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데이즈

라스트 데이즈

$23.00
Description
제프 다이어만의 방식으로 써 내려간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스스로 인생의 말년에, 혹은 최소한 작가로서의 말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제프 다이어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커리어의 끝에 접어든 천재들이 내놓은 성과들에 주목한다. 여기서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이어 특유의 재능 중 하나인 폭넓은 지식이다. 베토벤과 밥 딜런부터 앰비언트와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는가 하면, 회화와 사진에서는 윌리엄 터너와 조르조 데 키리코, 에드워드 웨스턴 등이 등장한다. 다이어의 전문 분야인 문학 쪽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수많은 작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라스트 데이즈』는 이 수많은 인물과 일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공통된 흐름 속에 정렬해 놓는다. 그 흐름의 외면은 다이어 자신의 삶, 곧 저물어 가는 삶이 내보이는 피로와 쓸쓸함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년을 이렇게 감상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작가는 아마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의 저자 미셸 슈나이더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니체는 이 집의 2층 방에 누워 지냈는데, 방문자들은 위층에서 새어 나오는 울부짖음을 듣곤 했다. 그 비명소리는 정신적 고통을 표출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살아 있기에 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생물학적 사실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비명에는 어떠한 고통스러운 기억도, 소멸해 버린 통찰력도, 심지어 망가진 정신의 잔재조차도 담겨 있지 않았다. (...) 1888년 8월, 니체는 어느 길게 쓴 편지에 “어떤 사람들은 사후에 태어난다”는 추신을 달았지만, 그의 생애 마지막 10년은 아직 관념적으로 살아 있는 동안에도 이미 사후의 삶이 시작될 수 있다는 섬뜩한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는 그런 삶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불멸을 위해 크나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살아 있는 동안 수차례 죽어야 한다.”’
-본문 101쪽 중에서

그러나 다이어는 이 꺼져 가는 불꽃들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에너지들을 함께 증언한다. 그가 인용한 바대로 “물질을 빛과 교환하는” 순간들이 출현하는 것이다. 황혼녘의 녹색 광선처럼 오직 꺼져 가는 중에만 출현하는 이 신비로운 창조력은 『라스트 데이즈』를 다양한 색채로 수놓는다. 젊은 시절에 비해 몰락하다시피 한 목소리를 갖고서 음악가의 삶을 이어 가는 밥 딜런의 신비로운 매력, 자기 작품이 완성인지 미완성인지 확신하지 못했던 말년의 윌리엄 터너가 선보인 걸작들, 부상을 거듭하며 그저 그런 경기를 이어 가는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의 감동적인 움직임. 하지만 이런 ‘말년의 양식’은 육체적 노화와는 별개의 특성이다. 다이어는 이미 젊은 시절부터 자기 커리어의 종말을 바라보았던 인물들도 소개한다. 잭 케루악, 필립 라킨, 비에른 보리……. 자신이 이룩한 업적을 뒤에 남겨 둔 채 떠나야 한다는 점에서 이 ‘은퇴’들은 작은 죽음이라 할 수 있다. ‘관념적으로 살아 있는 동안에도 이미 사후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저자

제프다이어

저자:제프다이어GeoffDyer(1958~)
영국의대표작가.사진,문학,재즈,역사등다양한소재를소설,에세이,르포르타주를비롯한여러장르에담아내며독창적인글쓰기를선보인다.전세계독자들은물론무라카미하루키,알랭드보통등동시대작가들에게도사랑받는작가다.옥스퍼드대학교에서영문학을전공했고20여권의저서를출간했다.1992년『그러나아름다운』으로서머싯몸상,2004년『꼼짝도하기싫은사람들을위한요가』로W.H.스미스최우수여행도서상,2006년『지속의순간들』로국제사진센터인피니티상,2011년『달리말하면인간의조건OtherwiseKnownastheHumanCondition』으로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수상했다.

역자:서민아
번역가.대학에서영문학과경영학을,대학원에서비교문학을공부했다.『필로우맨』,『키라의경계성인격장애다이어리』,『헤이트:우리는증오를팝니다』,『마음챙김의배신』,『비트겐슈타인가문』『플랫랜드』,『송골매를찾아서』,『에든버러』,『자전소설쓰는법』,『은여우길들이기』,『80권의세계일주』등많은책을번역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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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소멸하고헤어지는시간을통해서만
깨달을수있는삶의풍요로움

따라서다이어가말하는‘말년의삶’은세간의통념과두가지면에서다르다고할수있다.회한과노화는누구나겪게되는일이지만,그게언제가될지는아무도모른다는것.그리고그노화를통해서만얻을수있는아름다움이존재한다는것.이지점에서『라스트데이즈』는작가로서의은퇴를눈앞에둔다이어자신에관한고백과겹쳐진다.테니스광인그는온갖관절과근육문제로경기를점점뛰지못하게되고,공연이나페스티벌에가서노는일은점점힘들어진다.젊을때읽어야했던책은이제손에쥐어봐야의미가없고(『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똑같은농담을던져도사람들의반응은젊었을때에비해점점냉소적으로변한다.책쓰기가점점어려워지는건말할것도없다.이런삶에도녹색광선이비추어질까?아니면그빛은이미오래전에스쳐갔었고,앞으로는영영황혼만이계속되는것일까?세상모든인간과같이자신의미래가어느쪽에속할지알지못하는다이어는노쇠해가는자기육신속에그수수께끼를봉인해놓는다.비밀은때가되면열릴것이다.그는미래라는수수께끼를담은상자를,즉자신의육신을억지로여는대신에조용히받아들이며,이때그의지식과삶은하나로합쳐진다.이를통해다이어가‘에세이’의가장드높은목표를성취했다고말할수도있을까?앎과삶이조화를이루며서로를더높은곳으로끌어올릴수있음을몸소증언하는『라스트데이즈』는무언가를읽고사유하는일이얼마나풍요로운작업인지알려줄것이다.

