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라이프 (양장)

스틸라이프 (양장)

$18.00
Description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서는
그 자체로는 사소한 것들을 무작위로 모아 놓은 것이다”
_ 헤라클레이토스

예술과 문학 작품 속의 정물들
『스틸라이프』는 예술과 문학에 나타난 정물 전반에 대해 다루는 책으로, 정물이라는 소재가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가장 넓게 탐색한다. 시대적으로는 고대에서 중세, 현대까지를 아우르고, 미술사와 자연사를 넘나들며, 고대 그리스 문학부터 대중소설까지, 라스코 동굴 벽화부터 피카소 그림까지 망라한다. 이 모든 것이 ‘정물’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되기까지, 저자는 자신의 지적 역량을 아낌없이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정물이 표현되는 방식의 ‘벌거벗음’이나 명료한 표현 그 자체에서 오는 조용한 희망과 자신감, 그 말없음의 깊이를 보여 주고자 한 결과물이며,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탁자 위에 놓인 사물들을 바라볼 때 본능적으로 느끼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

가이대븐포트

저자:가이대븐포트GuyDavenport(1927~2005)
미국의작가,학자,교육자,번역가,삽화가.열일곱살에듀크대학에입학해예술과고전,영문학을공부한후로즈장학금RhodesScholarship으로옥스퍼드대학에진학했다.제임스조이스에관한그의논문이옥스퍼드역사상최초로통과되었다.이후다시미국으로돌아와하버드대학에서에즈라파운드로박사학위를받았고,해버퍼드대학에서잠시교편을잡았다가곧바로켄터키대학에정착해1990년‘천재들이받는상’이라불리는맥아더펠로십MacArthurFellowship을받고은퇴할때까지30년넘게영문학을가르쳤다.모더니스트스타일의단편소설로가장잘알려져있지만에세이,시,번역,비평에이르기까지광범위한작품활동을했다.『타틀린!Tatlin!』(1974),『다빈치의자전거DaVinci’sBicycle』(1979),『상상력의지리학TheGeographyoftheImagination』(1981),『모든기운은형태를낳는다EveryForceEvolvesaForm』(1987),『피카소의죽음TheDeathofPicasso』(2005)등평생50여권의책을출간했다.존업다이크,코맥매카시,휴케너등2천명이상의문화계인사들과서신을교환했으며,특히제임스조이스의대가로알려진휴케너와44년동안주고받은1천편에육박하는서신은『질문하는사람들QuestioningMinds』(2018)이라는한권의책으로묶이기도했다.생전동료작가들로부터최고의문장가라는평가를받았다.

역자:박상미
번역가,작가,갤러리스트.연세대학교심리학과를졸업한후주거환경학과에진학,건축과인테리어디자인을공부했다.1996년뉴욕으로건너가미술사와미술을공부하며글을쓰기시작했다.지은책으로『나의사적인도시』,『취향』,『뉴요커』가있고,옮긴책으로제임스설터의『가벼운나날』,『어젯밤』,줌파라히리의『그저좋은사람』,『이름뒤에숨은사랑』,마크스트랜드의『빈방의빛:시인이말하는호퍼』,얼프퀴스터의『호퍼A-Z』,마이클키멜만의『우연한걸작』등이있다.현재뉴욕과서울을오가며현대미술갤러리토마스파크를운영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
옮긴이의글
매우사적인역자노트:정물을둘러싼즐거운책읽기

1여름과일광주리
2운명의두상
3사과와배
4토리노의형이상학적빛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인류의문명과공생해온정물
정물혹은그것들을화폭으로옮긴정물화의역사는길다.신석기시대동굴벽화까지거슬러올라가기도하고,가장번성했던시기로17세기가거론되기도한다.어쨌거나무척이나오래된장르임에는틀림없다.그러나정물화는미술사에서가장낮은자리에위치해왔다.꾸준히그려져왔음에도불구하고풍경화,역사화,초상화등에비해그가치가눈에띄지않았던것이다.움직이지않거나때로는생명이없는대상을그렸기때문일수도있고(정물은영어로stilllife,프랑스어로는naturemorte로직역하면각각‘부동의생물체’,‘죽은자연’정도로해석된다)단지사물들의임의적나열이거나그것을재현한것에지나지않는,별의미없는장르로여겨진탓도있을것이다.

