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 (피아니즘의 황홀경 | 양장본 Hardcover)

글렌 굴드 (피아니즘의 황홀경 | 양장본 Hardcover)

$38.00
Description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몸과 영혼을 가장 깊이까지 파헤친 역작
글렌 굴드는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데뷔하자마자 기존의 피아니스트들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파괴한 연주를 선보이면서 충격을 안겨 주었고, 한편으로는 독특하고 괴상한 행동을 거듭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괴짜는 세상의 상식이나 규칙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과 소리만을 탐구하며 살아가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바로 대중이 원하는 천재상 그 자체였다. 굴드는 전성기에 공연을 중단한 뒤 평생 대중과 담을 쌓았지만, 그렇게 스스로 격리된 뒤로도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고 방송에 출연하며 신비로운 괴짜 이미지를 평생 선보여 왔다. 미디어를 통해 관심받기를 즐기면서도 실제 자신의 모습은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이 역설적인 측면은 굴드의 삶 속에서 수없이 마주하게 되는 특성 가운데 하나다.

굴드의 친구이자 정신의학 전문가인 피터 오스트왈드는 이처럼 독특한 굴드의 삶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었다. 오스트왈드는 평생 여러 신체적 통증에 시달린 굴드의 증상들이 그의 정신 상태와 이어져 있다고 보았지만, 그것을 섣불리 치료하거나 교정할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그가 보기에 굴드의 신체적 증상은 굴드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독과 깊이 연관돼 있었던 것이다. 고독은 굴드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필수적인 요소이자 그의 예술에 힘을 불어넣는 원동력이었으므로 제거하거나 대체할 수 없었다. 달리 말하자면, 고독은 굴드라는 인간이자 피아니스트의 숙명이었다.

이 사실을 존중했던 오스트왈드는 여러 증상명을 나열하는 식으로 굴드의 심리를 해부하지 않는다. 이 책 속의 그는 한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몇 가지의 페널티를 감수하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임상 심리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던 올리버 색스가 이 책을 읽고 깊이 감탄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저자

피터F.오스왈드

저자:피터F.오스트왈드(PeterF.Ostwald,1928~1996)
1928년독일베를린출신으로일찍이미국으로건너갔다.심리학자이자의사였던그는아마추어바이올리니스트로서클래식음악에도조예가깊었고,자연스럽게클래식음악연주자들과많은교분을쌓았다.그결과여러연주자의심신관련문제를접하면서'연주자를위한건강프로그램'을고안하기도했다.본업에충실한와중에도집필에많은힘을쏟아슈만평전과니진스키평전등음악에관한여러책을썼다.『글렌굴드:피아니즘의황홀경』은그가병마와싸우며집필한마지막책이다.1996년샌프란시스코에서세상을떠났다.

역자:한경심
1985년이화여대영문과를졸업하고,1984년에동아일보사에입사하여출판국에서15년간기자로활동했다.우리음식의철학을담은『우리는왜비벼먹고쌈싸먹고말아먹는가』,전통공예장인들의삶을통해우리예술의깊이를조망한『우리는어떻게옷을짓고밥을짓고집을짓는가』와『나는어떤어른이될까요』를썼으며,고이덕희선생추모집『'어떤것'이아니라'모든것'을알고싶었던이덕희』를펴냈다.역서로는『바그다드소녀투라의일기』,김삿갓[김병언]의한시를소개한『SelectedPoemsofKIMSAKKAT』(케빈오록공역)이있다.

목차

머리말
들어가는글

1장글렌굴드와만나다
1.연주회
2.한밤의음악회
3.천재의어린시절
4.신동으로불리다
5.단한명의친구

2장굴드사운드의탄생과비밀
6.새스승과도약
7.매니저를얻다
8.“마이크와사랑에빠져”
9.스스로택한고독속에서빚어낸굴드사운드
10.미국정복에성공하다

3장연주생활이그를병들게하다
11.정신과의사를찾아가다
12.서로충돌하는요구들
13.전화벨은울리고
14.해외연주여행
15.이상한병
16.혼자만의집

4장연주보다녹음에열정을쏟다
17.조지프스티븐스박사
18.작곡과연주사이에서
19.무대에서물러나다
20.고독삼부작
21.작곡가와작품에대한새로운시각

5장피아니스트에서프로그램제작자로
22.배우,철학자,그리고기술자
23.새얼굴,새로운도전
24.중년에접어들며
25.만년
26.마지막타격

에필로그와감사의말
옮긴이의말(2005년초판)
옮긴이의말(2025년개정판)

출판사 서평

클래식음악의황금기,
굴드가살아가던시대를꼼꼼히묘사하다

이평전의또다른장점은굴드가활동한20세기중반북미클래식음악계의풍경을꼼꼼히그리고있다는점이다.아마추어바이올리니스트이자슈만과니진스키에관한평전을쓸정도로음악에조예가깊었던오스트왈드는클래식음악계의유명인사들과친분을쌓은인물이었고,그덕분에자연스럽게여러작곡가와연주자의활동내역을굴드의그것과겹쳐놓을수있었다.독자들은이작업을통해굴드가당대음악계와어떤식으로소통하고불화했는지,그가부수려들었던음악계의기존관념이어떤것이었는지확인할수있다.굴드는음악계의여러관습을타파하려했다는점에서자신과비슷한성정을지닌예후디메뉴인과대화를나누면서그들사이의공감대를확인하기도하고,얼핏그와정반대의음악관을지닌것처럼보이는피아니스트아르투르루빈스타인을상찬하면서자신을향한고정관념을뒤흔들기도한다.특히이평전에는굴드의음악활동가운데크게주목받지못했던캐나다작곡가및음악가들과의교류가잘드러나있어굴드의음악세계를더욱완벽하게조명해준다.이처럼오스트왈드는꼼꼼한조사와취재를통해굴드라는인간의전체적인상을그려내고있다.천재이기이전에한명의친구를바라보는마음으로,오스트왈드는굴드안에담겨있는비범함과비루함을모두꺼내보인다.

