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각본 (초판한정 박찬욱 감독 사인 인쇄본)

어쩔수가없다 각본 (초판한정 박찬욱 감독 사인 인쇄본)

$17.00
Description
박찬욱이 17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쓴웃음
그 속에 담긴 냉혹하고 비정한 세상
박찬욱 감독의 2025년 작 〈어쩔수가없다〉는 구상부터 개봉에 이르기까지 무려 17년이 걸린 영화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 이 각본은 처음에는 미국에서 제작하기 위해 영어로 작성되었고, 이후 다시 한국으로 배경을 옮기는 등 많은 곡절을 겪었다. 보통 이런 과정에서 기획이 한두 번 무산되고 나면 다시 시도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박찬욱 감독은 이 스토리에 특별하리만치 애착을 가졌고, 그 결과 10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이른 것이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해고당한 뒤 재취업에 목을 맨 노동자가 자신의 경쟁 상대로 평가받는 사람들을 살해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잔혹 우화인 셈이다. 원작 소설은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를 뒤섞음으로써 이 우화적 설정을 풀어내는데, 마침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는 박찬욱 감독이 가장 잘 수행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영화 팬들은 〈어쩔수가없다〉가 원작의 두 가지 특성 가운데 어느 쪽에 집중할지 궁금해했다.

박찬욱 감독의 선택은 블랙코미디였다. 〈어쩔수가없다〉에는 감독의 어떤 전작보다 많은 코미디가 담겨 있고, 슬랩스틱부터 언어유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는 순간들을 살펴보면 정작 그 코미디를 실행 중인 인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기억에 남을 만한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이런 영화들은 일부러 웃음을 유도하지 않고 어처구니없는 상황 안에 놓인 인물들이 두려움과 급박함 때문에 실수와 오판을 거듭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이를 통해 관객을 웃기면서도 그들의 마음속에 불안이나 슬픔을 남긴다. 〈어쩔수가없다〉가 제공하는 웃음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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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찬욱,이경미,DonMcKellar,이자혜

저자:박찬욱
〈달은…해가꾸는꿈〉을통해영화감독으로데뷔했다.〈3인조〉,〈공동경비구역JSA〉,〈복수는나의것〉,〈여섯개의시선:믿거나말거나,찬드라의경우〉,〈올드보이〉,〈쓰리,몬스터:컷〉,〈친절한금자씨〉,〈싸이보그지만괜찮아〉,〈박쥐〉,〈파란만장〉,〈스토커〉,〈고진감래〉,〈ARoseReborn〉,〈아가씨〉,〈격세지감〉,〈리틀드러머걸〉,〈일장춘몽〉,〈헤어질결심〉,〈동조자〉등의작품을만들었다.지은책으로『박찬욱의몽타주』,『박찬욱의오마주』,『박쥐각본』,『아가씨각본』,『친절한금자씨각본』,『싸이보그지만괜찮아각본』,『박쥐각본』,『각본비밀은없다』,『아가씨아카입』,『미쓰홍당무각본집』,『아가씨가까이』,『너의표정』,『헤어질결심각본』,『전,란각본』이있다.

저자:이경미
영화감독겸각본가.한국예술종합학교졸업작품으로만든단편영화[잘돼가?무엇이든]이2004년미장센단편영화제를비롯한각종영화제에서호평을받으면서영화계의주목을받기시작했다.박찬욱감독이제작을맡은[미쓰홍당무]로장편영화데뷔,그해의신인감독상을휩쓸었다.8년만의공백을깨고미스터리스릴러[비밀은없다]를선보였으며,이작품으로제36회영화평론가상감독상,2016부산영화평론가상대상,춘사영화상각본상등을수상했다.독보적인여성캐릭터와독창적인상상력,장르의전형성을탈피한디테일하고탄탄한시나리오로마니아층을지니고있다.

저자:돈맥켈러(DonMcKellar)
캐나다의작가,감독,배우로활동중이다.영화로는<로드킬>,<하이웨이61>,<글렌굴드에관한32개의이야기>,<레드바이올린>,<눈먼자들의도시>의각본에참여했다.TV시리즈로는<트위치시티>의각본에참여하고출연했으며,공동쇼러너로참여한<동조자>에서도각본을집필했다.

저자:이자혜
동국대학교영화영상학과에서연출을전공했고,제작사기획팀에서일을시작했다.
『전,란각본』에참여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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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노동자의자부심은어떤형태여야하는가?
서글픈웃음이우리에게던지는질문

특히이영화의코미디에동력을제공하는배경이정리해고와실직문제라는점은관객에게복잡한심경을안겨준다.그소재가친숙하기때문이다.이영화를보는‘나’역시주인공만수가처한위기를겪을수도있다는두려움은가장큰웃음을터뜨려야할순간마다그림자를드리운다.나라면그상황에서‘어쩔수가없다’고말하지않을수있을까?다른해결책을마련할수도있을까?사실이영화에서‘어쩔수가없다’고말하는사람들은전통적인가장역할을수행해온중장년남성들이다.그들은쉽사리다른직업을택하지못한다.직종자체에귀천이있어서가아니라,자신이애정과시간을―사실상노동자로서의거의전생애를―퍼부은자기만의금자탑이존재하기때문이다.그것은노동자들만이가질수있는자부심이지만,그자부심을키우고지키기위해서때로는예기치못했던대가를치러야한다는사실을알려주는이야기는보기드물다.「어쩔수가없다」는그사실을알려주면서관객을망설임속으로몰아넣는다.이망설임을여운이라고부를수있다면,「어쩔수가없다」는이상하리만치긴여운을남기는블랙코미디영화다.

