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양장)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양장)

$18.00
Description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은 그간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창조해 온 키냐르가 펼치는 문학론이다. “사색적 수사학”이라는 원제를 단 이번 책은 키냐르가 본격적으로 ‘문학이란 무엇인지’ 혹은 ‘문학적인 글쓰기’에 대해 사색하는 책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번 작품 역시 키냐르답다. 독자에게 쉽게 길을 내어 주기는커녕, 독자를 점점 더 안갯속으로 이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불빛이 거기 있다.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에서 저자는 역사 속 잊힌 인물, 잊힌 언어, 잊힌 전통의 기원을 탐색한다. 이렇듯 ‘잊힘으로써’ 문학에 가해진 폭력은 키냐르의 글쓰기로 조용한 회복의 시간을 맞이한다.

잊힌 전통을 되새김으로써 문학을 이야기하다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은 그간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창조해 온 키냐르가 펼치는 문학론이다. 경계 없는 글쓰기를 해 온 저자는 여러 작품을 통해, 때로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때로는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과 언어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독창적인 사고를 전개한 바 있다. “사색적 수사학”이라는 원제를 단 이번 책은 키냐르가 본격적으로 ‘문학이란 무엇인지’ 혹은 ‘문학적인 글쓰기’에 대해 사색하는 책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번 책 역시 키냐르답다. 독자에게 쉽게 길을 내어 주기는커녕, 독자를 점점 더 안갯속으로 이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불빛이 거기 있다. 키냐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는 안내가 없으니 언어의 부재하는 별을 단호히 따라가야 한다”고.

이 책에서 키냐르는 철학자의 글쓰기와 작가의 글쓰기로 나뉘기 시작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현자들이 남긴 글들을 재해석하며, 철학자의 글쓰기에 경도된 서구 문명이 놓치고 있는 감수성의 세계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리와 논증에 기반한 철학적인 글쓰기를 단호하게 반박하는 동시에 이미지에 기반한 문학적 글쓰기를 예찬한다.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엄청난 독서 이력이 녹아 있는 이번 책에서 키냐르는 역사 속 잊힌 인물, 잊힌 언어, 잊힌 전통의 기원을 탐색한다. 이렇듯 ‘잊힘으로써’ 문학에 가해진 폭력은 키냐르의 글쓰기로 조용한 회복의 시간을 맞이한다.

이미지는 곧 생명,
이미지 없는 문학은 검에 낀 녹에 불과할 뿐

키냐르는 역사의 먼지 더미 아래 부당하게 묻힌 여러 인물을 건져 올린다. 백과사전 속 “공허하고 어리석은 주장을 펼친 수사학자”로 명시된 1세기 로마의 수사학자 마르쿠스 코르넬리우스 프론토는 저자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다. 키냐르에 따르면 프론토는 철학에 의연히 맞서 온 문학 전통이 존재했음을 증언한 최초의 인물이며, 고대 로마의 사상가들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 가장 심오한” 인물이었다. 그는 다름 아닌, 『명상록』의 저자로도 유명한 2세기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수사학 스승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명상록』은 과연 어떤 책인가. 이 역시 키냐르에 따르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고 사색적이며 연상적인 이미지의 모음집”이다. 생명과 이미지가 연결되는 까닭은 이미지들에 지배당하는 눈의 운동과 발기가 우리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들을 제시하는 언어가 발기한 가운데 흥분을 유발하고 활기를 띠고 커져서 배가되는 환각적인 이미지들의 몽환적이고 확실한 진전이 없다면 소설은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키냐르가 철학적 글쓰기를 비판하는 걸 넘어 거부하는 까닭은 철학자의 글쓰기에는 “기대 너머에서 불현듯 등장해서 독자나 청중을 후려치는” “예상 밖의, 뜻밖의 낱말”이 없기 때문이다. 문학은 자고로 듣는 이를 ‘설득’이 아닌 ‘열광’으로 이끌어야 하며, 위대한 시인이나 산문 작가가 몰아지경의 말을 찾는 것 역시 이 때문이라는 게 키냐르의 설명이다. 또한 철학은 기본 수사학의 한 지류일 뿐인데도 철학자들의 담론은 기를 쓰고 이미지들을 멀리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프론토의 말 혹은 이미지를 빌려 철학은 “검에 낀 녹”에 불과하며 “언어와의 전투에서 매일매일 검의 녹을 벗겨 눈부시게 반짝이도록 닦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키냐르 글쓰기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책
이 책에는 프론토에 대한 글 외에도 다섯 개의 글이 더 실려 있다. 이들은 모두 ‘소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며 ‘소론’이라는 이 독특한 글쓰기는 파스칼 키냐르를 특징짓는 파편적 형태의 글쓰기다. 자신의 『소론집』에 대해 쓴 소론(‘『소론집』에 관한 미세한 소론’)에서는 자기 자신을 특징짓는 이러한 글쓰기를 “나의 집”, “나의 이름”이라고 부르며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 비록 그것이 유행에 뒤지고 고독할지언정, 나를 규정하는 제2의 자아라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키냐르 글쓰기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며, 키냐르식 글쓰기의 근원, 더 나아가 문학적 글쓰기의 시작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 같은 책이다.

우리는 언어에 기댄 삶을 산다. 그만큼 언어가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생각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은 발생하기 마련이고, 오해와 불신의 씨앗이 발아하기도 한다. 우리를 구성하는 언어란 무엇인가. 문학을 이루는 언어란 무엇인가. 언어와 말, 글쓰기에 대한 사색의 끈을 놓지 않는 키냐르의 이번 책은 미로 같은 말들 속을 헤매는 독자에게 하나의 “부재하는 별”이 될 수 있을까.

