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아 비바 - 암실문고

아구아 비바 - 암실문고

$13.50
Description
리스펙토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위태로운 모험
유의할 점은 하나, 오직 무방비할 것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쓴 모든 글은 이상하고 열렬한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구아 비바』는 가장 위태로운 자리에 놓여 있다. 이 작품은 뼈대가 없다. 전개도 결론도 없다. 리스펙토르는 언어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면서도 그 과정을 기록할 때만큼은 소설적 구조를 일부 차용했지만, 『아구아 비바』에서는 예외적으로 그 틀을 완전히 부수어 버렸다. 즉 이 작품 속의 리스펙토르는 가장 자유로운 리스펙토르이고, 따라서 그 뒤를 쫓는 건 완전히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이 작품에서 범신론적인 고뇌나 철학적인 사고를 발견했지만, 리스펙토르(정확히는 ‘이 책의 화자’)는 그런 생각들마저 하나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마치 돌이나 풀을 바라보듯 가만히 관찰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의미는 증발하고 오직 대상 자체만이 남게 된다. 방금까지는 하나의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덩어리에 가까워진, 따라서 보고 만지는 데에 더욱 특화된 그 무엇. 그래서 『아구아 비바』의 화자는 자신이 하는 말을 ‘피상적으로만 들으라’고 권한다. 문장을 이해하려 들지 말고 마치 색깔이나 소리를 느끼듯이 감지해 보라는 요청이다. 사고를 감각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렇듯 『아구아 비바』는 이성의 방어를 천천히 무너뜨리며 육박해 오는 ‘문학-같은-것’이다. 여기서 의미는 내내 파괴되고, 리스펙토르는 그 폐허에 색깔과 소리와 향기와 맛에 관한 묘사를 심으며, 그러는 이유는 작가 자신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이상한 무지無智에서는 다른 어떤 문학 작품에서도 만날 수 없는 에너지가 흘러나온다. 이것은 정말로 이상한 경험이다. 리스펙토르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아구아 비바』를 꼽은 건 이 기묘하고 열렬한 감각 때문일 것이다.

저자

클라리시리스펙토르

지은이리스펙토르는기자,작가,외교관부인,주부로서그녀의작품속인물들만큼이나드라마틱한인생을살았다.우크라이나에서태어나생후두달만에가족과함께브라질로이민을가대부분의유년시절을북동부에서보냈고,이후리우데자네이루로이주하였다.그녀의출생에관해서는1921년,1925년등작품못지않게많은논란이있었는데작가본인은출생에대해침묵하였다.그러나작가의입학기록부등에따라1920년12월10일생이라는주장이설득력을얻고있다.이태리에머무르던1944년처녀작<야성으로돌아갓>로그라사아랑냐상을수상하였고뒤이어<어둠속의사과><단편들>등을발표하였다.<배움,그리고기쁨의책들>로황금돌고래상을수상하였으며,세상을떠나기전마지막소설인<나에관한너의이야기>가77년에발표되었고,<삶의숨결>은사후에발표되었다.그녀는작가로서의생활고와1967년화재로입은화상의후유증으로정신적인고통을겪다가1977년자궁암으로세상을떠났다.

출판사 서평

문학의경계를허물어버린작가
클라리시리스펙토르의가장깊은심연

리스펙토르를소개할때가장인기있는문구는이렇다.“주의할것.리스펙토르는문학이아니다.주술이다.”그만큼리스펙토르가쓴모든글은이상하고열렬한수수께끼에휩싸여있다.하지만『아구아비바』는그중에서도가장과감한작품으로꼽힌다.

이작품의내러티브는단한줄로요약할수있다.“화자가‘당신’을향해글을쓰고있다.”그외에는아무런사건도일어나지않는다.게다가화자는종종그림을그린다는사실외에는자신에대해서도알려주지않는다.화자와‘당신’이어떤사이인지도정확히알수없다.심지어이정체불명의화자는종잡을수없는문장들을연이어늘어놓고,그말들은논리와체계를무너뜨리며‘살아있는물(AguaViva)’처럼터져나온다.『아구아비바』는언어로만든홍수다.보통의인간이살아가는의미혹은세계는이지적재해속에잠기고만다.