글렌굴드는지금도많은인기를얻고있는예술가이고,그에관한평전이나연구서도계속출간되고있다.그중에는대단히아름다운문장을선보이는책도있고,전문가수준으로굴드의음악세계를파헤치는책도있다.하지만굴드의삶을가장꼼꼼히조명한이책,『글렌굴드:피아니즘의황홀경』은그다양한변주들사이에서글렌굴드평전의중심이자표준으로오래도록자리잡을것이다.

책속에서

독주자대기실의문은잠겨있었다.나는문을두드렸다.아무런응답이없었다.두번째로두드리자,문이열리더니글렌굴드가정중한태도로나를맞아들였다.그는연미복을벗고회색바지와넥타이없이흰셔츠와두꺼운양모스웨터,그리고짙은푸른색재킷으로갈아입고있었다.놀라운것은방안온도였다.숨이막힐만큼덥고습기차서마치사우나탕같았다.창문이모두꼭꼭닫혀있고,난방기에서는뜨거운바람이쏟아지고있었다.
굴드는혼자였고,방문객이찾아와만족스러운듯보였다.그래서나는마틴캐닌의친구인바이올리니스트라고소개한다음연주가무척인상적이었노라고,특히협주곡이좋았다는말을건넸다.(…)굴드의얼굴이밝아졌다.그는칭찬듣는것을좋아하는게분명했다.그러나나는그가불편한상태라는것도알아보았다.그의얼굴은뻣뻣하게긴장되어있고오른쪽눈가근육이약하게씰룩거리고있어,젊고잘생긴얼굴을망가뜨리고있었다.실제로그가신경이곤두서있다는사실은그가말을시작하는방식에서도드러났다.그는갑자기분출하듯말을쏟아냈다.
-51~52쪽

분위기가약간긴장된가운데,나는글렌이조금전내게얘기할때보여준열정적인모습과는대조적으로지금은말을어물거릴뿐만아니라자신에대해얘기하기를꺼리는것을보고내심놀랐다.나중에알게된사실이지만,그는일대일대화에훨씬능숙한사람이었다.한방에자기를포함하여세사람만있어도그는신경이날카로워졌고,넷이상이되면함께있는것자체를못견디는불안한상태가되곤했다.그럴때제일좋은해결책은즉시주도권을잡는일인데,글렌으로서는피아노앞에앉는것이바로그방법이었다.음악은그의개인적욕구에가장적합한,말이필요없는다른세계로들어가는관문이었다.
-71쪽

글렌이모차르트의푸가작품394번을연습하고있을때였다.이때집안일을하는아주머니가피아노가까이에서진공청소기를켰고,순간그의연주는기계소음에갑자기파묻히게되었다.(…)
진공청소기는확실히그가연주하는피아노소리에끼어들어소리를제대로들을수없게방해했지만,대신그가그소리를연주해내는동작을더욱예민하게감지하도록해주었다.“나는(…)건반의감촉으로그것이어떻게소리로연결되는지느낄수있었고,내가무슨소리를내고있는지상상할수있었다.하지만실제로들을수는없었다.”말하자면진공청소기소음이음악을뒤덮어버리면서글렌은자기연주를들을수없게되는대신,그의집중력은몸의움직임을내면적으로감지하는데로쏠리게된것이다.그것은마치내면으로여행을떠나는것과도같았다.그리고그는그걸즐기게되었다.자신이연주하면서내는소리를더이상듣지못하게되자,손가락의움직임을더욱명료하게의식하게된것이다.그것은자신을새로이촉각으로의식하는것이었다.
-164~165쪽

“하루는가구한점이없어진걸발견했어요.구석에옷장이있었는데보이지않기에어디있느냐고물었지요.글렌이‘내가손님방으로옮겨놨어.그것이나를자꾸쳐다보거든.나를뚫어져라쳐다보는거야.’그러는거예요.글렌은또자기에게말을거는목소리가들리지않느냐고내게물었어요.나는아무소리도안들리지만어쨌든걱정할필요없다고말해주었습니다.그런목소리를듣는다고큰일은아니잖아요.”
-388쪽

글렌은스티븐스집에하프시코드가있는것을알아보았으나만져보고싶지는않다고했다.왜냐하면연주할때는“손의감각”이아주중요하며,자신의연주비결역시“바로손가락끝”의느낌에달려있기때문이라고말했다.스티븐스가그말이무슨뜻이냐고묻자,글렌은자신이마지막으로연주한악기를손이기억하기때문이라고대답했다.
-401쪽

고독한상태에서는다른사람들과함께있을때느끼는긴장감을줄일수있고,자기자신―자신의생각과느낌,음악,그리고예술적열망―에온전히집중할수있었다.오직고독한상태에서만황홀감을맛볼수있다고그는종종말했다.그러나여기에는부정적인측면이있었으니,불행히도고독한상태는글렌을신체적으로아프게느끼도록만들었다.글렌은이를너무나도단순하게그냥병이라고오해했지만.
그럼에도글렌은여전히“고립은인간행복에없어서는안될요소다……다른사람들과함께지낸시간만큼혼자있을시간이인간에게는필요하다”고주장했다.다른뛰어난예술가나문인,과학자,그리고학자들과마찬가지로글렌역시고독이창작과정에꼭절대적이지는않아도도움이된다고믿었다.
-4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