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이 이야기 (암실문고)

어느 아이 이야기 (암실문고)

$18.00
Description
나를 틀 안에 넣은 사람은 내가 아닌 세상 모두인데
왜 그 삶을 책임지는 사람은 나여야 하는가?

전 유럽에서 주목하는 한국계 오스트리아 작가 김안나
최신작이자 대표작 국내 최초 출간
1950년대 미국의 한 소도시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미혼모인 어머니는 아이가 입양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런데 곧 병원에서 문제를 발견한다. 어머니는 백인인데 아이가 흑인 혼혈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작은 도시는 아이에 관한 소문으로 들썩인다. 아버지는 누구이며, 왜 이 어머니는 입을 열지 않는가? 그러나 떠들기 좋은 여러 사건이 그렇듯, 이 사건 역시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시간이 지난 2013년, 그 도시의 대학에 초청받은 오스트리아 작가 프란치스카는 자취방을 구하다가 우연히 이 사건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에 흑인과 백인 혼혈로 살아가야 했던 한 아이의 삶은 프란치스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 역시 오스트리아 사회에서 이방인처럼 성장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카는 수십 년 전에 다 해결되지 못한 채 파묻힌 이 사건의 실마리를 쥐게 되면서 그 진상에 접근해 가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과거를 어쩔 수 없이 되돌아보게 된다.

이 작품은 차별받는 피해자가 역경을 극복하거나 아쉽게 실패한다는 단순한 구도를 피한다. 작가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방안을 떠올리고 선한 결심을 굳힌 인물들이 서로 다른 결론을 향하면서 뒤엉켜 버리는 모습을 선명히 그려 낸다. 특히 1950년대 독일에서 급성장한 ‘인류학적’ 지식을 동원해 혼혈 아이에게 가장 좋은 삶을 선사하려 애쓰는 선한 인물은 이 소설 속의 아이러니한 인물들 가운데 가장 강렬한 힘을 품고 있으며, 이러한 아이러니는 세상 모든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진 편견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비극적인 고찰과 맞닿아 있다. 이 슬픈 숙명과 맞서기 위해 프란치스카는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의 삶 속에 들어 있는 슬픔을 분석하고, 거기서 일종의 대안이라 할 만한 태도를 추출한다.
저자

김안나

저자:김안나(AnnaKim,1977~)
1977년대한민국대전에서태어났고,1979년독일로이주했다.빈대학에서철학및연극학을전공했다.1999년부터여러매체에글을기고했다.2004년에『그림의흔적DieBilderspur』으로데뷔했고,이후『얼어붙은시간DiegefroreneZeit』(2008),『밤의해부학AnatomieeinerNacht』(2012)등을발표하며꾸준히창작활동을이어오고있다.현재독일어권문학계가주목하는작가로엘리아스카네티장학금,로베르트무질장학금,오스트리아문학국가장학금등을받았다.『밤의해부학』으로유럽연합문학상을수상했으며,『어느아이이야기GeschichteeinesKindes』(2022)는독일도서상과오스트리아도서상후보에올랐다.

역자:최윤영
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독일본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울대학교독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한국에서는처음으로다와다요코에대한논문을썼으며,연구서『엑소포니,다와다요코의글쓰기』를발표했다.지은책으로『한국문화를쓴다』,『서양문화를쓴다』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문화와문화학』,『영혼없는작가』,『눈속의에튀드』등이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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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전유럽에서주목하는한국계오스트리아작가김안나
최신작이자대표작국내최초출간

어느혼혈아이의출생을둘러싼미스터리
“나는가시성은하나의멍에라고말했다.”

1950년대미국의한소도시에서아이가태어난다.미혼모인어머니는아이가입양되기를바란다고한다.그런데곧병원에서문제를발견한다.어머니는백인인데아이가흑인혼혈처럼보인다는것이다.이충격적인스캔들을접한사회복지국은탐문을통해아버지를추적하고,강제력이부족하게여겨지자경찰까지동원된다.작은도시는아이에관한소문으로들썩인다.아버지는누구이며,왜이어머니는입을열지않는가?그러나떠들기좋은여러사건이그렇듯,이사건역시세월이지나면서사람들의기억에서사라졌다.