그래서많은평론가와독자들은이작품이리스펙토르가쓴글가운데가장급진적이고난해하다고입을모은다.하지만그와동시에『아구아비바』는오늘날리스펙토르를사랑하는팬들이가장아끼는작품으로꼽히고있다(굿리즈닷컴에서리스펙토르의작품중독자평점1위).그이유는이작품이가장순도높은리스펙토르를선보이기때문일것이다.그녀는언어너머의세계를탐구하면서도그과정을기록할때만큼은소설적구조를일부차용했지만,『아구아비바』에서는예외적으로그틀을완전히부수어버렸다.즉이작품속의리스펙토르는가장자유로운리스펙토르이고,따라서그뒤를쫓는건완전히불가능하다.

오직무방비하게
혹은‘피상적으로만’읽을것

따라서이작품은이해를허락하지않는다.‘어렵다’는의미가아니다.어렵다는건답이존재하되그걸찾는과정이힘겹다는뜻이다.하지만『아구아비바』는애초에답을갖고있지않으므로어려울이유조차없다.사람들은이작품에서범신론적인고뇌나철학적인사고를발견했지만,리스펙토르(정확히는‘이책의화자’)는그런생각들마저하나의대상으로간주하고마치돌이나풀을바라보듯가만히관찰할뿐이다.그러다보면어느새의미는증발하고오직대상자체만이남게된다.방금까지는하나의생각이었지만이제는하나의덩어리에가까워진,따라서보고만지는데에더욱특화된그무엇.그래서『아구아비바』의화자는자신이하는말을‘피상적으로만들으라’고권한다.문장을이해하려들지말고마치색깔이나소리를느끼듯이감지해보라는요청이다.사고를감각적으로관찰하는것이다.

리스펙토르는이런식으로의미바깥을향하려했고,그녀의생애내내지속되었던그바람은지성이아니라어떤본능에따른것이었다.어느인터뷰에서왜글을쓰느냐는질문을받은리스펙토르는이렇게되물었다고한다.“당신은왜물을마시나요?”기자가“목이마르니까요”라고대답하자리스펙토르는그답을정정했다.“물을마시지않으면죽기때문이죠.”가장순도높은리스펙토르는그저쏟아져나오는것이다.

『아구아비바』를사랑하는독자들은그쏟아짐에매료되었다.이성의방어를천천히무너뜨리며육박해오는문학-같은-것,여기서의미는내내파괴되고,리스펙토르는그폐허에색깔과소리와향기와맛에관한묘사를심으며,그러는이유는작가자신도알지못한다.그리고그이상한무지無智에서는다른어떤문학에서도만날수없는에너지가새어나온다.리스펙토르가말했듯,그런에너지는어쩌면비유로서만묘사할수있는지도모른다.

비유A:1975년,리스펙토르는보고타에서열린제1회‘국제주술회의’에주빈으로참석했다.그녀는주빈연설을거절하는대신자신의단편「달걀과닭」을낭독했다.객석을가득채운마녀들과주술사들,마법사들은조용히그소리를들었다.

비유B:리스펙토르의고향인우크라이나를비롯한슬라브문화권은독특한이야기소재를하나갖고있다.같은이름과효능을지닌물질이서로다른내용의이야기속에등장하는것이다.‘살아있는물’이라불리는그물질을훼손된신체에바르면그부위가재생되고,죽은이를그물에적시면되살아난다.

비유Z:소설가레슬리제이미슨은뉴요커에기고한어느글에서이렇게말했다.“삶은일단텍스트가되고나면다시는몸을가질수없게된다.대신에그것은영원히살수있다.”

추천사

『아구아비바』가우리에게주는것은책이아니다.그것은책으로부터,내러티브로부터,억압적인구조로부터구조된삶이다.
-엘렌식수

리스펙토르가‘나는계속찾아야해서글을쓴다’고말했던것을기억한다.그일은점점복잡해졌는데,왜냐하면그녀가자신이찾는대상을정의하지못했기때문이다.(…)리스펙토르는침묵에도달하기위해글을썼고,말을조작해말을넘어선곳에도달했으며,우리가포크를사용하는방식으로문학을사용했다.
-주제카스텔루,『파리리뷰』

20세기를상징하는예술가로서,(리스펙토르는)카프카와조이스와같은만신전에올라있다.
-에드먼드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