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곳>에대한애정과<집>에대한불안에서탄생한책.
이책은<여행기>이상의여행기다.우리세상의초상이다.
-살만루슈디(『한밤의아이들』의저자)
『한낮의우울』,『부모와다른아이들』의저자
앤드루솔로몬의가슴벅찬세계여행
<세상이한권의책이라면(…)나는앞표지부터뒤표지까지다읽고싶었다.나는길을나섰다.이세상에벌어진다면좋을것같은변화들을목격하고자.>세계적인베스트셀러『한낮의우울』,『부모와다른아이들』의저자이자PEN아메리칸센터회장앤드루솔로몬이세계곳곳에서변화를겪는장소들을기록한글을묶었다.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중국,리비아,미얀마,그린란드등1980년대말부터25년간여행했던28곳의현장을담은매혹적인여행기다.정치,예술,음식,심리학,인류학을넘나들며왕성한호기심으로그사회를살아가는사람들의심리상태와시대정신을예리하게포착한다.
앤드루솔로몬은전미도서상(2011)과전미비평가협회상(2012)을연달아수상한대단한필력의작가이자,유튜브조회수1200만을넘길만큼감동적인연사로도유명하지만,저널리스트로서의이력은프로필에서곧잘간과된다.솔로몬은실제지구상에알려진196개국중83개국에가보았고,『뉴요커』,『뉴욕타임스매거진』,『트래블+레저』등여러유수의매체에글을써왔다.이책은그가출간하는첫여행기인동시에,시대를증언하는저널리스트로서의면모를선명히드러내는저술이다.
<경험수집가>를자처하는저자답게그의여행은그저편안한자료조사나눈관광에그치지않는다.세네갈의우울증치료의식을알기위해직접온몸에피를뒤집어쓰거나,샤먼부족을만나기위해몽골소년을길잡이삼아가파른산길을오른다.메트로폴리탄이국립고궁박물원의문화재를유치하려고갔던취재에서는분노한타이완민중한테얼굴을얻어맞기도한다.남아공예술가,캄보디아학살생존자,그린란드토박이등,전세계를누비며솔로몬이수집한가슴벅찬경험들은여행이어떻게한인간의운명과세상을바꾸는원천이되는지를실감나게보여준다.
한개인의성장담,또는변화하는세상의초상
『경험수집가의여행』은한인물의내면적성장스토리인동시에,우리세계가변화해온기록이다.솔로몬의유년시절은여행에관해두가지경험이교차한다.루마니아유대인이민자출신의아버지가그에게영원한안식처는없다는두려움을심어주었다면(<만에하나집단학살이맨해튼중심가를위협하더라도,진작여권을챙겨서기꺼이나를받아줄곳으로떠날준비를갖춘사람이되리라>),어머니가가져온세계각국민속의상이그려진클리넥스통은그에게더넓은세상을알고싶은열망을키워주었다.
그리하여솔로몬(1963년생)은20대중반모스크바를첫여행지로,50대초반호주대보초의마지막여행까지25년간7대륙을누빈다.소련의해체를가져온쿠데타를겪으면서바리케이드까지진군해온탱크를내려다보았던일,캄보디아에서내전생존자로부터극적인체험을취재했던일,불행히도꼼짝없이배에갇혀빙산만잔뜩구경했던남극모험,최고지도자카다피의관저로초대받은일등,도저히한사람의일생에모두담겼다고믿기힘든경험들을수집한다.유년시절<집>에대한불안과<먼나라>에대한강렬한호기심에사로잡혔던소년은어느덧진정한여행가로훌쩍자랐다.
