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 암실문고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 암실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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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난하고 나이 든 너희 중에 사랑을 구하는 자는
죄가 없이도 세상의 벌을 받으리라

아무도 그녀를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이다
1950년대,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주디스 헌은 40대에 접어든 독신 여성이다. 그녀는 마치 형벌을 받듯이 세상의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냉정하고도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가난하고 나이가 많고 못생긴 그녀는 세상이 원하는 가치를 하나도 지니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40대는 아직 희망을 다 버릴 수는 없는 나이이고, 어쩌면 그 희망이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하숙집에서 만난 중년 남성에게 반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오해가 있었고, 그 오해는 겨우 세상 끄트머리를 붙잡고 있던 그녀를 무너뜨리려 한다.

그녀는 ‘거의 무고한’ 인물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들을 들어주다가 자신의 바람과 욕망을 충족할 기회를 날려 버렸을 만큼 소심하고 선한 사람이다. 명백한 운명의 희생자다. 그러나 브라이언 무어는 그녀를 쉽게 응원하거나 동정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녀는 공상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처 억누르지 못한 시기와 증오를 종종 터뜨리고, 알코올 의존증이 있다. 살아온 사정을 감안하면 큰 흠결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사람. 주디스는 미워하기보다는 모른 척하고 싶은 인물이다. 친해지기에는 불편하고 방치하기에는 미안한, 그래서 그냥 없는 셈 치고 싶은 사람. 설득력 있게 구축된 주디스의 캐릭터는 소설 속 인물들은 물론 독자까지 딜레마에 빠뜨린다. 무고하지만 불편한 자를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 ‘환대받을’ 자격은 누가 어떻게 부여하는가. 뛰어난 문학 작품이 늘 그렇듯, 20세기 중반에 탄생한 이 숨겨진 걸작은 지금 우리에게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저자

브라이언무어

1921년북아일랜드벨파스트에있는유복한가톨릭가정에서태어났다.제2차세계대전때의용군으로참여했고,전후에는UN구호활동가로서동유럽에머물렀다.1948년에홀로캐나다로이민해신문기자로일하며창작을시작했고,1955년에『주디스의외로운열정』을발표하며본격적인작가대열에합류했다.1959년에구겐하임재단의창작지원을받게되면서미국으로이주한뒤,1999년에사망할때까지그곳에머물렀다.20권이넘는장편소설과10편이넘는영화시나리오를비롯한여러작품을쓰면서영국작가클럽이꼽은최고의데뷔소설상,제임스테이트블랙기념상,캐나다총독상(2회)등을수상했으며,영국맨부커상최종후보로3회지명되었다.

목차

1장~20장

출판사 서평

*1955년영국작가클럽선정‘올해의데뷔소설’
*영국「가디언」‘죽기전에읽어야할책1,000권’선정
*2019년BBCArts‘가장영감을불러일으키는소설100선’선정
*매기스미스주연영화화(1987)
*국내초역

아무도그녀를미워하지않는다
다만아무도그녀를사랑하지않을뿐이다

1950년대,북아일랜드의벨파스트.주디스헌은40대에접어든독신여성이다.그녀는마치형벌을받듯이세상의무관심속에버려져있다.하지만그것은세상의냉정하고도자연스러운이치였다.가난하고나이가많고못생긴그녀는세상이원하는가치를하나도지니지못했던것이다.하지만40대는아직희망을다버릴수는없는나이이고,어쩌면그희망이그녀를더욱고통스럽게만들고있는지도모른다.그녀는하숙집에서만난중년남성에게반한다.하지만거기에는오해가있었고,그오해는겨우세상끄트머리를붙잡고있던그녀를무너뜨리려한다.

『주디스헌의외로운열정(이하‘주디스헌’)』은실제로벨파스트태생인작가브라이언무어가1955년에발표한소설이다.출간당시영화사들이판권경쟁을벌였을정도로드라마틱한이작품의정점은바로주인공주디스헌의캐릭터다.심지어출간이후수십년이지난지금까지도주디스헌은입체적인캐릭터의전범중하나로여겨지고있다(뉴욕타임스는현대소설에서거의만나볼수없을정도로뛰어난캐릭터라고평했다).

그녀는‘거의무고한’인물이다.세상이요구하는것들을들어주다가자신의바람과욕망을충족할기회를날려버렸을만큼소심하고선한사람이다.명백한운명의희생자다.그러나브라이언무어는그녀를쉽게응원하거나동정할수없도록만들었다.혼자서많은시간을보내야했던그녀는공상에지나치게의존하고있으며,다억누르지못한시기와증오를종종터뜨리고,알코올의존증이있다.살아온사정을감안하면큰흠결이라할수는없지만,그래도친해지고싶지는않은사람.주디스는미워하기보다는모른척하고싶은인물이다.친해지기에는불편하고방치하기에는미안한,그래서그냥없는셈치고싶은사람.설득력있게구축된주디스의캐릭터는소설속인물들은물론독자까지딜레마에빠뜨린다.무고하지만불편한자를어떻게환대할것인가.‘환대받을’자격은누가어떻게부여하는가.

브라이언무어는여러장치를통해이씁쓸함을증폭시킨다.특히전지적시점과인물들의내면독백을오가는서술이인상적이다.이서술방식은뜨거운편견으로가득한인물들의내면과잔인하리만치차가운현실을교차시키면서둘사이의강렬한대비를선보인다.또한북아일랜드의흐리고습한풍경을묘사하는문장들은담백하게느껴지면서도깊이가라앉아있다.이처럼작품속에삽입된소설기법들은버려지는자의외로움이라는주제를강화한다는목적에완벽히부합하고있다.『앵무새죽이기』를쓴하퍼리가이작품을일컬어‘소설이추구해야할모든것을담고있다’고말한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마치유행어처럼연대와환대를말하는시대에,그러면서도‘우리끼리’를말하는시대에,『주디스헌』은그‘우리’에속하지않는사람들은어떻게존재해야하느냐고묻는다.1955년에제기된이질문은지금어떻게받아들여질까.소설가존밴빌은이작품이‘여전히신선하고가슴아프게읽힌다’고말했는데,어쩌면그평가는(이작품과더불어)오늘의세상을향한것인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