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과연이도시에서행복할수있을까
『도시는무엇으로사는가』의저자,
<알쓸신잡2>
건축가유현준교수의신작
알쓸신잡2>
전작『도시는무엇으로사는가』에서도시와공간을바라보는새로운눈을제시하고
<알쓸신잡2>
에서쉽고재밌게건축이야기를들려주었던건축가유현준이우리가매일같이할법한고민을제목으로한신작을펴냈다.“어디서살것인가?”보통사람들에게는내집하나마련하는것이먼일이되고있는요즘,‘어디서살것인가’라는고민은우리를힘겹게하는질문일지도모르겠다.그러나『어디서살것인가』는어느동네,어느아파트,어떤평수로이사할것이냐를이야기하는책이아니다.전작『도시는무엇으로사는가』에서도시와우리의모습에“왜”라는질문을던졌던저자는이책에서“어디서”,“어떻게”라는질문을던지며우리가앞으로만들어나갈도시를이야기한다.이책에서말하는‘어디서’는‘어떤공간이우리를행복하게만드는가’라는자문의의미를담고있다.어떤브랜드의아파트냐가아닌,어떤공간이우리삶을더풍요롭게하는가가중요하다는것이다.우리가차를선택할때외관디자인이나브랜드보다더중요하게생각해야하는것이그자동차를누구와함께타고어디에가느냐이듯이우리가사는곳도마찬가지다.이책은우리가서로얼굴을맞대고대화하며서로의색깔을나눌수있는곳,우리가원하는삶의방향에부합하는도시로의변화를이야기한다.변화는당연히어렵고시간도걸리는일이지만우리가살곳을스스로만들어가자고말이다.
우리가사는도시,어떻게만들어가야할까
우리의‘생활’과‘건축’과‘도시’를종횡무진하는독특한시각과통찰
이책에서보여주는건축가유현준의통찰은자유로운공간을닮았다.『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저자유홍준이“그의이야기속에는과거,현재,미래가공존하고있고,첨단과학과전통이맞물려있다”고말한것처럼,그는다채로운시공간을넘나들며우리모습을예리하게들여다본다.우리는저자가이끄는대로고대종교건축물의효시인괴베클리테페의이야기를읽다가어느새현대한국의도시로이동하고다시SNS같은사이버공간으로여행을떠났다가눈깜짝할새또우리집앞골목길로돌아와있다.
이책에서다루는주제도다양하다.여러명의MC가쉴새없이말을주고받는
<라디오스타>
처럼중심도없고경계도모호한특성을보여주는현대건축들,밥상머리에둘러앉아함께밥을먹으며이야기하듯이동료들끼리활발한소통을가능하게하는사옥의형태인‘밥상머리사옥’,대형쇼핑몰에는항상멀티플렉스극장이있는이유,힙합가수가후드티를입는것과사적공간에대한갈증이어떻게연결되는지,대형화와고층화가대세인도시에서사람중심의공간인골목길을지킨다는게과연가능한일인지,그리고숨가쁜도심에서벗어나생각에잠길수있는대교아래공간이야기까지.
건축물을둘러보듯이책의구석구석을유영하고나면우리는자연스럽게우리자신에대한질문으로돌아올것이다.“과연내가살고싶은곳은어떤곳일까?”이책을통해그기준이바뀔수도있고혹은더단단해질수도있겠지만스스로이질문을던지지않을수없게만드는책이다.
“건축은우리의모습을비춘다”
건축이만드는사회,사회가만드는건축
우리삶에영향을주는많은요소가있지만이책은단연건축공간에대해이야기한다.이책의문을여는주제는다름아닌아이들이12년동안생활하는학교이야기다(1장).몇십년동안한결같이상자모양의4~5층짜리건물과대형운동장을유지하고있는우리학교의건축은인격이형성되는시기의아이들이생활하기에는너무나획일적이고거대하다.한국에서이런구조로된대표적인건축물은교도소와학교둘뿐이다.둘다운동장하나에4~5층짜리건물과담장으로이루어져있다.창문크기를빼고는공간구성상의차이를찾기힘들다.양계장에서는독수리가나올수없듯이교도소같은건물에서획일적인교육아래12년동안커온아이들에게창의성을요구하는것은닭으로키우고독수리처럼날라고하는격이다.대형학교건물안의똑같은교실,숫자만다른3학년4반에서커온아이들은대형아파트의304호에편안함을느낄것이다.통계를보면지난40년간학생1인당사용하는실내면적은7배늘었는데,학생들의삶의질은나아지지않았다.각종특별활동실,체육관,식당,강당,도서관같은내부시설은늘어났지만자연과접할수있는기회는오히려없어지고있기때문이다.
저자는아이들의다양한취향과결이사라지지않고창의성이빛날수있도록학교건물은더작은규모로나누어져야하며,그앞에는다양한모습으로놀수있는갖가지모양의작은마당과외부공간이있어야한다고말한다.여건이안되면테라스라도만들고,다양한형태와높이의천장과다양한모양의교실도필요하다.‘공간이사람을만든다’는말이학교이야기에서더절실하게와닿을수밖에없다.학교에서크는아이들이우리사회를만들어갈것이기때문이다.
고대건축물괴베클리테페부터미래도시의지하농장과도로발전소까지,
익선동의골목길부터두바이의부르즈할리파까지,
시공간을자유롭게넘나들며직조해나가는도시의얼굴
파라오와진시황제가싸우면누가이길까?우리가역사를가정할수는없지만건축과공간이라는측면에서보면이물음에대한나름의답을내릴수있다.파라오와진시황제는권력의과시와생존을위해‘피라미드’와‘만리장성’이라는거대한건물을지었다.이건물들이온몸으로내뿜고있는거대한무게를운동에너지와위치에너지의공식으로환산해보면둘의힘의차이가드러난다(6장).우리는이이야기에서건축이모든것을설명하는것은아니지만인간의일면을드러내는중요한지표가된다는것을알수있다.
그렇다면현대인들은왜SNS를많이할까?1인가구의경우에서볼수있듯이점점좁아지는주거공간에서살아가는현대인들은SNS에서사람들을만난다.여유공간은없어지고손바닥만한스마트폰을쳐다보며살게된것이다.그리고피라미드나만리장성을지을수없는평범한사람들은시선의집중을받는사람이권력을갖듯이자신의사진을SNS에올리며다른사람들의시선을자원삼아권력을조금씩수집하는것이다.이이야기의연장선상에서아테네의디오니소스극장이그리스민주사회에끼친영향도유추해볼수있다.관객들이아래를내려다보게되어있는이같은원형극장이있었다는것은국민누구나배우가되면시선집중을받을수있는무대에설수있었다는말이다.그말은국민누구나권력의중심이될수있다는것이다.기존의권력자들이높은곳에올라가서시선의집중을받았다면관객이아래를내려다보게되어있는디오니소스극장에서는그위치가바뀐다.왕이나제사장이아니라일반국민도언제든지시선집중을받을수있게해주고평등한권력의공간구조를제공하는디오니소스극장이그리스민주주의사회를완성시켰다고할수있다.그리고우리는이런공간구조를참조해21세기형원형극장들을만들어나갈수있을것이다(7장).우리가만들어나가는그건축공간들로인해우리삶의모습도조금씩바뀌어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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