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 암실문고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 암실문고

$18.00
Description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선한 교만을 뒤흔드는 논픽션 실험
많은 사람은 누군가와(특히 약자와) 연대하기에 앞서 그를(그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에게는 그에게 적합한 것을, 즉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따르면 이해를 우선하지 않는 연대는 일방적인 호혜에 가깝고, 이는 결국 결례와 오만을 내보이는 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

하지만 마리아 투마킨은 그 이해조차 ‘이해해 주려는 사람’이 섣부르게 베푸는 호혜일 수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는 타인을 향한 태도로써 합당하다. 그러나 투마킨에 따르면 타인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행복한 결말은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자기 만족적인) 환상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결론에 다다를 수 없는 영원한 과정일 뿐이다. 게다가 그 과정은 성공보다는 실패와 좌절을 더욱 자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타인과의 연대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임을 인정하면서, 수없이 좌절하면서 기어코 계속 시도하는 것.

이 책은 이러한 주장을 설명하거나 이론화하지 않고 글의 구조 자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인간 각자의 고통을 통해 부서진 기억들은 이 책 속에서 실제로 부서진 형태로 나타난다. 즉 여러 에피소드가 순차적으로 배열되지 않는다. 두세 가지의 다른 이야기가 섞여 등장하기도 하고, 여기에 시간 순서까지 뒤섞여 있다. 심지어 몇몇 에피소드의 조각은 백 페이지가 넘게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시작한 독자는 ‘그래서 그 얘기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갑자기 나온 이 사람은 누구야’라고 생각하며 당황할 수 있지만, 곧 이런 서술 방식이 한 인간의 내면을 쉽사리 추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디자인적으로 구현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하나의 장이 끝날 때쯤이면 그동안 그러모은 파편들이 머릿속에서 조립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이 책 속의 이야기-사건들은 이해되기 전에 구성된다. 혹은 이해를 거부하면서 발생한다. 몇몇 평론가들이 이 책을 읽고 W. G. 제발트를 떠올렸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저자

마리아투마킨

(MariaTumarkin,1974~)
소련하르키우(현재는우크라이나에속함)출생.10대이던1989년에가족이함께오스트레일리아로이주했다.멜버른대학에서문화사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다양한사회문제와인간내면의수수께끼같은측면을함께탐구하며,그과정을독특한산문으로풀어내면서주목받았다.2005년『트라우마광경Traumascape』을출간한후지금까지총네권의책을비롯해다양한집필작업을이어오고있다.2018년출간한『고통을말하지않는법』이전미비평가협회상비평부문최종후보에오르는등국제적으로주목받았다.

목차

1.시간은모든상처를치유한다
2.과거를망각하는자들은그것을되풀이하는형에처해진다
3.역사는반복된다
4.내게일곱살이되기전의여자아이를데려다달라,그러면그아이가자라서어떤여자가될지알려주겠다
5.같은강에두번들어갈수는없다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뉴요커선정올해의책(2019)
*퍼블리셔스위클리선정올해의책(2019)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2019)
*윈덤캠벨상논픽션부문수상(2020)

어둠으로깊이들어갈수록
인간의마음은이해할수없어진다

라이오넬슈라이버의소설을원작으로한영화〈케빈에대하여〉는학교에서대량살인을저지른청소년케빈과그의어머니를그린작품이다.이영화가인상적인이유중하나는살인의정확한동기를밝히지않기때문이다.영화의마지막에가면어머니가교도소에수감된케빈에게묻는다.“이제는말해줘,왜그랬어?”그러자케빈은이렇게대답한다.“안다고생각했는데,지금은잘모르겠어.”학우들을죽인이유는명확히존재하지않거나,혹은아무도(당사자조차도)발견하지못하는것이다.이보다직접적으로현실속의총기난사사건을묘사한구스반산트의영화〈엘리펀트〉는그보다좀더냉소적인입장을취한다.이영화는‘보통사람들’이청소년총기범죄의원인으로지목할만한원인들,예컨대폭력적인게임같은것들을영화속에언뜻내보인다음,그것들이이공허한범죄행동의원인이되기에는너무나도작고사소한것들임을알려준다.왜아이들이학교로가서사람들을죽였는가?그이유는누구도알지못하며,그것이이영화가선보이는가장슬프고도무서운메시지다.

