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의 오후 (양장본 Hardcover)

어느 작가의 오후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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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9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페터 한트케가 독특한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작가론!
희곡 《관객 모독》으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1973년 독일어권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수상하고, 2019년 노벨문학상, 뷔히너상, 실러상, 카프카상 등 세계 유명한 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의 소설 『어느 작가의 오후』. 1987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2월의 오후에 ‘작가’가 바라본 외부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어느 12월의 오후, 작가가 집을 나선다. 그날 분의 글쓰기는 끝났고, 다음 날 아침에야 다시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외출하기 전 몇 시간 동안 작가는 바깥세상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자기 혼자 방 안에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린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면서 자기가 만난 사람이며 사물을 묘사하기 시작한다.

첫눈이 내릴 뿐 특별한 사건이라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이 짧은 이야기에서 우리는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묘사, 그 묘사가 드러내는 작가의 감정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가 산책길에 만난 사물들, 풍경들, 사람들을 통해 한트케는 자기 자신을, 그리고 정확한 관찰, 감정이 이입된 묘사, 시적 사유의 아름다움으로 정의할 수 있는 한트케식 글쓰기의 표본을 보여 준다.
작가로서의 정체성 탐구에 깊은 관심을 가져 온 한트케가 '작가란 무엇인가?', '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작품이다. 한트케는 소설이라는, 망상과 현실의 교차가 용인된 공간을 빌려 그 자신이 살고자 하는 세계, 작가들의 영원한 고향이며 시적 시간이 흐르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열린책들 세계문학」시리즈 122번째 책으로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해 작품과 작가에 보다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

페터한트케

1942년오스트리아그리펜에서태어났다.그라츠대학교에서법학을공부하던중젊은예술가들의모임인<포룸슈타트파르크>와의인연으로문학활동을시작하였으며,1965년졸업을얼마남기지않고발표한첫소설『말벌들』이주어캄프출판사에채택된것을계기로법학공부를포기하고전업작가가되었다.1966년미국프린스턴에서열린<47년그룹>의모임에서독일문학을과격하게비판한한트케는같은해에연극사의새장을열었다고평가받는첫희곡『관객모독』을발표하면서커다란화제를불러일으켰다.1973년에는독일어권에서가장중요한문학상인게오르크뷔히너상을역대최연소의나이로수상하였고,이후실러상,잘츠부르크문학상,오스트리아국가상,브레멘문학상,프란츠카프카상등다수의상을수상하며오늘날강력한노벨상후보로거론되고있다.한트케는희곡「카스파」,소설『소망없는불행』,『진정한느낌의시간』,『왼손잡이여인』등현재까지80여편의작품을발표했으며,영화감독빔벤더스와함께영화「베를린천사의시」의시나리오를공동집필하기도했다.

목차

어느작가의오후
보이지않는세계의구원자,페터한트케의삶과작품/역자해설
페터한트케연보

출판사 서평

세계적작가가독특한소설형식으로풀어낸작가와작품,문학과글쓰기론(論)
「관객모독」,「베를린천사의시」의원작자이자뷔히너상,실러상,카프카상의수상자,독일어권문학을논할때반드시거론되어야하는작가페터한트케PeterHandke(1942~)의중편소설『어느작가의오후』(1987)가열린책들에서나왔다.<내가쓰는것은단지나의존재를형상화시킨것일뿐이다>라고말할만큼작가로서의정체성탐구에깊은관심을가져온한트케가<작가란무엇인가?>,<작품이란무엇인가?>라는주제를본격적으로파고든작품이다.한트케는소설이라는,망상과현실의교차가용인된공간을빌려그자신이살고자하는세계,작가들의영원한고향이며시적시간이흐르는보이지않는세계로독자를안내한다.

끊임없는논란을불러일으키는문학계의영원한이단아페터한트케작품
첫장편소설『말벌들』(1966)이출간된직후,스물네살에참가한<47년그룹>모임에서자신이속한독일문학을과격하게비판한페터한트케.그발언으로삽시간에유명세를타고<새로운세대의출현>이라평가받게된그는지금까지80여편의시와소설,희곡과에세이를발표하며끊임없이강력한노벨상후보로거론되어왔다.2006년하인리히하이네상수상포기를둘러싼일련의논쟁은문학계에서널리회자된다.<발칸의학살자>라고불리는세르비아의대통령슬로보단밀로셰비치(1941~2006)의장례식에참석하여추모연설을하고,그의미망인을위로하였다는것을들어몇몇문학계인사들이그의수상을취소할것을요구했고,한트케는스스로수상을포기함으로써사건을마무리했다.페터한트케의전작을읽어본독자라면,『어느작가의오후』를통해그논란에대한각자의답변을마련해보는것도특별한경험이될것이다.
『어느작가의오후』는1987년에발표된작품으로,12월의오후에<작가>가바라본외부세계를그리고있다.첫눈이내릴뿐특별한사건이라곤아무것도일어나지않는이짧은이야기에서독자는사건으로부터자유로운묘사,그묘사가드러내는작가의감정에주목하게된다.작가가산책길에만난사물들,풍경들,사람들을통해한트케는자기자신을,그리고한트케식글쓰기―정확한관찰,감정이이입된묘사,시적사유의아름다움―의표본을보여준다.

