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 열린책들 세계문학 272 (양장)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 열린책들 세계문학 272 (양장)

$15.08
Description
환상 문학과 미스터리 문학의 선구자 에드거 앨런 포
번역가 김석희가 엄선하여 옮긴 포의 걸작 단편집
아서 래컴의 아름다운 삽화도 함께 수록
★ 미국 대학 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 2002년 노벨 연구소가 선정한 〈세계문학 100선〉
★ 2004년 〈한국 문인이 선호하는 세계 명작 소설 100선〉

에드거 엘런 포의 대표작을 엄선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이 김석희 번역가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72번째 책이다.
환상 문학과 미스터리 문학의 선구자 에드거 앨런 포는 인간 내면의 음습한 지하실을 거침없이 파고들며 탐험하는 작가로, 우울과 광기, 죽음과 매장, 재난과 범죄, 미스터리와 탐정 등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들을 많이 발표했다. 뛰어난 재능의 이야기꾼인 포는 특히 〈공포〉라는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여 독자들을 극한의 긴장으로 몰아가고, 또는 그 미스터리를 명쾌한 논리로 풀어 가기도 하면서 독자들을 흡입력 있게 빨아들인다. 그런 만큼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의 환상 소설과 공포 소설, 추리 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걸작으로 평가된다. 보들레르, D. H. 로런스, 보르헤스, 코넌 도일, 스티븐슨, 포크너, 와일드, 나보코프, 러브크래프트, 스티븐 킹 등 현대 순문학과 장르 문학의 거장들이 포에게서 강렬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추리 소설은 포가 창시했다고 보아도 무방한 장르로, 포의 몇몇 단편들 속에 등장하는 은둔형 천재 탐정 뒤팽은 아서 코넌 도일이 셜록 홈스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있어서도 큰 영감을 주었다. 미국 추리 작가 클럽은 포의 이름을 딴 〈에드거상〉을 제정하여 매년 뛰어난 추리 소설 작가에게 상을 시상하고 있다.
수록된 작품들은 이 책을 옮긴 김석희 번역가가 엄선한 것으로, 포의 공포 계열 작품들과 미스터리 계열 작품들을 골고루 선정했다. 배가 난파한 후 정체불명의 유령선에 타게 된 남자가 병 속에 남긴 최후 기록을 담은 「병 속에서 발견된 수기」, 아끼던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며 점차 파멸해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검은 고양이」, 쌍둥이 여동생을 지하실에 매장한 후 설명할 수 없는 광기에 시달리는 남자의 기이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어셔가의 붕괴」, 전염병이 창궐한 가운데 폐쇄된 성안에서 열린 화려한 가면무도회와 그 안에 찾아든 수수께끼의 인물 〈붉은 죽음〉의 정체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붉은 죽음의 가면극」, 해적들이 남긴 불가사의한 단서와 암호문을 풀어 가며 숨겨진 보물을 추적하는 이야기 「황금 벌레」, 세계 최초의 탐정 캐릭터 뒤팽이 등장하는 걸작 추리 단편 「모르그가의 살인」과 「도둑맞은 편지」 등 포의 대표 단편 12편을 수록했다.
최고의 번역가로 불리며 문학 번역에서 큰 입지를 다져 온 김석희 역자는 인간 심리의 폐부를 파고드는 포의 흡입력 있는 문장들을 섬세하게 살려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20세기 최고의 삽화가〉로 불리는 아서 래컴(1867~1939)의 아름다운 삽화를 함께 수록하여, 그로테스크하고 강렬한 포의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아서 래컴은 영국 삽화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삽화가로, 펜과 잉크를 사용한 환상적인 그림으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저자

에드거앨런포

저자:에드거앨런포
환상문학과미스터리문학의선구자에드거앨런포는1809년미국보스턴에서태어났다.태어난지얼마안되어아버지가가족을버리고사라져버린후어머니마저병으로사망하면서두살때리치먼드의부유한상인에게입양되었다.1826년버지니아대학에입학했으나,도박에빠지면서양부와의관계가틀어지고1년만에대학을중퇴하였다.1827년가명으로첫시집『타메를란과다른시들』을출간했으나크게주목받지못했다.이후사관학교에입학했지만양부와의갈등이심해져의절당한후학교에서도퇴학을당했다.그후단편소설을집필하기시작했으며,단편「병속에서발견된수기」(1833)가공모전에입상하면서인정을받았다.1838년유일한장편소설『아서고든핌의이야기』를출간했으며,1839년첫소설집『그로테스크하고아라베스크한이야기들』을출간했다.그러나경제난과고질적인음주벽에시달리던포는아내가결핵으로사망하자더욱폭음에빠져들었고,1849년볼티모어에서인사불성으로쓰러진채발견되어40세의나이로세상을떠났다.
포의대표작으로는「어셔가의붕괴」(1839),「검은고양이」(1843),「도둑맞은편지」(1844)등의단편소설과「애너벨리」(1849)를비롯한다수의시편이있다.인간내면의음습한광기를파고들며독특한상상력을펼치는포의작품들은오늘날의환상소설과공포소설,추리소설의기틀을마련한걸작으로평가된다.미국추리작가클럽은포의이름을딴〈에드거상〉을제정하여매년뛰어난추리소설작가에게상을시상하고있다.

