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시간 - 암실문고

별의 시간 - 암실문고

$13.00
Description
문학을 통해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다다른 종착역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쓴 마지막 작품이다. 작가 본인의 삶 가운데 일부를 떼어 내 형상화한 두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둘은 기존의 작품들에 등장한 (리스펙토르를 닮은) 인물들에 비해 작가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성의 이해를 불허하는 인물인 마카베아는 언어로 재현할 수 없는 신비 속에 있다. 마카베아의 비극적인 삶은 이상하리만치 강렬하고 선명해서 마치 서사가 아닌 사진처럼, 단숨에 치고 들어왔다 사라지는 강렬한 빛-순간처럼 다가온다.
스물세 살에 쓴 데뷔작 『야생의 심장 가까이』에서 언어와 사고를 통해 가장 멀리까지 다다르겠다고 선언했던 리스펙토르가 마지막으로 당도한 지점이 여기다. 언어적 사고를 무효로 만드는 순정한 비극 혹은 세계. 이 공허하고 투명한 황무지에 세워진 『별의 시간』은 마치 후대를 위해 지어진 오두막처럼 느껴진다. 여기가 내가 다다른 가장 먼 곳이니, 미래는 이제 여기서 출발하라. 이 슬픈(어쩌면 리스펙토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슬픈)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상하리만치 활짝 열려 있다.

저자

클라리시리스펙토르

1920년에우크라이나에서태어났고,그해에러시아내전을피해이주를결심한가족과함께브라질로갔다.1933년에헤르만헤세의『황야의이리』를읽고작가를꿈꾸기시작했다.법대에진학한뒤로도문학작업을병행하다1940년에첫단편을발표했다.법대를졸업한뒤로는신문칼럼니스트로일하며1943년에첫장편소설『야생의심장가까이』를발표했고,브라질문단에충격을안긴이작품은그해최고의데뷔작에주어지는그라샤아랑냐상을수상했다.사람들은이작품이제임스조이스와버지니아울프의영향을받았으리라예상했지만,리스펙토르는그때까지이두작가의작품을읽어본적이없었다고답했다(작품의제목은조이스와의연관성을감지한편집자가제안한것이었다).

1944년부터1959년까지외교관이던남편과함께유럽과미국등지를오가며작품활동을이어갔지만,이후로는남편과갈라서고자녀들과함께브라질로돌아와여생을보냈다.귀국한뒤로는화재를겪으며큰화상을입는등생활에어려움을겪었지만,꾸준히작품활동을이어갔다.57세생일을앞두고미처발견하지못했던난소암으로사망했다.

생전에마지막으로쓴대표작『별의시간』을비롯해『G.H.에따른수난』,『아구아비바』등그녀가남긴많은작품은21세기들어브라질바깥에서도재조명되며선풍을일으켰다.이때그녀의작품을주도적으로번역하고편집한벤저민모저는그녀를카프카이후가장중요한유대인작가로꼽았다.

목차

저자헌사(실제로는클라리시리스펙토르가작성함)
별의시간

출판사 서평

리스펙토르의마지막작품,
작은수수께끼로시작하다

리스펙토르가마지막으로쓴이작품의앞에는헌사가달려있다.그런데여기에는수수께끼같은문장이달려있다.“이헌사는클라리시리스펙토르가작성함.”작성자를명확히하려는이문장은오히려질문을불러일으킨다.그렇다면이헌사를쓸수도있었을‘저자’가또있다는걸까?마치데이빗린치의영화같은이도입부설정은어떻게작동하는걸까.

이헌사에서작가가자신을지칭하며쓴단어homem은‘남자’또는‘인간’으로번역할수있다.이를남자로해석할경우,이헌사는작중일인칭화자이자남성작가인호드리구가쓴것이되며,따라서헌사는소설의일부로편입된다.반면에homem을인간으로해석할경우,본문보다앞서등장하는헌사의관례적인특성에따라이헌사는‘진짜작가’인리스펙토르가‘소설밖-현실속’에서쓴것으로인식된다.

이두가지가능성은모두가능하다.따라서이헌사는‘현실과픽션의경계’가아니라현실과픽션의지분이공존하는,혹은‘현실이면서픽션인’독특한공간속에있다.저자와등장인물사이의벽을흐리면서현실감각을흐트러트리는이공간은『별의시간』전체를감싸게된다.