왜산책인가?
작가는외부세계를어떤시선으로바라보는가?이질문은독자가한작가의작품세계를이해할수있는시작점이라할수있다.페터한트케는『어느작가의오후』에서이질문을자기자신에게돌림으로써작가로서의자신의존재와자신이꿈꾸는세계를드러내고자한다.그는자신이바라보는것들을가감없이드러내기위해<산책>이라는형식을택한다.
12월(정확하게는크리스마스이브)의해저문오후,그날의작업을마치고난어느작가가바라본외부세계는절망적이면서도아름답다.그리고그것은다름아닌<작가>의내면풍경이기도하다.매일같이오가는길이지만작가에게는모든것이새롭고,또한낯설며,두렵고,또한아름답다.작가가이렇게모순적인감정사이를불안하게오가는모습은그가살아가는유일한방식인<글쓰기>와정확하게닮아있다.<산책>이라는말이풍기는편안함과는다르게,작가에게는휴식과같은산책이란존재하지않는다.산책은작가가자신의전(全)존재를심판받는자학적인행위이다.그러나그러한행위,외부(바깥)에서보내는외부의시간에만작가는자신과자신의삶에대해이야기하며깊은숨을쉴수있다.

카프카의부활!망상과현실이교차하는독특한세계
페터한트케는1979년에제1회카프카상을수상했지만,신인작가에게수상을넘겨주었다.그리고2009년다시카프카상을수상한다.실제로한트케는열여덟살때부터카프카의작품을탐독했고작품세계전반에걸쳐커다란영향을받았다.『어느작가의오후』에서도카프카를연상시키는,망상과현실이교차하는독특한글쓰기를유감없이선보인다.작품의주인공인<작가>는<집안의집>이라는독특한이름의작업실에서글을쓴다.그공간은카프카의「변신」에서주인공그레고르가숨어있는방을떠올리게한다.그러나그레고르가방안에갇혀있는것과는달리<작가>는끊임없이집안의곳곳을돌아다니고,외부로의탈출을감행한다.

집에서보낸마지막몇시간동안자신의주위가더욱조용해지자작가는바깥세상이더이상존재하지않고,방안에자기혼자살아남아있을지도모른다는강박관념에시달렸었다.(31면)

집안에서부터시작된망상은산책의길목곳곳에서도계속된다.골목안에서는검은옷을입은사람에게<당신의문학을기소합니다!>라고엄숙하게통고받으며,골목을벗어나다다른숲에서는나뭇가지에매달려있는여자를보고,끝내는모든것이망상의소산이라고생각하게된다.그가바라보는모든것,사람뿐만아니라사물들,풍경들속에서망상은끊이지않고펼쳐진다.그<불안>과<두려움>을통해독자는작가라는존재의가장내밀한곳을탐험할수있다.

독자의감각마저깨우는한트케식묘사의힘
한트케는자신의망상을그대로옮겨적는한편,현실을끊임없이묘사한다.그러나그의시선은묘사대상이아닌묘사자의기억과감각을향해활짝열려있다.<작가>가산책중에바라보는풍경은스쳐지나가는풍경이아니라체험의대상이다.한트케식묘사가갖는힘은,독자로하여금작가가그려낸풍경을단순히바라보는것이아니라자신의기억과감각을총동원하여풍경을새롭게체험하게한다는것에있다.『어느작가의오후』에서유일하게<사건>이라부를만한것은첫눈이내리는장면이다.그러나한트케는첫눈이내리는풍경을묘사하는대신그자리에자신의감각과기억을채워넣는다.이를통해독자의감각과기억마저깨어난다.그리하여풍경은사라지고<첫눈>이라는사건만이남는다.

들판을가로지르고있을때눈이내리기시작했다.<눈이내린다>와<시작한다>는그에게는서로다른두가지사실이라할수없는거의같은개념이었다.그리고<첫눈>은초봄의첫노랑나비,5월의첫뻐꾸기소리,여름의첫잠수,가을날베어먹는첫사과와같은것이었다.이렇듯,세월이흐를수록사건자체보다기다림이더위력적이었다.이번에도그는옷깃에살짝스치기만한눈송이를벌써이마한가운데서느낀것같은기분이들었다.(73면)

느림과숙고가빚어내는아름다운시적리듬
망상과현실사이를끊임없이오가며펼쳐지는이야기,소설의형식으로풀어낸<작가론>이라는점에서도알수있듯,『어느작가의오후』의핵심을간파하기란결코쉽지않다.그럼에도독자의발걸음을가볍게하는것은한트케의작품세계전반을관통하는<느림>과<숙고>의미학이빚어낸시적리듬이다.하루의오후에한정된이야기,그것도특별한사건없이묘사로만펼쳐지는이야기를한편의소설로구성하면서자연스럽게느린리듬이형성되기도하지만,이작품에서돋보이는시적리듬은근본적으로한트케의주제의식과관련되어있다.
페터한트케는,그리고<작가>는평범하고일상적인것,간과되고경시된것을아주천천히지각하여,말할만한,쓰고이야기할만한가치가있는것들을추려낸다.그과정에서그는지나간것들,자신에게일어난모든일을숙고한다.무의미하게소멸되는시·공간의빈자리를기억과회상으로채워넣는그의글쓰기는건축가의작업,직조공의작업과닮아있다.오랜세월무수히지각되어왔지만,결코이해받지못했던모든것들은그렇게,그와의조우를통해자유를획득한다.