역자:김석희
서울대학교인문대학불문학과를졸업하고대학원국문학과를중퇴했으며,1988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소설이당선되어작가로데뷔했다.영어·프랑스어·일본어를넘나들면서존파울즈의『프랑스중위의여자』,허버트조지웰스의『타임머신』,『투명인간』,존르카레의『추운나라에서돌아온스파이』,폴오스터의『빵굽는타자기』,짐크레이스의『그리고죽음』,허먼멜빌의『모비딕』,헨리데이비드소로의『월든』,프랜시스스콧피츠제럴드의『위대한개츠비』,앙투안드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알렉상드르뒤마의『삼총사』,쥘베른걸작선집(20권),시오노나나미의『로마인이야기』등많은책을번역했다.

목차

병속에서발견된수기(1833)
어셔가의붕괴(1839)
모르그가의살인(1841)
소용돌이속으로떨어지다(1841)
붉은죽음의가면극(1842)
구덩이와진자(1842)
황금벌레(1843)
검은고양이(1843)
생매장(1844)
도둑맞은편지(1844)
아몬티야도술통(1846)
절뚝개구리(1849)

역자해설:환상과공포의소용돌이속으로
에드거앨런포연보

출판사 서평

저녁어스름이다가올무렵이되어서야마침내어셔가의음산한모습이눈길에잡혔다.무엇때문인지는모르지만,그건물을보자마자첫눈에참을수없는우울한기분이내마음을가득채웠다.내가참을수없다고말한것은,아무리황량하거나무서운자연풍경을보아도마음은대개시적인감정으로그풍경을받아들이고그래서유쾌한기분을느끼게되지만,어셔가를처음보았을때의우울한감정은전혀그런유쾌한기분으로완화되지않았기때문이다.나는눈앞에펼쳐진정경을바라보았다.별다른특징이없는저택과대지의소박한풍경,황폐한벽과퀭한눈처럼보이는창문들,무성하게자란사초몇포기,썩은몇그루나무의하얀줄기를보았을때내우울한기분은아편에취해서흥청거리다환상에서깨어났을때,말하자면일상생활로돌아올때의씁쓸한기분,신비의베일이벗겨질때의섬뜩한기분에비유하는것이가장적절할것이다.그외에는지상의어떤감각도그것과비교할수가없다.
-「어셔가의붕괴」,본문27~28쪽

힘센사람이자신의신체능력을뽐내고근육운동을즐기듯,분석가는복잡하게엉킨것을푸는정신활동을자랑으로여긴다.이재능을발휘할수만있다면지극히하찮은일에서도기쁨과만족을느낀다.그는수수께끼와까다로운문제와암호를좋아한다.이런것가운데하나만풀어도보통사람에게는초자연적이고불가사의하게여겨지는통찰력을과시할수있기때문이다.그가도출한결과는질서정연한방법을거쳐서얻어낸것인데도직관을통해해결한듯한분위기를풍긴다.
-「모르그가의살인」,본문27~28쪽

그문제의인물은포악하기가헤롯왕을뺨쳤고,예법같은걸따지지않는프로스페로공의한계조차가뿐히넘어섰다.가장무모한사람의심장에도감정없이절대건드릴수없는심금이있다.삶과죽음을똑같이조롱거리로여길만큼타락한인간에게도농담거리로삼을수없는문제가있다.실제로그자리에있던사람들은모두그낯선인물의차림새나행동거지에재치나예의가전혀없다는것을깊이느낀듯했다.그자는키가크고비쩍마른체격에머리끝부터발끝까지무덤속의시체들처럼수의로온몸을감싸고있었다.얼굴을가린가면은뻣뻣하게굳은송장의모습과너무나흡사해서,아무리꼼꼼하게살펴봐도그게시체를흉내낸가면이라는것을알아차리기가어려웠을것이다.하지만흥청망청떠들어대며쾌락에몰두해있는무리들은이모든것을용인하지는않을지라도참아줄수는있었을지모른다.그러나그인물이〈붉은죽음〉에희생된사람으로분장한것은너무지나쳤다.옷에는피가얼룩져있었고,이목구비만이아니라넓은이마에도핏빛공포가흩뿌려져있었다.
-「붉은죽음의가면극」,본문59쪽

어느날아침,나는냉혹하게도고양이목에올가미를감아서나뭇가지에매달았다.눈물을줄줄흘리면서,그리고마음속으로는견디기어려운양심의가책을느끼면서녀석을목매달았다.나는녀석이나를사랑했다는것을알았기때문에,녀석에게아무잘못도없다는것을알고있었기때문에녀석을목매달았다.그런짓을함으로써내가죄를짓고있다는것,가장자애롭고가장무서운신의무한한자비조차내불멸의영혼─그런게존재하기라도한다면─을구원할수없을만큼극악무도한죄를저지르고있다는것을알았기때문에녀석을목매달았다.
-「검은고양이」,본문249~250쪽

아래로,언월도는여전히멈추지않고,여전히확실하게아래로내려왔다!나는언월도가움직일때마다숨을헐떡이며버둥거렸다.언월도가위를지나갈때마다발작적으로몸을움츠렸다.내눈은부질없는갈망을담고진자가바깥쪽이나위쪽으로올라가는것을열심히좇았다.차라리죽어버리면좋을텐데,언월도가내려오면눈이발작적으로질끈감겼다.아아,무슨말을할수있단말인가!진자가조금만내려와도차갑게번득이는저예리한도끼가가슴에박힐거라고생각하면온몸이와들와들떨렸다.신경을떨게하고몸을움츠러들게한것은바로희망이었다.종교재판소의지하감옥에갇힌사형수에게도작은목소리로속삭여,고문대에서도승리를거두는것은바로희망이었다.
-「구덩이와진자」,본문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