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계절 - 암실문고

태풍의 계절 - 암실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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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1세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가장 어두운 성취
어떤 리얼리즘은 악몽보다 깊은 곳에 있다

‘어떤 리얼리즘은 악몽보다 깊은 곳에 있다’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된
21세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가장 어두운 성취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들은 실제로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멕시코에서 위험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베라크루스주의 한 마을에서 마녀로 불리던 자가 살해당하고, 그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씩 풀려 나가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한편, 빈곤 속에서 살아온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들은 지나치게 열렬히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미워한다. 그리고 그 무차별적인 사랑과 증오를 즉각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폭력의 형태를 띠고 있다.

2020년 맨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태풍의 계절』은 그해 후보작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빈곤이 불러 온 절망적인 현실과 거기에서 파생된 다양한 폭력을 그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몇몇 독자는 이 작품이 온갖 폭력과 혐오로 장식한 ‘빈곤 포르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짧고 강렬한 것은 실제로 이 소설의 배경인 멕시코 베라크루스에 살았던 독자가 쓴 리뷰였다. “나는 그곳에 살았었고, 이 소설에 묘사된 폭력은 전혀 과장돼 있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인 베라크루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를 원했던 페르난다 멜초르는 이 소설의 설정을 ‘문학적으로’ 순화하지 않았다. 대신에 멜초르는 이야기 자체에 신선하고 강렬한 매력을 불어넣는 방식을 선택했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녀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몽환적인 문체와 보도 저널리즘의 냉철한 플롯을 접붙였고, 그 결과 탄생한 『태풍의 계절』은 21세기 라틴 아메리카가 탄생시킨 최고의 문제작으로 알려지며 세계 문학계에 큰 화제를 불러오게 되었다.

저자

페르난다멜초르

1982년멕시코베라크루스에서태어났다.베라크루스대학에서저널리즘학위를취득한뒤저널리즘기사와단편소설을여러곳에기고했다.이내뛰어난필력을인정받은그녀는국내언론은물론『뉴요커』와『르몽드디플로마티크』등해외매체에도기사와에세이를실었다.2013년에그간의저널리즘산문을모은책『이것은마이애미가아니다AquinoesMiami』와첫소설『가짜토끼Falsaliebre』를출간하며본격적으로작가로데뷔했다.2017년에는베라크루스에서실제로일어났던살인사건등여러실화에영감을받아쓴『태풍의계절Temporadadehuracanes』을발표했다.그해멕시코최고의소설로평가받은이작품은독일문화의집이수여한국제문학상과안나제거스상을수상했고,맨부커상국제부문과더블린국제문학상의최종후보에올랐다.2021년에는『파라다이스Paradais』를발표하며왕성하게활동중인이작가는멕시코문학의가장강력한미래로여겨지고있다.

목차

I
II
III
IV
V
VI
VII
VIII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어떤리얼리즘은악몽보다깊은곳에있다

이소설에등장하는주요사건들은실제로그곳에서일어난사건들로부터영감을받은것이다.멕시코에서위험한지역가운데하나로손꼽히는베라크루스주의한마을에서마녀로불리던자가살해당하고,그사건에얽힌인물들의사연이하나씩풀려나가며사건의진상이드러난다.한편,빈곤속에서살아온이소설의등장인물들은자신의감정을통제하는일에익숙하지못하다.그들은지나치게열렬히누군가를좋아하거나미워한다.그리고그무차별적인사랑과증오를즉각행동으로옮긴다.빈곤이매초마다사람들의영혼을끌어내리는그곳에서가만히생각하거나망설이는일은사치일뿐더러,가끔은위험한결과를불러일으키기도한다.

