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새롭게선보이는개정·증보판
네권짜리로업그레이드된한국대중음악통사
‘한국팝의고고학’시리즈는1960년대부터1990년대까지한국대중음악의역사를세밀히살핀저작으로,2005년‘1960’,‘1970’편출간당시그시대를파고든내실있는역작으로평단과대중에게모두인정받은바있다.마치고고학의‘발굴’작업과도같은치열한자료수집과대중음악관계자들과의대면인터뷰,정치적·사회적·문화적맥락에따른심도있는해석은확실히기존에나온책들과차별화되는요소였다.이책의절판을아쉬워하던독자들의요구에힘입어개정판출간이기획되었고,저자들은여기에더해1980년대와1990년대를관찰하고정리해나갔다.기존에냈던두권을수정,보완했고‘1980’편과‘1990’편을새로만들어시리즈를네권짜리로업그레이드했다.
이책은사실과무관하게신화를덧입히기보다사실속으로깊고넓게들어가는작업을통해흐릿했던우리대중음악의풍경에뚜렷한윤곽과촘촘한세부를그려넣는다.우리의지난날을돌아보고살펴보는일은단순히추억을회상하는것을넘어오늘날우리의정체성과위상을확립하는일과다름없다.오늘이있기까지그때그시절,그들이있었다.
팝혁명부터세기말의격정까지
한국대중음악계의흥미진진한시나리오
‘한국팝’이라는용어의기원을찾기위해서는오랜시간을거슬러올라가야한다.저자들은1960년대말~1970년대초언론에서한‘팝칼럼니스트’가당시한국대중음악의상황을‘팝혁명’이라고지칭한것에주목한다.이때팝이라는단어가수입된서양(미국)의팝인지,변형되고가공된‘번안된팝’인지,아니면충분히토착화된팝인지는불분명하다.아마도이모두를포괄했을것이라고저자들은추측한다.한가지분명한것은1960년대를거치면서일어난문화적분출이한국의대중문화계에심대한영향을미쳤다는것이다.1960년대에문화적으로씨를뿌리거나싹을틔우고있었던음악적실천들은1970년대에미학적으로만개한다.이처럼『한국팝의고고학1960』에서는한국의‘팝혁명’이라지칭될만한흥미로운현상을엿볼수있다.이편은미8군무대에서양악을노래하던음악인들의모습으로시작해신중현으로대표되는소울가요를지나포크이야기로막을내린다.이어지는‘1970’편은자작?자연의자의식과사회비판의메시지를담은포크로부터시작해대마초파동으로굴곡진가요계의풍경을지나대학가요제와산울림을조명하고,김민기와조동진등의언더그라운드이야기로마무리된다.동양과서양,전통과현대,기성과청년등이날카롭게대립하던시대를살아갔던사람들의다면적모습이앞의두권을통해조명된다.이후저자들은‘장르’와‘장소’,‘인물’을연결지어1980년대와1990년대한국대중음악계의면면을흥미진진하게묘사한다.여의도와조용필의이야기로시작하는‘1980’편은김현식,유재하,어떤날등을망라하며대중음악장르와트렌드의발생과소멸을도시공간과장소의변화와엮어내는흥미로운시도를보여주는데,영동,정동,광화문,신촌,대학로,‘강북’,‘강남’,방배동을거쳐이태원의화려한밤으로마지막을장식한다.‘1990’편은압구정동과신해철의음악이야기로시작해댄스,록,발라드,아이돌,힙합등의키워드를거쳐홍대앞등에서활약한일군의인디음악가들이야기로마무리된다.온갖장르가장소를가로질러흘러다니고뒤섞였던세기말,그시대의격정과우울과희망의시나리오가펼쳐진다.
