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문 - 을유세계문학전집 151

천 개의 문 - 을유세계문학전집 151

$18.00
저자

시바사키도모카

저자:시바사키도모카
1973년오사카에서태어났다.오사카부립대학종합과학부에서인문지리학을전공했으며,재학중사진부활동을통해도시와공간에대한감수성을키웠다.졸업후4년간기계제조회사에서근무하면서틈틈이소설을썼다.
1999년단편「레드,옐로,오렌지,오렌지,블루」를발표하며작가로데뷔했고,이듬해첫단행본『오늘의사건사고』를출간했다.이소설은유키사다이사오감독이영화화하면서화제를모았다.이후2007년『그거리의현재는』으로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신인상,오다사쿠노스케상,사쿠야코노하나상을수상했고,2010년『꿈속에서도깨어나서도』로노마문예신인상을수상했다.이작품은하마구치류스케감독에의해영화화되어제71회칸국제영화제경쟁부문에출품되기도했다.
2014년『봄의정원』으로제151회아쿠타가와류노스케상을,2026년『돌아갈수없는탐정』으로제77회요미우리문학상소설상을수상했다.도시의일상과장소의기억,지리적공간에대한깊은관심을작품전반에녹여내는독창적인문학세계로주목받았으며,이러한작가활동을인정받아일본지리학회상사회공헌부문을수상하기도했다.2024년에는자신의ADHD진단경험을밝히고이를소재로한『온갖일은지금일어난다』를출간했으며,『계속과시작』으로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과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수상했다.주요작품으로『내가없었던거리에서』,『백년과하루』등이있다.

역자:권윤경
한국외국어대학교일본어통번역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에서「일본집합주택단지의문화양상연구(1955~2024)」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문학과장소사이’를주로연구하며,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교양과목<문학과도시>강의를맡고있다.옮긴책으로『어바웃스타워즈』(2018),『세계사를품은스페인요리의역사』(2019),『시간이만든건축:서양건축재이용의역사』(2025)등이있다.

목차

천개의문


해설_기억을복원하는행위로서의글쓰기
판본소개
시바사키도모카연보

출판사 서평

같은모양,다른삶―단지라는공간

소설의무대인도영단지는태평양전쟁으로인한주택난을해소하기위해대량으로건설된집합주택지다.같은모양의건물,같은구조의방,같은형태의철제문이늘어선이공간은전쟁의폐허위에세워졌다는점에서전후의기억과맞닿아있다.『천개의문』은이획일적인공간안에있는“같은모양,같은무게의문”하나하나에저마다다른삶이있다는사실에서출발한다.가족이었던사람,가족과헤어진사람,혼자지내는사람…바로옆에있어도문너머의삶은보이지않는다는인식이소설전체를관통한다.
소설은두개의축으로구성된다.하나는‘다카하시씨’를찾아단지를헤매는지토세의현재적·공간적탐색이며,다른하나는태평양전쟁을겪은가쓰오로부터딸게이코,손자가즈토시로이어지는삼대의시간적서사다.가쓰오의기억은공습으로폐허가된도쿄와그위에단지가들어서는과정을관통하며,소설이다루는전후라는시간적배경전체를아우른다.이두개의축은서로다른시간과인물을오가면서도결국단지라는하나의장소로수렴하며,지토세와직접적인접점이없는인물들의이야기까지포함해단지에쌓인기억에총체성을부여한다.

