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

보이지 않는 도시

$16.50
Description
피렌체 비엔날레 최고상을
최초로 2회 수상한 임우진 건축가의
독특한 인문적 시선이 담긴 첫 책
사람들은 익숙해진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거나, 이미 적응된 상태를 애써 바꾸려 들지 않는다. 설사 바뀌어야 한다는 걸 느낀다 해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짚어 내기 어렵다. 이 도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운전할 때 늘 보는 신호등 위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우리나라에는 왜 노래방, PC방, 찜질방 같은 ‘방’이 많은지 궁금해한 적도 없다.
한국에서 30여 년, 파리에서 20여 년 생활하며 두 문화권의 거주민이자 이방인으로서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된 저자는 열 가지 질문을 던지며 이 도시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의 눈에 포착된 여러 도시의 모습들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던져 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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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우진

한국에서대학을마치고프랑스로건너가그곳에서석사와건축사디플롬(DPLG)을수료한후,프랑스국립건축가로20년넘게활동하고있다.대표작으로프랑스보르도‘생카테린광장’,강원도고성군‘인화이트주택’,파리‘순그릴샹젤리제레스토랑’등이있고,프랑스의거장도미니크페로와함께서울의‘이화여대ECC’를설계했다.이탈리아피렌체국제현대미술비엔날레에서디자인부문최고상인‘레오나르도다빈치상’을비엔날레역사상최초로2회(12회,13회)수상했다.학교보다길에서건축을배웠다고고백할정도로여행과만남을좋아하며,그의독특한건축작품과글은많은부분이런다문화적경험에기인한다.이책은임우진의첫저작으로,오랜외국생활후에다시찾은그의고향,한국에대한건축가로서의재발견을기록한글이다.

목차

여는글

1부.보이지않는공간

1장.왜그차만정지선앞에멈췄을까
인간은원래선하다|양심냉장고|도시시스템|도시는시민을믿지않는다

2장.국회의원들은왜고함을칠까
흰쥐|극장|국회의사당

3장.왜조상님을산에모실까
장례지도사|추모와두려움|가족의집

4장.소파는왜등받이가됐을까
쐐기돌|등잔밑은어둡다|안방과침실|마루와거실|온돌

5장.왜부자들은벤츠를탈까
채나눔|권력과상징|부촌

2부.보이지않는도시

6장.만남의광장에서누굴만나는가
광장의기억|길|광장의조건|한국적광장

7장.왜우리는높은건물에열광할까
산지미냐노|맨해튼|라스베이거스|매트릭스

8장.모임의끝은왜항상노래방일까
노래방|교도소|공동체와공간|벽과담장|아파트단지|환각제|마을과도시

9장.왜아이들은항상어지를까
공간주도권|사회구심적공간과사회원심적공간|길은누구의것인가|
도시는누구의것인가|사람과도시

10장.누구를위해꽃을심는가
꽃마을|반쪽집|우리집

닫는글
참고문헌
도판출처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공간에익숙해진사람에게는
그공간이보이지않는다”

사람들은익숙해진것을새로운시각으로살펴보거나,이미적응된상태를애써바꾸려들지않는다.설사바뀌어야한다는걸느낀다해도무엇이잘못됐는지제대로짚어내기어렵다.이도시도마찬가지다.우리는운전할때늘보는신호등위치에대해생각해본적이없고,우리나라에는왜노래방,PC방,찜질방같은‘방’이많은지궁금해한적도없다.너무익숙해서잘안다고착각하고있는이도시를똑바로바라보려들지않는다.
한국에서30여년,파리에서20여년생활하며두문화권의거주민이자이방인으로서독특한시각을갖게된저자는도시의보이지않는것들을짚어내고,우리도모르게판에박힌인식을한꺼풀벗겨준다.그리고이도시아래에숨겨진다른모습과저자눈에포착된여러도시의모습들은서로의문제점을해결하는실마리가되어준다.

보이지않는체제가만든도시

이책의1부는쉽게공감할수있는일상적공간속이야기들로,우리가보지못했던생활공간의이면을보여준다.이를통해각공간이단순하게자리하고있는것이아닌,도시체제안에있고그체제가우리삶에영향을미친다는것을알게된다.
앞에잠깐언급한신호등위치를예로들면,한국의신호등은대부분횡단보도건너편쪽에있다.횡단보도정지선을넘어가도볼수있는위치다.반면유럽의신호등은정지선쪽에위치해있어서정지선을넘어서면볼수없다.정지선을위반할수없는위치에신호등을설치한것이다.이렇게‘지킬수밖에없도록’유도한유럽의도시시스템은수백년간다민족·다문화환경으로지낸배경위에있다.다양한사고방식과서로다른문화가공존하기에상대방이나와비슷한생각을할거라기대하지않는다.그래서모든것을구체적으로규정하고,문서로명기하고,물리적으로구분한다.생각도다르고언어도다르니그렇게하지않으면지켜지지않을게분명하기때문이다.이런태도는그들의도시곳곳에알게모르게스며들어있다.
우리에게는‘기피공간’이지만,유럽인들에게는‘가까운공간’이있다.바로공동묘지다.한국에선공포스러운장소이기에당연히생활공간에서떨어진곳에있지만,유럽에서는도시안,집가까운곳에공원같은분위기로조성돼있다.그리운사람을기억하며자주찾아가,꽃이나화분으로가꿔놓는기분좋은공간으로만든것이다.이곳은연인이데이트하고가족이산책하는,살아있는자들을위한공간이다.이런분위기는장례식에도영향을미쳐,슬프지만은않은따뜻한분위기속에서치러진다.내일이라도들르기만하면만날수있기때문이다.