정물화하면떠오르는전형적인이미지들이있다.탁자위에놓인풍성한과일,반짝거리는유리잔,빵과와인,파이프와촛대같은물건들이다.정물의이미지는각종문헌에도등장한다.대표적으로구약성경아모스서에는다음과같은구절이있다.“그가말씀하시되,아모스야,네가무엇을보느냐,내가이르되여름과일한광주리이다하매여호와께서내게이르시되,내백성이스라엘의끝이이르렀은즉내가다시는그들을용서하지아니하리니.”여기에서보다시피풍성한과일광주리는그이면에종말의이미지를품고있다.탁자위에놓인파이프는르네상스정물에서“삶은연기처럼사라진다”는‘메멘토모리’를상징하는사물로나타나기시작한다.이렇듯인류의문명과공생해온정물은“현재의안녕이미래의재앙”일수있음을일깨워주는“모든아름다움에내재된비극에관한상징”으로그전통을유지해왔다.

가장깊은곳까지,가장넓게정물을탐색하다
『스틸라이프』는이렇듯예술과문학에나타난정물전반에대해다루는책이다.정물이라는소재가전달할수있는가장깊은곳까지,가장넓게탐색한다.저자인가이대븐포트가1982년토론토대학에서진행한강연내용을바탕으로,시대적으로는고대에서중세,현대까지를아우르고,미술사와자연사를넘나들며,고대그리스문학부터대중소설까지,라스코동굴벽화부터피카소그림까지망라한다.이모든것이‘정물’이라는한점으로수렴되기까지,저자는자신의지적역량을아낌없이펼쳐보인다.

저자에따르면4천년넘게이어져온정물화는대체로소박한이급예술로치부되었지만,베토벤과버르토크가현악4중주에서그들의아이디어를실험하고,셰익스피어와밀턴이소네트라는짧은형식을빌려스케치를해나갔듯그것은화가들에게“더크고야망있는회화”를위한중요한디딤돌과도같은장르였다.소박하고사소해보일지언정,“그표현방식의‘벌거벗음’이나소재의명료한표현에서오는조용한희망과자신감,그말없음의깊이는아주깊어서우리가헤어릴수없을정도”이고그깊이를보여주고자한결과물이바로이책이라할수있다.다른한편으로탁자위에놓인사물들을바라볼때우리가본능적으로느끼는편안함과아름다움에대한근원을찾아거슬러올라가는여정이라고도볼수있을것이다.

익숙한것을낯설게바라보기
저자가이대븐포트는국내에처음소개되는작가이고,미국현지에서도대중적으로알려진인물은아니다.하지만학계,문화계쪽에서는매우유명했고(존업다이크,코맥매카시,조이스캐롤오츠와같은작가들과두터운친분을유지했다),‘천재들이받은상’이라불리는맥아더펠로십을받은세계적인석학이었다.한예로자신의수업중에비누가등장하면,하던강의를멈추고갑자기비누의역사와의미에관해10분이넘는독백을시작했다고한다.비누가어떻게발명되었는지,영국의왕과왕비가얼마나가끔목욕을했는지,수세기에걸쳐비누성분이어떻게변해왔는지를쭉읊은뒤에다시수업을이어간식이다.이러한백과사전적지식뿐아니라문학적역량도갖춰『워싱턴포스트』의문학평론가이자퓰리처상수상작가인마이클더다는대븐포트를두고“우리시대가낳은가장훌륭한에세이스트다”라고평한바있다.

책에는정물화의또다른예로이탈리아화가조르조데키리코의작품도등장한다.종종정물과풍경이함께있는초현실주의분위기를풍기는데키리코의회화세계를에니그마,즉수수께끼로정의한저자는“진실을보는한가지방법은대상을전에한번도본적이없는것처럼,익숙한것을에니그마처럼보는것이다”라고이야기한다.이문장은책전체를관통하는메시지이기도하다.우리곁에늘있어왔지만,눈여겨보지않았거나너무익숙해그말없음의깊이를차마헤아리지못했던주변의정물.이것들을낯설게바라보기시작하는순간,진실의문이열린다.인류역사상가장풍요로운시간을살고있는현재의우리는정물을통해과연어떤진실에다가설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