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세 자매 - 열린책들 세계문학 288 (양장)

아내·세 자매 - 열린책들 세계문학 288 (양장)

$12.80
Description
인류의 자랑 안톤 체호프
웃음과 사유가 어우러진 불멸의 명작
인류의 예술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작품을 남긴 불멸의 거장 안톤 체호프의 주요 작품 두 편을 엮은 선집 『아내·세 자매』가 러시아 문학 교수 오종우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중기 단편소설 「아내」는 러시아 대기근 시기에 농민 구제 사업을 펼치려는 주인공을 내세워 어떻게 사람답게 살 것인가를 질문한다. 희곡 「세 자매」는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하나로, 이상을 꿈꾸지만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고 삶을 그저 인내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수십 년간 체호프를 파고든 연구자가 작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러시아어 원전을 충실히 옮겼으며 한국어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저자

안톤파블로비치체호프

저자:안톤체호프АнтонЧехов

러시아가낳은위대한단편소설작가이자희곡작가인체호프는1860년남부아조프해의항구도시타간로크에서태어났다.식료잡화점을운영하던아버지가파산하면서가족들은모스크바의빈민가로이주했고,그는홀로타간로크에남아고학하며중등학교를졸업했다.모스크바대학의학부에입학한뒤의사가되기까지체호프는생계를위해필명으로유머단편을썼다.1886년「추도회」부터본명으로작품을발표하기시작했고,2년뒤단편집『황혼』이푸시킨상을수상하면서문단의인정을받았다.「귀여운여인」은톨스토이의절찬을받았으며,차이콥스키,고리키등과교유하며러시아문학계의중심인물로떠올랐다.체호프는뛰어난단편소설작가였을뿐만아니라,「갈매기」,「바냐아저씨」,「벚꽃동산」과같은세계희곡사의걸작을써낸희곡작가이기도하다.거창한사상이아니라삶의사소함에주목하는체호프의작품은읽기쉬우며누구에게나뭉클한감동을준다.그러나해석하려들면그의작품은어떤작품보다도어렵다.그가제시하는것은통일된해석으로이끄는한방향의증거자료가아니라,<서로연관되지않는평범한삶의진실들>이기때문이다.의사출신답게그는인생을냉정한눈으로파악한리얼리스트였으나작품의분위기는유머러스했으며,문체는직접적이고강렬하기보다암시적이고서정적이었다.체호프는1904년,44세의나이로숨을거두었다.즉그는평생젊은작가였다.나이든톨스토이를감동케했던,인생의고달픔과수수께끼를누구보다도원숙하고차분한어조로들려줄수있던재능은한젊은천재의소유였던것이다.체호프이후단편소설은장르자체가<체호프화>되지만,그의수준에도달한작품은매우적었다.



역자:오종우

1965년서울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교대학원에서체호프연구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으며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수학했다.현재성균관대학교러시아어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예술적상상력』,『무엇이인간인가』,『예술수업』,『체호프의코미디와진실』과『대지의숨―러시아의숨표들』등이있고,옮긴책으로안톤체호프의『벚꽃동산』,『개를데리고다니는부인』을비롯해『러시아희곡』(공역),『영화의형식과기호』등이있으며,문학과예술에관한다수의논문을발표하였다.

목차


아내
세자매

역자해설―문학과예술과인생에관한짧지만완벽한논리
안톤체호프연보

출판사 서평

인류의자랑안톤체호프
웃음과사유가어우러진불멸의명작

<체호프는반드시읽어야할작가이다.그는우리를정신적으로성숙하게해준다.>―수전손태그

안톤체호프의대표희곡과숨은명작단편소설을엮은선집『아내·세자매』가러시아문학교수오종우씨의번역으로열린책들에서출간되었다.체호프는19세기러시아태생의소설가이자극작가로,인류의예술사에길이남을수많은작품을남긴불멸의거장이다.장편소설이주를이루던러시아문학계에서단편소설을독자적인지위로끌어올렸으며현대연극의새장을열어젖힌장본인이기도하다.일상의사소한면면에주목하는그의작품은누구나읽기쉽고뭉클한감동과웃음을주는동시에,삶의고달픔과수수께끼를묵직하게품고있으며무한한해석의가능성을제시한다.중기단편소설「아내」는러시아대기근시기에농민구제사업을펼치려는주인공을내세워어떻게사람답게살것인가를질문한다.중요한작품임에도국내에잘알려지지않은이단편소설이이번열린책들판을통해소개되어반가움을더한다.「세자매」는체호프의4대장막극중하나로,이상을꿈꾸지만무엇하나이루지못하고삶을그저인내하는세자매의이야기를다룬다.수십년간체호프를파고든연구자가작가에대한깊이있는이해를바탕으로러시아어원전을충실히옮겼으며한국어의자연스러움을최대한살리고자했다.