유럽의도시체제나구조가좋으니따라하자는이야기가아니다.저자는“20년넘게파리에살면서다수의건축물과도시시설을짓는경험을했지만,이글에서파리가가진몇몇장점을앞세워서울의부족한점을드러내려하지않았던이유는간단하다.파리또한수많은문제가있는곳이기때문이다.(…)그것이장점으로보이기위해서보이지않는곳에서똬리를틀고있는다른많은문제점이있다는것을함께직시하게되면맥락도역사배경도다른도시의속성을단순비교한다는것이얼마나속절없는지도알게된다.(…)다른곳과의비교는부족함을비판하기위해서가아니라,나아지기위한새로운영감을주는용도일때의미가있다.그것이많은해외사례를제시하면서도이책에서내가견지하고자했던태도였다.”라고말한다.

도시의낯익은얼굴과낯선얼굴

2부역시대부분일상적인공간에관한내용으로,한국의도시·건축에대한저자의새로운관점이담겨있다.여기에선외부공간과내부공간을하나씩예로들어보려한다.
우선외부공간인‘길’을살펴보자.서구의길은도시연결체계다.도로의시스템을발전시켜통행과도시서비스를최적화했다.반면우리나라의길은영역간의완충공간이다.그리고통행뿐아니라여러기능이공존하는‘도시적공터’다.시골장터도,마을잔치도,동네씨름대회도길에서열렸다.우리의길은광장의역할까지했다.길에놓인평상은동네어른들의사랑방이었고,골목길은아이들의놀이터였으며,길거리는공연장소였다(‘홍대길거리공연’등길거리공연은최근까지이어졌다).그래서우리나라사람들은광장의필요성을별로느끼지못했었다고저자는말한다.
내부공간인‘방’또한한국인에게는특별한공간이다.노래방,찜질방,PC방처럼‘방’이붙은공간은당구‘장’이나독서‘실’같이여러사람이함께이용하는공공장소느낌의공간과다르다.방이라는이름이붙은곳은벽으로구분되어있거나최소한칸막이로구분돼있다.그래서좀더사적인공간의느낌을준다.우리는공동체의식이있어야(또는공동체의식을만들기위해)방에함께들어간다.이방문화는우리나라에만있는독특한것이다.방은‘남’과‘우리’를구분해주는공간적이면서도사회적인수단이다.교도소의다른이름인감방도방이붙은공간이다.우리나라(및동아시아,중동지역)의교도소는복도양편으로4~8인이함께쓰는단체실이늘어서있는구조로되어있다.반면서구식교도소는밖에서훤히들여다보이는철창으로된독방을가운데빈공간에서모두볼수있게회랑형으로배치되어있다.한국식교도소에서양인재소자가감금되면교도소에감금됐다는사실보다프라이버시없이한방에서다른사람과함께지내야하는집단생활에더큰심리적고통을받는다.그들에게방은‘우리의공간’이아니기때문이다.반면서구식교도소에한국인재소자가수감되면독방에서의고독한생활을타재소자보다더힘겨워한다.

그밖에도내방,우리집,우리동네를만드는‘공간주도권’,사회구심적공간과사회원심적공간등도시아래에숨어있는모습들과품고있는가능성을보여준다.이모든이야기는‘사람이먼저인도시’를향해있다.결국도시속에사는사람에관한이야기인것이다.

책속으로

광장廣場의사전적뜻은‘많은사람이모일수있게거리에만들어놓은,넓은빈터’다.광장이재미있는것은어떤건물처럼처음부터그렇게만들기로작정하고만들어진곳이아니라는사실이다.도시가성장하고발전하는과정에서자연스럽게생겨나고남겨진하나의도시적결과물이란말이사실에더가깝다.이말은어떤문화권에는광장이그도시민의생활방식에필요했고,또어떤문화권에서는그렇게필요하지않았다는뜻이다.그러므로유럽에는그흔한광장이왜한국에는보기힘든가하는질문에대한단서는,(…)필요가없었거나무언가다른것이그것을대신했기때문이라고가정할수있다.-135쪽

건축가가아닌이상광장에서바닥에주의를기울이는사람은없다.보통은주위를둘러싼분위기에정신이팔리기마련이다.그런데바닥에설치된모니터는그공간에들어선사람들의시선을바닥으로끌어당긴다.주위를둘러싼환경은비록제각각이라일관성이없고혼란스럽더라도일단그장소내부가까운곳에시선을두기시작하면멀리있는것들은당사자의주위에서멀어진다.그러는사이에자신도모르게그장소에집중하고스며들게된다.그결과공간은내몸이직접체험하는경험적장소가된다.이른바‘장소성’이발생하는것이다.(…)제각각의건물과사방으로열린주위환경때문에집중이되지않는한국도시의맥락적한계에도,바닥면의존재를증폭하여광장내부로집중되는구심적인분위기와장소성을강화하려고했던‘빛의광장’계획안은오늘의한국건축가와도시당국에게흔치않은영감을준다.-158~160쪽

실제로고급일식집이나한정식집은복도를따라좌우로늘어선단체석으로구성된경우가흔한데,재미있는것은앞에언급한교도소의구조와똑같다는사실이다.한국에성업중인고급호텔의객실구조도동일한구조다.그런데한국인이익숙하고편안하게느끼는이런구조의식당이나호텔에처음들어선서구인들이받는첫인상은놀랍게도음모와비밀이가득한음침한이미지다.사방이막혀있어문뒤에누가있는지보이지않는데,방저편에서간간이들리는모르는사람들의대화소리와웃음소리는이들에겐이국스러움을넘어빨리그곳을뜨고싶을정도로불안한느낌을준다.-2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