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실패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각별한 실패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18.00
Description
카프카, 콕토, 페소아에게서 배우는
더 나은 실패를 위한 성찰
실패의 연습만이 가능성의 장을 넓혀 준다. 사무엘 베케트의 말마따나 ‘더 낫게’ 실패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작은 성공을 논할 수 없고 오히려 어둠 속에서 빛의 고백을 우려내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위협, 타협, 막다른 난관은 저주가 아니라 행운이다.
토머스 핀천, 살만 루슈디, 휴버트 셀비 주니어를 프랑스어로 옮긴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저자 클라로는 이 성찰적 에세이에서 카프카, 콕토, 페소아를 소환하면서 실패라는 현상의 다양한 틈새를 깊이 들여다본다. 섬세한 감수성과 유머를 구사하면서 자신의 실패 목록까지 작성해 보이는 저자는 우리의 한계와 상처를 다시 생각하고 그것들의 효용을 고려할 기회를 던져 준다.
저자

클라로

저자:클라로(Claro)
프랑스파리출신의작가이자번역가.서점원과출판교정자로일했고,현대영미문학을프랑스어로옮기는번역가로활동하면서토머스핀천,살만루슈디,휴버트셀비주니어등의작품을옮겼다.『마담보바리』,『일렉트릭체어』등30여권의소설과에세이집을펴냈으며,현재앵퀼트출판사의편집주간으로일하고있다.

역자:이세진
서강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프랑스문학을공부했다.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우리에겐논쟁이필요하다』,『명상록수업』,『아직오지않은날들을위하여』,『여섯개의도덕이야기』,『해피크라시』,『선택』,『나는생각이너무많아』,『기후정의선언』등이있다.

목차


1풀스메이트
막간1|실패란무엇인가(1)

2물,빵,민들레에대하여
막간2|실패란무엇인가(2)

3위위와마법의화산
막간3|실패로시작하기

4토기장이와라스타쿠에로
막간4|나의실패목록(1)
일화1|다리:어떤실패

5실패의첫번째초상:카프카(그리고벤야민)
막간5|나의실패목록(2)

6마멋소년단의모호한춤
막간6|실패대부족
일화2|다리:어떤실패

7실패의두번째초상:페소아
상영1|실패의현기증(1)

8실패의세번째초상:콕토
상영2|실패의현기증(2)
일화3|다리:어떤실패

9대천사의회초리와고르차코프의촛불
막간7|불투명의리토르넬로

10코듀로이에싸인후세
막간8|(근사치의)시편
일화4|다리:어떤실패

11책의사적인달력

출판사 서평

실패는작가의은밀한희열이다

잘알려져있듯이허먼멜빌의『모비딕』초판은600부도채팔리지않았다.프란츠카프카는대부분의원고를미완성상태로두는편을택했다.페르난두페소아의편지에는자신을‘실패자’로선언하고한탄하는대목이한두번나오는게아니다.이들뿐인가?글을읽고쓰고옮기는사람이라면누구나한번쯤실패를생각하지않을수없다.실패란무엇인가?저자가정의한긴목록에따르면“실패는잠들기가두려울때마다꾸는꿈”이고,“시차(視差)오류에근거한확신”이며,“우리가제기하기를잊은문제의답”이다.글을다루는이에게실패하는방법은하나가아니며,실패의이유도하나가아니다.저자는이렇게단언한다.“나는글을쓴다,고로나는좌초한다.”

『각별한실패』는이처럼피할수없는‘faillite(파탄,좌절)’의암담하고도구원적인면에비추어글쓰기,번역,읽기와같은활동을깊이사유하는책이다.실패를“소득없고기만적인과정에서발생하는일시적우연”으로생각하느냐,글을다루는활동의근원적“토대이자존재이유,원동력이자지평”으로생각하느냐에따라작가의운명이달라진다고저자는말한다.프랑스어동사‘faillir(그르치다)’에는‘faille(균열)’이라는의미가포함되어있으며,글을읽고쓰는이는이빈틈으로부터“미묘한쾌감”을발견해내는자이기때문이다.작가에게실패란일상적으로감당해야할그의몫,그이상도이하도아니다.실패는그의“길티플레저(guiltypleasure)”이자“은밀한희열”이다.