책속에서

우리역시모든노력을기울이고,할수있는모든방법을동원해보지만,어느시점에이르면아무리애써봐도선택지가바닥나는때가온다.생이끝나가거나,영화〈인사이더〉에서알파치노가말한것처럼“이제더이상마땅한수가없는”상태가되는것이다.이미손에쥔패가우리가가진전부이고,그마저도점점줄어들고있으며,할수있는일이라고는피할수없는결말을잠시미루는것뿐인데그미룰시간조차점점더짧아지고있음이분명해지는때가온다.하지만우리는그럴때조차뭔가할수있는일이없다는사실을믿기어렵다.제라드맨리홉킨스는이른바‘끔찍한소네트’중한편에서“나는할수있다”라고쓴다.“나는무언가를할수있다,희망하고,소망할수있다,그날이오기를,존재하지않기로선택하지않기를.”
-53쪽

그(D.H.로런스)의친구올더스헉슬리는이렇게썼다.“지난20년동안그는더이상자신의존재를정당화할연료가없다는사실을무시한채기적적으로계속해서타오르는불꽃같았다.”이말은사실이지만,로런스라는불길에연료가되었던건바로그의삶자체였다.
-59쪽

체스와프미워시의경우,그는자신이으레그곳에살았던것처럼높은위치에서독자와대화같은것을한다.그렇다고그가특별히자기도취적인건아니다.그보다는높이인정받는것에오랫동안익숙해진사람특유의거만한태도에가깝다.노벨상을받은사람이니그럴만하다고말할수도있다.어떻게그렇게생각하지않을수있겠는가?(…)물론자랑하는식으로말하지는않지만,그의생각·성찰·명상은(…)이른바“노벨상수상자풍Nobelese”으로무의식중에표현된다.고압적인태도가습성이되면서아침에차한잔을끓이는것이아니라노벨차를끓여서노벨계란과노벨베이컨과함께먹는일이일어나는것이다.
-145쪽

책은나중에라도항상변화의가능성이존재하지만영화는실패를용서하지않는매체다.처음몇분을망치고나면회복할가능성이전혀없다.어쩌면영화의이러한특징은영화가구원을늘중요한플롯혹은주제로삼는이유중하나일것이다.
-170쪽

엔리케빌라마타스의『바틀비와바틀비들』에서화자인젊은이는단편소설한편을발표해놓고25년동안전혀글을쓰지않았다.(그러다)어떤이유에선지글쓰기를중단한랭보나로베르트발저같은작가들에대한에세이적조사에착수한다.(...)그결과만들어진비非작품들의목록은그내용이방대할뿐만아니라내포하는의미또한문제적이다.“왜나는글을쓰지않는가”라는질문은“필연적으로왜나는애초에글을썼던가?라는또다른,훨씬더불안한질문으로이어지기”때문이다.
-232쪽

평생책한권읽은적없는내아버지는기독교를맹렬히증오했는데,왕정에반대하거나다른모든것에반대한것과대체로같은이유,즉경제적이유에서였다.아버지에게교회예배에서가장강력하게상징적인순간은‘내피의피’같은의미를알수없는말을하는때가아니라(나는이런장소에서일어나는일에대해명확하게아는바가없다)바로헌금을걷는때였다.우리가어쩔수없이교회에가야했던몇안되는경우에아버지는체면을지키기위한1페니조차내지않았을뿐만아니라낸것처럼보이려고도하지않았다.나는아버지에게어떻게이처럼교회에강경하게반대하게되었는지물었고,아버지는군대에있을때친하게지낸녀석이‘적그리스도’였다고설명했다.그렇다면기록에이렇게남겨두겠다.히치(크리스토퍼히친스)와마트(마틴에이미스)가성직자나공격하며즐길때내아버지는적그리스도를만났다고.
-255~256쪽

니체사상에서구원과해방의가능성을완전히거부하는것보다더중요한것은없다.역설적이게도그의영원회귀사상은끝없는반복의반대개념으로가장잘이해될수있다.이사상은가석방,경감,변화의가능성을철저히배제함으로써우리가이한번의삶을아무런변주없이반복해서산다는것을강조한다.실제로이사상은오랜세월동안이어지는방황과거의완전한고독을의미했다.만성적인질병문제,사랑을향한좌절된희망들,가족과의갈등과불화가그의삶의토대가되었다.
-362~363쪽

빌럼더코닝의전기작가마크스티븐스와애널린스완의말에따르면,늙어가는예술가는예정된삶의궤적을따르게된다.“일종의두려움없는분방함으로자신을드러내기시작하고”,“물질을빛과교환하는”삶을.
-3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