그런데바로여기서,날개는거의움직이지않고부리를약간벌린채한곳을응시하는새들이보이는이러한살아있는풍경에서,관찰자인그의눈에는그가쓰고있는이야기의배경인여름풍경이떠올랐다.라일락숲에서희고셔츠단추처럼작은꽃들이빗발치듯쏟아졌고,호두나무에서는과일껍질이둥글게변하고있었다.분수의물줄기는하늘위의적운(積雲)과맞닥뜨렸다.양떼가곁에서풀을뜯는시골의밀밭에서더위에지친이삭들이탁탁소리를내며터지고있었고,도시의모든하수구에는바람에흩날린버드나무의솜털이떨어져발목깊이로쌓여있었다.그곳은너무푹신푹신하여저아래아스팔트의바닥에까지눈길이갔다.정원의풀밭에서는윙윙거리는소리가났는데,그것은꽃을찾아드는벌이사라질때처럼붕붕거리는소리가되었다.올해처음으로강에서헤엄친사람이머리를물속에넣었다가다시물밖으로내밀었다.그의콧구멍에는한참숨을참았다는기색이역력했다.지금과는반대로언젠가의여름에작가는겨울이배경인이야기를생각하며,고양이에게장난삼아눈덩이를던지겠다고자기도모르게무성한수풀속으로허리를굽힌적이있었다.(53~54면)

▶줄거리
어느12월의오후,작가가집을나선다.그날분의글쓰기는끝났고,다음날아침에야다시글쓰기를계속할것이다.외출하기전몇시간동안작가는바깥세상이더이상존재하지않고,자기혼자방안에살아남아있을지도모른다는강박관념에시달린다.그래서밖으로나가산책을하면서자기가만난사람이며사물을묘사하기시작한다.(대인기피증이있는작가는망상에사로잡혀현실과환상을제대로구별하지못한다.)그럼에도그는사람과마주치지않으려고주변세계의눈에띄지않으려고조심한다.양파모양의나무지붕이있는우물을보고작가는전에가본적이있는모스크바에다시온듯한착각에빠진다.가판대에서신문을사며부들부들떨고,신문의머리기사를보는순간부터는판매원의인사에대답도못하고고개만끄덕일뿐이다.
그는서재에서멀리벗어나광장을이리저리걸어다니면서도일이계속자기를따라다녀여전히작품활동을하고있는것처럼생각한다.거리의골목에서그는자신을조롱하고비방하며적대적인시선을보내는사람들과만난다.검은옷을입은어떤사람은그의길을가로막고집게손가락을집어들고는<나는당신의문학을기소합니다!>라고엄숙하게통고하기도한다.교외로빠지는고속도로옆숲속에서는나뭇가지에매달려있는늙은부인을보며,호숫가에서는노인과손자에대한환영을본다.
산책의길목길목에서그는<작품>이란,<문학>이란,<작가>란,<글쓰기>란무엇인지끊임없이생각한다.자신의<적>과<독자>와도맞닥뜨리며,어느카페에서먼나라에서자신을찾아온번역가를만나경험담을듣기도한다.
온갖종류의망상을두루체험하고다시집으로돌아오지만,집으로돌아오는길을어떻게찾았는지도제대로기억하지못한다.그런와중에서도밤에강아래쪽의제방에서물이솨솨소리를내도록색소폰을불고있던사람만은망상의소산임이분명하다고생각한다.그와동시에자신이정원에있는것도하나의망상이아닐까하고생각한다.심지어그는자기자신이칼에찔리고총에맞거나,자동차사고를당해어딘가에죽어있는게아닌가생각한다.
그리고<마침내그냥누워>다음날에대해생각하고,일하기전의아침시간에오랫동안정원을이리저리거닐기로마음먹는다.지나간오후를다시더듬어보지만나뭇가지와개만나타날뿐,그무엇도기억나지않는다.

▶열린책들세계문학
『어느작가의오후』는열린책들이2009년말펴내기시작한<열린책들세계문학>시리즈의122번째책이다.<열린책들세계문학>은젊고새로운감각으로다시태어난고전시리즈의새이름으로,상세한해설과작가연보로독자들의깊이있는이해를돕는한편가볍고실용적인사이즈에시선을사로잡는개성있는디자인으로현대적감각을살렸다.앞으로도열린책들은세계문학사의걸작들을<열린책들세계문학>시리즈를통해계속선보일예정이다.

낡고먼지쌓인고전읽기의대안
불멸의고전들이젊고새로운얼굴로다시태어난다.목록선정에서부터경직성을탈피한열린책들세계문학은본격문학거장들의대표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