨의대표시선집

19세기문학사에서빼놓을수없는거장가운데한명인에밀리디킨슨은아버지에드워드디킨슨의교육열덕분에당시여성으로선드물게정규교육을받을수있었다.하지만어머니의발병으로애머스트아카데미를졸업하고마운트홀리요크여성신학교에입학한지10개월만에고향집으로돌아와야했다.이후그녀는어머니의병상을지키며시를썼다.생전에발표한시는몇편안되지만1886년디킨슨이죽은후여동생라비니아가그녀의시를발견하고공개하면서대중에널리알려졌다.

그녀의시세계에서가장주요한특징가운데하나는연대기적시간의중단으로영원의옹호나,유한도영원도아닌임시적정지이다.하지만아감벤의관점에서보면디킨슨의시에나타나는시간의중단은영원이나임시적정지가아닌새로운시간으로해석될수있다.이시간은순간적으로포착하지못하면영원히지나가버리는행복한순간이자가능성으로가득찬세계다.디킨슨에게과거-현재-미래로이어지는연대기적시간의중단은영원으로가는출발점이되고,여기서의중단은파괴인동시에해방을가져오는,완벽한향유가가능해지는순간이다.이러한향유의시간을디킨슨은기적이라고부르며죽음에서그작은틈을엿본다.그에게죽음은나락으로떨어지는것이아니라중단으로인해메시아가들어올수있는작은문이생기고,인간이기원의상태로돌아가부활할수있는계기다.

특히그녀의문학세계에서주요한주제인중단에서주목할점은이러한단절이파괴인동시에구원이라는것이다.시는이러한중단을드러내기에가장적합한매체이며,디킨슨의경우줄표와행바꾸기를사용해효과적으로이를표현하고있다.

상실과분열이아닌
탈주의욕망으로가득차있는시

에밀리디킨슨의시에서보이는또하나의특징은부재와상실,포기의관념이다.심지어자아분열을디킨슨시의특징으로보는비평가도있다.하지만들뢰즈의관점에서해석할때디킨슨의시는상실과분열의시가아니라탈주의욕망으로가득차있다.

디킨슨은시에서종교와결혼은견고한억압의상징인데종교의억압성은겨울오후의빛으로표현되고결혼은대가가핵심을이루는계약으로제시된다.그러나이처럼영원해보이는제도들이늘견고할수는없다.견고한체계에는유동적인미시균열이생긴다.그것은견고한위계질서를완전히벗어난것은아니지만균열을일으켜해체하려는시도를보여준다.그리하여디킨슨의탈주는역량이증강된에너지로나타나고,그동안갇혀있던영혼은견고한배치를완전히벗어나탈주하는모습을보여준다.하지만이탈주가항상성공하는것은아니다.탈주가퇴행함으로써오히려기존의제도와구속을더강력하게만들기도한다.마침내탈주에성공하면종교와결혼같은제도를파괴하는데그치지않고새로운배치를만들어낸다.

<에밀리디킨슨시선집>은시인이남긴1,800여편의시가운데이러한디킨슨의작품세계를대표하는것들만엄선해서실었다.이책에담긴시들은매우간결하면서이미지즘적이며추상적인사고와구체적인사물을결합한것이특징이다.시간에갇힌인간의식의한계에대한고통스러운역설을일깨우는디킨슨의시세계는오늘날에도수많은독자들로부터공감을얻으며향유되고있다.

책속에서

시계가멈추었다-
벽난로위시계만빼고-
가장탁월한제네바장인도
이제막멈춘-
시계추를살릴수없다-
그시계가갑자기공포에사로잡혔다!
숫자들은괴로워하며몸을구부리더니-
십진법에서빠져나와몸을떨다가-
정오에멈춰버린다-
(본문61쪽)

내게는증오할시간이없었다-
왜냐하면
곧죽음이방해할것이라서-
남은생이
그다지길지않아서
증오를-멈출수있었다-
내게는사랑할시간도없었다-
그래도
애써야만했으므로-
조금만애써사랑하면-
내게는
충분할것같았다
(본문108쪽)

사랑이나타나지않는다면-
한시간의기다림도-긴시간이다-
결국사랑이찾아온다면-
영원한기다림도-짧은시간이다-
(본문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