영화를더욱확장하는각본의디테일과
작품의콘셉트를형상화한책디자인

『어쩔수가없다각본』은이독특한여운을더욱풍부하게담고있다.특히박찬욱감독특유의상세한지문은등장인물들의내면을있는그대로보여주면서영화를더욱잘이해하도록돕는다.또한이지문들은작은몸짓이나시각적요소들까지담고있어서관람중에는미처포착하지못했던요소들을재확인하는기회를제공하기도한다.물론많은팬이가장기대하고궁금해하는요소인삭제장면들도여럿담겨있다.「어쩔수가없다」를인상적으로본관객은이각본으로만만나볼수있는디테일을통해영화의세계를더욱확장하는즐거움을만끽할수있다.

게다가각본의표지역시영화의콘셉트를충실히따르고있다.표지위에높이가다른두장의띠지를겹쳐놓아총세장의종이를드러내보이는것이다.이세종이는코팅유무와두께,질감이서로다른감촉과빛깔을내보이는데,이러한대조는제지업계에몸담아온인물들의혼전을나타낸다.「어쩔수가없다」를마음깊이받아들인관객이라면작품의콘셉트를감각적으로재현한이각본을소장할수밖에없을것이다.


책속에서

책속으로
곧펄프로바뀔통나무의산앞에서,담배뻑뻑피우는동료셋을앞에놓고리허설하는만수.트럭들이일으키는소음때문에고함치듯큰소리로-

만수
“미국에선해고를‘도끼질한다’고한다면서요?
한국에서는뭐라는지아세요?
(손날로제목을스윽긋는시늉)
‘너모가지야!’그러니까해고란,도끼로
사람목을댕강자르는짓이아니겠습니까?”

일동박수.만수,신이나기세를이어가려하지만다음문장이생각나지않는다.왼손바닥을내려다본다.키워드들을나열한제손글씨를들여다보고자신감을되찾은만수,큰소리로-
만수
“창업때선대회장님께서근로자대표하고약속을딱했다이겁니다.노조안만드는대신에평생직장을보장한다!이게신사협정이거든,신사협정!근데아들회장님이이렇게아름다운전통을헌신짝처럼....”
---p.12

미리
최고의면접이될거야,다죽여버려.

만수
(자신없지만호응하느라)
오케이,다죽었어!

미리
(멋진녹색넥타이를새로매주며)
그린라이트!
---p.79

즉석사진을찍어주는사진사앞에긴줄.만수가밀치고들어오다가멀리서춤을추는아내를발견하고는얼굴이창백해진다.미리는진호와멋진한쌍을이루었다.미리는빙글빙글돌면서도입구를힐끔거리지만막상만수를발견하고보니화가치민다.웨이터가칵테일잔이놓인쟁반을만수에게내민다.입맛을다시지만손을저어거절하는만수,아내를향해출발한다.사람들사이에서눈에띄지않으려는생각에춤추듯몸을흔들고좌우로움직이며군중을헤치고전진하여점점미리와가까워진다.미리,일부러진호를향해까르르웃어준다.헤벌레신이난진호의얼굴이보였다사라지면서그의어깨너머로미리가드러난다.미리의눈은웃는모양으로감겼고지금천국에있는것같다.만수가질투에몸을떨면서몸을돌리자마자눈뜨는미리,슬며시주위를살피지만남편은이미멀어지고있다.
---p.103

만수
여보....여보....나한테이러지마.
(이윽고고개들더니,한껏설득력있는눈빛으로)
내면접은있잖아,정말힘든그런면접이야....
상대를똑바로보고,그렇게....
(저도모르게손을들어방아쇠당기는시늉을하다가깜짝놀라손내리고)
....하는건진짜어려워.
---p.109

자기만의의식을마친만수가눈을뜬다.잔에입술을가져간다.한모금머금고삼키지는않는다.뚫어져라보는선출.더이상피할곳이없다.눈감는만수,나머지술을들이붓는다.맥주잔이기울어지면서안에든위스키잔이쓰러진다.두가지술이섞여만수의입으로흘러들어간다,꿀꺽꿀꺽오르내리는목젖.잊고살았던쾌감이갑자기밀려온다.어지러워주저앉는다.머리가가슴으로푹꺼져한동안고정된다.비로소만족한선출,저도잔을단숨에비운다.오른팔꿈치로옆구리를두번힘차게친다음자리에앉아다리를쭉뻗는다.고개드는만수의시뻘게진얼굴,충혈된눈동자.카-하면서씨익웃는만수,서랍장을막뒤지더니펜치를찾아온다.입안깊숙이쑤셔넣더니단말마의비명과함께어금니를뽑아낸다.피가고이는입속에남은폭탄주를몽땅들이붓는만수,악마같다.
---p.154-155

만수,신음소리에돌아본다.선출이깨어나려는듯하다.

만수
이런말하기싫은데....싫어.마지막면접이야.
여태까지땅을팠다면이제나무심는일만남았어.

선출의신음소리를듣는미리,경악-

미리
여보여보,당신이....
무슨안좋은일을하면그건나도같이하는거야,알았어?
---p.160-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