2020년맨부커상국제부문최종후보에오른『태풍의계절』은그해후보작가운데가장많은논란을일으켰다.빈곤이불러온절망적인현실과거기에서파생된다양한폭력을그대로노출시켰기때문이다.몇몇독자는이작품이온갖폭력과혐오로장식한‘빈곤포르노’에불과하다고주장했다.이주장에대해서는여러반론이있었는데,그가운데가장짧고강렬한것은실제로이소설의배경인멕시코베라크루스에살았던독자가쓴리뷰였다.“나는그곳에살았었고,이소설에묘사된폭력은전혀과장돼있지않다.”

몽환적인문체와냉철한르포르타주정신의조합

사람들은빈곤이불안을부른다는사실을알고있다.그러나그불안이어디까지깊어질수있는지,또그깊은곳에서무엇을마주하게되는지알기를원하는사람은많지않다.원초적이고폭력적인빈곤은소재의불편함을감수할만큼‘문학적인’소재가아니기때문이다.그러나저널리스트출신인멜초르는『태풍의계절』을쓰면서베라크루스의오늘날을그대로보여주겠다는목표를고수했고,그러면서도매력적인소설을선보이기위해복고적인모험을선택했다.바로라틴아메리카문학의전통으로되돌아가는것이었다.

멜초르는『태풍의계절』이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의『족장의가을』에서많은영향을받았다고밝혔다.또한멕시코문학의수호신인후안룰포의흔적역시도처에서발견할수있다.몽환적인묘사와노골적인구어체가마치본래부터하나의스타일이었던양섞여있고,최대수십페이지에달하는각장은거의한문단으로이어져있고,그안에서는독백과대화와서술이엉겨붙어있다.이렇게휩쓸려밀려가는텍스트의압력은무척강해서,때로는독자마저그흐름에빨려들정도다(자신이왜이작품을손에서놓지못했는지모르겠다는해외독자의리뷰를심심찮게발견할수있다).

하지만멜초르는문체가아닌플롯에있어서는선배들의‘마술적’인환상성을따라가지않았다.그랬다가는이작품이추구하는냉철한사실성이무너질수있기때문이었다.멜초르가플롯을작성하면서염두에둔작품들은트루먼카포티의『인콜드블러드』를비롯한르포르타주들이었다.대학에서저널리즘을전공한멜초르는꼼꼼하게사실관계를파악하고여러인물의알리바이를연결하는작업에익숙했고,『태풍의계절』에서그특기를십분발휘한다.중심이되는사건을향해섬세하게시간을되돌리며그사건을둘러싼작중인물들의기억과알리바이를하나씩덧붙이는것이다.

범죄소설을연상케하는이섬세한‘알리바이게임’은작품에강렬한감정을불어넣는다.서로얽혀있는등장인물들이알지못하는것,즉서로에관한진심과각자의말할수없는사정을오직독자만이알게되기때문이다.이안타까움이그들에게인간적인공감을불러일으킨다.예외없이악행을저지른그들은처음에는독자와먼곳에있는것처럼느껴지지만,이안타까움을통해어느새한명의인간으로다시자리매김하는것이다.

독자들은그토록혐오스러운세계에서평생을보내야하는작품속악당-인간들을통해많은질문과마주하게된다.내연대와유대는어디까지확장될수있는가.달리말하면,나는어떤인간까지를인간답다고간주하는가.나는어떤기준으로인간을구별짓는가.그리고그기준은얼마나합당한가.암실문고가선사하는이세번째어둠,빈곤과폭력을비추는어둠은그어려운질문들을통해오래도록기억될것이다.

추천사

악의극단성이충격적이고초현실적인효과를자아내는곳.이소설의멕시코는코맥매카시의『핏빛자오선』이나로베르토볼라뇨의『2666』에나오는곳이다.그러나멜초르의문장속에담긴광포한절규는완전히그녀자신만의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범죄소설과공포가만나는지점,즉어둠의중심으로부터퍼져나오는곰팡이같은작품.멜초르는마녀이며이소설은강력한주술이다.
-「NPR」

소설은우리에게어떻게행동해야하는지알려주지않으며,그래서도안된다.다만이소설의끔찍한아름다움은우리의안일함을깨울만큼충분히고통스러운상처를새겨준다.
-「로스엔젤리스북리뷰」

