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를초월했을때,삶의고통은무無가된다
독일철학자게오르크빌헬름프리드리히헤겔은세상의모든것이정반합으로움직이고,그발전속에이성의힘과원리가작용한다고강조했다.이러한그의철학은19세기초반독일철학계에서대세로자리했지만,쇼펜하우어의생각은달랐다.그는1816년부터3년에걸쳐쓴주저『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에서헤겔로대표되는이성철학을거부하고이성이아닌의지로세계를파악하고자했다.
쇼펜하우어는이책을총네권으로나누어집필했다.제1,2권에서의지를긍정적인방식으로다룬반면,제3,4권에서는의지의부정이해방가능성임을지적하면서앞선내용을아울렀다.그리고부록인「칸트철학비판」에서자신의철학적뿌리라고할수있는이마누엘칸트의철학을파헤쳤다.이로써칸트철학을기반으로한그만의확고한철학이하나의작품으로완성되었다.
쇼펜하우어에따르면,이성은두뇌현상일뿐이고의지의제약을받는부산물에불과하다.따라서세계의본질을파악하기위해서는이성이아닌의지를통해다가가야한다.인간의인식활동을가능하게하는능력,즉지성도의지에서생긴제한적인것이다.의지란사물들로다양하게객관화되는데,이렇게의지가객관화된세계가바로표상의세계다.지성으로파악하는세계는표상의세계에불과하고,표상의세계가지닌여러특성은세계의본래적특성을드러내지않는다.이러한표상의세계가지닌한계를올바르게인식할때본래의세계,즉의지의세계를경험할수있는토대를발견할수있다는것이그의주장이다.
여기서쇼펜하우어가가장중요시하는의지의세계는살아있는자연의세계다.생물이태어나고자라며번식하는생명현상의본질을그는의지로파악한다.그에게생식행위란삶에대한의지를가장단적으로표현한것이다.인간은이러한자연의의지를자신의자연이라할수있는‘몸’으로직접경험하고,여기서온갖충동,본능,욕망을갖는다.
이러한자연의의지를자각하는인간은자신을위해모든것을욕구한다고쇼펜하우어는주장한다.이기심이란삶에대한의지를긍정함으로써생긴심리상태다.결국인간의삶은끊임없는욕구로관철되기때문에고통으로가득할수밖에없다.따라서인간은욕망을일으키는의지를부정하고그로부터초연한삶을살아야고통에서벗어날수있다.이것이쇼펜하우어가의지를통해주장하는그만의‘행복론’이다.
19세기서양철학의정수,이제는완결판을향하여
삶의고통에대한문제와형이상학적으로대면하는쇼펜하우어의철학은한동안죽음을찬양하고삶을무조건체념하라는염세주의로알려졌다.하지만『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에서잘드러나듯이,쇼펜하우어의사상에는인간의삶에나타나는고통에대한철학적인문제제기,그리고삶의고통으로부터벗어나는‘치료적’처방이그근본동인으로작용한다.세계가고통으로가득차있다는그의비관주의적사상은세계에대한진단에있는것이지,그의철학이궁극적으로목표하는바는아닌셈이다.
한편서문에서쇼펜하우어는이책을이해하려면무엇보다칸트의철학을알아야한다고강조한다.그는칸트의주저를읽고깨달음을얻는것을‘장님이녹내장수술을받는것’에비유할정도로그의철학을높이평가했고,칸트로부터막대한영향을받았다.『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에그의철학이가진의미와한계를짚어나간「칸트철학비판」이부록으로실린것도이때문이다.이처럼중요한「칸트철학비판」을『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에온전히실은출판사는국내에서을유문화사가최초다.
을유문화사의『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는2009년첫출간이후2015년개정증보판을거쳐이번에전면개정판으로새롭게선보이는역작이다.공식출간200주년을맞아‘을유사상고전’시리즈로출간되는이번개정판을위해역자인홍성광박사는기존의명쾌한해설을한층더강화했다.쇼펜하우어의다사다난한인생여정,그의의지철학과불교사상의관계등책을둘러싼모든설명을대폭보완했다.또한이번개정판에는쇼펜하우어와그의철학을둘러싼30여점의도판이실려독자의이해를돕는다.주요철학자들의초상화부터그리스?로마신화를다룬유명회화까지독서와함께하는감상의재미가쏠쏠하다.한마디로이책은『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의‘결정판’이라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