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전미도서상최종후보
자신마저도집어삼키는서글픈수치심
사랑을압도하는경멸과공포
〈그방을어떻게묘사해야할지모르겠다.이후로내가들어가본방,머물러본방은모두조반니의방을연상시키게되었으니말이다.(……)그방에서는삶이바닷속에서벌어지는것같았고,산이바다로변하듯급격한변화가내게일어났던것은분명하다.〉(131면)
데이비드는동성에게끌리는자신의성정체성을끊임없이부정한다.파리의게이들과어울릴때도자신은〈이쪽〉이아니라고,〈정상〉적인남자라고항변하며그들의의미심장한눈빛을외면한다.하지만조반니를만나면서,그는그들의일부가아닌척관망하던입장에서관망당하는처지로변화한다.조반니의방으로,이들의세계로휩쓸려들어간다는두려움은자신에대한경멸과수치심을동반한다.데이비드는조반니와길에서아이처럼장난을치다가도문득타인들의시선을의식하고수치스러워한다.실제로쳐다보는사람이있는지,그사람이어떤의미로쳐다보는지는상관없다.그시선은자기안에이미내재해있고그는끝없이그눈길로자신을바라본다.10대시절,친구인조이와충동적으로섹스를하고난아침에도가장먼저느끼는감정은수치심이다.〈어떤피조물보다도아름다운〉조이의몸,하지만데이비드는그몸때문에수치심과공포로눈물을흘릴것같다고느낀다.그이후로데이비드는끊임없이도망친다.조이로부터,아버지로부터,미국으로부터,그리고다시조반니로부터,파리로부터,헬라로부터.
데이비드는그러한도피와부정에서아무보상도얻지못한다.그가열망하는안전한세계,남들처럼살수있는세계는어디에도없고,그는계속방랑할뿐이다.이우주에수치심과공포를느낄여지를남기지않기위해그는우주도자신도보지않기로결심하고,끊임없이도망치듯돌아다니지만언제나갇혀있고언제든추락할수있다.그가외면하는것들이〈마음밑바닥에서썩어가는시체처럼내내고요히,끔찍스럽게〉남아있기때문이다.어떻게해도내가아닌다른사람은될수없음을,내것이아닌욕망을갈망할수는없음을그는이미안다.
아무도,아무것도실재하지않는비현실속에서
〈그리고끝난후,나는어둠속에누워그의숨소리에귀를기울이며그의손을만지는꿈을꾸었다.조반니의손을,또는아무의손이라도,나를으스러뜨리고다시온전하게만들어줄힘을가진사람의손길을꿈꿨다.〉(136면)
데이비드는그렇게타인과자신을부정함으로써온전한현실을살아가지못한다.세계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지못하는그는끊임없이감추고,경멸하고,저항하기에늘현실에서약간벗어난,진실이부재한상태에머문다.그런데이비드에게는무엇도실재하지않는다.아버지도,헬라도그에게는실재하지않는다고,다시는무엇도진짜일수없으리라고그는생각한다.그리고무엇보다조반니.옆에누워있으면서도그손을만지는꿈을꾸게만드는조반니는그에게현실이될수없다,그럴리가없다.하지만데이비드는조반니를떠나며깨닫는다.조반니의몸으로부터도망치더라도,아니,도망침으로써,그몸이〈마음속에,꿈속에낙인처럼깊이〉새겨지리라는것을.이제조반니는없고,조반니가있던자리에는영영아무것도없을것임을깨닫는다.육체도사랑도영원히거듭날가능성도사라졌다.뒤늦게그는모두가떠난텅빈방에서홀로거울을응시하며구원에대해생각한다.
데이비드는타인의인생을파국으로몰아넣지만그자신또한추락한다.그러므로이소설은조반니만의비극이아니라데이비드의비극이자헬라의비극이기도하다.자신을부정하고타인을경멸하며사람들이진짜삶이라고하는것에진입하려애써야하는데이비드의비극역시조반니가맞은파국보다나을것이없다.사회가공인하는형식속에서사랑과안정을이뤄내고자한헬라역시뼈아픈배신을겪어야한다.자신을바라보지못하게만드는세계,자신의현실이아닌남들이정해둔현실에자신을끼워맞춰야하는세계는이렇게모두를비극으로몰아넣는다.우리가마땅히누려야하는진실은사라지고연극과신기루와어둠만이남는다.
사랑의악취를두려워하지않는사람들에게
조반니는자신을떠나려는데이비드에게자신이사랑의악취를두려워하지않기때문에,자기때문에그의몸에서도악취가날까봐두려워서떠나는거라고그를비난한다.어떤사랑이악취를풍기는건,사랑하는몸이더러워지는건그사랑을하는사람이그렇다고여길때뿐이다.내몸에묻을사랑의악취를두려워하지않아야만,사회가마련해둔〈안전한곳〉이라는허상에서벗어날수있어야만,온전한현실을살아갈수있다.최소한개인으로서는그렇게내악취나는사랑과이더러운몸을구원하는수밖에없다.현실을있는그대로살아가는것,두려움없이사랑하고욕망하는것만이경계의바깥으로내모는이세계에서의끝없는추락을막으리라고소설은말한다.
『조반니의방』은발표당시에뜨거운논란과열렬한호응을이끌어냈다.퀴어혐오자들뿐아니라,인종문제가아닌성소수자문제를정면으로다룬이작품을많은이들이〈배신〉이라고여겼다.이작품을통해볼드윈은어떤작가여야한다는사람들의기대를배반하고,자기를가두는어떤기준에도불복하리라는의지를보여주었다.자신의작품세계를더욱과감하게확장한이작품을통해볼드윈은성소수자의내면을가감없이그려내고당시퀴어커뮤니티의일면을생생하게담아냈다.성소수자의현실과고민을다룬책이여전히턱없이부족하던때에이작품은복잡한문제를예리하면서도섬세하게다뤄낸다.20세기중반의주제들을여실하게담아내면서도시대를초월하는문제의식과문학적성취에다다름으로써『조반니의방』은빛이바래지않는퀴어문학의고전으로여전히영향력을발휘하고있다.
*옮긴이의한마디
볼드윈은1인칭의고백적인문체로데이비드의고통스러운분열감을섬세하게써내려간다.그는자신이창조한백인남성주인공에게동일시하지않지만그렇다고섣불리냉소하지도않는다.그어디도〈집〉이라고느끼지못하는데이비드의외떨어진처지를볼드윈은잘알고있다.게다가남성성의신화와이성애중심주의와정상가족이데올로기가결국에는한사람을얼마나파멸시킬수있는지,그런거짓규범들이인간의존엄과사랑을얼마나황폐화할수있는지까지도볼드윈은너무나잘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