대답은할수있어도정답이없는질문
숨은명작단편소설「아내」

나는아내를보며환하게미소짓는다.앞으로어떻게될지나는모른다.―85면

「아내」는대기근과역병이러시아를휩쓴1890년대초를배경으로농민구제사업을펼치려는지식인파벨안드레예비치와나탈리야가브릴로브나가겪는부부간의갈등을따라가며어떻게사람답게살것인지를묻는다.파벨안드레예비치는저술활동에집중하고자시골영지로거처를옮겨지내고있지만늘마음이불편하다.굶주리고병든지역농민들탓인지,집에도둑이든사건탓인지,우울한겨울날씨탓인지,아내와의오랜불화탓인지알수없다.그는특권층으로서뭐라도해보여서영향력을행사해야한다는의무감혹은압박감에구호사업에큰돈을기부하기로하는데,그것이진심에서우러난행동도근본적인해결책도아님을알기에떳떳하지못하다.나탈리야가브릴로브나역시마음이불편하다.오데사출신인그는남편에게여권으로상징되는자유를박탈당한채<기생충>같이살면서무료함과불안함에<찌들어죽어간>다고느낀다.그런그가집으로사람들을불러모아왁자지껄한가운데구호활동을도모하는저녁시간만큼은활기가넘친다.남편과말다툼도중고백한바나탈리야는그일에서자기인생을<정당화할방법을찾아낸>것이다.결국부부에게타인을구제하는일은잠시나마자신을구원하는일임이드러난다.이들은한심한부유층처럼보이기쉽지만,체호프의세계에서독자가어떤인물에게든경멸감을느끼기란어렵다.무능하고속물적인지식인남편이나순진한나르시시스트아내에게도.비판하되경멸감이들어설자리에인간에대한연민과애정을채워넣는것이그의탁월함이기때문이다.「아내」의주인공과달리가난한환경에서자란체호프역시대기근시기에의료활동을펼치며농민구제활동에매진했다.그런사실에근거해어떤도덕적우월함을주장하는대신그는자기경험을한편의시트콤같은단편소설에녹여내고,감탄하거나불편해서웃음을띤독자에게어떻게타인과함께<사람답게>살것인지자연스럽게물으며그정답없는질문에관한사유에접어들게한다.

하모니를이루는파열음
영원히상연될대표희곡「세자매」

시간이흐르면,왜이모든일이일어났고무엇때문에이토록고통스러운지모두알수있을까.―212면

「세자매」는제정러시아말기지방소도시를배경으로출구없는현실에갇혀점차꿈을잃고삶을견디며살아가는프로조로프일가의세자매올가,마샤,이리나의일상을그린다.막이오르는시점은아버지의1주기이자막내이리나의명명일인어느봄날,즉죽음을추모하는동시에탄생을축하하는날이다.첫대사를통해올가는1년전아버지장례식날(과거)의음울한분위기를회상하고,아름다운모스크바로돌아갈날(미래)을꿈꾸며,매일의고단한밥벌이(현재)에지쳤음을토로한다.그렇게죽음과삶,과거와미래와현재가이루는불협화음이개시되고이는변주와확산을거치며작품을이끌어나간다.학교선생인첫째올가는일때문에늘괴로워하면서도달리살방도가없어그만두지못하고원하지도않는교장직에오른다.이른나이에주부가된둘째마샤는결혼생활에숨막혀하던중베르시닌과사랑에빠지지만그는군대와함께도시를떠나간다.노동이갑갑한상황을타개해주리라믿던셋째이리나는막상일을시작하자환멸과피로만느끼고,사랑하지도않는투젠바흐와결혼해모스크바로떠나고자하지만그마저좌절된다.그들은모스크바로표상되는실낱같은희망을품은채내내<모스크바로가야해!모스크바!모스크바!>(156면)를외치나결코그곳에닿지못한다.그들이말하는모스크바는언제든기차를타고갈수있는구체적인장소가아니라지금여기에서멀리떨어진어딘가,돌이킬수없거나다다를수없을시간이기때문이다.결국그들은다만떨쳐버릴수없는현재를지고견디며살아가야한다.그리고그러한사정은우리중누구와도다르지않다.베르시닌의말처럼세월이흐르면우리는잊힐운명이고,체부티킨의말처럼이러나저러나어차피마찬가지일지도모르지만,올가는좌절한채로좌절한동생들에게힘주어말한다.<우리의인생은아직끝나지않았어.살아가야해!>(213면)살아가는것외엔별수없기때문이다.그러한결론에이르기까지체호프는등장인물들을애정어린시선으로좇으며곳곳에서절망과희망이부딪치며내는파열음을웃음으로봉합해슬프고웃기는,그래서삶과닮은하모니를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