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종교는반항이었다.”
이슬람사회와서양문명을향한통렬한비판
『단순한과거』는모로코의이슬람문화와서양문명을직시하고,이에반기를드는작품이다.모로코가프랑스로부터해방되기2년전인1954년에출간된이장편소설은드리스슈라이비의첫작품으로소설전체에맹렬한비판의식이감돈다.무소불위의절대권력을가진사업가이자종교인인아버지,어린나이에감금돼일곱자녀를출산하고도노예처럼복종한채살아야하는어머니,부당함앞에서침묵하는형제들,식민주의자이자인종차별주의자로서의한계점을드러내는프랑스학교사람들까지,이소설은모든종류의탄압을향한반항을보여준다.
이후드리스슈라이비는『단순한과거』의연장선상에놓인작품을발표하며‘반항의3부작’을완성한다.『숫염소들』에서는알제리카빌리출신의이주노동자를주인공으로내세워프랑스에서느낀서양문명에대한환멸과분노를폭발시켰고,『열린계승』에서는아버지의죽음을통해이슬람전통을지켰던세대의소멸,과거와미래에대한다음세대의성찰을보여주었다.이처럼슈라이비는서양의근대적가치관에근거해이슬람문명을대표하는아버지에게맞섰고,프랑스에정착한다음에는반대로마그레브이주자를차별하고착취하는서양문명에반항했다.두경험을모두겪은슈라이비는동양과서양의이분법을거부했고,지리적으로더넓고역사적으로더깊은관점에서유럽과마그레브를아우르는문학을완성했다.『단순한과거』는이러한슈라이비만의독특한작품세계의출발점이자이정표역할을하는중요한소설이다.
카뮈에비견되며이슬람세계에
반향을일으킨슈라이비의대표작
『단순한과거』가모로코사회에끼친영향은후배작가였던타하르벤젤룬이‘폭탄’이라고표현했을정도로엄청났다.프랑스의지배에서벗어나고자했던모로코인들은식민지배로황폐해진상황을사실주의방식으로고발하고,정치적관점에서프랑스의통치를비판하는작품을선호했다.하지만슈라이비는세간의기대를저버리고『단순한과거』에서몽환적이고사변적인방식으로모로코부르주아지를신랄하게비판했다.그결과희망의암살자이자반역자로낙인찍히며긴유배를떠나야만했다.오늘날,이작품은모든억압과위선에대항해청년의반항을깊이있게다룬걸작으로카뮈의『이방인』에버금가는충격을준소설로재평가되고있다.
작가와가족의실명,실제지명을사용한이작품은일견자전적소설이라는착각을불러일으킨다.그러나개인적경험과상상을결합한독특한글쓰기방식은세계와자기를이해하려는필사적인노력의결과다.이처럼『단순한과거』는현실과허구의선을거듭넘나든다는점에서특별하다.작중드리스의상념이나이야기속이야기가소설에삽입되어그경계가흐려지는동시에,서로를비춤으로써진실을선명하게보여주는것이다.
주인공인드리스는이소설에서언제나경계에서있다.동양과서양,피식민지와식민국,복종과자유,가난과풍요,삶과죽음등한발짝만움직여도완전히다른세상이펼쳐진다.권력자인아버지,무력한형제들과대조되는프랑스학교사람들도대척점에놓여있다.드리스는로슈선생님을진짜아버지처럼따르고학교친구들을형제라여기지만,막상가족과모로코사회에서환멸을느끼고거기서벗어나고자발버둥친다.학교사람들은이러한드리스를외면하고결국주인공은어디에도속하지못하는이방인의처지로방황한다.이는당시모로코사회가겪었던사회적모순이기도하다.
하지만『단순한과거』는그저젊은세대의방황만을그리지는않는다.주인공은다양한형태의선을넘으며억압과위선에저항한다.이를통해독자는소설안팎에존재하는두명의드리스가어디에도온전히머물지못하지만결국나름의결말에당도하는위대한발걸음을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