『고통을말하지않는법』속에도이와비슷한일화가등장한다.『한낮의우울』로유명한작가앤드류솔로몬이콜럼바인고교총기난사사건의범인중한명의부모님을찾아간이야기다.그는이부부를인터뷰한뒤다음과같은결론을내린다.“가장친밀한인간관계에서도곧잘발견되는,인간은타인을조금도알아낼수없다는끔찍한사실의피해자.”

그렇다면어둠과,
내가이해할수없는마음들과어떻게마주할것인가

많은사람은누군가와(특히약자와)연대하기에앞서그를(그들을)이해해야한다고믿는다.이해하지못하는상대에게는그에게적합한것을,즉그가필요로하는것을줄수없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이런생각에따르면이해를우선하지않는연대는일방적인호혜에가깝고,이는결국결례와오만을내보이는행위로변질될수있다.

하지만마리아투마킨은그이해조차‘이해해주려는사람’이섣부르게베푸는호혜일수있다고말한다.좀더정확히말하자면,이해하려는노력자체는타인을향한태도로써합당하다.그러나투마킨에따르면타인을이해하게되었다는행복한결말은결코다다를수없는(자기만족적인)환상이다.내가아닌타인을,나를둘러싼세계를이해하려는노력은결론에다다를수없는영원한과정일뿐이다.게다가그과정은성공보다는실패와좌절을더욱자주마주하게된다.따라서타인과의연대는다음과같은상황에서만지속될수있다.상대를완전히이해하게되는날은영영오지않을것임을인정하면서,수없이좌절하면서기어코계속시도하는것.

그렇다면왜상대를이해할수없는가.먼저투마킨은오스트레일리아를비롯해소위선진국가에존재하는여러사회문제들을다루면서그당사자들과대화한다.자살생존자,마약중독자,홈리스,전쟁이민자,나치집단수용소생존자,가정폭력피해자……그런데이당사자들의증언과그들을둘러싼상황들은세간의통념으로부터어딘가벗어나있다.정서적외상없이습관적으로자살을시도하는청소년들이있고,최선을다해홈리스를도운결과그를사망케한사건이일어나고,나치의눈길을피하고자가짜로만들어낸정체성을감쪽같이흡수하고연기한서너살짜리아이들이있다.투마킨은자살생존자나마약중독자등다양한부류의사람들을데려온뒤그들을둘러싼세간의통념을보여주고,이어서그통념을뒤집는사례들을가져온다.그리고이는자연스럽게하나의주장으로이어진다.어느한인간의내면을알아내는데있어서이론이나선입견은보조적인도구에불과하며,오히려악영향을끼치는경우도많다는것이다.이책은누군가를이해하는건엄청나게어려운일이라고말한다.오직그각각의인격들과치열한소통을펼친뒤에야,그나마어렴풋이짐작할수있을뿐이다.따라서인간을분류하고집단으로묶어야만하는거의모든사회제도는그지점에서궁극적으로실패하게된다.

때문에몇몇비평가는이책이대책없이암담하다고평했다.하지만투마킨은그암담함을직시하지않으면약자를‘선하고힘있는사람들’의입맛대로다루게된다는사실을지적한다.투마킨이이책에서타인을이해하기어렵다는암울한현실을밝히는이유는그지점이바로‘이해하기,말하기,연대하기’의출발점이기때문이다.그는책본문에서다음과같이말한다.

“‘그사람이나일수도있었다’고말하려면우리는먼저그사람이누구였는지물어봐야하지않을까?그리고그물음에주어진답을해독하는데에는보통영겁의시간이걸리지않던가?한인간에관한사실들은대개타인들에게는알려져있지않으며,그중대부분은애초에타인들이결코알아낼수없는것이다.타인의고통을이해하는데는한계가있다.그한계를무시하면사람들은상징의집합체로변해버린다.우리자신이좋아하는음료만골라담은물통으로,일종의도구로변해버리는것이다.타인을온전한인간으로받아들인다는건그의어떤점이우리와다른지알아차리는것이며,또한그다른점을굳이비틀어숭고함에가까운무언가로왜곡하지않는것이다.”