“대중음악의역사는반짝반짝빛나는스타가수를중심으로
서술되는것을넘어서야정의롭다”
『한국팝의고고학1990』의공동저자로참여한김학선은후기에서이책의집필과정에대해다음과같이털어놓는다.“나는지금까지줄곧주장하는형식의글을주로써왔다.이음반은이래서좋고,이음악은이래서아쉽다는얘기를주로반복해왔지만,『한국팝의고고학』은전혀다른방식의글쓰기가필요했다.글이란걸,책이란걸어떻게써야하는지다시배운시간이었다.얼마나치열하게연구하고자료를찾아그걸연결하는지를배웠다.”이시리즈는그렇게발굴해낸방대한자료를바탕으로그물처럼얽혀있는사실들의타래를풀어내어예리한시각과함께버무린결과물이다.음반사진과음반상세정보,언론기사,관련사진등다양한자료를글과함께배치했고,각장말미에는본문에서언급된음악인들의인터뷰를실었다.손석우,김대환,신중현,서병후,이장희(이상‘1960’편),조용필,안건마,강근식,김창완,배철수,조동진(이상‘1970’편),나미,들국화,한영애,엄인호,신대철(이상‘1980’편),신해철,장필순,김재선과김재만,한경록(이상‘1990’편)등다양한음악인들의심층인터뷰에는어디서도들을수없었던대한민국대중음악씬의뒷이야기가생생하게담겨있다.『한국팝의고고학』은스타중심의서술을넘어서서그동안대중음악계에서많은활약을했지만크게조명받지못했던창작자,연주인,언론인등다방면의사람들을고르게조명한다.우리대중음악의윤곽이그동안흐릿했던이유는이들의노력을충분히조명하지못했기때문이라는점을이책이비로소깨닫게해준다는점에서일독의가치는충분하다.
<책속으로>
『한국팝의고고학1960:탄생과혁명』
이책의고고학은신화학(mythology)이아니다.사실과무관하게신화를덧입히는작업이아니라사실과의관계속에서신화들을재조명하는작업,달리말한다면알려지지않은사실을덮어둔채미화하는작업이아니라드러내고감평하는작업이었다.그래서이책에는선명한주장보다담담한기술(description)이훨씬많다.-15쪽
1960년대가시작될무렵‘양곡(혹은재즈곡)’과‘가요곡’,혹은‘팝송’과‘가요’는전혀다른것이었다.음악적으로,언어적으로다른것은물론이고,음악이생산되고소비되는‘시스템’이상이했다.전자는미8군무대를통해생산되고소비되었으며후자는다른무대를통해생산되고소비되었다.이‘다른무대’를당시사람들은‘일반무대’라고불렀다.이런용어법의배후에는국내인을대상으로하는무대는‘일반적’이며,미국인등외국인을대상으로하는무대는‘특별하다’는인식이깔려있었던걸까.아무튼미8군무대에서는것이음악을제대로하는사람들에게선망의대상이었다는것은틀림없다.달리말해서제2차세계대전이후미국대중음악의헤게모니는한반도남단에서도예외는아니었다.-63쪽
손석우의작품은이제까지가요곡과재즈곡으로양분되어있던양식을통합했다.더간단히말한다면‘현대적’인‘국산’대중음악,당시의비열한어법을빌리면‘왜색’이없는가요가탄생한것이다.당시이미경음악평론가로활약했고뒤에는‘한국포크의교감선생님’이되는이백천은〈노오란샤쓰의사나이〉에대해“한국가요가이제드디어태양과만났다.”라고말했다.손석우본인의기억이다.불행히도손석우의작풍에대해우리는‘이름’을달아주지못하고있지만,이시점이후‘한국팝’이라는장르가존재한다면그음악의효시이자전형을확립한작품이손석우의것이라는데이의를제기하기는힘들다.-69~70쪽
‘신중현작품집’혹은‘신중현작편곡집’이음반의역사에서가지는의미도선구적이라고말하지않을수없다.물론‘신중현작품집’도작곡가이름을앞세운점에서과거의관습이남아있다.이리저리짜깁기한여러종류의이본(異本)이많다는점도과거관습의잔재다.그렇지만신인가수의노래를한두곡끼워넣는‘옴니버스음반’을벗어나‘가수의독집’의비중이점차증가한점은이전에비해새로운현상이었다.이로써신인이제대로만든독집음반을통해스타가되는길이열렸다.-294쪽
1960년대말~1970년대초라이브문화는꽃을활짝피웠다.당연한말이지만이는단지뮤지션의문화가아니라팬들의문화였다는사실이중요하다.당시일반무대에서활동하는그룹사운드가100여팀에육박했지만,1960년대미8군쇼단과기지촌클럽에서활동하던그룹사운드의숫자보다많았다고할수는없다.수용자가미군이어서‘한국인의’라이브문화라고볼수없었던미8군무대와달리,1970년무렵그룹사운드음악의수용자는‘팝송팬’이라고불린한국의청년들이었다.따라서이시기에와서야비로소라이브문화가온전한의미를지니게되었다.-3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