하지만연대기적으로묶인여행기를차례대로읽노라면,이책이단순히한개인의이야기만이아님을알수있다.솔로몬의여행기속에는지난한세대동안세계곳곳에서벌어졌던정치·문화적변동이고스란히녹아있다.소련일때처음방문했던나라가자본주의러시아가되고,1999년에찾았던그린란드의동토지대가기후변화의영향으로불과10년사이에농장이되었다.그가방문했을때만해도세계시장에잘알려지지않았던중국화가들은이제전세계미술계를쥐락펴락하는거물들이되었고,처음에는자신의성지향성을감추고여행하던작가자신이나중에는동성애자인권에대한토론에참여하느라전세계를여행한다.
게다가솔로몬이방문했던여행지에는세계현대사의가장극적인사건이펼쳐졌던장소이기도하다.소련해체전후의모스크바,아파르트헤이트체제의붕괴직후의남아공,군부와문민정부의갈림길에선미얀마,여전히내전의트라우마를겪고있는르완다와캄보디아등등.솔로몬은크고작은변화의물결위에서휘청거리는사람들을만나그들의목소리를기록으로남긴다.그들이야말로직접역사를만들어가는당사자인동시에,그로인해인생이달라지는사람들이다.
여행은자신을넓히는연습
솔로몬은서문에서일종의여행예찬론을펼친다.그가보기에,여행은단순히즐거움이상이다.<자신을넓히는연습인동시에자신의한계를알아보는연습>이다.그는자신이여행을통해세상을바라보는시선이얼마나넓어졌는지고백한다.세계곳곳의예술가들과거리낌없이친구가되고,태평양섬의원주민들앞에서댄스를선보이며,내전의상처를들려주는여성의목소리에귀기울일수있었다.솔로몬은고백하길,<그숱한여행에서나와는다른가치를중시하는사람들과관계맺는법을배웠고,그럼으로써모순적인존재가될수있었다>.전작『부모와다른아이들』(정신질환,장애,트랜스젠더등예외적인정체성을가진자녀를둔가족들의이야기)역시그가경험했던숱한여행에힘입은바가크다.솔로몬은그책을<인간에게는가장바람직한단하나의존재양식만가능하다는고정관념으로부터벗어나야한다는사명의연장이었다>고밝힌다.
솔로몬은여행이정치적으로도유용하다고믿는다.미국의정치인들이베트남에대해더잘알았더라면베트남전과같은비극은없었을거라고말한다.그가국민들에게여행을장려하는일이<학교출석,환경보호,국가적절약을장려하는것만큼중요할수도있다>고강조하는이유다.솔로몬은말한다.<만약우리가모든젊은이들에게외국에서의무적으로2주간체류하도록한다면,모르면몰라도세계외교문제의3분의2는해결될것이다.어느나라를가느냐,체류중무엇을하느냐는중요하지않다.그저세상에는다른장소들이있고그곳사람들은다르게산다는사실만깨달으면된다.>
삶의마지막찌꺼기까지맛보고싶다면
희귀한동전을모으거나오래된장서를수집하는데흥미를느끼는사람도있겠다.하지만솔로몬은인생의앞표지부터뒤표지까지모조리읽고싶다면경험을수집할것을권한다.월터페이터의말처럼<인생의목적이란경험의결실이아니라경험그자체>이므로.물론평범한독자들이솔로몬처럼수십개국을돌아다니는특권을누리기는힘들다.여행지에서수도로진격하는쿠데타군의탱크를목격하거나,독재정권의일간지1면을장식하거나,망망대해에홀로빠져가족을떠올리는경험을하는건보통의일은아니다.하지만우리와는다른결의역사를지닌사람들,다른눈으로세상을보는사람들이존재한다는사실을아는것만으로도우리의세계는넓어질수있다.
비단여행만이아니다.<여행을그만둘수는없다:다마셔버리리라/삶의마지막찌꺼기까지.>솔로몬이인용한테니슨의이시한구절은,인생이라는이름의녹록치않은여정에서발길이무뎌지는독자들에게새힘을불어넣는다.죽기전에<삶의마지막찌꺼기>까지맛보고싶은독자라면,이세상의온갖모험을수집하고싶은독자라면,이책을권한다.