책속에서

우두머리가소들이지나다니는좁은길가장자리를손으로가리켰고,다섯은일제히마른풀밭위를기어가기시작했다.마치한몸처럼바짝붙어서움직이던그들주변으로파리떼가새까맣게몰려들었다.그들은마침내누런물거품위로떠오른것을보았다.그건갈대와길에서바람에날려온비닐봉지사이로모습을드러낸죽은이의부패한얼굴이었다.한무더기의검은뱀들속에서거무죽죽한빛깔의가면처럼꿈틀거리는그얼굴은웃고있었다.
-12~13쪽

그녀는자기손톱이아이의살속으로파고들때마다짜릿한쾌감을느꼈다.손톱으로모기한테물린곳을심하게긁다가피가날때느껴지는안도감과비슷했다.어쩌면그망할새끼도그때안도감비슷한걸느꼈는지도모른다.녀석이줘터지고나면언제나조용해지고,심지어더이상그녀를약올리지않는것도어쩌면그런이유때문인듯했다.
-56~57쪽

다행히그날밤루이스미는그녀에게키스를하지않았고,그녀의몸을만질때도수줍은듯손가락끝으로간신히애무하기만했다.그래서노르마는그의손가락을땀냄새를맡고살짝열어둔방문틈으로날아들어와몸위를떠다니는벌레들의날개로착각하기도했다.
-165쪽

브란도는엄마가그둔한머리로도자기말을알아들을수있게끔그얼굴에발과주먹을꽂아버리고싶었다.아니면아예그렇게죽여버리는것도괜찮겠지.(…)더이상기도와설교,탄식과통곡따위의지겨운소리를듣지않을수만있다면.주님,제가무슨죄를저질렀기에아이가이렇게되었나이까?사랑스러운내아들,그토록정이많고선하던브란도는정녕어디로갔단말입니까?주님,어째서사탄이그아이의몸속으로들어가게하셨나이까?그럴때마다브란도는문밖에서소리를지르며맞받아쳤다.아,엄마,진짜,엄마,이세상에사탄이어디있다고그래요.사탄은무슨,씹할잘난주님도없다고요.그러면어머니는고통스러운비명을지르며아들의불경스러운말을막기위해더큰목소리로열심히기도문을외웠다.그럴때마다브란도는씩씩거리며화장실로뛰어들어가거울앞에서서거기에비친자기얼굴을물끄러미바라보았다.그러다보면그의검은눈동자와검은홍채가점점커지고퍼져나가다결국거울의표면을완전히덮어버렸다.소름끼치는어둠이모든것을뒤덮었다.지옥의눈부신불꽃이주는위안마저찾아볼수없는어둠.죽음처럼황량한어둠.그무엇도,그누구도그를구해낼수없는공허한어둠.
-305~306쪽

그는얼굴과가슴과손을다씻고나서자기방으로가침대에누웠지만,잠이오지않아몇시간동안멍하니천장만쳐다보았다.Nosetu(넌어떤지모르겠지만),그순간루이스미도뜬눈으로밤을지새우고있을게분명했다,peroyotebuscoencadaamanecer(나는매일동이틀때마다너를찾아),루이스미는자기집매트리스위에누워그를기다리고있을거였다,misdeseosnolospuedocontener(난내욕망을도저히억누를수가없어),그는이왕시작한일을확실하게끝낼수있도록브란도가자기곁으로와주기만을바라고있을거였다,enlasnochescuandoduermo(내가잠든밤에),꾀죄죄한그매트리스위에누운채,sideinsomnio(불면증에걸리기라도하면),그들이아직마무리하지못한일을생각하는것이다,yomeenfermo(나는몸져눕고말거야).섹스를나누다서로를죽이는순간을.어쩌면그두가지는동시에이루어질수도있었다.

*스페인어로쓰인부분은멕시코가수루이스미겔의노래의가사임
-330~3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