작가와피조물A,리스펙토르와호드리구

비록그성별과독백하는말투가달라서겉보기에는차이가있지만,리스펙토르와호드리구는공통된정체성을갖고있다.기묘한지성과화려한문장을지녔으며먹고살수있을만큼성공한작가.호드리구는리스펙토르라는‘작가’의‘현재’와닮은인물이다.심지어(설정상호드리구가썼다고간주되는)『별의시간』의도입부역시전형적인리스펙토르풍전개를보여준다.스스로의내면을끝없이파고들어가면서문장을발굴하는것이다.

그러나『별의시간』은그간호드리구(와리스펙토르)가즐겨몸담았던세계에서벗어나려한다.호드리구는자기내면세계에서벗어나자신과아주다른사람에관한이야기를쓰고싶어하고,삼십여페이지를자신의세계속에서망설인끝에힘겹게발을내디딘다.그렇게당도한낯선세계는그의세계와완전히다른곳이다.그곳은거의말을하지않는,무슨말을해야할지모르는,거의아무생각도하지않는,가난하고젊은여자의세상이다.

작가와피조물B,호드리구와마카베아

지식인계급에속하는남성작가호드리구와그가창조한‘가난한여성’마카베아는그배경과성격모두대조되는인물처럼보인다.마카베아는가난속에서자랐고,지적으로뛰어나지못하며,따라서반성적인고찰을할줄모르기때문에고난을당연한것으로여기며,심지어스스로를행복하다고여기기까지한다.호드리구는문학속에서가장멀리나아가기위해자신과가장다른인물을창조했지만,그순진하고무지한세계를비추는강렬한빛은언어,즉“그림자들로부터주입받은소리(29쪽)”로표현하기에는지나치게선명한것이었다.호드리구는자신의창조물을보며당혹해한다.

그러나호드리구와마카베아역시연결돼있다.호드리구가독백으로내뱉은몇몇말들은시간이지나마카베아에관한묘사나그녀가내뱉은대사로재탄생된다.또한마카베아가거울을보는어느순간,그거울에비치는것은호드리구자신의얼굴이다.이런순간들은애초에작가가창조한인물이작가의세계바깥에서기적처럼날아오지않는다는사실을보여준다.호드리구가마카베아를통해발견한것은외계에서온신비가아니라자신이의식하지못했던자기내면의일부였던셈이다(리스펙토르는한인터뷰에서이렇게말했다.자신에게는초현실적인몰아의힘같은건없으며,오직엄밀한내면관찰을통해서만글을쓴다고말이다).

결국호드리구는마카베아에관한소설을쓰면서자기자신이그소설에연동돼변화하고있음을느낀다.그렇다면소설은일종의에세이혹은고해일까?아니,어쩌면모든글이에세이이자고해이며,글을쓰는사람은결국예기치못했던자기의모습과마주하게되는것일까?그것이글쓰기일까?

문학을통해가장멀리까지나아간작가
클라리시리스펙토르가다다른종착역

리스펙토르와호드리구와마카베아.이들은창조자와피조물로서엄격한위계를형성하지않고서로가서로에게영향력을행사한다.그들모두가리스펙토르이기때문이다.그러나이것은일반적인의미의자전적문학을뜻하지는않는다.리스펙토르가자신을소재로삼은것은스스로를알리기위해서가아니라세상의가장큰수수께끼가자기안에있기때문이었다.가장낯선인물을창조했으나그인물이자기자신의가장깊은곳에있는영혼이었을때,가장멀리나아감으로써처음으로돌아오는그순간에,리스펙토르의마지막작품은끝을맺는다.언어적사고를무효로만드는순정한비극,이공허하고투명한황무지에세워진『별의시간』은마치후대를위해지어진오두막처럼느껴진다.여기가내가다다른가장먼곳이니,미래는이제-다시여기서출발하라.이아무렇지않게슬픈(어쩌면리스펙토르의작품가운데가장슬픈)책의마지막문장은이상하리만치활짝열려있다.

추천사

리스펙토르의후기작품은대개유령같은아름다움을,서로맞물린채느린왈츠를능숙하게추는듯한형식과내용을가지고있다.하지만삶의끝자락에다다른리스펙토르는마치자신의삶이막다시시작되는것처럼글을썼다.-『가디언』

모든페이지가느낌속에서떨리고있다.리스펙토르가언어를구부러뜨린다거나단어를새로운방식으로사용한다고말하는것만으로는그느낌을다설명할수없다.그런작업을할수있는모더니즘작가는수없이많기때문이다.그러나그들중누구도리스펙토르처럼풍요로운산문을쓰지는못한다.-「NPR」

스핑크스,마법사,성스러운괴물.최면을일으키는작가클라리시리스펙토르의부활은21세기의진정한문학적사건가운데하나다.-『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