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심장 가까이 - 암실문고

야생의 심장 가까이 - 암실문고

$14.00
Description
‘스스로 빛을 지닌 말’을 찾아 떠난 첫 번째 여정,
이후의 브라질 문학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데뷔작

언어로 빛을 창조하려 했던 작가가 내뿜은 첫 번째 광휘
1943년, 브라질의 무명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인세 대신 책 100부를 받는 조건으로 첫 장편 소설 『야생의 심장 가까이』를 출간했다. 이듬해 이 소설은 브라질 문학계를 완전히 뒤흔들었고, 문학계 인사들은 그녀에게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작품이 충격을 안겨 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과감한 천재성 때문이었다. 심지어 막 작품을 탈고한 리스펙토르 본인도 이 작품이 소설이 아니라 메모 뭉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이 놀라운 데뷔작에서 많은 작가의 흔적을 발견했다.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페르난두 페소아,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하지만 『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단순한 모자이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곳에서 모은 것들을 모두 녹이는 용광로였다. 재료들이 불타고 녹으면서 피워 내는 빛과 열이 이 작품의 진정한 형태였다. 리스펙토르를 번역하면서 빛에 피폭되었다고 말한 배수아 작가의 후기는 이 작가만의 특별한 매력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야생의 심장 가까이』의 논리적 도약과 시적 묘사 등은 유럽 모더니즘 문학보다 더욱 강렬하고 과감하다. 작품 속 사고의 궤적은 의식의 흐름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작품들만큼 위태로운 커브를 그리고, 리스펙토르의 비유는 우리가 알던 단어들을 생경한 방식으로 충돌시킨다. 마치 화려한 원색으로 가득한 꿈 또는 무의식 속으로 위험하리만치 빠르게 빠져드는 듯하다.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 주아나는 이 기이한 환상과 현실 속을 고독하게 떠돌다 불현듯 깨어난다. ‘리스펙토르 문학’이라는 전무후무한 우주는 그 순간 스스로의 탄생을 선언한 것이다.

저자

클라리시리스펙토르

1920년에우크라이나에서태어났고,그해에러시아내전을피해이주를결심한가족과함께브라질로갔다.1933년에헤르만헤세의『황야의이리』를읽고작가를꿈꾸기시작했다.법대에진학한뒤로도문학작업을병행하다1940년에첫단편을발표했다.법대를졸업한뒤로는신문칼럼니스트로일하며1943년에첫장편소설『야생의심장가까이』를발표했고,브라질문단에충격을안긴이작품은그해최고의데뷔작에주어지는그라샤아랑냐상을수상했다.사람들은이작품이제임스조이스와버지니아울프의영향을받았으리라예상했지만,리스펙토르는그때까지이두작가의작품을읽어본적이없었다고답했다(작품의제목은조이스와의연관성을감지한편집자가제안한것이었다).

1944년부터1959년까지외교관이던남편과함께유럽과미국등지를오가며작품활동을이어갔지만,이후로는남편과갈라서고자녀들과함께브라질로돌아와여생을보냈다.귀국한뒤로는화재를겪으며큰화상을입는등생활에어려움을겪었지만,꾸준히작품활동을이어갔다.57세생일을앞두고미처발견하지못했던난소암으로사망했다.

생전에마지막으로쓴대표작『별의시간』을비롯해『G.H.에따른수난』,『아구아비바』등그녀가남긴많은작품은21세기들어브라질바깥에서도재조명되며선풍을일으켰다.이때그녀의작품을주도적으로번역하고편집한벤저민모저는그녀를카프카이후가장중요한유대인작가로꼽았다.

