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펙토르의 시간 (양장본 Hardcover)

리스펙토르의 시간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와 엘렌 식수의 조화
화음처럼 쏟아지는 텍스트의 향연
엘렌 식수는 ‘여성적 글쓰기’라는 개념을 창안한 뒤 줄곧 그 길에 따른 글쓰기를 추구해 왔다. 거칠게 요약하면 그것은 머리가 아니라 심장에서 출발하는 글쓰기로, 논리를 비롯해 우리 인간을 둘러싼 구조와 체계를 무너뜨리거나 그 너머로 날아가 낯설고 강렬한 직관들과 직접 연결되겠다는 결의로 다져져 있다. 이러한 글쓰기는 인간이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언어를 그 이해 바깥으로 끌고 나오며, 그러한 과정을 함께하는 독자들 역시 미지의 세계로 끌고 간다.

『리스펙토르의 시간』은 식수가 오직 리스펙토르만을 다룬 세 편의 글을 모은 책이다. 이 짧은 책 속에서 식수는 스스로 여러 차례 모습을 바꾼다. 그는 리스펙토르를 받들어 찬미하는 자였다가 리스펙토르를 닮은 무엇이 되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권력에 희생당하는 소수자들과 같은 행성에 살고 있는 현대 지식인임을 계속해 자각하고, 비평 훈련을 받은 학자로서 소설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비의에 감화되어 다시금 종교적 열망에 휩싸이고, 그렇게 여러 차례 변환을 거듭하다가 심지어는 ‘우리’로 변하기도 한다. 이 책 속에서 식수는 자발적으로 계속 형태를 바꾸며 말씀을 전하는 매개체 혹은 전달자가 되며, 이는 유대인인 그의 정신적 뿌리 가운데 하나인 성경에서 성령이 맡았던 역할과 닮았다. 어떤 텍스트에 얼마나 깊이 감화되어야 그 자신을 ‘말씀을 전하는 자’의 근본적 형태, 즉 성령과도 같은 형태로 변환할 수 있을까? 『리스펙토르의 시간』은 스스로 자신이 주창하는 글쓰기의 전범으로 변신한 ‘글쓴이’가 세상에 전하는 열렬한 복음이다.
저자

엘렌식수

저자:엘렌식수
문학교수이자소설가,극작가로프랑스의대표적인페미니스트학자다.1937년알제리오랑에서태어나유년시절을보내고,바칼로레아취득후프랑스에서고등교육을받았다.1967년단편집『신의이름』으로문단에데뷔한그는1968년박사학위를받았으며,같은해뱅센실험대학(파리8대학)의창립멤버로활동한다.이후그곳의영문학과교수로재직하며1974년파리8대학에여성학연구소를신설하고여성학박사학위과정을도입했다.현재까지70여편의픽션과에세이,희곡을저술하며집필활동을왕성히이어가고있다.

역자:황은주
서울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대학원에서철학과불문학을공부했다.현재는영어와프랑스어책을우리말로옮기고있다.옮긴책으로『루소의식물학강의』,『다가올사랑의말들』,『자살의연구』(공역)등이있다.

목차

오렌지살기
사과한알의빛으로
진정한저자

출판사 서평

세상을낯선곳으로바꾸는
주술같은글들이퍼져간다

엘렌식수는여성적글쓰기라는개념을창안한뒤줄곧그길에따른글쓰기를추구해왔다.거칠게요약하면그것은머리가아니라심장에서출발하는글쓰기로,논리를비롯해우리인간을둘러싼구조와체계를무너뜨리거나그너머로날아가낯설고강렬한직관들과직접연결되겠다는결의로다져져있다.이러한글쓰기는인간이서로의의도를이해하기위해만들어놓은언어를그이해바깥으로끌고나오며,그러한과정을함께하는독자들역시미지의세계로끌고간다.

이러한낯섦이주는즐거움은주로시언어의특기로알려져있었다.하지만식수가글쓰기에관해강의한내용을엮은이전작『글쓰기사다리의세칸』은시에익숙한독자들은물론,생경한에너지를내뿜는‘기묘한산문들’을사랑하는독자들에게도많은찬사를받은바있다.특히그책에서가장큰비중을차지한작가클라리시리스펙토르의작품들은최근국내에꾸준히소개되면서확고한독자층을구축하기에이르렀다.그작품들속에담긴종잡을수없는에너지가한국에서도위력을발휘하기시작한것이다.

고독속에서자신만의방식으로세상과연대한
리스펙토르에게바쳐진찬양

『리스펙토르의시간』은식수가오직리스펙토르만을다룬세편의글을모은책이다.그중첫번째글「오렌지살기」는극작가이자소설가이기도한식수가문학적비유를통해작성한리스펙토르작가론이다.여기서식수는리스펙토르의스타일을오마주하면서(혹은원래자신이갖고있던‘여성성’을리스펙토르라는촉매를통해극대화하면서)시적인비유로논지를전개하고,이를통해여성적글쓰기란이해가아니라‘직감’해야한다는사실을자연스럽게강조한다.실제로이글에는불의한권력에저항하기,언어의사회적압력에맞서기등다양한논지가들어있지만,이모든비평적소재는리스펙토르를향한식수의시적찬탄속에녹아있다.이찬탄하는문장들은가톨릭(리스펙토르)및유대교(식수)의정전인성경을떠올리게하며,이를통해독자는식수가자신의뿌리를어떤식으로(여성적으로)전유했는지확인하는즐거움도얻을수있다.

「오렌지살기」의에필로그이면서이어질글의프롤로그로작동하는「사과한알의빛으로」를지나면,이책에서가장예리하면서도뜨거운내용을담은마지막글「진정한저자」를만나게된다.여기서식수는「오렌지살기」에서와는달리리스펙토르의글을직접분해하고비평한다.특히리스펙토르의유작인『별의시간』속에형성된여러겹의층위를섬세하게파고들면서각각의층을하나씩알려준다.식수는『별의시간』의실제저자인리스펙토르와그가창조한작품속저자호드리구,그리고호드리구가창조한소설주인공마카베아사이에펼쳐진복잡한연결고리를분석하면서‘내’가독립된개체가아니라세계속다른존재혹은지점과연계된존재임을강조하며,이를통해여성적글쓰기가본질적으로연대와공존에기반한세계관을갖고있음을자연스럽게설파한다.

‘여성적글쓰기’를창안한엘렌식수
스스로그글쓰기의전범이되다

이렇게이짧은책속에서식수는스스로여러차례모습을바꾼다.그는리스펙토르를받들어찬미하는자였다가리스펙토르를닮은무엇이되고,그러면서도자신이권력에희생당하는소수자들과같은행성에살고있는현대지식인임을계속해자각하고,비평훈련을받은학자로서소설을분석하고,그안에서발견한비의에감화되어다시금종교적열망에휩싸이고,그렇게여러차례변환을거듭하다가심지어는‘우리’로변하기도한다.이책속에서식수는자발적으로계속형태를바꾸며말씀을전하는매개체혹은전달자가되며,이는성경에서성령이맡았던역할과닮았다.어떤텍스트에얼마나깊이감화되어야그자신을‘말씀을전하는자’의근본적형태,즉성령과도같은형태로변환할수있을까?그리고이성령적변신은이세상의지배자들이쓰지않는(혹은그들이알지못하는)언어-말씀을통해소수자들과교통하기를추구하는여성적글쓰기의본분과는얼마나닮아있을까?『리스펙토르의시간』은자신이주창해온글쓰기의전범으로직접변신한‘글쓴이’가세상에전하는열렬한복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