부서진마음과기억을형상화한,
W.G.제발트를떠올리게하는독특한서술

『고통을말하지않는법』이국제적으로주목받은이유는이러한주장을설명하거나이론화하지않고글의구조자체를통해자연스럽게보여주기때문이다.인간각자의고통을통해부서진기억들은이책속에서실제로부서진형태로나타난다.즉여러에피소드가순차적으로배열되지않는다.두세가지의다른이야기가섞여등장하기도하고,여기에시간순서까지뒤섞여있다.심지어몇몇에피소드의조각은백페이지가넘게떨어진곳에서갑자기발견되기도한다.그래서이책을처음시작한독자는‘그래서그얘기가어떻게됐다는거야,갑자기나온이사람은누구야’라고생각하며당황할수있다.하지만독자는곧이런서술방식이한인간의내면을쉽사리추적할수없다는‘사실’을디자인적으로구현하고있음을알아차리게된다.하나의장이끝날때쯤이면그동안그러모은파편들이머릿속에서조립되는독특한경험을하게되기때문이다.즉,이책속의이야기-사건들은이해되기전에구성된다.혹은이해를거부하면서발생한다.몇몇평론가들이이책의구조를W.G.제발트의작품과비교했던것도그래서일것이다.전미비평가협회가2019년에이책을논픽션부분최종후보로선정하면서쓴소개글은그러한특징을잘드러내준다.

“당신이누구이든,이전에무엇을읽었든간에,나는당신이이책과같은것을읽어보지않았음을보장할수있다.‘읽었다’고말하는것은이책을경험하는데있어정확하지않은표현인것같다.당신은낯선대상을만나는것처럼그의언어를만난다.당장은그윤곽을추적할수없고,계속해서그대상으로돌아가서그독특한변주에안착해야만한다.투마킨의업적은우리가지나치게익숙해져버린현상들(언어뿐만아니라총기폭력,대량학살,지속적인구조적빈곤등)을완전히낯설게만든다.”

추천사

당신이누구이든,이전에무엇을읽었든간에,나는당신이이책과같은것을읽어보지않았음을보장할수있다.‘읽었다’고말하는것은이책을경험하는데있어정확하지않은표현인것같다.당신은낯선대상을만나는것처럼그의언어를만난다.당장은그윤곽을추적할수없고,계속해서그대상으로돌아가서그독특한변주에안착해야만한다.투마킨의업적은우리가지나치게익숙해져버린현상들(언어뿐만아니라총기폭력,대량학살,지속적인구조적빈곤등)을완전히낯설게만든다.
-전미비평가협회‘올해의비평서’부문최종후보선정사유

이책이역사와과거에대한우리의생각을꼼꼼히조사한다고말하는건적절치않다.이책은우리나름의경건함을찢어버리고,우리의진부함을탐구하며,우리가이세상을(단어,사물,사람,감정등그모든것을)새로운방식으로보도록몰아붙인다.(…)투마킨은사물,단어,사람,문장을뒤집어서그것이무엇으로구성되어있는지확인하는능력을갖고있다.명료하고엄숙한책.계시와도같은책.
-『가디언』

불안하면서도화려한에세이.투마킨은‘시간은모든상처를치유한다’,‘같은강에두번들어갈수는없다’등의격언을사용하여정신적외상,지속되는과거,언어의불완전성등자신의관심사에대해성찰한다.그는청소년자살과멜버른북부의노숙자문제와같은주제를다루지만,그접근방식은결코감상적이지않다.
-『뉴요커』

이에세이가독창적으로느껴지는건그만큼능란하게구축되어있기때문이다.이책은여러사회커뮤니티사이의유기적인연결을탐색하고,사회의작은일부에관해쓴다.그리고이를통해커다란체계전체에대해생각하도록만든다.
-『퍼블리셔스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