저자

파스칼키냐르

1948년프랑스노르망디지방의베레뇌유쉬르아브르(외르)에서태어나,1969년에첫작품『말더듬는존재』를출간하였다.어린시절심하게앓았던두차례의자폐증과68혁명의열기,실존주의,구조주의의물결속에서에마뉘엘레비나스,폴리쾨르와함께한철학공부,뱅센대학과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의강의활동,그리고20여년가까이계속된갈리마르출판사와의인연등이그의작품곳곳독특하고끔...

목차

옮긴이의말

프론토
라틴어
숨은신에대하여
요한볼프강폰괴테에대하여
운율사전
『소론집』에관한미세한소론

출판사 서평

잊힌전통을되새김으로써문학을이야기하다

『파스칼키냐르의수사학』은그간자신만의독보적인문학세계를창조해온키냐르가펼치는문학론이다.경계없는글쓰기를해온저자는여러작품을통해,때로는소설속등장인물의입을빌려,때로는자신만의목소리로말과언어에대해,글쓰기에대해독창적인사고를전개한바있다.“사색적수사학”이라는원제를단이번책은키냐르가본격적으로‘문학이란무엇인지’혹은‘문학적인글쓰기’에대해사색하는책이다.하지만언제나그렇듯이번책역시키냐르답다.독자에게쉽게길을내어주기는커녕,독자를점점더안갯속으로이끈다.잡힐듯잡히지않는불빛이거기있다.키냐르는이렇게이야기한다.“이세상에는안내가없으니언어의부재하는별을단호히따라가야한다”고.

이책에서키냐르는철학자의글쓰기와작가의글쓰기로나뉘기시작한고대그리스와로마의현자들이남긴글들을재해석하며,철학자의글쓰기에경도된서구문명이놓치고있는감수성의세계를재발견해야한다고주장한다.논리와논증에기반한철학적인글쓰기를단호하게반박하는동시에이미지에기반한문학적글쓰기를예찬한다.고대로까지거슬러올라가는엄청난독서이력이녹아있는이번책에서키냐르는역사속잊힌인물,잊힌언어,잊힌전통의기원을탐색한다.이렇듯‘잊힘으로써’문학에가해진폭력은키냐르의글쓰기로조용한회복의시간을맞이한다.


이미지는곧생명,
이미지없는문학은검에낀녹에불과할뿐

키냐르는역사의먼지더미아래부당하게묻힌여러인물을건져올린다.백과사전속“공허하고어리석은주장을펼친수사학자”로명시된1세기로마의수사학자마르쿠스코르넬리우스프론토는저자에의해새롭게조명된다.키냐르에따르면프론토는철학에의연히맞서온문학전통이존재했음을증언한최초의인물이며,고대로마의사상가들가운데“가장독창적이고가장심오한”인물이었다.그는다름아닌,『명상록』의저자로도유명한2세기로마황제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의수사학스승이기도했다.그렇다면『명상록』은과연어떤책인가.이역시키냐르에따르면“생명유지에필수적이고사색적이며연상적인이미지의모음집”이다.생명과이미지가연결되는까닭은이미지들에지배당하는눈의운동과발기가우리의운명이기때문이다.“이미지들을제시하는언어가발기한가운데흥분을유발하고활기를띠고커져서배가되는환각적인이미지들의몽환적이고확실한진전이없다면소설은없다”고저자는이야기한다.

키냐르가철학적글쓰기를비판하는걸넘어거부하는까닭은철학자의글쓰기에는“기대너머에서불현듯등장해서독자나청중을후려치는”“예상밖의,뜻밖의낱말”이없기때문이다.문학은자고로듣는이를‘설득’이아닌‘열광’으로이끌어야하며,위대한시인이나산문작가가몰아지경의말을찾는것역시이때문이라는게키냐르의설명이다.또한철학은기본수사학의한지류일뿐인데도철학자들의담론은기를쓰고이미지들을멀리한다고지적한다.저자는프론토의말혹은이미지를빌려철학은“검에낀녹”에불과하며“언어와의전투에서매일매일검의녹을벗겨눈부시게반짝이도록닦아야”한다고역설한다.


키냐르글쓰기의정수를확인할수있는책

이책에는프론토에대한글외에도다섯개의글이더실려있다.이들은모두‘소론’이라는이름을달고있으며‘소론’이라는이독특한글쓰기는파스칼키냐르를특징짓는파편적형태의글쓰기다.자신의『소론집』에대해쓴소론(‘『소론집』에관한미세한소론’)에서는자기자신을특징짓는이러한글쓰기를“나의집”,“나의이름”이라고부르며특별한지위를부여한다.비록그것이유행에뒤지고고독할지언정,나를규정하는제2의자아라는선언처럼들리기도한다.그만큼이작품은키냐르글쓰기의정수를확인할수있는책이며,키냐르식글쓰기의근원,더나아가문학적글쓰기의시작을짐작해볼수있는귀중한자료같은책이다.

우리는언어에기댄삶을산다.그만큼언어가절대적인역할을수행한다생각하지만,그러는와중에도소통이불가능한상황은발생하기마련이고,오해와불신의씨앗이발아하기도한다.우리를구성하는언어란무엇인가.문학을이루는언어란무엇인가.언어와말,글쓰기에대한사색의끈을놓지않는키냐르의이번책은미로같은말들속을헤매는독자에게하나의“부재하는별”이될수있을까.

추천사

“우리는문학을옹호하는키냐르의글을읽는동안‘사유하는’독자라는즐거운착각을안겨주는작가에게감사해야할것이다.”
―『리베라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