목차

1부
아버지
주아나의날
어머니
주아나의산책
숙모
주아나의기쁨들
목욕
그목소리를가진여자와주아나
오타비우

2부
결혼
선생님에게로도망치다
작은가족
오타비우와의만남
리디아
그남자
그남자에게로도망치다
독사
떠나간그남자
여행

출판사 서평

언어로빛을창조하려했던작가가내뿜은첫번째광휘

1943년,브라질의무명작가클라리시리스펙토르는인세대신책100부를받는조건으로첫장편소설『야생의심장가까이』를출간했다.이듬해이소설은브라질문학계를완전히뒤흔들었고,그해최고의데뷔작품에주어지는그라샤아랑냐상을수상했다.문학계인사들은그녀에게‘허리케인’이라는별명을붙였다.

이작품이충격을안겨준것은전례를찾기어려울만큼과감한천재성때문이었다.심지어막작품을탈고한리스펙토르본인도이작품이소설이아니라메모뭉치에불과할지도모른다고의심했을정도였다(당시약혼자가‘이것은새로운문학’이라며그녀를간신히설득했다).이소설을담당한편집자는제임스조이스를떠올렸고,그가쓴『젊은예술가의초상』속한구절을이작품의제목으로제안했다.몇몇비평가들은버지니아울프를언급하기도했다.그러나리스펙토르는그때까지조이스와울프를읽은적이없었다고말했고,자신의스타일은정밀한무의식속에서만들어졌다고대답했다.

이후사람들은이놀라운데뷔작에서더많은작가들의흔적을읽어냈다.페르난두페소아,프란츠카프카,헤르만헤세…….그총합이바로이작품의정수였다.하지만『야생의심장가까이』는단순한모자이크가아니라서로다른곳에서모은것들을모두녹이는용광로였다.재료들이불타고녹으면서피워내는빛과열이이작품의진정한형태였다.리스펙토르를번역하면서‘빛에피폭’되었다고말한배수아작가의후기는이작가만의특별한매력을정확히표현한것이다.

실제로『야생의심장가까이』의논리적도약과시적묘사,성경속서신처럼응축된선언등은유럽모더니즘문학보다강렬하고과감하다.작품속사고의궤적은의식의흐름을극한까지끌어올린작품들만큼위태로운커브를그리고,리스펙토르의비유는우리가알던단어들을생경한방식으로충돌시킨다.마치화려한원색으로가득한꿈또는무의식속으로위험하리만치빠르게빠져드는듯하다.특히다른작품에비해유독이미지를통한비유를많이사용한『야생의심장가까이』는리스펙토르가남긴가장감각적인작업이라할수있다.

리스펙토르의시작이자모든것

한편,『야생의심장가까이』는리스펙토르의작법과세계관을조망할수있는작품이기도하다.이후의작품들이틔우게될씨앗이모두담겨있기때문이다.이작품속에는리스펙토르특유의전개방식,즉안온함속에서도불안의징후를찾아내는천부적인감각과그불안속에서홀연히시작되는철학적독백,또그렇게달라진인식속에서새로운모습으로피어나는세계의풍경이반복해등장한다.그리고그풍경과사색들은완전히해설되지않고수수께끼인채로남겨진다.이수수께끼에대해작품의주인공주아나는생각이언어로정리되는순간그생각이생명력을잃기시작한다고말하는데,이는리스펙토르자신의세계관이기도했다.따라서그녀가문장과문단틈에뚫어놓은구멍은언어만으로는표현할수없었던저너머의세계를직관적으로엿볼수있도록준비된창문이다.그녀가추구하는목적지는언어가아니라언어의구멍을통해서만목격할수있는것이었다.

『야생의심장가까이』는작가의분신이라할수있는주아나를통해이주제의식을열렬히,또한직접적으로드러낸다.특히방황의끝에다다른주아나가10여페이지에걸쳐읊조리는독백은이후의리스펙토르문학을이해하기위한열쇠가된다.그독백은스물세살의작가가스스로에게던진예언이었고,그예언에따라‘리스펙토르문학’이라는우주가만들어졌기때문이다.이신비한작가를알아가고싶은독자들을위한단서가바로여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