시간이지난2013년,그도시의대학에초청받은오스트리아작가프란치스카는자취방을구하다가우연히이사건의존재를알게된다.인종차별이만연하던시기에흑인과백인혼혈로살아가야했던한아이의삶은프란치스카에게깊은인상을남긴다.오스트리아인아버지와한국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그녀역시아시아인같은외모때문에오스트리아사회에서이방인처럼성장했던것이다.프란치스카는수십년전에다해결되지못한채파묻힌이사건의실마리를쥐게되면서그진상에접근해가고,그과정에서자기자신의과거를어쩔수없이되돌아보게된다.주위모든사람과다르게생긴외모로살아간다는것은어떤의미인가?그런상황에놓인삶은수많은페널티를극복해야하는데,그극복은삶에어떠한방식으로건득을가져다주는가?만약그렇지않다면…그렇다면어째서인간의삶은이토록불공평한가?

나를틀안에넣은사람은내가아닌세상모두인데
왜그삶을책임지는사람은나여야하는가?

인종문제를다루면서도흔한결론을거부하는
김안나의예리하고도따뜻한성찰

한국계오스트리아작가김안나는현재독일어권을넘어서구문학계의주목을받는중이다.이는이민2세및3세작가가쓴작품들,소수인종의소수자성을바탕삼은작품들을적극적으로발굴중인세계문학계의경향과도관련이있을것이다.하지만『어느아이이야기』는그중에서도독특한위치를점하고있다.김안나본인의캐릭터를반영한작품속작가프란치스카는한국인이라는소수인종의소수자성을자기개인의정체성과손쉽게연결하지않는다.자기안에내재한소수자성을‘재발견’하거나그것과‘화해’한다는생각도하지않는다.전통이나혈연으로부터자기정체성의뿌리를발견한다는복고적사고를거부하는것이다.프란치스카는자신이오직한명의개인으로존재하기를바라며,그러기위해시각과수치에의존해인간을분류하려드는인류의오래된선입견을파고든다.

이렇게프란치스카가평생안고살아왔던고민은우연히맡게된미결사건을통해더욱깊은곳으로향한다.1950년대미국과오스트리아에서인종문제를어떻게바라보았는가를추적하던그녀는역사속거의모든인류가그선입견에서벗어나지못했음을,심지어21세기에들어서도본질적으로는변한게없음을새삼깨닫게된다.

바로이지점에서『어느아이이야기』는뛰어난소설임을증명한다.이작품은차별받는피해자가역경을극복하거나아쉽게실패한다는단순한구도를피한다.김안나는자기나름대로최선의방안을떠올리고선한결심을굳힌인물들이서로다른결론을향하면서뒤엉켜버리는모습을선명히그려낸다.특히1950년대독일에서급성장한‘인류학적’지식을동원해혼혈아이에게가장좋은삶을선사하려애쓰는선한인물은이소설속의아이러니한인물들가운데가장강렬한힘을품고있으며,이러한아이러니는세상모든인간이자기도모르게만들어진편견속에서평생을살아가야한다는비극적인고찰과맞닿아있다.

이슬픈숙명과맞서기위해프란치스카는자신을포함한여러사람의삶속에들어있는슬픔을분석하고,거기서일종의대안이라할만한태도를추출한다.그렇다면그새로운태도혹은그것을담고있는이작품이세상을바꿀수있을까?달리말해문학은세계앞에서(여전히혹은드디어)유효한가?세상모든자전적소설은이문제앞에서자신의견해를밝힐수밖에없는데(자전적소설속세계는그바깥에있는진짜세계와‘연동’돼있기때문이다),그가운데김안나의결기어린모습은특히눈에띈다.그녀는불필요한기교나현학적인논리와같은우회로를택하지않고,오직전통적인소설형식안에서‘소설이어떻게현실을재현하는가’라는문제와정면으로승부를펼친다.취약하고결핍된인간세계를재현하되그재현방식에있어서만큼은결코뒤로물러서지않으려는작가의기백이이소설을지탱한다.잔잔하고쓸쓸한이소설을읽고나서어떤(이상한)반짝임혹은상쾌함을느꼈다면,그것은스스로의책무를온전히수행한‘소설가’의‘소설’을읽었기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