장소를기억하는소설

시바사키도모카는도시와거리,집과같은일상적장소를세밀하게묘사하는작업으로일본문단에서독자적인위치를점해온작가다.이소설에서도뚜렷한사건보다는단지의지형과풍경,계절의감각을축적해나가는방식으로이야기를진행한다.오사카의매립지위에세워진단지에서자라‘기억이없는땅’의아이로스스로를인식해온지토세가,도쿄의낯선단지에얽힌타인들의기억을좇으며비로소자신이발딛고선장소에대한감각을얻어가는과정은,빠르게변화하며장소의기억을쉽게지워버리는오늘날의도시공간에다시한번질문을던진다.
이러한감각은거창한사건이아니라다다미의냄새,여름아침의습기,골목을울리는까마귀소리처럼사소한요소들을통해환기된다.지토세는단지안의오래된카페‘카틀레야’를드나들며단골들에게자신이알지못하는과거의도쿄에대해묻는데,이렇게모인이야기들은서로매끄럽게이어지지않은채단지에쌓여있던여러겹의시간을하나씩드러낸다.『천개의문』은감각적디테일의축적을통해,장소에대한기억이특정한사건이아니라일상의반복속에서조용히형성된다는점을보여준다.

작가는2014년『봄의정원』으로제151회아쿠타가와류노스케상을,2026년『돌아오지못하는탐정』으로제77회요미우리문학상소설상을수상했다.도시의일상과장소의기억,지리적공간에대한관심을작품전반에녹여온문학세계를인정받아일본지리학회상사회공헌부문을수상하기도했으며,대표작『꿈속에서도깨어나서도』는하마구치류스케감독에의해영화〈아사코〉로만들어져제71회칸국제영화제경쟁부문에출품되었다.

책속에서

“슬쩍뒤를쳐다보니소녀는가녀린손을우편함투입구에서빼내고있었다.봉투가한장들려있다.나도초등학생때까지저런식으로투입구에손을넣을수있었지,하고오랫동안떠올리지않았던것을생각한다.소녀는엘리베이터홀바로앞에서뒤를돌아다시한번지토세를노려봤다.지토세는모르는척하고동밖으로나왔다.
수요일오전열한시.6월말.아직아이들이학교에있을시간.자신도거짓말을하고학교에가지않았던시기가있었고,가즈토시도이단지에살았던초등학생,중학생시절에는자주땡땡이를쳤다고했으니드문일도아니다.5층짜리동으로둘러싸인굽이진길에는아무도없었다.조용했다.빗방울이소리를흡수하는건지,큰길의차소리도들리지않았다.이단지안에있으면자신이도쿄에살고있다는것을잊어버릴것만같았다.”
-38쪽

“지토세가어릴적에도이웃집에서아버지들끼리마작을했었지,누구집이었는지모를광경이떠오른다.정월에도고타쓰판을뒤집으면초록색천으로된면이나타났다.이단지에있으면잊었던것이차례차례떠오른다.떠올리기전까지는사라진상태,즉존재하지않는상태였던것이,떠올린순간어딘가숨어있었을뿐,없어진것은아니었다며놀라고만다.이렇게떠올리지않았더라면그대로사라져버렸을것이라는사실에.”
-118쪽

“이야기를들으면서지토세의머릿속에떠오른것은본적없는지바의바다와중고등학생때봤던이른바트렌디드라마의장면이었다.‘당시의도쿄’라면지토세는텔레비전속이미지밖에떠오르지않았다.그곳은텔레비전저편의어딘가에는있을지도모르지만어쩐지자신과는무관한세계처럼느껴졌고,그래서가보고싶다고생각하지도않았거니와,하물며도쿄에산다는건생각조차해본적이없었다.현실과는동떨어진장소라고생각했던도시에서벌써10년넘게살고있는자신은현실이아닐지도모른다고문득생각했다.이도시에와서지낸생활은텔레비전에비치던영상처럼전원을끄면사라져버리는무언가일지도모른다고.”
-141쪽

“지토세는천천히걸어서나란히서있는콘크리트건물들을올려다봤다.무수한베란다와복도와문이규칙적으로늘어서있다.매일같은장소여서그때도변함없었다.고저차가있는부지내를걷고있으니,고층동복도가잘보이는장소가나왔다.
같은모양,같은무게의문.연푸른색또는옅은노란색의,신문구멍이달린차가운철제문.그안에는누군가살고있다.가족이나,누군가의가족이었던사람.가족과헤어진사람.가족을만들려했던사람.가족이된사람.혼자지내는사람.바로옆에있는데도어떻게사는지,문너머는보이지않는다.”
-281~2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