카프카,콕토,페소아의실패하는글쓰기

글을쓰는일은암중모색의연속이다.늘위태롭고불안하며완성이불가능한것처럼보인다.저자가말하듯이모든글쓰기에는두갈래의길이있다.실패에‘저항하여’쓸것인가,실패와‘더불어’쓸것인가.이책에서각별히살펴보는카프카,콕토,페소아는후자의길을걸었고그런점에서그들을‘위대한실패자’로불러도무방할것이다.저자는이들작가를‘실패의세가지초상’으로거론하며,카프카의‘지연(遲延)’에대해(그는자신의글을끊임없이다시쓰거나아예포기했다),콕토의‘실패감’에대해(그는실패감을실패그자체보다훨씬더격렬하게받아들였다),페소아의‘무기력’에대해(그의“다극성무기력은놀라운폭발력을지닌행진이었다”)지적이면서도섬세한이야기를들려준다.

카프카,콕토,페소아의사례는글쓰기가끊임없이우회한다는것을의미하며실패만이진정한창작의조건임을알려준다.서점원과출판교정자,편집자로도일한저자는이러한지연과실패감,무기력이글을다루는사람이라면누구나겪는과정이며스스로도겪고있는문제임을솔직하게고백한다.그는자신을포함해주변에서수많은글쓰기의실패를목도하고있으며그럼에도‘더나은’실패를경험해보기를권유하는데,각장말미에삽입된별면은실패를정의하고,목록을작성하고,일화를기록함으로써작가이자번역가로살아가며끊임없이실패하는저자자신의자전적에세이로도읽힌다.

책속에서

“실패가작가에게일종의영벌이라고너무성급하게추론하지말자.실패는일상적으로감당해야할그의몫,그이상도이하도아니다.실패는그의길티플레저(guiltypleasure)다.실패는작가의은밀한희열이다.”-21쪽

“글쓰기는성공이아니요,성공의시도조차도아니라는것을강조하는것이중요하다.글을쓴다는것은―적어도양산형문학과는다른뭔가를써내고자한다면―무엇보다실패의미궁속으로파고들어얻기보다는잃기를감내해야한다.”-64쪽

“카프카의작품은미완으로얼룩지고결함에침식당하고파편적으로흩어진채로도그필사적이고도견실한노래로감동을준다.그노래는글쓰기를불가능한구원을연결하는것만큼확실하게실패를삶과연결한다.다른작가들이보잘것없는성공에만족할법한지점에서카프카는멋지게실패해낸다.”-94쪽

“자기로밖에존재하지않는것은실패이지만타자들로서만존재하는것도실패감으로다가온다.그런데페소아는이두가지실패의마찰에서무한히열려있는작품,끊임없이폭발하며재구성되면서도안정된작품,믿을수없는다면체의광시곡을창조할수있는거의초월적힘을끌어냈다.”-151쪽

“그래서나는기꺼이,한페이지한페이지넘어가면서,실패한다.완전히제로는아니고제논을추종하는거북이처럼모든행에서하나하나축적해간다.그렇지만텍스트앞에서―행앞에서,시구앞에서,페이지앞에서―좌초할때도텍스트를읽으면서읽지않는때만큼은,혹은그이상으로배우는바가있다.텍스트는펜가는대로,오직나에게말하고자하는목적으로쓰인것처럼보인다.”-205쪽

“꿈꾸던/원하던/생각했던책의실패야말로,그책이구현과정의어느시점에서부딪히게되는이무능혹은불가능성이야말로기회라고나는믿는다(선택은아니지만!).책은혼란스러운충동들의소굴에서태어나생생한이미지들을먹고자라며,의도혹은상상의부양을그럭저럭받지만우연성의불가피한시간을마주하는것은오롯이책자신의몫이다.”-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